올 퍼펙트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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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루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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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4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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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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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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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퍼펙트 클리어 001화

DUMMY

23살 장성진이 운영하는 블로그가 있다.


‘게임가이즈’라는 이 블로그는, 매일 방문 횟수가 이천은 찍히는 게임 공략 및 리뷰 블로그이다.


그는 십 년 동안 꾸준히 이 블로그에 자신이 플레이한 게임을 포스팅해왔고, 혹 질문이 달리면 성실히 답변도 해주었다.


이런 그의 부단한 노력 덕분인지 블로그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주었다. 지금은 매일 찾아와주시는 고마운 분들도 계신다.


장성진은 이런 자신의 블로그가 자랑스러웠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현실이 시궁창이라 더 그랬다.


“저기, 할아버지. 돈이 부족하신데···.”

“뭐? 5천 원. 맞잖아.”

“요즘 물가가 올라서요. 300원 부족하세요.”

“아니, 몇 달 전까지만 해도 5천 원이면 소주 3병에 천하장사도 사 먹었는데 그새 그만큼 오르는 게 말이 돼? 돈 없는데. 총각이 깎아 주면 안 돼?”

“가게 규정상 제 임의로 깎아드릴 수는 없어서요.”

“총각이 카드 찍고 5천 원 가지면 되잖아. 그것도 못 해줘? 시팔, 세상 살기 좆같네!”

“···.”


편의점 야간을 뛰며, 장성진이 겪은 편의점 에피소드는 두 손으로 못 셀 만큼 많다. 그게 전부 스트레스였으며, 게임은 그가 스트레스를 푸는 수단이었고, 블로그는 그의 깎인 자존감을 채우는 공간이었다.


장성진은 원래 게임에 자부심이 있었다. 왜 있잖은가. 반에서 게임을 잘한다는 놈들 한두 명쯤은.


장성진도 그중 한 명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반이 아니라 전교 내에서 논다는 점이었을까. 반대로 성적은 바닥을 기었지만 말이다.


학창 시절 그의 꿈은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넓었고, 여러 구단 테스트를 거친 끝에 자신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깨닫고 만다.


내가 남들보다 게임을 잘하는 건, 그만한 재능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남들보다 시간을 많이 할애했기 때문이라는 걸.


진짜 재능 앞에서 장성진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고, 그렇기에 더더욱 게임을 붙잡았다. 게임에서 도피하면 현실을 바라봐야 했기 때문이다.


현실은 차갑다. 게임만 바라보던 장성진이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저 왔어요.”


밖도 방도 춥다.


장성진은 손과 발만 씻은 뒤 안방을 조심스레 열었다. 얇은 틈 너머로 병 져 누워있는 그의 어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그의 어머니가 이렇게 병 져 누워있게 된 지도 벌써 몇 년은 됐다.


병원 몇 군데 가보긴 했는데, CT나 MRI를 찍어도, 내시경을 해도 다들 큰 문제는 없단다. 앓고 있는 병이 있기는 한데 수술할 정도는 아니라고.


그냥 나이를 먹어 기력이 쇠한 걸 수도 있으니 약 잘 챙겨 먹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들이라는 말뿐.


지잉.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켜고 자리에 앉는다. 그러자 검은 화면 안에 자기 얼굴이 비쳤다.


눈 밑에 진한 다크서클, 기운 없어 보이는 눈, 덥수룩한 머리가 한데 어우러져 폐인을 연상케 하는 수준.


파앗.


이윽고 모니터에 빛이 들어오며 바탕화면이 띄워졌다. 그가 할 게임 파일이 아직도 꽤 있지만, 마우스커서는 좀처럼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장성진은 점멸하는 바탕화면 속 불빛을 멍하니 바라보며 회의감에 빠졌다.


옛날에는 이렇지 않았다.


적어도 집안만큼은 웃음이 끊이질 않는 그런 단란한 가정이었다.


장난 많던 아버지와 믿음직스럽던 어머니, 그리고 애교 많던 동생까지. 그때는 장성진도 까불거리던 성격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며 모든 게 가라앉았다.


그래. 시작은 1년 전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냈을 때였다.


음주운전이었고, 피해자는 사망했다. 장성진의 아버지는 위험운전치사상 죄로 몇 달 전 형량 5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장성진은 정말로 아버지가 범인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대리기사를 뛰는 사람이 음주운전이라는 게 가당키나 한가.


애초에 원래 술을 안 드시던 분인데.


하지만 충격으로 차량 내 블랙박스의 영상이 지워졌고, 당시 아버지가 고객에게서 받은 양주를 들고 나가는 걸 봤다는 증언이 CCTV와 맞아 떨어지면서 상황은 빠르게 굳혀졌다.


당시 양주는 개봉돼 있었고, 아버지의 지문도 찍혀 나왔다. 거기에 고객이었던 경찰서장의 아들 임석진의 것도 있었지만, 애초에 만취해있었고 대리를 불렀다는 점에서 용의선상에서 쉽게 빠져나왔다.


어쨌든 그 일로 마음고생을 계속하시던 어머니는 결국 시름시름 앓게 되었으며, 여동생은 사춘기와 겹쳐 아예 가족과 대화를 단절했다.


파앗.


장성진은 이런 현실을 외면했고, 게임으로 도피했다.


멍하니 마우스커서를 움직여 두드리자 바탕화면 구석에 깔린 게임이 실행되었다.


띠링. 띵띠링.


익숙한 화면, 익숙한 음악.


장성진이 근 몇 년간 계속하고 있는 1인 개발 RPG 게임, ‘언더월드’.


재미도 인기도 없고, 그래픽도 직관성도 구리고, 그런 주제에 7만 원이라는 정신 나간 가격을 자랑하는 미친 게임.


망겜, 똥겜, 언더월드를 한 단어로 축약하자면 이러했다.


그렇기 때문인지 평점도 평가도 없다.


게임 소개 페이지에 있는 허접하고 눈살 찌푸려질 법한 이미지와 영상들을 보고 누가 구매하고 싶을까.


하지만 장성진은 구매했다.


그가 운영하는 게임 블로그, ‘게임가이즈’의 가장 인기 있는 항목이 바로 ‘똥겜 리뷰’였기 때문이다.


조회수를 위해서, 사람들의 반응을 위해서. 장성진은 7만 원 되는 이 게임을 구매했다. 블로그 활동으로 용돈 되는 돈은 벌기에 쌤쌤 싶었다.


그런데 이 게임. 3년 넘어가는 지금까지도 장성진은 깨지 못했다.


매일 2시간씩은 꼭 했고. 평소 공략을 포스팅하는 만큼 게임 실력과 열정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만큼 ‘언더월드’의 스케일이 컸고, 공략 조건도 까다로운 데다,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나 혼자 맨땅 박치기를 해야만 하는 등. 악조건만 수두룩했으니까.


좋게 말하면 가성비 하나는 엄청 좋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래서 돈 없는 장성진이 킬링 타임으로 했던 것도 있다.


두둥. 두두둥.


웅장한 브금과 화려한 연출.


언더월드의 최종 보스, 세계를 집어삼키는 마수 우로보로스가 화면 전체를 집어삼킬 듯한 자태를 뽐내며 등장했다.


최종 보스답게 스치는 것만으로도 치명상이고, 반대로 웬만한 공격으론 긁히지도 않으며, 어떻게 피해를 줘도 순식간에 회복하는 등 역겨운 요소만 집어넣은 미친 보스.


그래서 무수한 노가다를 통해 캐릭터를 극한까지 키워야 하고, 여러 패턴 파훼 아이템을 적재적소에 사용해야만 했다.


장성진은 3달 동안 이 모든 걸 외웠고, 공격 타이밍과 회피 타이밍은 눈 감고도 알게끔 몸에 익어버렸다.


이제 남은 건 실수하지 않게 집중하는 것뿐.


그리고.


‘드디어.’


2시간 반이라는 대장정 끝에, 마수 우로보로스가 빈사 상태가 된 채 장성진 앞에 널브러졌다.


촤악!


장성진은 그런 우로보로스의 머리통을 베었다. 그러자 화면 전체가 갈라지는 연출과 함께, 우로보로스의 몸통이 두 갈래로 나뉘었다.


이윽고 우로보로스가 집어삼킨 세계들이 튀어나오며, 엔딩 크레딧이 천천히 내려갔다.


‘···깼다.’


장성진은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다. 3년 넘게 한 게임을 깨면 그래도 엄청난 성취감을 느낄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그냥 멍했다.


‘이럴 때가 아니지.’


적막한 브금이 쏟아지는 메인화면에서 나가, 판매 사이트로 들어간다.


타닥. 타다닥.


장성진이 언더월드를 지금까지 붙잡은 이유.


첫 번째는 가성비가 무척 좋고.


두 번째는 ‘클리어 한 게임만 공략 및 리뷰를 남긴다.’라는 게이머로서, 그리고 블로거로서의 신조 때문이었다.


일단 평점 1점.


[이거 개똥겜임. 2020년대 게임이 2000년대 게임보다 그래픽, 조작감, 직관성 더 구림. 그런데 쓸데없이 세계관만 개크게 키워놔서 억지 플레이 타임만 늘린 미친 게임임.]


└[그리고 이거 잡렉 쩔음. 최적화 하나도 안 돼 있음. 하면 할수록 스트레스만 받는 게임. 이딴 게 7만 원? 차라리 그 돈으로 코 푸는 게 훨씬 나음. 농담 아님. 제일 낮은 게 1점밖에 없어서 1점 줬는데 마음 같아서는 0.1점 주고 싶음.]


타다다닥.


아주 키보드에 불이 붙을 지경.


장성진이 이렇게 리뷰를 남기는 이유로는 실제로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도 있으나, 현실에서 쌓인 설움을 표출하는 것도 있다.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그렇게 됐다.


“휴.”


댓글을 다 적은 뒤 장성진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어섰다.


블로그에 똥겜 리뷰도 올려야 하지만, 피곤하니까.


어차피 스크린샷도 다 찍었고 구상도 다 마친 상태. 내일 하면 된다.



-



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발칵 뒤집혀 있다.


막 일어나서 뉴스나 보던 장성진은 쏟아지는 기사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 특종! 세계 각지에 나타난 균열, 신은 존재했다? ]

[ 균열에 다가간 사람들은 모두 사라져, 부모들은 아이가 균열 근처에 가지 않도록 주의 줘야···. ]

[ 유엔 안보리, 오는 새벽에 긴급 소집 잡혀, 우리나라의 유엔 안보리 진출은 세 번째, 이번 사태에 대해 적극 돌파구 마련하나. ]


세계 각지에 ‘균열’이란 깨진 유리 같은 공간이 나타났고, 이후 균열에 진입하면 또 다른 공간이 나타난다는 것이 밝혀졌다.


유엔은 최종적으로 균열을 긴밀히 조사하고, 이와 관련하여 각국 간에 원만한 협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세계 각지에 능력을 각성한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개개인으로만 들어갈 수 있는 균열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아공간의 환경에 따라 균열 주변 환경이 변화하고, 균열을 타고 넘어간 아공간에는 몬스터들이 출몰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균열 안에는 카운트 같은 것이 있었고, 그 카운트가 지나자 균열 주변에 급격한 환경 변화가 나타났다.


아시아 곳곳에서 폭풍이 휘몰아쳤으며,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전례 없던 화산 활동이 집계되었다.


균열은 커다란 자연재해였고, 예견된 재앙이었다.


이후 각성자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생겨났다. 균열과 관련하여 신설된 국제기구 및 정부 기관의 지원이었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제목 : 균열 이거 이 게임이랑 똑같지 않음?


뉴튜브 숏폼에 올라온 영상 하나.


영상에서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균열 사태를 게임 사이트에 올라왔었던 ‘언더월드’의 시놉시스와 대조하고 있었다.


마법의 성지 프로메테우스.

원시 행성 자구르.

명계 아칸.

하늘도시 프루나.


거대한 힘의 충돌로 인해 4개의 세계가 플레이어가 사는 ‘검의 제국 프라하’와 연결되었다.

그에 맞춰 세계 곳곳에 우후죽순 나타난 ‘균열’과 자연재해. 플레이어는 이를 막기 위한 모험을 떠나는데···.


언더월드의 시놉시스였다.


3년간 균열 조사를 통해 얻은 정보랑 똑같다. 4개의 세계, 이름까지.


하지만 언더월드는 개발자가 삭제하여 플레이할 수 없다는 아쉬움을 끝으로, 동영상은 끝이 났다.


두둥!


해당 동영상은 업로드되자마자 인기 급상승 동영상을 타고 전국구, 나아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언더월드에 대해 더 알아보려고 했다.


당연히 해본 사람은 없고. 들어본 사람도 거의 없는 수준이다. 언더월드는 정신 나간 가격과 파멸적인 퀄리티 때문에 순식간에 묻혔으니까.


그래도 인터넷에 언더월드를 검색해보면, 게임 사이트에 아직 언더월드 항목이 있기는 한데···.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개발자가 삭제한 듯 해당 페이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전문기관이 투입되어도, 게임 사이트가 협조해주어도 매한가지였다.


마치 우리가 모르는 존재라도 개입한 것처럼. 신인가?


사람들의 이목은 다른 쪽으로도 쏠렸다.


검색 창을 보면 언더월드의 소개 칸 바로 밑에, 평점이 뜨고 리뷰가 몇 개 있는지도 떴는데.


언더월드.

별 다섯 개 중 하나. 리뷰 1개.


이 별점과 리뷰를 준 사람은 누구일까?


정말로 언더월드라는 게임이 현실에 나타난 거라면, 별점 1점과 연관이 있을까?


있었다.


‘이거 만든 새끼가 신이라며? 신 존나 쪼잔한 새끼네. 1점 줬다고 지구 멸망시키려는 쪼잔한 새끼(자동 번역).’


숏츠 댓글 1위.


좋아요 1억 7천만.


꽈릉!


댓글을 쓴 사람은 네덜란드인이었고, 다음 날 집에 번개가 내리쳐서 죽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영상이 올라온 지 며칠도 안 지난 시점이었고, 방금 1억 8천만이 됐다.


이 일을 계기로 언더월드라는 게임과 신의 개입은 정설로 취급되었다.


언더월드는 신이 만든 게임이 맞고.

신이 쪼잔하다는 것도 맞았다.


“···헐.”


그리고 언더월드에 1점을 준 장본인, 장성진은 막 일어나 게슴츠레 뜬 눈으로 해당 동영상을 보다 놀라 연신 딸꾹질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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