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퍼펙트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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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루돌프
작품등록일 :
2024.07.24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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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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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퍼펙트 클리어 008화

DUMMY

35살, 플레이어관리과의 김재희 과장의 근심은 깊다.

당연했다. 당장에 올 퍼펙트 클리어를 달리고 있는 익명의 플레이어를 붙잡으라니.


‘이런 썩을.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플레이어는 일반적으로 국가와 계약해, 지원금과 여러 혜택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균열을 공략하는 게 보통.

마석과 전리품을 비교적 싼 값으로 넘기긴 하지만, 그만한 메리트가 있으니까.


반대로 이런 메리트 필요 없으니 암시장에다 비싼 값으로 아이템을 넘기는 플레이어들도 있다.

아니, 균열 공략하다가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쥐꼬리만 한 지원금이랑 혜택 좀 받겠다고 아이템을 싼값에 넘겨? 미치지 않고서야.


물론 후자는 불법이었다. 모든 플레이어는 국가와 계약하는 게 의무다.


하지만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인지라 대담해지는 것. 더군다나 붙잡힐 위험도 적고.


플레이어는 균열 전용 인벤토리에 물건을 전부 넣고 다닐 수 있어서 오갈 때는 일반인인지 물건을 거래하는 사람인지 아무도 모른다.


거래 흔적도 안 남는다. 균열 내에서 얻은 아이템은 언제든지 넣고 뺄 수 있어서. 플레이어끼리 거래하면 어떻게 잡아.


‘그것도 아예 계약할 생각이 없는 사람을.’


쯧.


화제의 중심인 익명의 플레이어, 소위 ‘퍼클러’라고 불리는 이 플레이어도 아마 암시장에다 물건을 넘기는 쪽이겠지.

아니면 중국이나 일본과 계약했을 수도 있고. 그쪽이 훨씬 돈을 많이 준다니까.


퍼클러의 영입을 노리는 건 대한민국뿐만이 아니다.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도 슬금슬금 노리는 눈치.


2-4까지 퍼클을 달리고 있는데 아직도 국가와 계약하지 않은 걸 보면 거의 90%.


취소.


뉴스를 보니 방금 공지 떴단다. 2-4가 아니라 2-5 스테이지.


아무튼, 문제는 이런 플레이어는 수면 위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아서 추적이 무척 힘든 데다, 발각된다 싶으면 즉시 해외로 튀어버린다.


그래서 위에서는 퍼클러를 붙잡으라고는 하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히는 상황.


답답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담배에 불을 붙이자.


“콜록! 콜록!”


옆에서 기침이 쏟아져 나온다. 같은 벤치에 앉아 있던 백지연 주무관이 내는 것이었다.


“과장님. 옆에 사람이 있는데 꼭 담배를 피워야겠어요?”


25살 MZ 세대. 할 말은 한다.


“미안. 집어넣을게. 그보다, 백 주무관은 뭐 뾰족한 수 없나?”

“네.”


당돌한 대답. 역시 MZ.


“애초에 과장님도 모르는데 제가 어떻게 알아요. 그런데 이거나 물으려고 주말에 부른 거예요? 주말인데?”

“그래. 혼자 생각하는 것보단 둘이서 생각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헐. 신고해야겠당.”

“좀 봐줘. 근무처에 이런 부탁을 할 수 있는 거 백 주무관밖에 없다는 거 백 주무관도 잘 알고 있잖아.”

“맞다. 특근 수당 받아야 하는데. 출근 좀 찍고 와도 되나요?”

“···아무튼, 생각나는 거 진짜 없어?”


둘은 구면이다.


약 10년 전 온라인 게임에서 오랫동안 알고 지내다가, 백지연이 게임을 접은 뒤로 자연스레 연락이 끊긴 케이스.


그러다 백지연이 처음 들어왔을 때 뭐 좋아하는 거 있냐고 물었는데.


‘저, 게임 좋아해요.’

‘게임? 나도 게임 좋아하는데. 백 주무관은 무슨 게임 좋아하나?’

‘지금은 인디 게임 위주로 하는데, 옛날에 드래곤 피어라는 RPG 게임 되게 좋아했어요.’

‘어? 나도!’


알고 보니 서로 같이 게임 하던 길드원이었고. 이후 급속도로 친해진 것.


“없어요. 없는 걸 쥐어짜봤자 암것도 안 나와요.”


심드렁한 대답. 또 뭘 보는 건지 휴대폰 화면을 스르륵 넘기는 중.

평소 근무태도가 좋은 백지연이지만, 지금이 일의 연장선이 아니라 그냥 주말에 놀러 나왔다고 생각하는 듯.


“또 그 ‘게임 가이즈’인가 뭔가 하는 블로그를 보는 건가?”

“넹. 과장님도 나중에 보세요. 게임 공략도 많고 재밌어요.”

“난 됐어.”


백지연, 휴대폰 화면을 스르륵 넘기다가.


“헉···.”

뭔가 충격을 받은 듯, 그 자리에서 굳는다.


물론 김재희의 관심 밖. 지금 그의 머릿속엔 온통 어떻게 퍼클러한테 접근할지 뿐이다.


한참을 생각해도 모르겠다. 옆에 백 주무관도 모르겠단다. 너무 마음만 앞선 건가?


“백 주무관, 주말에 불러내서 미안했어. 그냥 보내긴 그렇고 카페에서 마실 거랑 빵이나 사줄 테니 그거라도 들고 가.”

-


주말 오전인데도 불구하고 카페는 무척이나 붐볐다. 그만큼 욜로족이 많은 탓이었다.


미래는 모르겠고, 현재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욜로족은 균열 사태 이후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눈앞에 당장 보이는 재앙이 있는데 일단 먹고 쓰자는 마인드.


“와, 뭔 사람이 이렇게 많아?”


두리번거리는 김재희와 달리 백지연은 익숙하다는 듯 기다란 줄 사이에 껴서 휴대폰 중.


근데 표정은 좋지 않다. 김재희처럼 사람 많아서 그런 건 아니고, ‘게임 가이즈’의 공지 때문이었다.


공지에는 사정이 생겨 블로그 활동을 잠시 쉬어 가겠다고 적혀 있었다. 무슨 사정인지는 나와 있지 않다.


‘큰일이라도 생긴 건 아니겠지?’


백지연은 게임 가이즈를 오랫동안 보던 구독자.


십 년도 넘게 꾸준히 포스팅하던 사람이 갑자기 잠시 쉬어 가겠다니, 그만큼 큰일인가?


안절부절.

걱정됐으나, 백지연이 할 수 있는 일은 힘내라는 댓글을 다는 것뿐.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 장문의 댓글을 적어서 올리자.


우웅!

흠칫!


바로 앞에서 진동이 울리더니, 웬 남자가 소스라치게 놀라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무슨 일이지?


덩치는 좀 크고, 스쳐 보인 얼굴에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데. 이어서 남자는 휴대폰을 뚫어지듯 보았다.


그러길 잠시.


‘앗! 답글이다!’


응원해주셔서 고맙다는 짧은 글이지만 그게 어디랴. 괜히 고양된 백지연이 댓글을 하나 더 달자.


우웅!

흠칫!


어? 이번에도?


‘설마···아니지?’


의구심이 생긴 백지연은 댓글을 계속해서 달기 시작했다.


우웅! 흠칫! 우웅! 흠칫! 우웅! 우웅! 우웅···.


몇 번이고 알리는 휴대폰 알림.


마지막으로 보냈을 때는 더 이상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휴대폰 진동을 껐나 보다.

그래서 더욱 신빙성이 생겼다.


‘확실해.’


이 정도로 우연이 겹칠 리 없다.


눈앞에 있는 남자가 바로 그녀가 몇 년 동안 봐오던 ‘게임 가이즈’의 블로거임이 확실했다.


백지연은 반짝이는 눈망울로 앞에 남자를 바라보았다.

신기했다. 오랫동안 블로그를 운영해서 분명 나이가 좀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동 나이대 즈음.

또 처음에는 어벙하고 소심해 보이기만 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또 그게 귀여운 듯?


아무튼, 백지연은 티를 내지는 않았다.


쉰다고 공지까지 올렸는데 간섭은 무슨. 실제로 무사해 보이니 그거면 됐다.



-



3 스테이지의 필드 배경은 죽은 숲.


나무며 풀이며 말라비틀어지고 특히 그늘진 느낌이 드는 곳.


출몰 몬스터는 암석 고블린. 그냥 고블린보다 피부가 단단하고, 몸집도 30cm는 더 큰 1m 30cm 안팎.


공격 수단은 단단한 몸집을 이용한 몸통 박치기. 암석 고블린보다 약한 생명체는 이거 한 방에 나가떨어진다.


서걱!


“끄긱!”


3-1 스테이지의 클리어 조건은 암석 고블린 여덟 마리 처치.


단단한 피부 때문에 검은 안 들어가고, 방망이나 철퇴를 휘둘러도 돌을 치는 것처럼 꿈쩍도 안 해서 뉴비 절단기라고도 불리는 스테이지.


서걱! 서걱! 서걱!


장성진의 검격에는 쉽게 뚫렸다. 심지어 사냥에 집중도 안 하고 딴생각 중.


‘쪽팔리게. 진짜.’


어제 있었던 일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돈다.


‘그거 진동 좀 울렸다고 왜 그렇게 놀라냐? 놀라긴.’


그간 인터넷에서 욕을 무쟈게 들어먹어서 그런지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됐었나 보다. 좁은 공간에 사람들로 꽉 차 있어서 더 그랬다.


‘이게 다 그 사람 때문이야.’


그때 카페에서 댓글을 도배한 사람.


장문의 응원 글을 올리던 사람이 갑자기 그러길래 순간 소름 끼쳐서 더 쫄았던 것.


장성진은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검을 크게 크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잠들기 전 흑역사가 생각나 이불을 뻥뻥 차는 것과 같다.


서걱!


“키윽!”


[공지 : 익명의 플레이어가 균열(프라하) 3-1 스테이지를 퍼펙트 클리어했습니다.]

[보상 : 마석 1.1kg]

[퍼펙트 클리어 보상 : 성장의 룬]


3 스테이지의 퍼펙트 클리어 조건은 라이너스 안내에 따라 이동하기. 그래서 당분간은 퍼펙트 클리어에 목 메달 필요 없다.


“고생했네. 자네 덕분에 금방 가겠군.”


라이너스가 말을 걸었다.


장성진은 머릿속이 복잡해서 대답 못 했는데, 언더월드의 주인공인 루카스 도나웨일도 원래 대답 안 했으니까 상관없음.


“자네를 보면 레기온의 기사들이 생각나네.”

“진짜 레기온의 기사세요. 강하시잖아요. 검도 슉슉! 휘두르시고.”

“모르지. 사용하는 검술이 레기온의 기사와 닮은 듯하면서도 살짝 다르거든.”


라이너스는 감상에 젖어 이동하는 중에서도 뿌연 눈을 뜬 채 중얼거렸다.


“내가 말한 닮은 부분이란, 지나치게 과묵하다는 점일세.”

“엥? 레기온의 기사들은 다들 벙어리였어요?”

“아니, 다들 말 많은 청년 혹은 중년들이었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질수록, 패색이 짙어질수록 다들 말이 없어졌지.”

“···.”

“레기온은 프라이아스에 끝까지 저항했네. 그 대가는 무척이나 참담했지. 우리는 백성들이 죽어 나가는 걸 뜬 눈으로 지켜봐야 했어. 이후로 다들 말이 없어졌지. 나는 그때 느꼈다네. 몸보다 마음이 먼저 죽을 수도 있다는걸.”


라이너스는 막힘없이 말을 이었다. 현장에 있었다곤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담담함이었다.


침묵이 감돌자, 라이너스는 너스레 웃었다.


“그래서 나의 은인도 마음이 죽은 게 아닐까 걱정됐을 뿐이라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괜한 걱정이었어. 픽시와 함께하는 자는 늘 축복이 깃든다니까.”

“맞아요! 게다가 기사님은 마음이 못났을 뿐이지, 죽은 건 아니거든요!”


픽시는 흥분한 듯, 날개를 지나치게 파닥거렸다. 그러다 힐끔, 고개를 돌리더니 “맞, 죠···?” 하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묻는다.


루카스 도나웨일은 그때도 대답은 없고, 작게 고개를 끄덕거리기만 했다.


스토리 끝, 균열에서 나가겠냐는 알림창이 희미하게 떴다. 누르지 않아도 10분 뒤면 자동으로 나가진다.


‘이야···.’


장성진은 가만히 대화를 들으며 감탄하고 있었다.


역시 컴퓨터 화면을 통해 보는 것보다, 현장에 있으니 그 생동감이 장난 아니다.

라이너스의 오묘한 감정이 말투와 표정에서 그대로 느껴지는 듯하다.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일단 클리어 보상으로 받은 성장의 룬부터 쓰고. 전투력은 이로써 17.


인벤토리에 있는 마석량은 이제 5.6kg. 168만 원 치.


‘슬슬 진짜 팔아야 해.’


플레이어 계약은 보통 1~2 스테이지에 한다. 당연히 지원받는 게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니까.


여기서부터 조금씩 늦어지면 의심받는데, 암시장에서 재미 보다가 뒤늦게 계약하는 거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게다가 언제까지 계약 건으로 마음고생하려고?


마침 내일은 장성진의 생일.


따라서 장성진은 내일 시도해볼 생각이었다. 생일인데 안 좋은 일이 생기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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