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퍼펙트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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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루돌프
작품등록일 :
2024.07.24 21:44
최근연재일 :
2024.08.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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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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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퍼펙트 클리어 010화

DUMMY

[균열 내부 : 검의 제국 프라하, 3-1]

[클리어 조건 : 암석 고블린 처치 0/8]

[실패 조건 : 사망 및 임무 포기]


장성진이 선택한 스테이지는 3-1.


3-1을 깼으니 이전 스테이지는 비활성화돼서 안 되고, 3-2는 스토리 때문에 좀 길어져서 안 되고.


픽시와 라이너스는 등장하지 않는다. 3-1은 이미 스토리를 깼으니까. 이것도 언더월드와 마찬가지.


삐빅.


장성진이 가져온 영상 저장 장치는 드론 모양. 실행하자 공중에 붕 뜨더니 아래에 카메라를 툭 뱉는다.


‘됐나?’


됐겠지.


장성진의 목표. 그냥 평소 하던 대로 하기.


“끼약!”


암석 고블린들은 장성진을 발견하자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움직임이 다소 굼뜨지만, 돌 껍질을 두르고 있어서 닿으면 치명적.


장성진은 자세를 잡고서 검을 휘둘렀다.


슥삭!


늘 하던 대로, 한 번의 검격에 한 마리.


3-1 스테이지의 적정 레벨은 7~8레벨.

반면 장성진의 전투력은 17로, 레벨로 환산하면 17레벨이었으니 거의 양학 수준.


슥삭! 슥삭!


[프라하, 3-1 스테이지 클리어]

[보상 : 마석 1.1kg]


영상 기록을 확인해 보니 3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반복 공략을 하는 플레이어들의 평균 클리어 기록이 2~30분, 처음 공략하는 플레이어가 1시간 걸린다고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수준.


처음에는 2~30분 버티기, 아니면 1시간까지 버티다가 깰까도 생각해봤으나.


‘엉성하게 숨긴다고 숨겨질 것도 아니고.’


김재희 과장의 눈치를 보니 이미 퍼클러라고 의심받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마 백지연 주무관도.


‘그렇게 굽신대면 누가 몰라?’


한평생 대접받아본 적이 없는데, 아무리 1/1000 확률을 뚫고 각성하는 플레이어라지만 과장급 되는 인물이 저렇게 굽신대면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지.


아마 퍼클러와 공략 현황이 일치해서 그러는 듯.


퍼펙트 클리어를 하면 공지가 뜨니까, 공략 현황을 기재하는 순간 스테이지가 일치해서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 의심은 아주 오랫동안 따라붙을 것이다. 이후로는 공략 현황이 일치하는 플레이어가 없을 테니까.


한 주에 플레이어 계약이 3~4명 정도 이뤄진단다. 수사망을 좁히고 좁히다 보면, 결국 밝혀질 수밖에.


그러니 차라리 사전에 밝히는 게 낫다.

물론 전부 밝히지는 않고, 몇 사람 정도만.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으리란 약속을 받아낼 수 있고, 실제로 지켜질 정도만.


장성진이 플레이어 계약을 늦춘 건 이러한 고민 때문이었다. 어떤 게 나을지 저울질하고, 또 실천하는 데 용기가 필요했다.


모든 스토리를 알고 있는 언더월드와 달리, 현실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


파아앗···.


주먹만 한 크기의 스킬 해금 룬도 사용했다.

큰일을 치르기 전에 행운의 주사위를 굴리는 느낌.


[획득 : 그림자밟기]


‘운 좋네.’


그림자밟기는 일반 스킬 중에서도 뛰어난 편.


덧붙여 방금 룬 소환으로 뜬 것도 성장의 룬.


생일이라 그런지,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다.


-


“허억!”


5분도 채 지나지 않고 장성진이 튀어나오자, 김재희 과장이 화들짝 놀라 뒤로 넘어졌다.


장성진은 그를 일으켜주었다가, 주변을 둘러본다. 한 사람이 없다.


“그, 백지연 주무관이라는 분은···?”

“아, 아! 백 주무관은 잠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어떻게, 불러드립니까?”

“아니요. 오히려 좋습니다.”


김재희 과장은 서둘러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에는 장성진이 방금 둔 영상 저장 장치가 올라와 있다.


‘깬 건가?’


아니면 임무를 포기한 건가.


장성진이 들어간 후로 약 5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임무를 포기했다는 게 아니라면 말이 안 되는 시간이었고.


털썩.

김재희가 앉자, 장성진 역시 맞은편에 앉는다.


클리어하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을 당당함이었다.


꿀꺽.


“저, 한번 확인해봐도 괜찮습니까?”

“예. 물론이죠.”


김재희는 곧장 영상을 확인했다.


작은 화면 안에, 죽은 숲을 배경으로 장성진이 걸어 나갔다.


‘끼약!’


암석 고블린 8마리가 적을 발견하자 달려든다. 느리지만 묵직한 기세.

사람들은 이때 한번 물러나지만, 장성진은 오히려 한가운데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촤악!


가볍게 발을 내디딤과 동시에 검을 휘두르자, 암석 고블린의 돌 껍질을 뚫고 그 몸을 두 동강 냈다.


이윽고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으로 암석 고블린들을 차례차례 베어나가기 시작했다.


이건 공략도 아니었고, 사냥도 아니었다.

완전히 도륙이었다.


흑색 검이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부서진 돌과 조각난 몸, 그리고 초록색 피가 솟구쳤다.


영상은 정확히 2분 57초에 끝이 났다.


원래 더 빨리 끝낼 수 있었겠으나, 진즉에 겁에 질려 도망치는 암석 고블린들을 쫓느라 느려진 것이었다.


“···.”


김재희는 영상을 다 봤음에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영상 내용이 너무나 압도적이었기에, 그만큼 충격이 컸던 탓이다. 이런 건 플레이어 공략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이건, 그러니까···.”


머리는 굳었고 반대로 심장은 터질 듯 쿵쾅거렸다.


“호, 혹시. 퍼클러이십니까···?”


그래서 김재희는 말을 더 수려하게 할 수 있었으나, 그러지 못하고 속에 있는 가장 큰 응어리만 뱉어냈다.


“예. 맞습니다.”

장성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허억!’


쾅!


곧이어 김재희는 책상에 올라와 있던 기존 서류들을 모조리 치운 뒤, 뒤쪽 서랍에 넣어두었던 계약서를 내밀었다.


종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장성진이 물었다.


“이건···?”“숙련 플레이어 계약서입니다. 저희는 재능있는 플레이어들을 위해 헌신할 각오가 충분히 되어 있습니다. 한 번 읽어봐 주십시오. 분명 만족하실 겁니다.”


장성진은 계약 조항들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공항 귀빈실 이용, 출입국 절차 간소화, 각종 교통 및 의료지원.

법률 자문, 신분 보호 제공 등등. 각종 혜택이 있으나.


그중에서도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건 돈.


일단 계약만 하면 계약금 20억을 바로 지급한단다. 그것도 모자라 연간 5억씩 얹어준다고.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으나.


“매력적이긴 하지만, 괜찮습니다. 일반 계약으로 합시다.”


장성진은 계약서를 도로 돌려주었다.

그러자 김재희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예? 호, 혹시 뭐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 돈 때문에 그러시는 거라면 저희가 더 준비하겠습니다!”


깜빡했다.

기사에 따르면 중국에서 제시한 계약금만 수천억. 당연히 이 정도는 간에 기별도 안 갈 텐데.


일반 계약은 숙련보다 자유도가 훨씬 높다. 계약했어도 다른 나라와 얼마든지 접촉 가능.


‘역시 간만 보러 온 건가?’


장성진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닙니다. 전부 마음에 들지만, 숙련 플레이어가 되면 익명성이 깨지잖아요.”


펜으로 조항 몇 가지를 가리킨다.

이런 혜택들은 당연히 무상으로 지급되는 게 아니라, 몇 가지 조항이 더 붙는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익명성이 깨진다는 점.


숙련 플레이어는 계약하는 순간 전당에 등록되고, 사람들이 알게 된다. 국민의 막대한 혈세로 운용되는 만큼 당연히 그래야 했다.


그러지 않아도 어차피 효율적인 균열 공략을 위해 전문분석팀과 건강관리팀이 붙는다. 안전을 위해 경호도 붙고.


눈에 띄는 만큼, 스쳐 지나가는 눈이 많은 만큼 알아서 알려지게 된다. 오해를 사기 전에 미리 알리는 게 나았다.


“제가 퍼클러라는 게 밝혀지면, 신상에 나아질 게 하나 없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제 가족까지도요. 저를 옹호하는 사람들도 물론 많지만, 반대로 죽이려 드는 사람들도 많지 않습니까? 1점 줬다고.”

“아···!”


신은 언더월드란 게임을 만들었고, 균열 사태는 신이 지구에 언더월드의 세계관을 그대로 덮어씌운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누가 자기가 만든 게임에 1점 줬다고.


그런데 며칠 전부터 1점을 준 사람이 퍼클러가 아니냐는 의견이 속속들이 나왔다.

누구도 못 했던 각 스테이지의 –1, -5구역을 퍼펙트 클리어하고 있으니까, 해본 사람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것.


“혹시 장성진 플레이어님이 1점을···?”

“아, 아니, 예? 아, 아닙니다. 저는 언더월드란 이름도 얼마 전에 들었습니다.”

“하긴 그렇겠지요.”


뉴튜브에 악플 하나 달았다고 당사자한테 벼락을 날리는 게 신인데. 지금까지 살아있을 리가.


“어쨌든, 저는 숙련 플레이어보단 일반 플레이어로 계약하는 게 편하고 좋습니다. 김재희 과장님만 함구해주시면···관리처에서도 제가 계속 플레이어로서 균열을 공략하는 편이···.”


어쨌든 그냥 일반 플레이어 계약서나 내놓으라는 소리.


김재희는 그래서 머릿속이 복잡했다. 일반 계약은 약한데.

특별 관리 대상이 아니라 안전히 균열 공략을 위한 환경도 제공 못 하고. 의료지원도 못 하고. 장기적으로 보면 무조건 숙련 계약이 나을 텐데···.


하지만 당사자의 의견이 너무나 확고하다.


이해는 간다. 인터넷 좀만 봐도 1점 준 놈을 죽이겠다는 사람들이 널렸으니까.

어디 한국뿐이랴. 해외는 더 하면 더 했지, 부족하진 않았다.


그때 강철민 국장이 했던 말이 김재희의 스쳐 지나갔다.


‘뭘 요구하든 보고서 올릴 것 없이 일단 들어줘.’


계약을 임의로 수정해? 익명성 관련 조항 삭제?


“여기 일반 플레이어 계약서입니다.”


그건 좀.


일반 플레이어 계약 완료 후, 장성진은 재차 확인하듯 비밀을 함구해달라고 요구했다.


“비밀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근데···.”

“근데?”

“최소한 국장님과 처장님은 알아야 할 사안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두 분 만큼은요. 이건 저희가 일을 처리하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걱정은 하지 마십쇼. 두 분 다 정말 믿을 만한 분들입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알겠습니다. 근데 딱 그분들까지입니다! 부탁하는 입장으로서 좀 그렇지만, 그분들한테도 꼭 좀 전해주십쇼! 무덤까지 들고 갈 비밀이라고!”

“예, 걱정하지 마십쇼.”


계약이 끝나고, 장성진이 대기실에서 나가자 김재희는 탈진하여 의자에 픽 앉았다.


그러자 자연스레 등을 기대고 고개가 젖혀졌다. 천장 구석에 CCTV 카메라가 돌아가는 게 보였다.


저것도 지워야지. 혹시 모르니까.


영상 촬영 장치에 저장된 건···국장님과 처장님께 보여드려야 하니 일단 챙겨두고. 장성진 플레이어에 대해서 어떻게 할지는 그분들이 정하실 일이니까.


어쨌든 이 정도면 성공적이라···볼 수 있겠지?


적어도 퍼클러는 중국이나 일본에 넘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김재희가 그렇게 잠시 넋 나간 채로 있자, 백지연이 나타났다. 정확히 장성진이 균열에 들어가고 50분이 지난 뒤였다.


“헥헥, 저 왔어요! 장성진 플레이어님은요? 아직 공략 도중인가요?”

“아니. 끝났어.”

“···엥? 에엥?! 진짜요? ···계약은요? 정말 퍼클러셨어요?”


왠지 무척 분한 듯 보이는데. 평소에나 그렇게 열정적이지.

하지만 그것마저도 지금의 김재희는 픽 웃으며 받을 수 있었다.


“야, 장성진 그 사람. 완전 꽝이더라. 그래서 그냥 일반 계약만 하고 돌려보냈어.”



-



장성진이 성공적으로 계약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여동생 장민서와 어머니 김은혜가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생일상을 차리고 있었다.


이날만큼은 까탈스럽던 장민서도 어색하게 웃었고, 기운이 없던 어머니도 언제 그랬냐는 듯 활발하게 움직이셨다.


장성진이 생일날에도 집안에만 있을 때와는 다른 광경이었다. 이런 걸 준비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소했으나, 그렇다고 엄청 생소하진 않았다. 그의 아버지가 갇히기 전에는 자주 보던 풍경이었다.


이날 장성진은 생일상 앞에서 어색한 축하 노래를 들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모두가 어색했으나,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었음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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