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퍼펙트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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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루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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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4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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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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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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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퍼펙트 클리어 006화

DUMMY

2 스테이지는 숲을 빠져나가는 길목.


폭풍이 지나간 게 하필 루카스 도나웨일이 살던 집이고, 워낙에 엉망이 돼서 일단 이동하는데.


“그런데 기사님,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숲의 요정 픽시도 따라붙는다. 마찬가지로 그 현장에 같이 있었으니까. 다른 숲의 생명들한테 찍혀버렸다.


“레기온 왕국.”

“엥? 거긴 왜요? 완전 망했다던데.”

“그러니까 가는 거야.”


장성진이 하려던 말은 아니고. 언더월드의 주인공 루카스 도나웨일의 대사. 그냥 대사를 외워 줄줄 읊었다.


레기온 왕국은 전쟁 이후 황폐해져 망령들이 득실거리는 곳.

동시에 루카스 도나웨일의 고향이기도 했다.


그곳에 갈 생각을 하니, 픽시는 으슬으슬 몸을 떨었다. 그냥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아님 중간에 헤어져?


“···아! 방금 보호막은 기사님이 펼친 거예요?”

“글쎄.”


어깨를 으쓱하며 손에 남은 룬 파편을 보여주자, 픽시가 눈을 빛냈다.


“아! 룬이다! 룬이었구나!”

“룬?”

“네. 풀잎들이 그랬어요. 몇 년 전부터 바다 건너편에서부터 신비한 힘을 가진 돌이 넘어왔다고. 사람들은 그걸 룬이라고 부른대요.”


여기서부터는 스토리. 게임의 핵심 아이템인 룬에 대해서 얘기하는 구간.


프라하 대륙에서는 현재까지 보호, 폭발, 재생, 신속, 그리고 성장. 이렇게 다섯 가지의 룬이 발견되었고, 실시간으로 균열 공략 중인 현실에서도 마찬가지.


다행히 룬은 균열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서, 룬으로 인해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 듯.


작중에서 루카스 도나웨일은 룬의 힘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는 설정.

그래서 같은 룬 나이트인 장성진이 보호의 룬을 합쳐 수호의 룬으로 만든 것도, 보호의 룬의 힘을 최대한 사용했다는 취급.


“근데 룬은 어쩌다 나타난 걸까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진 않았을 테고.”


그거야 당연히.


“글쎄.”


장성진은 어깨만 으쓱였다. 루카스 도나웨일은 과묵한 설정이고, 스토리 대로 따라가려면 함부로 말할 수도 없다.


꼬르륵.


“으윽. 생각했더니 배고파졌어요. 어디 먹을 게···아! 저기! 나무에 과일이 있어요. 기사님이 따주실래요?”


폭풍 때문에 바닥에 널리고 널린 게 과일. 장성진이 그중 하나를 주워주자.


“이건 더럽잖아요. 저기 나무에 매달려 있는 신선한 거로 따주세요!”


바라는 대로 나무 앞까지 가니.


퍽!


안 그래도 떨어질 듯 말 듯 하던 과일이 타이밍 좋게 장성진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나이스! ···가 아니라! 까비~!”


숲을 날린 것에 대한 픽시의 원망은 깊고도 무겁다. 이런 소소한 복수는 모험 중간중간 계속되는 듯.


바로 그때.


“인간. 멈춰라.”


수풀 사이를 헤치고 나타나는 코볼트 7마리.


작고 날렵한 초록색 몸에 기다란 귀. 얼굴은 못생긴 개와 도마뱀 사이 어딘가.


금은보화를 밝히고, 고블린보다는 좀 더 청명하고. 고블린하고는 서로 영역 싸움을 하는 앙숙 관계.


“인간. 못 지나간다. 여긴. 우리 땅. 통행세. 내야 한다.”

“통행세?”

“코볼트···! 무척 피곤한 녀석들이에요. 교활한 데다, 여차하면 산개해서 도망치며 동료를 부르는 뿔피리를 마구 부르거든요. 그냥 원하는 거 주고 후딱 지나가죠.”

“반짝반짝한 거. 주면 비켜준다.”


엉성하게 묶은 돌도끼로 픽시를 가리키는 코볼트.


픽시가 은은한 연두색 빛을 뒤집어쓴 듯한 생김새인지라 큰 보석으로 착각한 모양.


“저거. 내놔라.”

“엥? ···저요?”

“자.”


장성진이 픽시를 들어 그대로 넘기자, 코볼트들이 흡족해하며 길을 비켰다.


“받았다. 인간. 지나가도 좋다.”

“자, 잠깐만요! 기사님! 기사니임!!”


장성진이 멀어질수록 픽시의 절규만 높아지는데, 어쩔 수 없다. 모든 건 스토리 대로.


그리고 코볼트들이 길을 비켜주면서 어느 정도 뭉쳤을 때.


촤악!


한꺼번에 베어낸다. 방금 한 번의 참격으로 4마리.


배반자의 검을 장비한 이후로 장성진의 움직임과 파괴력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무기 효과로 공격력 15에 전투력3이 올랐고, 반복된 퍼펙트 클리어와 룬 소환으로 얻은 성장의 룬 덕에 동렙 플레이어와는 이미 차원이 다른 수준.


후웅!


내디딘 발을 축으로 몸을 돌려 반대편에 있던 코볼트 두 마리도 벤다.


“캬륵!”


인지한 순간 동료 6마리가 나가떨어지자, 남은 코볼트 한 마리가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채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기, 기사님! 기사니임!!”


픽시를 들고 있던 코볼트였다.


가로수길처럼 일자로 뚫려 있는 길이 아니라, 서로 어지럽게 얽혀 있는 수풀로 들어간다.


뿌우우!


시끄러운 뿔피리 소리는 덤.


장성진은 곧바로 코볼트를 따라 수풀로 들어갔다. 시야를 가리고 앞을 가로막는 나뭇가지나 잔풀은 모조리 베어냈다.


수풀에 가려져 있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앞은 내리막길이었다. 장성진은 이를 알고 있어서 그래도 균형을 잡을 수 있었는데.


“꺄아아악!”

“끼에에엑!”


쿵!


도망치는 코볼트는 아니었던 듯, 절규와 함께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데구르르, 우지끈, 쿵! 이후 소리가 멎었고. 장성진 또한 바짝 따라붙어 나무에 부딪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코볼트를 마무리했다.


“으그극···.”


풀려난 픽시, 비틀비틀 날다가.


“기사님! 흑흑···! 장난이 너무 심하시잖아요!”

“미안해.”

“정말 미안한 거 맞나요!”

“진짜야.”


스토리 대로 진행해야 해서 어쩔 수 없었다.


원래 이렇게 도망치는 코볼트를 쫓아가다가···.


‘있다.’


수풀 안쪽에서 기절해 있는 백발의 노인.


주변이 풀잎과 잔가지로 무성한지라 그냥은 못 찾고 이렇게 코볼트를 쫓아야지만 운 좋게 만날 수 있었다.


원래 2-1 스테이지의 클리어 조건은 코볼트 5마리 처치.

5마리를 잡으면 겁이 많은 코볼트는 그대로 도망치는 장치.


하지만 7마리를 잡았음에도 클리어 표시가 뜨지 않았는데, 퍼펙트 클리어 조건인 백발의 노인이 아직 숨이 붙어 있었기 때문.


“앗. 이곳에 사람이!”

“회복시킬 수 있겠어?”

“잠시만요. 으음···힘들겠네요. 부상 깊고. 의식 없고. 생명력도 다 떨어져서 거의 시체나 다름없어요. 제가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으면 잠깐은 기운을 차리겠지만, 그 이상은···.”

“그거면 됐어.”

“으음. 알았어요.”


픽시가 노인의 위에서 빙글빙글 돌며 빛나는 가루를 떨어트렸다. 이내 노인이 기침을 뱉어냈고, 장성진은 품에서 재생의 룬을 꺼냈다.


“재생의 룬! 그건 또 어디서 구하셨대?”


언더월드에서 치료 수단은 재생의 룬과 포션, 이렇게 2가지가 있다.


둘 다 효과는 비슷. 느리지만 죽어가는 사람도 회복시킬 정도.


획득 수단은 클리어 보상 혹은 몇몇 스테이지에서 채취이지만, 포션은 프라하에서 아예 안 뜬다는 설정.


포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깨끗하고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숲에서 나는 호수가 필요한데, 반복된 전쟁으로 씨가 말랐기 때문.


장성진이 노인에게 재생의 룬을 사용하자, 초록 기운이 몸 전체에 감돌더니 마른 피부에 서서히 혈기가 돌기 시작하고, 상처도 느리지만 아물어갔다.


[2-1 스테이지 클리어]

[클리어 조건 : 코볼트 5마리 처치 5/5, 죽어가는 노인 살리기(완)]

[보상 : 마석 600g]

[공지 : 익명의 플레이어가 균열(프라하) 2-1 스테이지를 퍼펙트 클리어했습니다.]

[퍼펙트 클리어 보상 : 성장의 룬]


이번에도 퍼펙트 클리어.


조건을 보니 1-5 스테이지에서 픽시를 나무집까지 제대로 안내했으면 2-1 스테이지도 퍼펙트 클리어를 못 했을 듯.


균열 내용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플레이어가 어떤 방식으로 균열을 공략했느냐에 따라, 갈수록 달라지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


숲을 불태우면 다음 스테이지 환경은 불탄 숲으로 바뀌고, 조건 처치 수보다 많이 해치웠으면 위기감을 느낀 몬스터들이 더 몰려올 수도 있고 그런 식.


장성진의 최대 강점은 앞으로의 일들을 모조리 꿰뚫고 있다는 점.


섣불리 행동했다가 다음 균열 내용이 바뀐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티끌 모아 태산이란 말이 있듯이, 조금씩 바뀌다가 갑자기 엥? 할지도.


‘무조건 스토리 대로!’


그러면 적어도 퍼펙트 클리어를 실패할 일은 없다.


“픽시.”

“흥.”

“고마워. 네 덕분이야.”

“엥?”


하지만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퍼펙트 클리어도 했고.’


티끌 한 스푼 정도만.

그것도 티스푼.


원래 루카스 도나웨일은 이런 대사도 하지 않았다. 어지간히 과묵한 설정인지라. 필요한 말만 했다.


그러나 장성진은 언더월드의 주인공을 따라 할 뿐이지, 실제 언더월드의 주인공은 아니니까.


루카스 도나웨일은 멋지고 덩치도 무지 커서 말 없고 과묵해도 간지가 좔좔 흐르지만, 장성진이 말 없고 과묵하면 그냥 소심한 게임 폐인 1.


더러운 외모지상주의!


그리고 그 외모지상주의에 살아남은 현대인답게, 고개를 숙이거나 남을 칭찬하는 일이 익숙한 장성진이었다.


하물며 그 대상이 잘해주기로 마음먹은 픽시라면.


“···그런다고 제 기분이 풀리거나 하진 않거든요? 제 집을 몽땅 날려버린 거나, 코볼트한테 팔아넘긴 것도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툴툴거리는 픽시를 마지막으로, 2-1 스테이지는 끝.



-



서울시 동작동.

균열 관리처의 플레이어지원국장실.


“후우···.”


강철민 국장의 한숨이 깊다.


지난 며칠간, 관리처 건물에 피바람이 불었다. 아니, 대한민국 전체였다.


대한민국 플레이어 랭킹 1위 유해진의 죽음이 알려지자, 각종 언론 및 보도를 시작으로 국민의 여론이 심각하게 달아올랐다.


불타오른 여론이 향한 곳은 정부, 관리처, 그리고 플레이어 지원국.


왜 유해진을 죽게 내버려 뒀냐, 관리처랑 지원국은 뭐 했냐, 중국에 퍼주지 말고 국내 플레이어들이나 신경 써라 등.


이번 건을 빌미로 그동안 쌓아놨던 것들을 보따리 풀 듯 한 번에 풀어서 사방에서 이들을 옥죄어왔다.


그 여파가 고스란히 몸에 남아있는 듯, 강철민 국장을 비롯한 다른 과장들은 몰라보게 홀쭉해졌을 정도.


“다들 좋게 생각해. 그만큼 유철민 플레이어를 향한 국민의 사랑이 컸다는 것 아니겠나.”


강철민 국장이 먼저 운을 띄웠다.


“그래도 이렇게 한시름 덜어서 다행이지. 다들 이렇게 얼굴 보는 게 얼마 만이야.”


이 열기가 잦아들 수 있었던 이유.


며칠간 되는 대로 해명을 전부 했고, 진심 어린 사과도 했고, 그냥 시간이 흘렀던 것도 있으나.


“그래. 빨리하고 쉬어야 하니 어서 진행하지. 다들 이번 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마우스 드래그를 드르륵 굴린다.

각각 앞에 놓여있는 노트북 화면에는 한 플레이어 대한 정보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는 문서파일이 띄워져 있다.


주목해야 할 건 클리어 기록.


1 스테이지 올 퍼펙트 클리어. 2 스테이지도 2-3 스테이지까지 퍼펙트 클리어를 달리고 있는 익명의 플레이어.


“말도 안 되는 기록입니다. 베일에 감싸여 있던 1-1 스테이지부터 시작해서 2-3 스테이지까지 퍼펙트 클리어를 달성하다니. 저희가 이렇게 모일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이 익명의 플레이어 덕분입니다.”


안전관리과의 박민재 과장이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그들이 이렇게 모일 수 있었던 건 언론 및 국민의 관심이 이 익명의 플레이어에게 분산되었기 때문.


1-5 스테이지 클리어를 시작으로 유명해진 익명의 플레이어는, 이후 하루도 쉬지 않고 2-3 스테이지까지 퍼펙트 클리어를 달렸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던 기록.


바로 그때.


“···응?”


마우스를 유난히 움직이던 특수장비관리과의 신지수 과장이 멍하니 말했다.


“구, 국장님.”

“뭐야?”

“지금 2-4 스테이지를 퍼펙트 클리어했다는 기사가···.”

“···뭐?”


곧이어, 약간의 시간을 두고 강철민 국장과 몇몇 과장 앞에 검은색 홀로그램 창이 떴다.

익명의 플레이어가 2-4 스테이지를 퍼펙트 클리어했다는 공지였다.


순간 국장실이 조용해지더니, 곳곳에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박민재 과장이 말했다.


“이, 이건 기회입니다. 이 플레이어를 회유하여 언론에 내세울 수만 있다면, 저희 입장을 바로 세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장 있는 논란도···.”


흥분하여 익명의 플레이어의 효용성에 대해 연신 말을 잇는 박민재 과장.

강철민 국장이 도중에 말을 끊었다.


“박민재 과장.”

“예!”

“그건 우리에게 좋은 짓이지, 이 플레이어에게 좋을 짓이 아니잖아?”

“···.”

“명심해. 여기는 플레이어를 지원하는 기관이야.”

“예. 죄송합니다.”


정적이 흘렀다. 한번 경직된 분위기를 풀기란 쉽지 않다.


강철민 국장은 그사이 인터넷 기사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독보적인 기록. 이전까지 찾아볼 수 없었던 기록.


하지만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노릇.


그래서 플레이어 지원국이 있다. 능력을 각성한 플레이어들이 균열 공략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해주는.


“김재희 과장.”

“예, 예!”


플레이어관리과의 김재희 과장이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지난주에 플레이어를 몇 명 영입했지?”

“4, 4명입니다.”

“지지난 주는?”

“3명입니다.”

“그중에 의심 가는 플레이어는?”

“···없습니다.”

“앞으로는 이 익명의 플레이어를 영입하는 데 총력을 다하게. 얼마를 쓰든, 뭘 요구하든 보고서를 올릴 것도 할 것 없이 일단 들어줘. 이 플레이어마저 놓치면 우리는 끝이라는 거 명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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