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온라인 테이아

5월 둘째 주 (1)

[이번 삶 계산]

2차 직업 전직　　　 　+2

A급 기술 7개　　　 　 +7

생존 기간 한 달　　 　 +1

　　　　:

업적 E공략　　　　　 +1

업적 던전 보스(6)　 　 +1

업적 자비　　　　　　+1

업적 용의 쉼터　　　　+2

업적 도망(1,000)　　　+1

업적 D던전　　　　 　 +1

업적 던전 보스(10)　　 +1

업적 저축(400)　 　 　 +1

업적 3등급 던전 승리　 +2

업적 레벨 업 400　　　+1

리셋 점수 : 57

여기는 엄마의 자궁.

지난번 사망하고 테이아를 바로 나갔기에, 지금 접속하자 포근한 물속이다.

“개인 방송 시스템 가동.”

카메라와 티브이가 생겨나며 시청자들이 와르르 입장했다.

“어서 오세요, 채널 주인 신소율입니다.”

-······.

평소에는 인사말로 시끄러울 채팅창이 지금은 조용하다.

-57점? 농담이지?

-57이라니 그게 가능한 점수인가요?

-업적이 20개가 넘습니다! 어떻게 저럴 수 있죠?

유명한 채널 주인들도 30점을 넘기 힘든데, 신소율은 50점을 돌파했다.

-볼 때마다 놀랍다.

-이러다 100점 만점 가는 거 아냐?

신소율 채널에 처음 온 방문자만이 아니라, 오랫동안 함께한 시청자도 기가 막히기는 마찬가지.

-형이야말로 테이아 1인자 아닐까?

-에이! 얼굴 때문에 20점 감점이니까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

“어이쿠! 대낮부터 취하셨나 봅니다. 제 얼굴이 못생겨 보인다니.”

시작부터 시청자와 파이팅 넘치게 외모 배틀을 벌인 후 쇼핑을 시작했다.

[리셋 쇼핑]

[성형] [재능] [성장] [인연] [환생]

못 보던 목록이 하나 생겼다.

“환생?”

-형님, 업데이트 확인 안 하셨죠?

“아, 최근 업데이트한 게 이거구나!”

소식은 들었다.

“환생 업데이트는 어떤 효과가 있나요?”

-전생의 인연을 지니고 태어날 수 있데.

“전생? 설마 리셋이 취소된다는 말입니까?”

그럼 대박이다. 이전 삶을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다는 소리니까.

-아니. 레벨, 직업, 기술, 공략 랭킹은 리셋이야.

“그럼 의미가 없···지 않구나!”

시청자가 말하지 않은 게 하나 있다.

“던전!”

-응응. 환생하면 던전 주인의 자격을 가져올 수 있대.

“가격은 얼마 정도 하는데요?”

-F가 0, E가 1, D가 2.

“Y는요?”

-몰라, 친구 중에 D 이상이 없어.

“죄송합니다.”

사과하고 환생을 눌렀다.

[환생]

용의 쉼터 Y　　　　64

시골 던전 F　　　　 0

언데드 던전 E　　　 1

놀이공원 D　　　 　2

“아, 부족하네.”

부려 먹기 가장 좋은 던전, 용의 쉼터는 점수가 아쉽다.

-64점이래. Y던전은 선택하지 말라는 거네?

-로드님을 보면 그건 또 아니죠.

-그러니까 기가 막히지! 다음번이나 다다음에 용의 쉼터가 풀릴지도 모른다는 거잖아!

-미궁의 부활인가!

“미래의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고. 환생으로 한 던전만 선택할 수 있나요? 아니면 여러 던전을 가져갈 수 있나요?”

-몰라. 점수가 썩어 넘치는 사람이 아니고서 누가 여러 던전을 가져가겠어?

그 사람 여기 있다.

“그럼 어디. 시골 던전, 언데드 던전, 놀이공원 선택.”

[전생 ‘시골 던전’의 인연을 이어받아 환생합니다.]

[전생 ‘언데드 던전’의 인연을 이어받아 환생합니다.]

[전생 ‘놀이공원’의 인연을 이어받아 환생합니다.]

“되네?”

-헐!

단번에 3개 던전의 인연을 가져왔다.

소모한 점수는 고작 3!

“룰루랄라! 돈도 많이 남았겠다, 재능 쇼핑!”

2

던전 호황 : 획득 던전 점수 +25%

영웅 : 획득 경험치 +50%

행운 : 물품 습득 확률 +13%, 최대 50%

　　　　　　　　:

8

던전 호황 : 획득 던전 점수 2배

영웅 : 획득 경험치 3배

행운 : 물품 습득 확률 +50%

“어?”

재능을 살펴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거 뭔가요?”

2 영웅 : 획득 경험치 +50%

2 행운 : 물품 습득 확률 +13%, 최대 50%

8 영웅 : 획득 경험치 3배

8 행운 : 물품 습득 확률 +50%

2점 재능 중에서 8점과 비슷한 이름을 지닌 재능들이 추가됐다.

-그거 이번 업데이트에서 추가된 거야.

-영웅 재능은 인기가 살벌하잖아? 그래서 적은 점수로도 즐길 수 있게 2점 재능 추가했대.

“아하! 센스 있는 배려네요.”

작게 감탄하면서 신소율이 제일 먼저 선택한 재능은 초기 자본이다.

[초기 자본 : 시작 던전 점수 +30만]

-확실히. 나도 써봤는데 저거 은근히 괜찮더라고.

-인정! 써보기 전에는 2점 재능 중에서 제일 쓰레기라고 생각했는데, 한 번 써보니까 초반에 던전 키울 때 진짜 편해!

-아, 맞아. 형! 이번 업데이트로 모든 재능 중복된대!

“뭐라고요?!”

깜짝 놀란 신소율은 초기 자본을 다다닥 눌러봤다.

54

[초기 자본 : 시작 던전 점수 +810만]

-크크크, 시작 점수 810만.

54점을 모두 투자하니 무려 810만 원!

“810··· 810··· 810···.”

시청자들은 눈이 번들번들해져 당장 환생하려는 신소율을 말렸다.

-돈 때문에 영혼을 팔지 마!

-그래! 아무리 그래도 초기 자본에 54원 쓰는 건 아니다!

-정신 차려!

“헛!”

810만 원에 정신줄을 놓았던 신소율은 겨우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위, 위험했다. 초기 자본··· 무서운 아이!”

초기 자본의 치명적인 매력을 떨쳐내기 위해 다른 재능으로 눈을 돌렸다.

-소율 님! 이번에는 신생 던전 안 만드실 거예요?

-에이! 만들 필요가 없지. 이미 던전이 3개인데.

“만들 건데요?”

-진짜? 아니 왜?

“초심을 잃으면 안 되죠!”

신소율의 꿈이자 개인 방송을 하는 이유였던 연예인은 이미 이뤘다.

기획사와 정식계약을 맺고, 단역 배우로 영화 촬영도 시작했다.

기획사가 잡아준 가상 프로그램도 곧 출현할 테니, 이제는 다른 사람한테 자신 있게 연예인이라고 소개할 수 있다.

꿈은 달성했지만 신소율은 개인 방송을 그만둘 생각이 없다.

“개인 방송과 채널은 제 상징이자, 바탕이 되는 뿌리!”

뿌리가 탄탄해야 인기가 잘 자란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채널 수입이 가장 좋거든요! 정기적으로 들어오고!”

거기다 아직 신소율은 테이아의 전속 모델을 노리고 있었다.

[던전 온라인 테이아 전속 모델]

테이아 기업에서 모델을 뽑습니다.

모델로 선발된 분은 던전 온라인 테이아와 관련된 광고 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조건은 시즌5 이후 던전을 생성하고 Y등급으로 키운 던전 주인.

인원 제한은 없으며, 계약 기간은 5년입니다.

테이아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흥행을 일으키고 있다.

테이아의 전속 모델로 뽑힌다면,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까지 노려볼 만하다.

“월드 스타, 신소율!”

-이렇게 적나라하게 욕망을 밝히니 뭐라 할 말이 없네···.

-형, 오버는 그만하고. 그래서 이번엔 어떤 던전 갈 거야?

-저요! 저요! 바다 던전 추천합니다!

-저도요!

“마음이 맞았네요. 저도 바다로 나가려 했습니다.

푸르른 바닷물! 맛 좋은 어류가 가득한 해양!

“요새 테이아가 무덥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상 던전을 경영할 생각입니다.”

-정말 추천합니다!

-저도 거인들에게 리셋당한 후 바다로 나왔어요.

-시원한 바다, 좋아요!

테이아가 덥기는 덥나 보다.

예전 같으면 ‘동물 던전 가자, 알브 던전 가자.’ 이렇게 졸랐을 시청자들이, 오늘은 바다 던전으로 통일했다.

“이번 여름에는 바다로 던전이 몰리겠네요. 그럼 해상 던전과 어울리는 재능이 있나 살펴볼까요.”

-바다로 나가니까 부자, 행운. 어때?

-오! 약탈 조합.

-여기에 해적 직업까지 가면 트리플 크라운! 삼관왕이네!

“재밌겠는데요?”

부자 : 획득 금액 3배

행운 : 물품 습득 확률 +50%

던전을 해적선으로 만들어, 지나가는 선박을 약탈하는 일명 해적 던전!

해상 던전의 절반이 해적 던전일 정도로 인기가 많다.

-바다로 가면 지도 재능도 추천! 드넓은 바다에서 지도 재능은 필수지!

-난 바다에 갈 때마다 시력 올려주는 재능 익히는데, 이것도 좋아!

시청자들이 추천하는 재능들을 이것저것 구매하면서, 이번 던전의 테마를 정했다.

“해적왕이 될 테다!”

[장바구니] 57/57

6 초기 자본 : 시작 던전 점수 +90만 (3번 중복)

4 안경 : 시력 +4.0 (2번 중복)

4 멀리 : 사정거리 +20% (2번 중복)

4 복수 : 전생에서 자신을 죽인 종족에게 입는 피해 절반

적용 대상 : 불의 거인

4 거인 사냥 : 자신보다 생명이 많은 대상에게 피해 +30%

8 지도 : 주변 지형이 그려진다.

8 부자 : 획득 금액 3배

8 행운 : 물품 습득 확률 +50%

8 던전 호황 : 획득 던전 점수 2배

3 환생 : 시골 던전, 언데드 던전, 놀이공원

[성장]

유아기 건너뛰기　0　10살부터 시작

아동기 건너뛰기　0　15살부터 시작

성장기 건너뛰기　0　20살부터 시작

나이 건너뛰기　　0　현실 나이 시작

[인연]

흙수저　0

은수저　2

금수저　8

성장에 들어가서 나이 건너뛰기를 누르고, 흙수저를 선택했다.

쇼핑을 끝내자 안락한 어둠이 걷히며 빛이 밝아온다.

　　　　　*　　　　　*

“여보! 아기가 태어났소!”

“아가!”

“어머님, 아버님. 소자 신소율, 인사드리옵니다.”

사극풍으로 인사를 건네봤다.

“놀러 갔다 올게요!”

“저녁 먹기 전까지 올 거니?”

“배고프면요!”

“조심하렴.”

테이아의 주민들도 이제는 말하는 아기. 20살 체격의 아이를 출산하는 게 익숙해져, 생후 5분 된 신생아의 외출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번 부모님은 어부인가?”

신소율이 태어난 마을은 강을 끼고 사는 작은 강가 마을이다.

“강이 좁네.”

큰 강이면 강 위에 던전을 만들 텐데 폭이 애매하다.

“바다로 나가서 던전을 만들까? 그나저나 왜 이렇게 더워?”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땀이 흘러내린다.

-형님! 환생까지 했는데 옛 던전 방문 안 합니까?

-맞아요! 귀여운 어둑시니 보여주세요!

“말 나온 김에 지금 가볼까요? 위치가···.”

기억을 떠올렸다.

“달토끼가 1시, 어둑시니가 12시, 정령이 5시 나라. 거리상으로는 시골 던전이 가깝네요.”

신소율이 태어난 마을은 2시 나라 변두리에 있는 마을이다.

-1시에 들렸다 12시 가면 되겠네.

-출발!

신소율은 떠나기 전에 엄마한테 구리 동전 5개를 용돈으로 받았다.

“기차표 값이 필요해.”

“어디 가려고?”

“해외!”

생후 1시간 된 아이가 해외여행을!

엄마가 기차에서 까먹으라고 삶은 달걀을 챙겨줬다.

이유식을 달걀로 시작한다.

마을 역에서 표를 사고 증기 기관차에 탑승했다.

“음···.”

-왜 그래?

“뭔가 잊어버린 것 같은데 그게 뭔지 기억이 안 나서요.”

-그럼 중요한 거 아니겠지.

“그렇겠죠?”

깔끔하게 납득하고 좌석에 앉았다.

오늘 촬영 없어서 찾아갈 테니, 기다리고 있으라는 여자친구의 말을 떠올리지 못한 신소율이다.

　　　　　*　　　　　*

동굴 앞에 선 신소율한테 글자가 나타났다.

[시골 던전]

등급 F

주인 신소율

공략 조건 5개

등수 : 3등

시간 : 4분 안에 완주(마법, 지원, 생활 계열 직업은 8분)

도둑질 : 토끼 머리띠 뺏어서 완주

술래 : 달토끼가 완주하기 접에 접촉

도망 : 라쿤에게 잡히지 않고 완주

공략 횟수 666,999,777

거의 두 달 만에 돌아온 시골 던전.

-공략 횟수가 육억을 넘었어요!

-아주 부지런히 털렸네!

-하긴 로드님이 만든 던전은 유명하니까.

-나도 방문했어. 형님이 시골 던전 공략한 방송 보고 따라 하려고.

-후후후. 저도 그 영상을 보고 혼자 놀기 업적을 얻었죠!

개인 방송을 보고 찾아온 관광객 겸 공략자들이 많다.

던전 정보를 본 신소율은 기쁨을 담아 소리쳤다.

“오! 주인이 신소율이에요!”

다른 던전과 다르게 시골 던전은 파산한 후 리셋했다.

“그래서 환생 시스템이 파산한 주인 자격을 이어주는 건 아닐지 걱정했는데··· 제대로 돌아왔네요!”

동굴 안으로 걸어갔다.

오랜만에 돌아왔지만 외형은 큰 변화가 없었다.

뛰어다니기 좋은 푸른 초원과 언덕들.

마침 침입자로 보이는 검사, 궁수, 도둑들이 초원을 달리는 모습이 보였다.

“저런.”

1등으로 달리던 도둑이 미끄러운 거품 바닥에 넘어지면서 순식간에 4등으로 추락.

아직 희망을 버리기에는 이르다.

1등으로 올라섰던 궁수가 대형 줄넘기 함정에 걸리면서, 엇박자로 돌아가는 줄넘기에 뒤따라 진입하던 선두 그룹도 우당탕이니까!

-근데 달리는 선수 중에 달토끼가 하나도 안 보이네?

-10인 달리기잖아. 사람들이 10명 이상 참가하면 공략자끼리 경쟁해.

초창기에 신소율이 달토끼 9마리와 달리기 시합한 걸 생각하면, 시골 던전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기는 했다.

함정에 고생하는 사람들을 즐겁게 구경하는 사이, 던전 안쪽에 있는 언덕 아파트에서 한 무리가 뛰어와 신소율 앞에 일렬로 정렬했다.

달토끼 11마리와 라쿤 10마리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어서오세요, 주인님!”

토끼들의 대표인 듯 한 달토끼가 앞으로 나섰다.

“주인님, 돌아오셨군요.”

“너, 래로냐?”

[래로래빗]

직업 : 태권도 선수 308레벨

기술 : 기다란 방패A, 이단 옆차기A

직위 : 언덕 단장

시골 던전의 최초 보스, 래로래빗이다.

“옆에 있는 애들은?”

[루리루리]

직업 : 마술사 303레벨

기술 : 함정간파A, 눈속임A

직위 : 정찰 반장

[라라로로]

직업 : 건축가 262레벨

기술 : 설계도면B, 벽돌 쌓기B

직위 : 작업 반장

[리리르르]

직업 : 농부 264레벨

기술 : 농사B, 허수아비B

직위 : 식량 반장

[업적 던전 보스(20) 달성!]

던전 보스가 20명이다.

리셋 점수 +1

-헉! 20마리가 모두 보스라고?!

신소율 앞에 정렬한 21마리의 달토끼와 라쿤은 모두 직위를 가진 보스!

-우와! 달토끼 보스가 이렇게 많이 있는 건 처음 봐요!

-최약체인 초식 동물 보스가 21마리라니··· 이건 다른 의미로 경악이다!

21마리 중 절반이 농부, 건축가, 공예가. 심지어 요리사도 하나 있다.

대부분이 비전투 직업이지만, 최약체 종족인 달토끼와 라쿤 보스가 이렇게 많은 건 놀라운 일이다.

“훗.”

신소율은 거만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쳐다봤다.

“제가 말씀드렸죠? 농사와 마을은 짐승 종족의 성장 확률을 촉진한다고. 이게 바로 밭농사와 마을의 힘입니다!”

초창기 시골 던전을 운영할 때 쓸데없는 논, 밭을 늘린다고 시청자들이 얼마나 무시했던가!

오늘에서야 그 서러움을 풀었다.

-불과 두 달 사이에 보스가 두 자릿수로 늘어나다니!

-로드님 표정은 마음에 안 들지만···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네!

“하! 역시 난 멋져.”

잘난 척을 실컷 한 뒤 던전을 점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