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온라인 테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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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잎
작품등록일 :
2024.07.26 19:47
최근연재일 :
2024.09.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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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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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5월 둘째 주 (7)

DUMMY

-축하해 주세요! 로드님 말 듣고 상선 여섯 척 털었더니, 드디어 황소상어가 보스로 성장했습니다!

-부럽네요! 저도 해상 던전이나 갈걸.


신소율이 방송하는 날은 테이아 커뮤니티가 그의 이름으로 도배된다.

오후 방송이라서 생방송을 보는 시청자는 많지 않지만, 방송이 끝나는 저녁 시간대에 시청자가 몰려들어 시장통을 이룬다.


그런데 오늘은 커뮤니티가 한산했다.


-오늘은 사람이 적네요?

-모르셨어요? 지금 신소율, 개인 방송하고 있어요.

-네? 지금 저녁 6시인데요?


오후 방송. 그것도 3시 50분까지만 칼같이 일하던 공무원 채널 신소율이 처음으로 6시를 넘겼다.


-앗싸, 보러 가야지!

-나도 야근만 아니면!


야근하면서 커뮤니티에는 왜 접속한 건지 넘어가자.


     *     *


“브라키소, 왼쪽.”


신소율과 나비를 안고 있는 브라키소가 뒤에서 날아온 불덩이를 피했다.


“질겨!”


신소율은 짜증이 났다.


예정에 없던 잔업 방송.

오늘도 조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데, 수르트가 퇴근시켜 줄 생각을 안 한다.


열매도시에서 시작한 술래잡기는 5시 나라의 소나무 도시, 밤나무 도시를 걸쳐, 4시 나라의 맹그로브 도시를 지나, 해안까지 이어졌다.


[지금 멈추면 한 방에 죽이겠다!]


도발 상태는 진작에 끝난 수르트지만, 세 시간 넘게 추격전을 벌이다 보니, 이제는 서로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됐다.


잔업에 시달리는 신소율도 치가 떨리기는 마찬가지.


“대머리 거인! 지금 추격을 그만두면 너에게 사과하겠다!”

[사과? 진짜냐?]

“거짓말이지. 그걸 믿니?”

[크아아!]


그래도 깐죽거리는 걸 멈추지 않는 게 바로 신소율이다.


“어휴.”


나비는 이놈의 입이 방정인 남자친구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 주둥이 때문에 불의 거인들에게 쫓기는데도 반성하는 기색이 없네.


“그래도 자기주장이 강한 게 매력이지, 멋져!”


나비 눈에 다이아몬드로 만든 콩깍지가 씌었는지 벗겨지질 않는다.


하지만 입방정이고 뭐고, 이제 슬슬 선택해야 한다.


“소율아, 브라키소 한계야.”


브라키소는 그림자 종족의 우월한 이동기술, 그림자 걸음으로 수백 m씩 이동하지만,

초대형 거인 수르트도 한 걸음마다 10m는 가볍게 뛴다.


비교하면 속도는 엇비슷.

결국은 지구력 싸움이다.

정확히 수르트는 두 다리로 뛰니까 체력.

브라키소는 기술을 사용하니까 마나.


“주인님, 마나가 고갈됐습니다.”


지금까지는 마나를 회복하는 커피로 버텼지만, 그걸 하루에 스물네 잔 넘게 마시니까···.


[커피에 중독됐습니다.]

이틀 동안 커피 효과 절반


담배중독보다 무섭다는 커피 중독에 빠졌다.


“여기 커피 두 잔, 이왕 중독된 거 확확 마셔!”


커피 중독된 부하에게 커피를 마구 먹이는 주인!

신소율이 무턱대고 커피만 믿는 건 아니다.


쏴아, 철석철석.

“왔다!”


푸르른 수면과 비린내 나는 바닷바람이 세차게 볼을 때린다.

네 시간 가까이 술래잡기를 벌이다 보니, 테이아 남동쪽의 열매도시에서, 동쪽 끝인 해안가까지 마라톤 완주를 달성했다.


“브라키소! 골인 지점이다!”


골대는 당연히 해안가에 정박시킨 신소율의 해상 던전.


“그림자 걸음.”

“도착했다!”

“주인님, 돌아오셨습니까?”

“인사는 나중에!”


갑판에 올라가자마자 재빨리 배의 핸들인 키를 잡았다.


“던전 기술, 항해 중! 지진 보험! 화재 보험!”


[던전 기술 항해 중 발동!]

던전 항해 속도 2배

9 : 59


[던전 기술 지진 보험 발동!]

던전 시설 피해 –20%

9 : 59


[던전 기술 화재 보험 발동!]

불 피해 –10%

9 : 59


던전이 급하게 바다로 출항한다.


[여기는!]


8초 차이로 수르트도 해안가에 들어섰다.


“꺅! 괴물이다!”

“도, 도망가! 저거 수르트야!”


해안가에서 놀던 연인 몇 쌍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고 있지만, 수르트의 눈에 저런 날벌레 따위는 들어오지도 않았다.

수르트가 노려보는 건, 저기 바다로 향하는 선박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얄미운 인간!


[이 비겁한 인간! 돌아와라!]


바다, 물로 가득한 환경.

불의 거인에게 이곳만큼 떨떠름한 장소도 없다.


갑판 난간으로 올라가 손을 흔들어 주던 신소율은 당당하게 소리쳤다.


“네가 날 잡겠다고 했지, 내가 널 잡겠다고 했냐? 올 거면 네가 와야지, 내가 왜 거기로 가겠어?”

[그, 그건···.]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다.

수영을 못해서 모래사장에서만 놀고 있는 수르트를 향해 신소율은 상큼하게 웃어줬다.


“풉!”


비웃음을.


[화염 폭풍!]


지옥불로 이루어진 거대한 불의 폭풍이 모래사장에 생겨났다.

열매도시의 전장에서도 사용하지 않은 광범위 마법을, 신소율의 이죽거림을 참지 못하고 발동한 것!


숲이라면 대지만이 아니라 공중까지 반경 수백m를 일시에 검은 사막으로 만들 위력이지만, 이곳은 환경이 너무 안 맞았다.


푸른 바다, 물바다.

아무리 지옥불이라도 500m 해상을 지나는 동안 위력이 눈에 띄게 약해졌고···.


“터트려라! 물풍선.”


펑!

신소율도 아니고 나비의 물 마법에 수명이 다했다.


지옥 군주의 기술을 파괴한 나비가 도도한 표정으로 수르트를 내려다보며 입을 가렸다.


“풋!”

[크악!]


연인은 닮는다더니, 인간 한 쌍에게 제대로 농락당한 지옥 군주!

분노를 참을 수 없는지 그의 몸에서 용암이 분출하듯 화염이 솟구쳤다.


[네가 바다 위에 숨는다면, 이 바다를 태워버리겠다! 무스펠헤임!]


화르르!

모래사장에 불꽃이 솟구치며, 신소율의 던전은 장난감으로 보일 정도로 거대한 궁전이 솟아났다.


불 지붕, 불기둥, 불 벽, 불 창문.

불로 이루어진 왕성, 무스펠헤임이 해안가에 소환된 것!


테이아 남부인 5시와 6시 나라 사이에 있던 무스펠헤임이, 4시 나라 해안가로 옮겨졌다.


“어···.”


신소율은 등골이 싸해졌다.


불의 궁전 앞에 새하얀 모래가 쌓인다.

궁전에 닿은 바닷물이 증발하면서 소금이 마대자루처럼 쌓이고 있다.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화력!


“이거 설마··· 속력 올려!”


신소율은 더 깊은 바다로 향했다.

해안가에서 600m 이상 떨어져 있는데도 안심이 안 됐다.


[나와라! 세상의 종말을 가져오는 검!]


쿠구궁!

대지가 갈라진다.

불의 왕성이 초코파이처럼 나눠지며, 갈라진 대지에서 용암 같은 붉은 액체가 역류했다.


“저건?”


용암 위에는 특이하게 관처럼 직사각형의, 9개나 되는 자물쇠로 잠긴 무쇠 상자가 떠 있었다.


딸칵, 딸칵, 딸칵.

수르트가 다가가자 9개의 자물쇠가 차례대로 풀리며 상자가 열렸다.

그리고 팔을 뻗은 수르트의 손에 한 자루의 검이 들렸다.


[레바테인!]

훅.

“엎드려!”


수르트가 검을 수평으로 휘두르자, 신소율은 반사적으로 나비 머리를 누르며 소리쳤다.

브라키소도 주인을 덮었다.


화르르, 후끈후끈!

“앗 뜨거워!”


공기를 가르며 날아온 불꽃이 던전을 스치고 지나갔다.


“브라키소, 살았냐?”

“······.”


대답이 없다.

열기로부터 주인과 나비를 지키느라 브라키소의 생명은 2%. 빈사 상태다.


“배 안에 들어가 있어, 회복을 최우선으로.”


대답할 힘도 없는지 브라키소가 주인 그림자에 녹아든다.


신소율은 빠르게 던전을 살폈다.

털이 그을린 해달 쉰넷과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오징어 마흔여덟.

그나마 방어력이 높은 소라게는 열일곱밖에 사망하지 않았다.


“상점 열어. 음료.”


던전 상점에서 생명을 회복시켜 주는 사과주스를 500병 사서 던전 부하들한테 던졌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난간으로 올라가 수르트를 쳐다봤다.


“어이, 대머리! 선물 잘 받았다. 그럼 작별!”

[네가 바다로 숨는다면, 나는 바다를 불태울 것이다!]

“나, 온천 별로 안 좋아해.”


정중하게 거절하려는데 수르트가 먼저 말했다.


[레바테인, 바다를 불태워라!]


휙!

냅다 검을 던져버리는 수르트.

물론 그 방향이 신소율의 던전인 건 당연하다.


“던전 진화! 던전 이사! 지금 당장 가!”


번쩍!

던전이 사라진 해상 위를 레바테인이 스쳐 갔다.


번쩍!

그리고 동남쪽으로 500m 떨어진 바다 위로 던전이 나타났다.


“딸꾹! 딸꾹!”


검이 날아온 순간 두 눈을 꼭 감았던 나비는 딸꾹질을 해댔다. 어지간히 놀랐나 보다.


놀라기는 신소율도 마찬가지.

설마 레베테인을 던질 줄은 몰랐다.


“혹시?!”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레바테인이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건 아닌지 확인했다.


“아따, 멀리 가네.”


다행히 유턴 기능은 없는지 계속 날아가다 수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신소율은 무기를 날린 수르트를 쳐다보며 비웃으려 했다.

저 검을 피하려고 급한대로 던전을 진화시켰다.

앞으로 무리하게 낼 던전 집세를 생각하니, 화풀이라도 하지 않으면 화병에 걸릴 상황!


[하하하!]


그런데 무기를 날려버린 수르트가 웃고 있다.


[불타는 바다 위에서 벌레처럼 바동거려라, 인간이여!]


그렇게 자기 할 말만 하고 불의 궁전 안으로 쏙 들어가 버린 수르트!


“와, 매너 보소? 혼자만 말하고 끊어? 그러니까 네가 여친이 없는 거야 임마!”


수르트가 자기한테 매너를 배웠다는 걸 신소율은 눈치채지 못했다.


나비가 흥분한 남자친구의 팔을 잡았다.


“그보다 딸꾹! 소율아, 딸꾹! 빨리 딸꾹! 도망가자!”

“상황 파악부터 하고. 저 다혈질이 순순히 물러갔다는 건, 날 물 먹일 일을 해놨다는 건데.”


짐작 가는 부분이라면 역시 수르트의 검, 레바테인.


“수평선 너머로 홈런을 날리다니? 무슨 생각인 거-.”


말하던 신소율은 여자친구를 쳐다봤다.


“지금 나만 더워?”

“응? 그러고 보니 갑자기 숨이 턱턱 막히네! 아, 딸꾹질 멈췄다.”


신소율과 나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모락모락.

마치 사우나에 온 것처럼 바다 공기가 후덥지근해지고, 아래에서 김이 올라오고 있다.

서둘러 난간으로 달려가 바다를 내려다보는데···.


“맙소사!”


부글부글.

바다가 끓고 있다.


     *     *


던전 온라인 테이아가 뒤집어졌다.


-이건 아니잖아!

-한여름이냐? 여름이냐고!

-온천 즐기러 멀리 가지 마세요. 바다가 온천 같아요!

-야호! 신난다! 땀이 멈추지 않아!


던전 무스펠헤임의 등장으로 초여름 같던 날씨가, 한순간을 기점으로 한여름으로 변했다.


일의 발단은 수르트의 무기. 세상을 불태우는 검, 레바테인.

바다에 빠진 레바테인이 무시무시한 화력으로 바닷물을 데우고 있다고 한다.


-나가고, 셀키고. 평소에는 적대적이던 바다 종족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이벤트가 쫙 떴습니다!

-우리 할아버지가 어부인데, 그물에 잡힌 킹크랩도 부탁하더래요! 바다를 돌려달라고!


해상 던전을 가진 주인은 물론, 휴양하러 바다에 놀러 온 관광객까지.

바다에 사는 종족들이 직업, 레벨을 가리지 않고 플레이어에게 이벤트를 내주고 있다.


-보상도 어마어마해. D해저 던전을 준다는 것부터, 세이렌 공주와 결혼 약속까지!

-테이아 역대 최고 이벤트입니다. 그러니까···.

-누가 좀 해결해!

-아무나 해결해라!


이벤트도 좋다. 하지만 찜통으로 변한 더위 때문에 짜증이 먼저!


-이 사고뭉치 로드는 또 어디 간 거야!


일의 원흉인 신소율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한가득이다.


     *     *


“헉헉!”


신소율은 달렸다.


테이아를 나와서 시계를 보니 6시 7분.

어린이집 평소 하원 시간은 4니까, 2시간이나 지났다.


오늘도 잔업이 있는 형을 대신해 조카의 하원을 맡기로 했는데, 못돼먹은 거인 때문에 한참 지각했다.


“도착!!!”


전력질주로 어린이집에 도착하자, 오렌지 주스에 빨대를 꽂아 쪽쪽 마시는 조카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


삼촌을 발견한 신하나는 마시던 오렌지 주스를 등 뒤로 숨기고, 고개를 푹 숙이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나, 슬펐어··· 삼촌이 안 와서.”

“···미안해.”


주스를 숨기는 행동은 이해가 안 갔지만, 슬펐다는 조카의 말에 신소율은 죄인이 된 기분이 들었다.


‘바보 같은 짓을 했어···.’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한 날에도, 신하나는 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며 어린이집에 늦게까지 있었다.

조카한테 지각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었다.


미안함에 신소율의 표정이 굳어지자, 하나 옆에 있던 어린이집 선생님이 웃음을 터트렸다.


“호호, 하나가 삼촌을 정말 좋아하나 보네요. 이런 장난을 치는 걸 보니.”

“장난이요?”

“방금까지 하나랑 같이 삼촌 방송을 보고 있었거든요.”


요새 국내에서 여가 생활을 하는 사람치고 테이아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어린이집 선생님도 가상 방송을 시청하는 건 물론, 신하나의 삼촌이 테이아의 유명인이라는 걸 알고 있다.


“평소에는 딱 맞춰 오시던 분이 오늘은 늦었길래, 채널에 들어갔죠.”


그랬더니 아파트보다 거대한 거인과 추격전을 벌이는 삼촌이 보였다.


“우와! 커요!”

“어머! 어머!”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추격전을 시청하다 보니, 어느새 개인 방송이 끝나 있었다.


‘방송이 끝났으니 곧 오겠지?’라고 생각해서 가방을 메고 있는데, 벌써 왔다.


“정말 빨리 오셨네요. 방송 끝난 지 2분밖에 안 됐는데.”


어린이집 선생님이 신하나를 보며 웃어줬다.


“삼촌이 하나를 정말 좋아하나 봐.”

“히히!”


장난을 들킨 신하나는 이가 보일 정도로 웃으며 다시 오렌지 주스를 마셨다.

허탈감에 다리가 풀려서 바닥에 주저앉은 신소율은, 조카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힘없이 들어줬다.


“우리 공주님, 여배우로 나가도 되겠어. 연기가 여우주연상 감이야.”

“여우 알아! 귀가 세모난 멍멍이야! 하나, 여우 닮았어?”


그 여우가, 그 여우가 아니라고 한참을 설명했다.




오렌지색으로 물든 구름을 보며, 신하나는 삼촌 손을 잡고 집으로 가고 있다.


“귤!”

“호박.”

“당근!”

“파프리카.”

“또··· 또··· 망고!”


주황색하면 생각나는 걸 말하는 놀이를 하는 도중, 아이디어가 떨어진 신소율은 말을 돌렸다.


“좀 있으면 하나 생일이네.”

“몇 밤 자고?”

“어디 보자. 1, 2,··· 15밤. 자고”


15밤. 그게 몇 밤인지 잘 몰랐기에 신하나는 다른 걸 물었다.


“선물도 줄 거야?”

“외곽에 동물원이 새로 생겼대.”


동물원! 동물을 잔뜩 볼 수 있는 곳!

눈이 유리구슬처럼 동글해진 신하나가 소리쳤다.


“펭귄! 돌고래! 참치!”

“아니, 아니, 걔네는 수족관이지.”


     *     *


딩동.

이른 아침에 메신저가 왔다.


치카치카 양치를 하면서 삼촌 스마트폰으로 펭귄 동영상을 보던 신하나는, 부엌에서 설거지하는 삼촌을 향해 뛰어갔다.


“딩동 왔어!”

“삼촌 설거지하니까 대신 읽어줘.”


신하나는 있는 힘껏 읽었다.


“자기야! 오늘! 테이아! 갈 거야?!”

“느낌표 빼고.”


하나는 목에 들어간 힘을 풀었다.


“여기저기서 지금 자기 욕하느라 난리도 아니야. 삼촌! 자기가 뭐야?”

“소혜 이모가 삼촌을 부르는 별명이야. 그나저나 그렇게 덥나?”


어제는 정신이 없어서 커뮤니티와 가상 뉴스를 못 봤지만, 테이아가 어떻게 변했을지, 사람들이 자기 욕을 얼마나 하고 있을지 대강 예상은 됐다.


“좋아! 오늘은 쉬어야겠다.”


욕먹은 김에 하루 푹 쉬면서 대책이나 세워야지.


딩동.

새로운 메신저가 도착했다.

이번에도 신하나가 멍때리는 목소리로 읽었다.


“일단 접속하는 게 자기 신상에 좋을 것 같아. AC 방송사 채널 틀어봐.”

“음성 검색, AC 채널.”


음성 인식이 되자 스마트폰에 AC 방송이 나왔다.


“네! 여기는 드래곤 로드의 해상 던전입니다!”


익숙한 선박이 보인다. 신소율의 배 던전이다.

특이하게 신소율 던전 옆에 크루즈급의 초대형 선박이 붙어 있었다.


“현재 해적 여왕 초우 시아가 드래곤 로드의 던전을 포위한 상태이며, 그가 테이아에 접속하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초우 시아의 입장을 들어 보겠습니다!”


아나운서가 붉은 머리카락을 두 가닥으로 딴 중년 여성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아아, 신소율! 당장 테이아에 접속해라. 바다를 이따위로 만들어 놓고 내빼는 건 아니겠지? 만약 한 시간 내로 접속하지 않는다면···.”


여성이 손을 들어 올리자, 크루즈 선박이 참치 어선 규모의 왜소한 신소율 던전에 바짝 접근했다.


“던전 싸움을 벌여 네 던전을 몇 번이나 박살 내겠다. 다시 한번 전한다. 신소율! 테이아에 접속해라!”


리셋 업데이트 이후 두 번째로 C등급 던전을 키웠다고 알려진 초우 시아.

바다를 주름잡는 해적 여왕이 영광스럽게도 직접 호출했다.


신소율은 울상을 지으며 조카를 쳐다봤다.


“삼촌, 일하러 먼저 갈게. 아빠 세수하고 나오면 하나도 어린이집에 출근해.”

“우와! 삼촌 아침에 일하러 가니까 어른 같아!”

“···그동안은 어른이 아니었어?”

“음.”


고개를 갸웃하며 고민하던 하나가 말했다.


“철없는 어른?”

“정답이잖아?!”


     *     *


테이아에 접속한 신소율을 가장 먼저 반긴 건, 크루즈 선박도, 해적 여왕도 아니다.


“찜통이네.”


후끈한 더위가 가장 먼저 반겼다.


“너 때문이라는 자각은 없어?”


기다리고 있었는지 갑판에 선 해적 여왕 초우 시아가 거칠게 물었다.


“없는데요? 아니, 있습니다! 많습니다!”


초우 시아가 권총 피스톨을 미간에 대자 재빨리 정정했다.


[4시 나라에 현상금이 걸렸습니다.]

현상금 : 보석 동전 100개


다행히 총알은 날아오지 않았고, 대신 문자가 떴다.


“그리운 현상금.”


신소율은 너그럽게 현상금을 이해했다.


테이아 남동쪽에 자리 잡고 있어 상대적으로 지옥불 세력과 연관이 없던 4시 나라.

그 평화로운 나라에 무시무시한 무스펠헤임이 하루아침에 이사를 왔다.

신소율 때문에!


“쪼잔하게 100개가 뭐야? 걸 거면 팍팍 걸지.”


예전 잘나가던 시절에 신소율 목에 걸린 현상금은 보석 동전 1억 개였다.


“혼잣말은 끝났냐? 그럼 비즈니스를 시작하자.”


초우 시아가 AC 방송사 스태프가 준비한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지금 상황은 알지?”

“저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자랑이다. 알면 해결법 내놔.”

“일단 목적부터 공유하죠. 초우 시아 씨가 원하는 게 수르트 처치입니까? 바다를 원래대로 돌려놓는 겁니까? 레바테인을 찾는 겁니까?”

“바다. 바다만 돌아오면 수르트 따위는 내 알 바 아니야.”


바다에서 활동하는 초우 시아에게 중요한 건 바다뿐이다.


거기다 초우 시아는 동쪽 바다를 지배하는 인어 종족. 세이렌 왕에게 바다를 돌려놓으라는 이벤트를 직접 받았다.

그녀는 이벤트 보상으로 던전에 잠수함 능력을 요구했고.


초우 시아가 물었다.


“근데 레바테인이라면 불의 검을 말하는 거지? 그거 소유할 수 있는 거냐?”

“물건인데 당연하죠.”


반짝!

초우 시아의 눈이 탐욕으로 물든다.

그녀는 바다의 모든 보물을 가지고 싶은 해적!


“바다를 온천으로 만드는 검! 그걸 가지게 된다면 해적왕이 될 수도 있어!”


욕망 아줌마가 타오르는 동안, 신소율은 개인 방송을 켰다.

평소 방송하던 시간대는 아니지만, 이른 아침이라 할 것도 없다.


-어? 이 시간에 방송 열렸네?

-형! 바다 좀 어떻게 해봐!

-로드님! 더워요! 덥다고요!

-야! 신소율!


괜히 켰다.

채팅창이 아침 인사 대신 불만으로 가득했다.


“여러분 진정하세요. 저도 책임감을 느껴서 이렇게 해적 여왕인 초우 시아 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에이! 형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협박 때문에 억지로 온 거겠지.


시청자가 자신을 너무 잘 안다.


-형, 어떻게 해결할 거야?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겁니까?

“혼자서는 힘들죠.”


이건 한, 두 명이 해결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어디 보자. 사다코는 나처럼 코가 꿰였으니 참가할 테고. 유레카 씨는 빚이 있으니 부탁하면 도와주겠지.”


용의 쉼터에서 신화학자로 전직하는 데 신소율의 도움이 컸으니까.


“잔느와 란슬롯 씨. 수르 형님과 슈 누나가 있으면 쉽게 갈 수 있는데.”


능력 있고 친분 있는 네 사람을 떠올랐지만, 뒤에 떠오른 두 명은 제외했다.


“부탁한다고 찾아올 사람들이 아니니까. 남은 사람은 잔느와 란슬롯 씨네.”


시한부로 어둑시니가 됐을 때 잔느에게 맞아 죽은 적이 있으니, 그걸로 엄살을 부리며 끌어들일 수 있겠지.


주변에서 카메라맨과 함께 쳐다보던 AC 방송사 아나운서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벌써 멋진 계획을 준비하신 건가요?”

“일단 인원 편성은요.”

“필요한 게 있다면 카메라를 보며 말씀해 주세요! 많은 분이 참여를 원할 테니, 그분들도 준비할 수 있게요!”


신소율은 잠깐 생각한 후, 카메라맨이 든 카메라를 그윽하게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준비물. 사랑, 용기, 희망. 아, 솔로는 사랑 대신 우정도 인정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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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5월 셋째 주 (3) 24.08.25 42 2 18쪽
53 5월 셋째 주 (2) 24.08.25 44 6 13쪽
52 5월 셋째 주 (1) 24.08.24 45 5 13쪽
» 5월 둘째 주 (7) 24.08.24 45 5 21쪽
50 5월 둘째 주 (6) 24.08.23 45 5 21쪽
49 5월 둘째 주 (5) 24.08.23 51 6 17쪽
48 5월 둘째 주 (4) 24.08.22 50 5 15쪽
47 5월 둘째 주 (3) 24.08.22 45 5 13쪽
46 5월 둘째 주 (2) 24.08.21 45 5 14쪽
45 5월 둘째 주 (1) 24.08.21 44 5 15쪽
44 5월 첫째 주 (4) 24.08.20 50 5 20쪽
43 5월 첫째 주 (3) 24.08.20 44 5 15쪽
42 5월 첫째 주 (2) 24.08.19 50 5 14쪽
41 5월 첫째 주 (1) 24.08.19 48 5 14쪽
40 4월 넷째 주 (4) 24.08.18 54 5 14쪽
39 4월 넷째 주 (3) 24.08.18 55 5 15쪽
38 4월 넷째 주 (2) 24.08.17 59 5 13쪽
37 4월 넷째 주 (1) 24.08.17 55 5 13쪽
36 4월 셋째 주 (6) 24.08.16 52 5 12쪽
35 4월 셋째 주 (5) 24.08.16 56 5 13쪽
34 4월 셋째 주 (4) 24.08.15 55 5 16쪽
33 4월 셋째 주 (3) 24.08.15 50 5 13쪽
32 4월 셋째 주 (2) 24.08.14 51 5 13쪽
31 4월 셋째 주 (1) 24.08.14 54 5 13쪽
30 4월 둘째 주 (4) 24.08.13 58 5 17쪽
29 4월 둘째 주 (3) 24.08.13 67 5 14쪽
28 4월 둘째 주 (2) 24.08.12 66 5 14쪽
27 4월 둘째 주 (1) 24.08.12 61 5 13쪽
26 4월 첫째 주 (4) 24.08.11 63 5 17쪽
25 4월 첫째 주 (3) 24.08.11 63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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