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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잎
작품등록일 :
2024.07.26 19:47
최근연재일 :
2024.09.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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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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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첫째 주 (4)

DUMMY

[바츄]

직업 : 피겨 스케이팅 선수 549레벨

기술 : 빙판질주A, 송곳니A

직위 : 던전 얼음 관리자


[바츄가 빙의합니다.]


[신소율]

종족 : 고드름 정령

직업 : 피겨 스케이팅 선수 864레벨

기술 : 빙판질주A, 송곳니A

직위 : 던전 주인


-864레벨!

-빙의가 사기 기술이었네!


고드름의 정령은 겨울 정령이라서 습하고 더운 기온 때문에 레벨이 10% 하락했는데도 800을 넘었다.


“그럼 출발할까요? 바스테트, 돌진해서 단검을 휘두른 후 바로 물러나. 그 후에 거인과 20m 거리를 유지한 채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단검을 던져.”


호수 외곽에서 대기하던 바스테트들이 뿌연 물안개 속으로 일제히 달려들었다.

바스테트의 역할은 거인의 신경을 분산하는 미끼다.


“케필 두르 20마리는 공중에서 나를 따라오고. 그럼 가자, 빙판 질주.”


신소율도 한 반자 늦게 메마른 호수 안으로 미끄러졌다.

이동하려는 곳에 빙판길이 깔리는 빙판 질주 효과 덕분에, 먼저 출발한 바스테트를 바로 따라잡았다.


“바람보다 더 빠르게.”


[브레멘 음악대가 들립니다.]

범위 안에 있는 동안 이동속도가 빨라집니다.

범위 : 반지름 317.1m (지식*0.16)

이동속도 : 3696cm/s (상상*3)


가수의 브레멘 음악대 효과로 한줄기 바람이 된 고양이들이, 물안개 속에서 튀어나와 거인의 몸을 난도질했다.


“건방진 짐승이! 화염 방사!”

“가죽째 태워주마, 불꽃 검!”

“악!”


약해졌어도 거인은 거인.

불의 검이 스칠 때마다 바스테트가 불붙은 낙엽처럼 타오르며 바스러졌다.


“웅덩이여, 상처를 치료하라.”


오아시스의 히들이 남아 있는 물웅덩이로 회복에 전념하지만, 거인의 압도적인 공격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케필 두르, 흩어져서 거인과 10m 거리를 유지하며 날아다녀.”


케필 두르들이 물안개 속으로 힘차게 사라졌다.


증발한 호숫물 때문에 던전의 습도가 사우나 뺨치는 상황.

수증기의 정령, 케필 두르의 힘이 최고조인 환경이다. 레벨도 50% 상승.


“그럼 가볼까요, 고드름.”


왼손에 든 기습 단검과 오른손에 든 얼음 단검에 투명한 고드름이 맺힌다.

신소율은 제자리에서 폴짝 뛰어 가까이에 있는 불의 거인의 무릎을 한 번 박찬 후 어깨에 착지했다.


-잘 뛴다.

-벼룩 같네!


테이아에서 이동속도는 1초에 얼마의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지로 계산된다.


1초에 100cm를 이동하면 100cm/s.

1초에 300cm를 이동하면 300cm/s.


그리고 이건 수평 이동은 물론, 수직 이동에도 적용된다.

이속이 300cm/s라면 수직으로 한 번에 300cm를 뛸 수 있다는 말이다.


현재 신소율의 이동속도는 브레멘 음악대 효과로 3696cm/s.

대략 수직으로 37m까지 점프할 수 있다.


“?”


불의 거인이 어깨에 올라선 생쥐만 한 인간을 발견한 것보다, 생쥐가 얼굴로 달려들어 눈을 찌르는 게 더 빨랐다.


“크악!”


[왼쪽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

0 : 04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

0 : 04


양손에 든 단검으로 왼쪽 눈을 찌른 후, 바로 옆으로 이동해 오른쪽 눈도 푹.

거인이 버스만 한 양손으로 눈을 부여잡기 전에 뒤로 발을 박찼다.


“케필아.”


신소율과 가장 가까이에 있던 케필 두르 두 필이 빠르게 날아왔다.

신소율은 수증기 말에 올라타는 대신, 말의 등을 발로 박차며 거인의 왼쪽 귓구멍을 향해 날아갔고···.


[왼쪽 귀가 들리지 않습니다.]

0 : 14


미끄럼틀 같은 귀 안쪽에 고드름 사격을 가하고 다시 뒤로 점프.

이번에도 근처에 있던 케필 두르가 다가와 발판이 되어줬고, 이번에는 거인의 뒷목을 향해 날아갔다.


빡!

뒷목을 가격해 뻐근하게 만든 후, 다시 케필 두르 발판을 이용해 오른쪽 귀로.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습니다.]

0 : 14


거인의 양쪽 귀의 청력을 차단한 후에는, 콧구멍으로 올라가 환풍구 같은 안쪽에 고드름 사격을 날렸다.


[말할 수 없습니다.]

0 : 04


“켁! 켁!”


불의 거인이 오른손으로 코를 찡하고 잡는 순간, 위쪽으로 올라가 돌아온 거인의 시력을 다시 한번 차단시켰다.


-오메···.

-쩐다···!


게시판에 엄청나다는 의미의 감탄사들이 주르륵 달렸다.

거인의 급소만 노리는 전투 방식은 평범했지만, 거기까지 가는 이동방식이 대범했다.


-서커스!

-핀볼 게임 보는 것 같다···.

-떨어지면 많이 아플 텐데!


케필 두르를 발판으로 삼아서 공중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공중 기동!


웬만한 이동 기술이나 비행으로도 따라하기 힘들어 보인다.


잠시 케필 두르 등에 멈춘 신소율은 숨을 고르며 지시를 내렸다.


“정령들, 이 녀석을 향해 집중 포격.”


호수 외곽에서 마나를 회복하고 있던 여름 정령들이, 장님이 된 거인을 향해 마법을 쏟아냈다.

앞도 안 보이고, 소리도 들리지 않는 거인은 무방비하게 얻어맞았고, 어느덧 생명이 8%까지 내려왔다.


“로렐라이, 에코. 이 녀석에게 단독 콘서트 열어줘.”

“랄랄라.”

“랄랄라.”

“으아! 뭐냐? 여기는 어디냐?”


빈사 상태인 덕분에 거인은 로렐라이의 노래에 푹 빠졌다.

덕분에 마법에 얻어맞으면서도 방향감각을 잃고 제자리에서 우왕좌왕 돌기만 한다.


“마무리는 너희가 해.”


신소율은 직접 마무리 짓기보다는 다른 거인을 향해 달려갔다.


“타올라라! 불기둥!”

“깽!”

“꺄웃!”


거인 한 명과 놀아주는 동안, 다른 세 거인을 유인하고 있는 바스테트들의 희생이 적지 않다.


“송곳니, 케필아.”


단검에 고드름을 씌운 신소율은 주변에 흩어진 케필 두르를 박차고 다시 핀볼 게임을 시작했다.


     *     *


-말도 안 돼!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설마 진짜 잡아?

-D던전 주제에 지옥불 거인을 잡았다고?


시청자들은 지금 보고 있는 영상을 믿을 수 없었다.


하나하나가 900레벨을 초과하는 불의 거인.

네 명이면 웬만한 마을은 잿더미로 만드는 강력한 거인이, 고작 D던전에서 착실하게 사냥당하고 있다!


“왼쪽 눈 간다.”


신소율의 외침에 자동차보다 넓은 손바닥으로 왼쪽 눈을 가리는 거인.

하지만 신소율이 선택한 건 오른쪽이다.


푹-!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

0 : 04


“끄악! 이런 비겁한!”

“아니, 내 위치에서는 왼쪽이 맞지. 네가 한 번 뒤돌아서서 봐봐! 자, 왼쪽이 맞지?”

“그, 그렇네? 아악!”


[왼쪽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

0 : 04


비겁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게, 뒤를 돈 거인의 왼쪽 눈도 찔러줬다.


“이제 됐지? 난 참 착하다니까! 얘들아.”


호숫가 외곽에서 쏟아진 마법에 거인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그렇게 신소율에게 농락당한 세 번째 거인이 쓰러진 장소에는, 불의 대검과 불의 털이라는 유품이 남았다.


“비싸 보이네. 좋아! 남은 녀석의 다리털도 싹 뽑아버리자!”


움찔!

혼자 남은 거인은 다리를 보호하며 던전에서 도망치려 했지만, 돈이 된다면 코털까지 뽑아갈 악독한 던전 주인에게 눈구멍, 귓구멍, 콧구멍을 찔린 후 사망했다.


[던전 최초로 던전 ‘무스펠헤임’의 선봉대를 상대로 승리했습니다!]

3등급 높은 선봉대를 쓰러트린 보상으로,

16일 동안, 던전을 방문하는 주민 공략자가 2배로 늘어납니다.

획득 던전 점수 2배

부하 획득 경험 2배

부하 회복 속도 2배

부하 사망 확률 절반

부하 성장 확률 2배

약탈 금액 2배

물품 습득 확률 2배

시설 건설 속도 절반

보유 시설 가치 2배


[업적 3등급 던전 승리 달성!]

3등급 높은 던전 세력에 승리했다.

리셋 점수 +2


[업적 레벨 업 400 달성!]

직업 레벨을 400 올렸다.

리셋 점수 +1


[계산표 1회]

입장 4명          +4

처치 4명         +40,000

공략 0명

침입자가 소비한 시간   +1,584

침입자가 받은 피해량 +2,100,000


한 개 공략대 전멸    +100,000


공략대 레벨 보정     +1,072%

D등급 던전 혜택       +20%


획득 점수 26,719,728 × 2 = 53,439,457


성장한 부하 843명

쓰러진 부하 806명(사망자 40명)

획득한 물품 12개

분실한 물품 16개

망가진 시설 18개


신소율이 공개한 보상을 본 시청자들은 부러움에 소화제를 찾았다.


-1회 싸움에 오천만 원을 벌었어?!

-3등급! 테이아에 처음 등장한 미공개 업적이다! 그것도 2점짜리야!

-던전 승리 업적이 3등급까지 있었구나! 2등급인 끝인 줄 알았는데!

-누가 3등급 던전 싸움에 승리할 수 있겠어!

-와··· 획득 던전 점수 2배, 성장 확률도 2배래.

-그것도 16일 동안이래···.

-저 보상들 다 뭐냐···.


앞을 보기 힘들 정도로 가득한 보상!


“소율아!”


뒷북도 정도가 있지, 싸움이 끝나자마자 나비가 접속했다.

사파이어 지팡이를 꺼내서 재빨리 주변을 둘러본 나비는, 텅 빈 놀이공원을 보고 황당하다는 얼굴로 남자친구를 쳐다봤다.


“뭐야? 벌써 끝났어?”

“끝났지. 그보다 오늘 촬영, 아니, 일 있잖아? 어떻게 왔어?”

“일 끝나고 채널에 갔더니 거인들이 보이길래 근처 가상방으로 직행했지! 도와주려고!”




매니저 언니랑 같이 퇴근하던 김소혜는 불의 거인이 놀이공원에 나타난 걸 보고 기겁했다.


“내 던전!”


놀이공원은 나비 여신 던전의 이웃사촌.

놀이공원이 불타고 나면 다음 차례는 나비 여신이다.


던전을 지키기 위해 김소혜는 매니저 언니랑 같이 가상방으로 달려갔다.




여자친구의 말을 들은 신소율은 당당하게 허리를 펴며 거만하게 말했다.


“내가 거인 따위에게 질 것 같아?”

-뭐래? 아까 ‘1번, 도망간다.’라고 말한 사람이.

-그것도 나비 여신 버려두고 이사 가려고 했음!


휙.

여자친구가 보기 전에 채팅창을 잡아서 뒤로 던져 버렸다.


“역시 멋져!”


다행히 댓글을 못 본 나비는 사랑이 담긴 시선으로 남자친구를 쳐다보다가 눈을 빛냈다.


“우리 또 싸우러 가자! 옆 마을에도 거인 쳐들어왔대!”

“그건 무리. 우리 애들 전멸했거든.”


던전 부하들과 불의 거인 레벨 차가 대략 3배다.


거인 네 명 잡는데, 던전 부하 806명이 쓰러졌다.

살아남은 부하들은 고작 37명.

그나마 한파의 보스 프로나이와 고드름 보스 바츄가 무사한 게 다행이지.


-신소율 씨, 이제 파산인가요?

-나 참. 저 보상을 보고도 파산한다는 말이 나와?

-방문하는 공략자 수, 획득 던전 점수, 약탈 금액 2배!

-저 정도 보상이면 한 달 후에 B등급까지 노릴 수 있을걸?

-B던전?!


시즌5 이후, 처음으로 B등급으로 성장한 던전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말에 채팅창은 또다시 난리가 났다.


-신소율, 진짜 대단하다! 거인 사냥에, B던전까지!

-신소율이 나서면 수르트도 잡을 수 있는 거 아냐?

-그건 무리지.

-아오! 수르트 생각하니 파산한 던전 또 떠오르네!

-개떡 같은 수르트!!!


채팅창이 수르트 욕하는 댓글로 가득 찼다.

플레이어들이 지옥불 거인에게 얼마나 털리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흥분한 시청자를 말려야 할 채널 주인은 지금 다른 고민에 빠졌다.


신소율의 팔을 잡은 나비가 코맹맹이 목소리로, 애교로 추정되는 행동을 했다.


“소율아! 우리 구경 가자? 언니랑 30분 후에 만나기로 했단 말이야. 응? 응? 안 가면 누나, 삐진다? 흥! 흥! 흥!”

“···112에 신고해야 하나? 119를 불러야 하나?”


과도한 애교로 사람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든 그녀를 체포해야 할지,

아니면 손발을 펴기 위해 병원부터 가야 하는지 심히 고민됐다.


“음··· 역시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기 전에 112부터 부르는 게.”

“야!”


     *     *


신소율이 사는 아파트에 자동차 한 대가 들어섰다.


보조석의 문이 열리며 모자와 선글라스를 한 수상한 여성이 내렸다.

여성이 운전석을 쳐다봤다.


“언니, 고마워.”

“너 혼자 돌아갈 수 있겠어?”

“괜찮아, 소율 씨한테 태워달라고 할게.”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해. 그럼 퇴근한다.”


매니저 언니가 떠나고, 혼자 남은 김소혜는 긴장한 얼굴로 숨을 쉬었다.


“화, 화내지는 않겠지?”


평소에는 자신감이 충만한 김소혜가 그녀답지 않게 후회 중이다.

왜냐면 그녀 때문에···.


“자기가 죽었어.”




1시간 전.

나비는 불의 거인이 쳐들어왔다는 옆 마을로 구경 가자고 남자친구를 졸랐다.


“구경만? 응? 구경만 할게!”

“대신 시청자의 정신 건강을 위해 앞으로 과도한 애교는 금지다?”

“칫!”


구경만 한다는 나비의 말을 순진하게 받아들인 신소율은 던전 부하도 없이 던전을 나섰다.


“물풍선!”


옆 마을이 불타는 걸 본 나비는 물 마법을 난사하며 끼어들었다.

역시, 안 싸운다는 말은 거짓부렁이었나 보다.


덕분에 신소율은 준비도 없이 왔다가 휘말렸고,

그런 상황에서도 지옥불 거인 한 명을 잡고 죽어서 시청자는 그저 경악했다.




“나도 거기서 리셋할 걸···.”


신소율이 거인의 관심을 끌어서 여자친구만큼은 살려 보냈다.

덕분에 김소혜의 죄책감은 2배로!


그 직후 바로 가상기기를 나와서 전화로 사과했다.


“미안해!”

“괜찮다니까, 리셋한 거 가지고 무슨 호들갑이야.”


남자친구는 별거 아닌 듯 말했지만, 김소혜는 괜찮지 않았다.


“D던전을! 그것도 3, 3등급 던전 싸움 보상까지 있는 D던전을!”


F, E도 아닌 무려 D등급 던전이다.


현재 테이아의 D급 던전 주인은 887명.

많지도, 적지도 않은 숫자지만 플레이어들의 부러움을 사는 등급이다.


심지어 가상방을 나온 후 매니저 언니를 통해, 뒤늦게 3등급 던전 싸움 보상을 본 김소혜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B등급으로 성장할 수도 있었는데! 나 때문에!!!”


시즌5 이후 아직 누구도 성장시키지 못한 B등급 던전!

C등급 던전 주인도 고작 2명밖에 없는 상황에서, B던전이 지니는 가치는 말해서 입 아플 정도다.


“요즘은 리셋 때문에 헤어지는 연인도 있다는데!”


리셋하면 지금껏 힘들게 키운 레벨, 직업, 기술, 돈, 무기.

심지어 던전 주인의 집문서인 던전까지 굿 바이!


잃는 게 워낙 많다 보니, 사이좋은 연인이라도 리셋 때문에 크게 다투다가 깨지는 커플이 많다고 들었다.


물론 초창기부터 개인 방송을 본 김소혜는 남자친구가 리셋을 귀찮은 설거지 정도로 여기는 걸 안다.


“그래도 소율이한테 민폐 덩어리인 여자로 보이기는 싫어!”


김소혜는 보호받는 여자친구가 되고 싶은 게 아니다.

남자친구 옆에서 같이 싸우는 여자친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사과하려고 남자친구의 집을 처음으로 찾아온 거고.


“이런 식으로 오고 싶지는 않았는데···.”


딩동.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안으로 들어갔다.


닫는 버튼을 누르려는데 출입구에서 한 남자가 걸어왔다.

열림 버튼을 누른 다음,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꺼내 고개를 숙였다.


힐끔, 힐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 후 옆에 선 남자에게서 시선이 느껴졌다.


‘들, 들켰나?’


여배우라는 걸 들킨 게 아닌지 긴장하는데, 남자가 말을 걸었다.


“저기···.”


딩동.

마침 엘리베이터가 자신이 누른 층에 정지하자, 김소혜는 고개를 숙인 채 재빨리 내렸다.


저벅.

그런데 말을 건 남자 또한 그녀를 뒤따라 내리는 게 아닌가?


‘치, 치한?’


자신을 따라 내리다니!

급격하게 불안감이 들었고, 엘리베이터에 관한 범죄 뉴스가 불현듯 머리를 스쳤다.


“실례지만 도어-.”


그 순간, 남자가 접근하면서 왼손을 뻗자, 화들짝 놀란 김소혜는 오른발로 남자의 가랑이를 걷어찼다.


“억!”


그리고 뒤돌아 남자친구의 집 문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쿵쿵쿵! 쿵쿵쿵!

“소율아! 소율아!”


현관문이 열리며 단발머리를 한 여자아이와 신소율이 나왔다.


“힘이 왜 이렇게 좋아? 문 부서지겠다.”


김소혜는 놀란 가슴으로 남자친구한테 안겼고, 단발머리의 여자아이는 바닥에 주저앉은 ‘치한’으로 추정되는 남자에게 달려갔다.


“아빠!”

“···?”


소녀의 목소리에 김소혜는 어리둥절하게 고개를 돌렸고, 그녀를 안고 있던 신소율도 바닥에 쓰러진 치한을 불렀다.


“형, 거기서 뭐 해?”

“!!!”


김소혜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김소혜의 사과를 받은 신성하는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동생한테 여자친구에 대해서 들었기에 그녀를 알아볼 수 있었고,

집으로 안내하기 위해서 도어락을 열려고 손을 뻗었다가 가랑이를 걷어차였다.


“푸하하! 으흐흐! 낄낄낄!”


솔직히 고환 통증보다는 옆에서 배를 잡고 웃는 동생이 더 짜증난다.


껌벅껌벅.

신성하 뒤에서 낯선 이모를 쳐다보던 신하나는, 거실에 굴러다니는 리모컨을 주워서 티브이를 켰다.


삑, 삑, 삑.

채널을 마구 돌리던 신하나는 한 화장품 광고를 발견하고, 반짝이는 눈으로 티브이와 김소혜를 쳐다봤다.


“똑같다!”


티브이 속 화장품 광고에 김소혜가 나오고 있다.

예전에 찍었던 광고다.


신소율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조카에게 말했다.


“아니지! 자세히 봐봐. 티브이 언니가 더 예쁘잖아? 저게 바로 화장을-!”


찌릿! 하고 노려보는 여자친구의 시선에 신소율은 ‘흠흠’ 헛기침을 한 후 조카한테 소개했다.


“이 이모가, 삼촌 여자친구야. 예쁘지?”

“응!”


대기시간이 없는 어린아이의 대답에 김소혜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


조카의 훌륭한 대답에 신소율은 한 번 더 질문했다.


“이 이모가 예뻐? 하나가 예뻐?”

“하나!”


이번에도 대기시간은 없었다.


     *     *


던전 온라인 테이아에 세 가지 화제가 생겼다.

첫 번째는 환생 업데이트.


-봤어? 환생 시스템이 추가됐대!

-설명 보니 장난 아니던데? 전생의 던전을 가질 수 있다나?

-그럼 죽어도 던전 가져갈 수 있는 거야? 미쳤다!

-대박은 우리가 아니라 이전부터 즐기던 사람들이지. 생각해 봐? B, A. 심지어 미궁 주인들은 Y던전을 되찾을 기회잖아?


두 번째는 지옥불의 군주 수르트.


-지옥불 이벤트 실패죠?

-망했잖아요.


지옥불 세력과 전쟁을 벌이는 5시, 6시, 7시 나라. 3개국.


10개가 넘는 도시가 파괴되자, 각국은 공략자를 대대적으로 모집하는 이벤트를 냈다.

그렇지 않아도 거인 때문에 피해를 본 플레이어가 대거 참전.


무려 10만 명의 플레이어와 3만 명의 삼 개국 연합 군대가 수르트를 잡기 위해 덤볐지만···.


[불의 폭거!]


“끄아아!”


모두 한 줌 재가 됐다.


고작 30분 만에 수르트와 그가 이끄는 불의 거인에게 3만 명이 리셋.

나머지는 공포에 질려 도망쳤다.


이 일을 계기로 플레이어들은 지옥불과 관련된 이벤트에서 손을 뗐고, 강력한 전력인 공략자의 대규모 이탈은 삼 개국의 연일 패배로 이어졌다.


그때 그 소식이 들렸다.


세 번째 화제의 주인공은 신소율.


-영상 봤습니까?

-지금 다섯 번째 다시 보는 중입니다!

-난 일곱 번.


4명의 지옥불 거인이 쓰러졌다.

고작 D던전에서.


하나하나가 고위 보스인 지옥불 거인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경우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발생했습니다.

-어떻게 이겼지?


사실 궁금할 건 없다.

영상을 통해 신소율이 어떻게 싸우는지 모두 봤으니까.


-그런데도 이해가 안 간다는 게 문제지만!

-거인을 D던전에서 잡을 수 있던 거였어?

-C던전도 거인 한 명 못 잡던데?

-저도 곤충형 D던전인데, 소율 형님 따라 하면 거인 잡을 수 있을까요?

-······.


대답은 없었다.

시청자들은 비슷한 생각을 했다.


-신소율이라서 가능한 거 아냐?

-드래곤 로드니까.

-미궁 주인답다.


지금까지는 예능감만 주목받던 신소율의 평가가, 이제는 전투까지 인정받았다.


-핀볼 이동 대박이던데!

-나 그거 따라 하다가 나자빠졌어.

-나도! 하다가 머리 밟으니 케필 두르가 짜증 내더라.

-시도했다가 무서워서 포기함. 3m까지는 시도할 만한데, 30m 높이에서 하려니까 오줌 쌀 것 같더라···.

-아니, 근데. 로드 왜 리셋한 거야? 3등급 보상 보고, 영상 끝났다고 생각해서 학원 갔는데, 집에 오니 로드 리셋했대.


믿기지 않는 던전 전투를 보여주며 테이아 전체에 이름을 떨치더니, 불과 한 시간도 안 돼서 사망 소식이 들렸다.


-나비 누님 덕분이지.

-나비 누님, 크크크!

-환장의 짝궁!

-일생이 예능이구만.

-어쩐지 오래 산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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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월 셋째 주 (2) 24.08.25 43 6 13쪽
52 5월 셋째 주 (1) 24.08.24 43 5 13쪽
51 5월 둘째 주 (7) 24.08.24 43 5 21쪽
50 5월 둘째 주 (6) 24.08.23 44 5 21쪽
49 5월 둘째 주 (5) 24.08.23 49 6 17쪽
48 5월 둘째 주 (4) 24.08.22 48 5 15쪽
47 5월 둘째 주 (3) 24.08.22 42 5 13쪽
46 5월 둘째 주 (2) 24.08.21 43 5 14쪽
45 5월 둘째 주 (1) 24.08.21 41 5 15쪽
» 5월 첫째 주 (4) 24.08.20 49 5 20쪽
43 5월 첫째 주 (3) 24.08.20 43 5 15쪽
42 5월 첫째 주 (2) 24.08.19 47 5 14쪽
41 5월 첫째 주 (1) 24.08.19 46 5 14쪽
40 4월 넷째 주 (4) 24.08.18 51 5 14쪽
39 4월 넷째 주 (3) 24.08.18 52 5 15쪽
38 4월 넷째 주 (2) 24.08.17 57 5 13쪽
37 4월 넷째 주 (1) 24.08.17 50 5 13쪽
36 4월 셋째 주 (6) 24.08.16 50 5 12쪽
35 4월 셋째 주 (5) 24.08.16 53 5 13쪽
34 4월 셋째 주 (4) 24.08.15 53 5 16쪽
33 4월 셋째 주 (3) 24.08.15 47 5 13쪽
32 4월 셋째 주 (2) 24.08.14 48 5 13쪽
31 4월 셋째 주 (1) 24.08.14 52 5 13쪽
30 4월 둘째 주 (4) 24.08.13 55 5 17쪽
29 4월 둘째 주 (3) 24.08.13 63 5 14쪽
28 4월 둘째 주 (2) 24.08.12 63 5 14쪽
27 4월 둘째 주 (1) 24.08.12 59 5 13쪽
26 4월 첫째 주 (4) 24.08.11 61 5 17쪽
25 4월 첫째 주 (3) 24.08.11 60 5 14쪽
24 4월 첫째 주 (2) 24.08.10 62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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