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도어(backd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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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자는별
작품등록일 :
2024.08.03 15:35
최근연재일 :
2024.08.2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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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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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8. 팀

DUMMY

Episode 8.






먹을 게 있어 보이진 않고 숲에서 비박 하는 것 보다 갖춰진 곳에서 눈 좀 붙이는 게 나았다.


“사람이 있어보이진 않네요.”


가까이 다가가니 더 엉망이었다.

바닥에 온갖 종류의 꽃들이 아주 활짝 피어있었다.


“푸에취!”


꽃가루 알러지가 생길 지경이다.


“땔깜이라도 모아오자.”

“같이 가죠.”


정기민이 그랬다. 돌피랜드는 혼자서는 위험하다고. 마을 주변에 아주 잘 마른 장작이 쌓여있었다.


“사람들이 단체로 이주했나?”

“그럴수도 있죠. 여긴 물 외에 먹을게 정말 없었잖아요.”


마을 중앙에 있는 화로에 장작을 쌓은 뒤 잘 마른 건초도 넣었다. 불을 피울만한 부싯돌이라도 집으려는데 신우혁이 불쑥 내밀었다.


“써.”


파이어 스틸 스타터?


“어디서 구했어요?”

“생존키트에 들어있던데?”


생존키트 구성품조차 랜덤이냐.


“이거 쓸 줄 알아?”

“캠핑 안해봤어요?”

“난 호텔 좋아해. 고생하는 건 싫어.”


어떻게 캠핑을 고생이라고 표현하지? 그저 수고스러울뿐인데.


파이어 스틸 스타터는 몇 번의 긁음으로 쉽게 불이 붙었다.


“다른 팀원들이 연기보고 우리인 거 눈치 채면 좋겠다.”

“우리 팀만 이 미션을 받았을까요?”


신우혁이 불을 쬐며 동감했다.


“하긴, 우리 팀 번호가 백번이었으니까 오백 명이 생존했다는 소린데 지나가다 한둘 정도는 마주쳐야 하는 거 아닌가?”


해는 빠르게 능선을 넘어 사라졌다.

신우혁은 여러 집을 기웃거리더니 쓸만한것들을 모아왔다.


“자, 입어.”


꽤 상태가 좋은 상의를 내밀었다.


“좋은데요?”

“옷장속에 있더라고. 남은 옷으로는 뭘 좀 만들어 볼까 하구.”


피로도에 적색경보가 들어왔다.


“서로 두 시간만 자고 교대할까요?”


신우혁은 가볍게 거절했다.


“아냐. 난 괜찮으니까 푹 자.”


괜찮을 리 없다. 미안해하는 그의 마음을 덜어줄 필요가 있었다.


“저 먼저 잘게요.”


아무리 힐링포션을 중간중간 먹었다고 하지만 훅 쌓인 피로도를 낮출 방법은 잠뿐이다.


[생존키트에서 침낭을 꺼냈습니다.]


화로와 가장 가까운 집 바닥에 대충 침낭을 깔고 몸을 넣었다.


“두시간 뒤에 깨워주세요.”


눈을 감고 돌아누웠다.


새로운 스킬이 뭔지 궁금했다. 확인해보니 ASMR 테마가 엄청 다양했다.


아무거나 눌러볼까?


[전용스킬 ASMR 멸망하는 현인류를 사용합니다.]


현악기의 리드미컬한 음악이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도입부였다. 다양한 현악기의 화음이 섞이자 얼마 전 멸망한 세상이 떠올랐다.


[전용스킬 ASMR 멸망하는 현인류를 종료합니다.]


그냥 자련다.


테마를 잘못 선택한 영향이 컸는지 나존중이 죽는 꿈을 꿨다.


“나존중!”


중력을 거슬러 몸을 일으켰을 때 카운터를 보고 깜짝 놀랐다.


[09:00:01]


세 시간 반이나 퍼질러 잤다.


“어? 깼어? 더 자지.”


밤안개가 가득 퍼져 신우혁이 겨우 보일 정도였다. 다가가 보니 횃불을 만들고 있었다.


머쓱하게 다가가 답했다.


“피로도가 영이예요. 교대하죠.”

“아냐, 난 진짜 괜찮아.”


배려도 과하면 독이다.

순한 것 같은데 은근히 고집이 쎄다.


“피로도 안 풀리면 나중에 뻗어요.”


그는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며 정말 괜찮은 척 했다.


“아냐. 화로 덕에 피로 많이 줄었어.”


불 앞에 좀 앉아 있었다고 피로가 풀린다는 게 말이냐고. 난 그를 침낭쪽으로 밀었다.


“한시간이라도 좋으니 눈 좀 붙여요.”

“어? 어? 진짜야. 나 안 자도 돼.”


나도 한 고집 한다. 피로도가 극에 달했을 때 온 몸이 퍼지는 그 감각이 얼마나 위험한건데!


“침낭에서 프로기네이 위액 냄새가 좀 나긴 하는데 참을만해요.”

“나 불면증 스킬 덕에 피로도가 남들보다 적게 올라간다니까?”


잉? 그건 뭔 스킬이야.


“불면증 스킬요?”

“나도 원리는 모르겠는데 밤에 잠 안자도 피로도가 빠르게 회복돼.”


이거 완전 개 사기캐 아냐?


“힐러가 무슨 탱커체력이네요.”


신우혁은 침낭을 걷으며 물었다.


“안 좋은 꿈을 꿨나봐.”


이제와서 숨길건 없었다.


“쌍둥이 형을 눈앞에서 잃어서요.”


마땅한 위로를 전할 말이 없었는지 신우혁은 묵묵히 침낭을 정리했다.


분위기 가라앉는게 싫어 선수쳤다.


“누구나 이번 일로 소중한 사람들을 잃었잖아요. 저만 잃은 것도 아니고.”


신우혁은 다 정리 된 침낭을 내게 주며 말했다.


“유난 아냐.”


그는 괜찮은 척 하려는 내 마음을 아주 쉽게 무너뜨렸다.


“우리에겐 충분히 애도 할 시간이 없었잖아. 트라우마가 되는 것도 당연하지. 너 자신을 너무 몰아세우지마.”


그저 궁금했다. 저 정도 나이가 되면 이런 큰일 겪어도 정말 의연할 수 있는 건가?


“신쌤은 없어요? 잃어버린 가족.”


신우혁은 눈을 깜빡이며 답했다.


“난 오히려 날 괴롭히던 가족들이 사라져서 너무 좋은데.”


대답이 너무 반전 인데?


갑자기 땅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뭐, 뭐야!”


바닥에 활짝 피어있던 꽃이 솟아나더니 땅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


“꽃··· 달린 사람?”


<히든 미션 2 – 식물에 감염된 사람들을 구하시오.>

난이도 D+

제한시간 없음

보상 미정

실패시 사망>


우후죽순이 따로 없네.

튀어나온 식감염 인간 하나가 신우혁에게 달려들었다.


“으아악!”


화살을 휘둘러 옆통수를 가격하자 힘없이 나가떨어졌다.


“죽으면 곤란한데.”


신우혁이 만든 횃불에 불을 붙여 무기 마냥 휘둘렀다. 불을 보자 식감염 인간들이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불을 써요!”


횃불을 건네받은 신우혁은 폭주했다.


“다 덤벼! 이 괴물들아!”


처치하라고 준 게 아닌데! 다급히 그를 말렸다.


“죽이면 안돼요!”

“왜?”

“미션을 봐요.”


식물에 감염된 사람들을 구하시오.

살아남는 것 보다 어렵다.


“저 사람들을 구하는 미션이지 죽이는 미션이 아니에요. 죽였다간 미션 실패로 우리가 사망한다구요!”


일단 방법은 하나뿐이다.


[라이브뷰를 실행합니다.]


“도망쳐요!!”


모양 빠지게 도망쳤다.


“헉. 헉···.”

“아직도 쫓아와!”


이쪽은 벌써 지쳤는데 감염된 식물 인간은 체력이 무한인지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쫓아왔다.


“그냥 살짝 전기로 지져버릴까요?”

“기절시키려다가 죽으면 어쩌려고!”


그게 문제다. 저 많은 수를 기절시킬 방법이 없나?


“동시에 가두면 되지.”


너무나 반가운 목소리.


“정기민씨!”


신우혁은 들고 있던 횃불까지 흔들며 그를 반겼다. 고갤 돌리자 정기민도 꽤 험한 꼴을 당한 모양이었다.


“두 분 다 무사하셨네요.”


이분홍도 함께였다.


정기민은 감염된 식물들을 빠르게 결계 안에 잡아 가둬버렸다.


난 바닥에 몸져누웠다.


“혹시 루아는요?”


다시 바닥에 일어나 신우혁과 눈을 마주했다. 그녀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지만 우리도 이루아 행방은 모른다.


루아가 과연 다이아 광산을 알까?

아니. 애초에 그 어린아이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나?


“우선 다 같이 다이아 광산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가볼까요?”


신우혁이 애써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 팀의 암묵적인 리더는 정기민이다.


“저기가 다이아 광산이야.”


그는 라이브뷰 방향과 같은 곳을 가리켰다. 꼭대기는 험난하고 멀었다.


“돌피랜드에서 가장 안전해. 식물의 영향을 받지 않는 구역이거든. 어쩌면 운 좋게 거기 떨어졌을 수도 있으니 가보자.”


정기민의 말에 모두 따르는 분위기가 됐다. 신우혁은 힐링포션을 나눠주며 분위기를 독려했다.


“이거라도 먹어요.”


정기민과 이분홍도 뭘 먹지 못한 건 마찬가지 같았다. 나야 신우혁이 있어 체력 보충을 간간히 할 수 있었지만.


“결계 지속시간은 한 시간 정도야. 스킬 풀리기 전에 서두르자.”


힐링포션 한통씩 털어넣고 다이아 광산으로 향했다. 난 정기민 곁으로 다가가며 물었다.


“식감염 인간들 구할 방법 알아요?”


그는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본체의 피를 사용하면 돼.”

“본체가 어디있는데요?”

“돌피랜드의 여왕이 본체야.”


문명이 살아남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확실한 방법은 종교와 과학기술 그리고 전쟁을 통한 승리이다.


돌피랜드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그 여왕. 사람인가요?”

“반 식물. 반 사람이지.”


본체가 죽지 않는 이상 숙주는 계속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여긴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게 없다.


“본체의 양분은 뭐죠?”

“식물은 물과 토양 볕 바람만 있어도 살아갈 수 있어. 원래 동물보다 번식욕이 가장 높은 게 식물이거든.”


대충 이해가 갔다.


“혹시 프로기네이 미션 받았어요?”

“받았지. 새끼들 엄청 많더라.”


어라?


“저희는 포르기네이 성체였는데···”

“운이 나빴네. 살아남았느니 오히려 재수라 생각하자.”


뭐, 히든 미션에서 살았으니 됐고.


“이번 메인 미션과 히든 미션은 순서가 중요한 거죠?”

“정확해. 히든 미션 하고 메인 미션 달성 해야지.”


난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멸망의 기준이 뭐예요?”


정기민은 어깰 으쓱이며 답했다.


“뭘 어렵게 생각해. 전멸이지.”


뭐라고?


“너무 잔인한거 아닙니까?”


겨우 살린 사람들을 내 손으로···.


“어? 이거 다이아 맞죠?”


길가에 있던 투명색 돌을 주우며 신우혁이 말했다. 얘기하느라 몰랐는데 주변에 꽤 많이 널려있었다.


[08:13:55]


여덟시간 안에 메인 미션과 히든미션을 클리어 해야 한다. 다이아 광산에 이루아가 있길 바랬다.


“여기 어마어마하다.”


광산은 전부 다이아 천지였다.

천고도 무척 높고 반경이 넓었다.


“이거 가져가서 팔 수 없을까?”


신우혁이 다이아를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정기민은 고갤 내저었다.


“이 다이아는 다른 문명으로 이동하면 그냥 돌이 되어버려. 미리 가공을 하면 모를까.”


그럼 그렇지. 부자 되는 게 쉽나.


“그래도 다섯 개는 챙겨볼까?”


정기민이 다이아를 챙길 동안 이분홍을 바라봤다. 그녀는 불안이 절정에 달했는지 입술을 꺠물며 말했다.


“어디에도 루아가 없어요.”


이분홍 표정은 절망적이었다.

난 저 기분을 누구보다 잘 안다. 가족을 잃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니 도와주고 싶었다.


“광산 안쪽은 어디로 이어져있죠?”


라이브 뷰 화살표가 광산 안쪽을 가리키고 있다. 어쩌면 라이뷰 뷰의 최종 목적지는 팀원들이 아닐까 싶었다.


“돌피랜드 성.”

“가봐요. 계속 루아를 찾아봐야죠.”


내가 이분홍을 다독이며 가길 원하자 신우혁도 독려했다.


“맞아요. 아직 포기하긴 일러요. 메인 미션 끝나기 전까지 몰라요.”


희망 고문 일 수도 있다는 거 안다.

하지만 사람은 작은 희망에 움직일 동력을 얻는다.


“가보자. 돌피랜드 여왕이 혹시나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


이분홍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광산 안쪽으로 갈수록 폭이 점점 좁아졌다. 슬쩍 신우혁 안색을 살폈다.


폐쇄공포증이 밀려오는지 답지 않게 말이 없다.


[인벤토리에서 사탕을 꺼냈습니다.]


“먹어요.”

“하하, 고마워.”


사탕이라도 먹으며 대화라도 나누면 좀 낫겟지 싶었다.


“제일 먹고 싶은게 뭐예요?”


신우혁은 사탕을 우물거리며 말했다.


“난 라면.”

“저도 라면요.”

“너도 면 좋아하는구나?”


역시 말 걸기 잘했다.


“의사들 좋은것만 먹을 줄 알았는데 아닌가봐요.”

“일반 직장인이랑 다를 거 없어. 시간에 쫓겨 살거든.”


이분홍은 정기민 뒤를 바짝 쫓아 가고 있었다. 누구보다 마음이 급해보였다. 발이 뻐근할 지경이다.


“다왔어!”


정기민이 뒤돌아 외쳤다.

밝은 빛을 발하는 다이아 광산을 빠져나오자 저 아래 녹음진 식물 군락 가운데 우뚝 자리 잡은 성이 보였다.


“성이 아니라 요새네요.”


그때 이분홍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소리쳤다.


“저기 종이꽃 정원을 봐요!”


종이꽃 정원?

모두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낮잠자는별 입니다.

오늘 하루 독자 여러분 끼니는 잘 챙겨드셨을까요?

어느새 주말의 시작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바뀌었네요. 오늘도 벡도어 가지고 왔습니다.

주말이니 잠깐의 여유가 되신다면 쉬어가신다

생각하시고 재미있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댓글 선작 추천 재밌어요는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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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pisode 17. 히든문명 마크후니크 24.08.20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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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pisode 14. 메모리얼 트라우마 24.08.16 10 0 11쪽
14 Episode 13. 죽음의 레이스 24.08.16 8 0 12쪽
13 Episode 12. 죽음의 레이스 24.08.14 7 0 12쪽
12 Episode 11. 죽음의 레이스 24.08.14 9 0 13쪽
11 Episode 10. 팀 24.08.12 7 0 11쪽
10 Episode 9. 팀 24.08.11 9 0 12쪽
» Episode 8. 팀 24.08.10 9 0 12쪽
8 Episode 7. 팀 24.08.09 9 0 12쪽
7 Episode 6. 팀 24.08.08 13 0 12쪽
6 Episode 5. 존재 자체가 신 출시 24.08.07 15 0 13쪽
5 Episode 4. 존재 자체가 신 출시 24.08.06 17 0 13쪽
4 Episode 3. 존재 자체가 신 출시 24.08.05 18 0 12쪽
3 Episode 2. 존재 자체가 신 출시 24.08.04 19 0 11쪽
2 Episode 1. 존재 자체가 신 출시 24.08.03 29 0 13쪽
1 Prologue. 유니버스 월드 비밀작. 24.08.03 33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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