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도어(backd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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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자는별
작품등록일 :
2024.08.03 15:35
최근연재일 :
2024.08.2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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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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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2. 죽음의 레이스

DUMMY

Episode 12.

죽음의 레이스





엘리스라고 해서 동화책에서 보던 모습을 상상했다. 금발머리에 푸른색 원피스를 입은 일곱 살 정도의 소녀.

내가 아는 엘리스는 그랬다.


하지만.


“엘리스···?”


언제 씻었는지 모를 부스스한 금발 머리는 늘어진 고무줄로 질끈 묶었고풍성한 원피스가 많이 불편했는지 아무렇게 잘려져 짧은 스커트가 되었다.


항상 웃고 있는 체셔 고양이와 나란히 앉아 술을 곁들인 포커게임 중이라니.


원작 파괴도 이런 파괴가 없다.


“어머나. 넌 이계 문명 사람이구나?”


엘레스는 단박에 날 알아봤다. 체셔 고양이가 꼬리를 흔들며 인사했다.


“안녕. 이계 문명사람. 벌써 모자장수가 말한 때가 온 건가?”


곁에 있던 흰토끼가 손톱을 탁탁탁 씹으며 뜨거운 찻잔을 갑자기 집어던졌다.


“문을 잘못 열였어! 아니야. 가운데 문. 가운데 문이었어. 아닌가!! 내가 첫 번째 문을 열었던가? 불안해. 불안해. 무슨 문인지 모르겠어!”


엘리스가 술잔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끝장내자 블루문!!”

“음악을 배울 땐 박자를 맞춰야 한다고 모자장수가 그랬어.”


이건 대화가 아니다. 그냥 불통.

거침없는 직관 대화 속에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었다.


<유저 정보>

칭호: 심각한 망상가(수집가)

전용특성: 상상력

전용스킬:[캐릭터생성Lv.?],[세계관Lv.?],[세드엔딩Lv.?],[급전개Lv.?]

능력치:[민첩Lv.?][체력Lv.?][마력Lv.?],[방어력lv.?]


이 문명은 저 심각한 망상가가 만든 세상이다. 엘리스가 두명이라고 했으니 망상가가 두명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은 끝이였어! 엘리스! 다음엔 무조건 마지막 문을 열고 들어올게!”

“하트 여왕이 무조건 처형해줄꺼야!”

”가짜거북은 슬프지 않아~ 기쁜거야. 같이 노래 부르면 좋을텐데!“


더 이상 이 대화에 버틸 자신이 없었다. 몰래 문을 열고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돌아갈 땐 오히려 쉬웠다.


토끼굴로 떨어지는 건 수천키로였지만 도로 올라가는 건 손만 뻗으면 문이 열릴 정도로 짧았다.


진짜 이상한 공간이었다.


사실 엘리스를 만나고 다행이라 여겼다. 돌피랜드처럼 문명을 전멸시키지 않고 레이스에서 살아남으면 다음 미션으로 넘어갈 수 있다 여겼으니까.


레이스 출전 당일 밤.


“언더 차고 있는 놈들. 이번엔 랭크에 들어 유지비 내라. 각자 위치로!!!”


잭이 내게 다가와 아는 체 했다.


“하필 비가오네.”


그래. 하필. 오늘이냐. 안 반갑네.


“그래도 잘자서 컨디션은 좋아.”

“잘됐네요.”

“슈트 잘 어울린다.”


쫄쫄이 슈트가 어울려봤자지.

사실 단체복이라 덜 민망하지 혼자 입기엔 용기가 필요했다.


포뮬러가 지급되었다.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배정 받은 이분홍이 내게 손 흔들었다.


“아는 사람이야?”

“조금요.”


정기민은 좀 떨어진 곳에 자릴 배정받았다. 두 사람 위치는 파악했고 머리큐는 지난 밤 우승자이니 가장 선두 자리였다. 그 뒤는 피그미.


카드리유 능력은 시작과 동시에 발동한다. 꽤 골 아픈 능력이었다.


카운터가 시작됐다.


셋. 둘. 하나.


시작과 동시에 카드리유 능력을 피하기 위해 모두가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머큐리 능력은 하늘에서 무차별로 떨어지는 물폭탄. 오늘처럼 먹구름이 가득 찬 날씨는 그의 능력을 더 향상시킨다.


“물폭탄이다!!”


[전용스킬 일렉트릭 배리어를 발동합니다.]


미친 듯이 폭탄이 떨어지자 이탈자가 생겼다.


시속 300km 속도를 못 이긴 포뮬러는 서킷밖으로 날아가 형체가 알 수 없을 정도로 박살이 났다.


배리어가 없었으면 저렇게 당했다.


“앞으로 치고 나가요!!”


이분홍? 고갤 돌리니 그녀 주변에 살벌한 비눗방울이 생겼다.


무차별 물폭탄에 이어 다발성 폭발이라니!


본능적으로 살기 위해 속도를 최고 올렸다.


“하이.”


여유로운 척 내게 인사하며 치고 나가는 정기민도 사실 살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이분홍 스킬 본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도망가게 된다.


[전용스킬 농축터지기가 발동합니다.]


비누방울이 폭탄이 되어 서킷까지 박살 냈다. 무너진 서킷 아래로 무수한 탈락자가 떨어졌다.


“저 스킬은 미친 능력이라고.”


갈수록 광역화로 성장 한다.


“뒤를 봐! 위험해!”


잭의 경고에 사이드 미러를 확인하니 블루문 슈트를 입은 망치 든 놈이 내 머리통을 날리러 다가왔다.


비도 오는데 잘 됐다.


[전용스킬 일렉트릭을 발동합니다.]


물은 전도율이 높다.


“으아악!!!”


망치 놈은 볼품없는 괴성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고마워! 잭!”

“같은 팀이잖아!”


일방적 유대 같지만 그 덕분에 살았으니까 나쁘지 않았다. 속도를 배로 올려 정기민을 따라갔다.


“그거 아냐?!”


정기민이 소리치며 물었다.


“너 우승해야해!”


갑자기?


적잖게 당황한 눈으로 바라보자 그가 씩 웃으며 답했다.


“내가 너 찍으라고 했거든!!”


머릿속에 종이 울렸다.


“미쳤어요?!!”

“내가 카드리유 붙잡을께! 먼저간다!”


내가 리더라고 믿은 게 잘못이지. 정기민의 뇌는 다르다. 도무지 내 예상 범주에 없다.


“비켜비켜비켜!!!”


그때, 철퇴를 허공에 흔들며 지나가는 놈을 가까스로 피했다. 녀석은 정기민을 노렸다.


“조심···!”


여기서 말해봤자 거리가 너무 멀어 안 들린다.


[로빈후드 슈팅 화살을 장착합니다.]


결코 현실이라면 감당하지 못할 속도 시속 400km. 이 속도보다 더 빠르게 쏴서 정확하게 맞춰야 했다.


지금 필요한 건 독기다.


긴장도를 낮춰 충동을 누르고 이성적 의지로 정확도는 올리며 나는 무조건 될 거라는 믿음으로.


[전용스킬 일렉트릭을 발동합니다.]


쏜다.


활 시위를 놓는 순간 손 끝에 전해진 타격감이 상당했다.


독기 품은 활은 무서운 기세로 날아가 철퇴를 뚫으며 전기가 터졌다.


그 여파로 정기민이 날아갈뻔 했다.


“나도 죽을뻔 했잖아!”


쌤통이다 싶은 약소한 쾌감.

운전대를 재빠르게 잡았다.


“할 만한데?”


이루아가 업그레이드 시켜 준 로빈후크의 활이 주는 감각.


좋나 짜릿하다.


“너. 뭐냐?”


어느새 바짝 다가온 피그미가 꼬리를 바짝 세우며 한 번 더 물었다.


“너 뭐냐니까!!”

“왜. 궁금하냐?”


아무리 눌러봐라. 나도 모르는 칭호가 너한테 뜨는가.


“이 신참새끼가!”


꼬리에서 나오는 요사스러운 마력이 극도로 모이는 게 선명히 보였다.


모아서 나한테 쏠라고?


[로빈후드 슈팅 화살을 장착합니다.]


어디 해보자.


“감히 누구 앞에서!”


감히? 상당한 자아도취 멘트였다. 사정거리보다 짧으면 굳이 활 시위를 당기지 않아도 된다.


고맙게도 사방은 물 천지.


[전용스킬 일렉트릭을 발동합니다.]


로빈후크 화살에 박힌 다이아로 스킬을 증폭시키면 된다.


요력과 전기의 부딪침은 격렬했다.

허공에 부딪쳐서 망정이지. 직격타였다면 살아남지 못했을거다.


땡땡땡땡땡!


막 선두주자가 한 바퀴를 돌았다는 사인이 들렸다. 현재 일등은 카드리유.


이 이상 더 처지면 곤란했다.


“빌어먹을!”


난 같은 팀으로서 진심으로 흰쥐를 걱정해줬다.


“연패 할라. 무식한 쥐새끼야.”


<유저 정보>

칭호: 돌격적인 겨울잠쥐(희귀종)

전용특성: 요력

전용스킬:[요력침Lv.6],[손톱활퀴기Lv.6],[꼬리치기Lv.5]

능력치:[민첩Lv.7][체력Lv.7][마력Lv.10],[방어력lv.6]


피그미는 이를 바득 갈며 내게 경고했다.


“너. 죽지마라. 어?”

“어. 그래. 응원 고맙다.”


같은 가문이라서 봐줬다는 하찮은 배려에 헛웃음이 났다.


“방금 대박!”


이크. 놀래라. 언제 따라왔는지 이분홍이 흥분하며 말했다.


“피크미 잡을 테니 오빠는 달려요!”


정기민은 바닷가재 카드리유.

이분홍은 피그마 쥐. 이 계획은 누가봐도 정기민이 짠 판이었다.


신우혁과 이루아 목숨이 걸렸다.


“진짜 부담 주네···.”


지금부터 무조건 달린다.


[라이브뷰를 시작합니다.]


지금 타이밍 미스잖아!

처음엔 화살표가 상당히 거슬렸다.


“못 지나게 막아!”


블루문 세 명이 활로를 막아섰을 때 라이뷰의 진가가 드러났다.


지나 갈 수 있는 최적의 동선이 가느다란 황금 선으로 나타났다.


황금 루트다.


속도를 더 끌어올렸다.


고작 슈트 하나로 시속 500km 속도를 감당하기엔 저항력이 상당했다.


괜찮아. 버틸 수 있어.


황금 루트로 단숨에 치고 나가자 현실에선 느껴본 적 없는 도파민이 터졌다.


첫 번째 랩타임이 울렸다.


“재밌어.”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가족들 몰래 면허증을 딴 것도 이런 짜릿함을 경험하고 싶어서였다.


앞서간 피그미와 이분홍이 보였다.


“달려라! 우승자!!”


응원을 받으며 빠르게 이분홍을 지나쳤다.


“감히 누구 앞을 또!!”


피그미가 앞을 끈질기게 막았다.

내가 움직이는 방향을 확인하고 대처하는 반응속도가 빨랐다.


이 녀석을 넘어서려면 집중력이 필요했다.


[전용스킬 ASMR 극기를 사용합니다.]


교감신경을 터뜨리는 사운드 한방에 집중력이 모아졌다. 피그미의 빠르던 움직임이 일정한 패턴으로 아주 천천히 움직였다.


이 순간 나의 시간은 느리게 흘렀다. 패턴을 파악하자 라이브 뷰가 황금 루트를 펼쳐주었다.


저기다.


순식간에 치고 나가자 얼빠진 피그미가 분개했다.


“저 빌어처먹을 신참새끼가!!!!”


속도가 워낙 빠르니 소리가 멀어져 욕도 귀엽게 들렸다.


이제 남은 건 카드리유.


550km. 600km. 650km.

더 이상 속도를 올리 수 없었다.


저항력에 중심 잡기도 힘들었고 무엇보다 몸이 못 버틴다.


이 속도라도 유지해야 한다.


댕댕댕댕댕!!


벌써 두 번째 랩타임이라고?


카드리유와 정기민이 선두 쟁탈전을 벌이고 있었다.


더 빠른 속도로 따라잡지 않으면 간극을 좁힐 수 없다.


생각해. 생각하자. 방법을.


“잠시만.”


브레이크를 꽉 잡아 쥐어 포뮬러를 세웠다. 단순히 라이브 뷰는 목적지를 알려주는 네비게이션이라고 생각했다.


이 스킬은 어쩌면 사기 스킬이다.


[로빈후드 슈팅 화살을 장착합니다.]


로빈후드 활은 사정거리가 광범위 하고 다이아로 스킬을 증폭 시킬 수도 있으며 연발이 가능하다.


[전용스킬 일렉트릭을 발동합니다.]


지금 카드리유를 멈추지 못하면 역전할 수 없다.


“보여줘. 황금루트.”


[라이뷰 뷰를 탐색중 입니다.]

[라이브 뷰를 재시작 합니다.]


보인다.


가느다란 황금길을 따라 활시위를 당겼다.


화살표가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머큐리의 이동 동선을 빠르게 파악하여 표적이 되어주었다.


[전용스킬 ASMR 극기를 사용합니다.]


순간 공기가 멈춘 기분이었다.


손 끝을 떠난 화살이 전기를 품은 채 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올랐다.


습기를 품은 살은 창공을 거침없이 꿰뚫고 정확히 표적에 떨어졌다.


한발이 아니다.


연이은 파괴력에 서킷 중앙에 직경이 넓은 원 형태의 구멍이 뚫렸고 결국 무너져 내렸다.


포뮬러에서 떨어진 카드리유는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지금이 기회다.


화살을 어깨에 매고 표물러에 올라 최고 속도로 올렸다.


몸이 부서져도 좋으니 머큐리가 눈을 뜨기 전 따라 잡아야 한다.


나의 두 번째 랩타임이 울렸다.


마지막 바퀴다.


나 혼자 살아남는 미션이라면 적당한 순위권에 들었을 거다.


두 명의 목숨이 나한테 달렸잖아.


그 어느 때보다 필사적이었다.


정신이 든 머큐리가 일어나려 했다.


“달려!!!”


정기민이 투명 결계로 포뮬러를 사라지게 해버렸다.


댕댕댕댕댕!!!


랩타임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마카스 전역에 울렸다.


[라이브 뷰를 종료합니다.]


결승전을 지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 포뮬러에서 뛰어내렸다.


바닥에 미친 듯이 데굴데굴 굴러 벽에 박고 멈출 수 있었다.


[우승자 미등록 칭호]


하늘에 뜬 홀로그램 순위표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낮잠자는별입니다.

늦은밤이네요. 더위가 기승을 부려

저녁에 맛있는 냉면먹고 연참합니다.

내일은 공휴일! 빨간날이니 주무시기전

벡도어보시고 즐거운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선작 재밌어요 댓글은

언제나 제게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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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Episode 16. 히든문명 마크후니크 24.08.19 9 0 11쪽
16 Episode 15. 메모리얼 트라우마 24.08.18 7 0 12쪽
15 Episode 14. 메모리얼 트라우마 24.08.16 10 0 11쪽
14 Episode 13. 죽음의 레이스 24.08.16 8 0 12쪽
» Episode 12. 죽음의 레이스 24.08.14 8 0 12쪽
12 Episode 11. 죽음의 레이스 24.08.14 9 0 13쪽
11 Episode 10. 팀 24.08.12 7 0 11쪽
10 Episode 9. 팀 24.08.11 9 0 12쪽
9 Episode 8. 팀 24.08.10 9 0 12쪽
8 Episode 7. 팀 24.08.09 9 0 12쪽
7 Episode 6. 팀 24.08.08 13 0 12쪽
6 Episode 5. 존재 자체가 신 출시 24.08.07 15 0 13쪽
5 Episode 4. 존재 자체가 신 출시 24.08.06 17 0 13쪽
4 Episode 3. 존재 자체가 신 출시 24.08.05 18 0 12쪽
3 Episode 2. 존재 자체가 신 출시 24.08.04 19 0 11쪽
2 Episode 1. 존재 자체가 신 출시 24.08.03 29 0 13쪽
1 Prologue. 유니버스 월드 비밀작. 24.08.03 33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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