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도어(backdoor)

Episode 13. 죽음의 레이스

Episode 13.

죽음의 레이스

메인미션 클리어로 전체적인 능력치 향상과 더불어 역대급 생존비가 지급되었다.

거기에 상금은 보너스였고 새로운 스킬도 얻었다.

[유지비 1만 코인이 출금됐습니다.]

“난이도 C맞냐고···.”

막 결승선을 통과한 정기민이 포뮬러를 버리고 달려왔다.

“살아있냐?!”

그를 원망 어린 눈으로 째려봤다.

“눈빛이 아직 살아있네.”

“왜 그런 무모한 계획을 저한테 상의 한마디 없이!”

정기민은 씩 웃으며 답했다.

“우린 너 믿었거든.”

아주 잘 포장된 맥빠짐이었다.

“신쌤한테 가서 치료받자.”

마치 어린애 다독이듯 정기민은 넉살 좋은 웃음으로 내 손을 잡아 일으켜주었다.

그때, 이분홍이 내 등 뒤에 올라타 소릴 질렀다.

“살았다! 진짜 우승했어!!”

이분홍이 이정도인데 신우혁과 이루아는 얼마나 좋아할까?

“좀 내려와줄래? 힘들거든.”

“이대로 달려달려달려!!”

승리했다는 기쁨보다 다 같이 살아서 다음 미션으로 갈 수 있다는 안도감이 먼저였다.

긴장을 풀고 있는데 요사스러운 기운에 등 뒤가 주삣 섰다.

“신참 너 이새끼. 죽여버리겠어!!”

극도로 흥분한 피그마 재등장이었다.

[전용스킬 다각면을 발동합니다.]

[전용스킬 일렉트릭 베리어를 발동합니다.]

요력침을 날리는 피그마 공격을 정기민과 함께 막았다.

“감히! 네 까짓 게!!”

발톱을 세워 달려오는 피그마에게 일격을 날릴 준비를 했다.

[전용스킬 쇼크웨이브를 발동합니다.]

메인 미션 달성 후 얻은 스킬이다.

강력한 전기 충격으로 상대를 밀쳐내는 기술이라 대응이 필요할 때 반격하기 좋은 스킬이었다.

허공에 붕 떠서 바닥에 곤두박질 친 피그마는 여전히 분하고 억울한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내가··· 이 내가! 죽을 것 같아?!!”

아직도 덤빌 생각인가?

[로빈후드 슈팅 화살을 장착합니다.]

여차 싶으면 쏴버릴 생각이었다.

“구질구질해라.”

누군가 피그마 목에 언더를 채웠다.

“어, 어, 언더가 왜···!”

피그마는 허둥거리며 기겁했다.

“난 죽지 않았어!!”

고갤 돌리자 잭이 손가락으로 총을 쏘는 시늉을 하며 웃고 있었다.

“타르트 도둑은 처형인거 몰라?”

언더가 터지며 피그마 목이 날아갔다.

잭은 자신의 목에 걸려있던 언더를 보란 듯이 풀며 소리쳤다.

“새로운 우승자다! 여왕께 모셔가자.”

잭은 목에 언더가 채워진 부족한 실력의 참가자가 아니었다.

<유저 정보>

칭호: 피의 처형자 (전략가)

전용특성: 피

전용스킬:[피의노래Lv.7],[흡혈Lv.7],[악마의 의식Lv.8]

능력치:[민첩Lv.10][체력Lv.11][마력Lv.12],[방어력lv.10]

하트 여왕의 오른팔이었다.

“환영한다. 새로운 우승자.”

그가 깔끔하게 교통정리를 시작했다.

“각자의 가문으로 해산한다.”

하트 여왕의 첫 이미지는 고결했다.

붉은색 화려한 수가 박힌 풍성한 레이스 드레스에 시니컬 하게 걸쳐진 왕관.

늘씬한 몸매에 지나가는 사람은 한 번쯤 돌아볼 정도로 향긋한 향기까지 풍겼다. 원작 파괴 여러 번 있네.

“이름이?”

“미등록 칭호.”

“아니아니. 칭호 말고. 너의 세계에서 불리는 네 진짜 이름 말야.”

검지 손가락을 가볍게 좌우로 흔드는 제스처가 몹시 묘했다.

“나존재.”

“나존재. 부르기 되게 거창한데?”

하트 여왕은 입매를 올리며 덧붙였다.

“다음 미션으로 가고 싶지?”

이미 메인 미션을 클리어 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건 이미···.”

“카운터가 없을걸?”

하트 여왕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다리를 반대쪽으로 꼬며 웃었다.

“마카스 문명은 말야. 도도리표야.”

<메인 미션 #4– 다음 죽음의 레이스 경기에 참가하여 살아남으시오.>

난이도 C

제한시간 죽음의 레이스 경기 시간

보상 생존비 지급

실패시 사망>

이거 뭐야. 이미 클리어 한 미션이 왜 다시 뜨는 건데?

“여긴 죽을 때까지 못 벗어나.”

인상이 절로 구겨졌다.

“네가 클로버 왕을 죽이면 다음 미션으로 갈 수 있어.”

“클러버 왕은 당신 남편 아냐?”

“남편 아닌데? 사업 파트너야.”

왜케 발끈하지?

난 어깰 으쓱이며 대꾸했다.

“그러기엔 자식이 너무 많던데?”

마카스에 있는 사람들 부모는 다 같다. 하트 여왕은 왕좌에 앉아 턱을 괴며 퉁명스러운 투로 답했다.

“그쪽 유전자와 내 유전자를 합치긴 했지. 몸을 합친 건 아니란다?”

남의 가정사. 아니, 남의 나라 사연 이쯤 알면 충분하고 본론이 중하지.

“당신 미션인가 보지?”

“수 천년도 넘은 마지막 미션이지. 너무 답답한 미션이야.”

“답답하면 직접 싸우면 되잖아.”

여왕이 처음으로 당황했다.

“굳이? 여왕과 왕의 체통이 있지.”

“당신들 미션은 대리자가 없으면 안되는 미션이구나?”

이상하다 싶었다.

하트 여왕과 클로버 왕은 왜 직접 죽이지 않고 굳이 자신들의 유전자를 결합 시켜 낳은 자식들로 끝없는 레이스를 펼치게 했는지 납득됐다.

“그래서···.”

하트 여왕은 하트 지팡이를 바닥에 내리 꽂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톤을 높였다.

“사실을 안다 한들 뭐가 달라지지?”

여왕은 한껏 날 비웃었다.

“넌 내일도 죽음의 레이스에 참가하여 우승하지 못하면 죽어. 내가 낳은 자식이 아니니 엘리스의 타임 터너도 듣지 않아!”

마카스는 무한루프구나. 무한루프는 시스템 종료밖에 방법 없다.

“개죽음보다 과인 대신 미션을 클리어 하고 살아남는 게 이득 아닐까?”

그럴싸한 협박 잘 들었고.

“어렵게 클로버에게 가지 않아.”

[로빈후드 슈팅 화살을 장착합니다.]

“눈앞에 네가 있잖아.”

<유저 정보>

칭호: 퀸 오브 하트 (여왕)

전용특성: 처형

전용스킬:[단두대Lv.15],[하트결박Lv.12],[여왕의 추적Lv.14]

능력치:[민첩Lv.12][체력Lv.13][마력Lv.15],[방어력lv.10]

하트 여왕의 전투력은 높았다.

<히든미션 #3– 하트 여왕을 이기시오.

난이도 C+

제한시간 없음

보상 머큐리의 조각

실패시 사망>

“내가 클로버를 못 죽이지. 너 하나 못 죽일 것 같아?!!”

하트 지팡이를 한번 휘둘렀을뿐인데 날카로운 단두대 칼 끝이 날아왔다.

[전용스킬 일렉트릭을 발동합니다.]

슈팅 화살을 칼처럼 휘두르자 한층 강력한 전기가 터졌다.

“너 같은 이계 잔챙이가!!”

하트체인이 날아와 슈팅화살을 결박했다. 힘으로 당겨 봤지만 여왕이 체력도 좋아서 밀리지 않았다.

“문명의 무게를 알기나 해!!”

결박 당한 상태로 활시위를 당겼다.

애석하게도 내 코가 석자라 하트 여왕 사정까지 일일이 공감해줄 정신은 없었다.

“알고 싶지 않아.”

[전용스킬 로빈후드의 활을 발동합니다.]

사정거리가 멀지 않으니 첫발은 엄청난 속사로 날아가 여왕의 왕관을 관통했다.

연이어 날아간 살은 정확히 이마에 정확히 꽂혔다.

타격감이 상당할 텐데 방어력으로 일부 상쇄시키더니 기이한 모습으로 마력을 끌어올려 단두대 칼을 연속으로 날렸다.

[전용스킬 일렉트릭 베리어를 발동합니다.]

“큭!”

얼마나 전투력이 강한지 베리어는 겨우 한 발 만에 부서졌다. 밀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수천 년이야. 마지막 미션을 못 끝내고 있다고. 거대 문명이 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단 말이다!!!”

이마에 활 꽂고 눈까지 돌아 마구 쏴대니 피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대로는 절대 못 이겨.

“날 죽일 기세는 어디갔지? 나존재!”

하트 결박이 내 목을 휘감아 틀었다. 하여간 취미 한번 고약했다.

“언더도 네 작품이지? 목 성애자야.”

“틀렸어. 난 머리 성애자야.”

“변태새끼.”

하트 여왕은 결박을 더 강하게 당기며 내 숨통을 조였다.

“크으윽···.”

“네 목은 아주 천천히 조여 끊어 버릴거야. 너 내 취향이거든?”

“황송하기도 해라.”

하트 결박을 어떻게든 풀어보려 목틈에 손가락을 비집어 넣어보지만 더 졸리기만 했다.

“네가 왜 무한루트에 빠졌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하트 여왕은 고까운 말투로 입꼬리가 뒤틀렸다.

“뭐?”

“생각의 방향이 한쪽으로 치우쳐서 뫼비우스 띠처럼 못 벗어나기 때문이야. 넌 진즉 게임 주도권을 뺏겼어.”

하트 여왕은 분노했다.

“무슨 개 헛소릴 지껄이는 거야! 난 그 어떠한 주도권도 뺏기지 않았어!이제 겨우 시작한 인류 잔챙이가!!”

여왕은 분에 못 이겨 결박을 끌어당겼다. 분노와 힘이 합쳐진 악력은 날 손 쉽게 바닥에 처박았다.

“감히 과인의 노고를 알 리가 없지.”

여왕은 이마에 박힌 활을 뽑았다.

지팡이에 체중을 실은 채 내 얼굴을 붉은 구두로 즈려 밟았다.

“살고 싶으면 내 발에 입 맞춰.”

희열에 찬 목소리로 날 살살 회유했다.

“그럼 지금까지 벌인 너의 추태를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줄게. 사실 너무 내 취향이라 죽이기엔 좀 아까워.”

난 그녀의 일렁이는 붉은 눈과 마주했다. 천천히 입맛을 다시는 모습이 괘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의 의중을 캐치했다.

“아무도 안왔으면 좋겠는데.”

“안 와. 내 명령이 있기 전까진.”

그녀는 일부러 풍성한 드레스 자락을 그러잡아 허벅지를 내보이며 구두를 거뒀다.

곧바로 그녀의 몸 위에 올라탔다.

“박력있어라.”

“그거 알아?”

그녀는 입맛을 다시며 궁금해했다.

“뭐?”

“난 외도하는 여자 별로야.”

[포르기네이의 위액을 사용합니다.]

그대로 얼굴에 쏟아부은 뒤 물러났다.

“으아아아악!!! 이게 뭐야!!”

[전용스킬 일렉트릭 베리어를 발동합니다.]

치사하지만 전투력으로 하트 여왕을 이길 승산은 없었다.

[로빈후크의 화살을 장착합니다.]

[전용스킬 ASMR 극기를 사용합니다.]

[전용스킬 로빈후크의 활을 발동합니다.]

모든 스킬과 마력을 끌어모아.

“나! 존! 재! 네 목은 내꺼야!!!”

활시위를 강하게 당겨 여왕의 심장을 정조준했다.

활이 내 손을 떠난 순간 깨달았다.

“끝.”

전기와 로빈 후크의 활이 만나 매처럼 빠르게 심장을 관통했다.

여왕은 단말마 비명과 함께 전기에 구워졌다.

연이어 날아간 살에 아리따웠던 그녀는 검은 연기로 변해 재처럼 사라졌다.

<메인 미션 #4– 마카스 문명 게이트를 찾으시오.(수정)>

난이도 C

제한시간 5분

보상 생존비 지급

실패시 사망>

[00:04:59]

하트 여왕이 사라지자 조금 전 메인 미션이 수정되고 카운터가 생겼다.

“어서 여길 떠야해.”

포르기네이 위액이 없었더라면 못 이겼다. 쓰러진 그녀에게 미안하지만 받을게 있었다.

“이거구나.”

그녀가 주무기로 쓰고 있던 지팡이에 박힌 푸른 하트 보석을 분리했다.

[히든 피스 머큐리의 조각을 얻었습니다.]

[하트 여왕이 먹다 남긴 케이크 조각을 얻었습니다.]

이번 히든 미션도 성공했다. 끝났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마력을 너무 과하게 썼어.”

피로도가 높고 부작용이 심했다.

어서 팀원들을 만나 게이트를 찾아야 했다.

“하트 여왕을 죽였네?”

굳게 닫힌 문을 열고 피의 처형자 잭이 들어왔다.

빠르게 반응하고 싶었지만 몸이 안 움직인다.

“고맙기도 해라. 킥킥킥.”

빌어먹을. 몸이 꼼짝을 안 해.

“지금까지 여왕을 죽이려고 숱한 이계 인간들이 덤볐지만 못 이겼거든. 전부 여왕의 취향이 아니라서.”

잭은 꽤 강해 보이는 소드를 쥐고 설렁설렁 내게 다가왔다.

“널 보자마자 느꼈어. 지나치게 여왕의 취향에 가깝다는걸.”

“내가 운이 좀 좋아.”

“운도 실력이긴 하지.”

잭은 소드를 높이 들며 덧붙였다.

“운이 짧아서 어떡하나?”

소드를 내리치려는 순간 커다란 새가 무더기로 들어왔다.

“종이 새?”

그 중 한 마리가 정확히 내 양쪽 어깰 집어 하늘로 날아올랐다.

“존재오빠! 괜찮아요?!”

이루아다.

다른 새 등에 신우혁도 타고 있었다. 어째 오늘따라 더 반갑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들 광복절 잘 지내셨을까요? 어제 업로드를 못해

오늘도 연참갑니다. 조회수가 꾸준히 오르고 있네요.

더욱 더 열심히 하는 낮잠자는별이 되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 재밌어요 선작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