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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자는별
작품등록일 :
2024.08.03 15:35
최근연재일 :
2024.08.2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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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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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8. 연성진 문명

DUMMY

Episode 18.

연성진 문명









정신을 차렸을 땐 오아시스에 누워있었다. 고갤 옆으로 돌리니 풍족한 물과 비옥한 땅이 펼쳐졌다.


“정신이 들어?”


안수즈는 호리병 모양의 식물을 내밀었다.


“여긴···.”

“일단 마셔.”


마시자 갈증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물이 달아요.”

“이거 나름 빙하수 같아.”

“빙하수요?”

“저길 봐. 여기 메머드 등 위인데 머리 쪽은 꽝꽝 얼어있어. 저 물이 녹은 거니 빙하수지 뭐.”


언뜻 설산처럼 보이긴 했다.


“신기루 인 줄 알았는데···.”


존자신이니 놀랄 일도 아니었다.

아파트만 한 메머드가 왜 존재하는지 궁금할 뿐. 대화하면서 느꼈는데 지면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이동 중이예요?”

“응. 그런 것 같아. 아까 그 새는 우릴 여기 던져놓고 다시 날아가 오질 않아.”


이제 우리가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다시 펼쳐볼까?


[라이브 뷰를 시작합니다.]


라이브 뷰는 메머드 머리 쪽을 가리켰다. 몸을 일으켜 다가가자 체감온도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극도의 찬 바람에 온몸이 얼어붙었다.


“더 이상 다가가는 건 위험하겠어요.”


안수즈는 하늘을 가리켰다.


“게다가 곧 밤이야. 사막의 밤은 극악이니 불이라도 피워야 해.”


안수즈에게 라이터가 있었다.

어렵게 모닥불을 피운 우린 불 근처에 앉아 추위를 버텼다.


“체감온도 차이가 100도는 되겠죠?”


낮에는 미친 듯이 끓고 밤엔 미친 듯이 식는다. 안수즈는 은박 담요를 끌어당기며 웃었다.


“매 순간 살아 있다는 기분 느끼고 좋네.”

“여긴 존자신이잖아요.”

“웃긴 건 현실보다 덜 참혹해.”

“현실로 돌아 갈 수 있다면 안 돌아갈꺼예요?”


그는 짧게 비음 소릴 내며 고갤 저었다.


“딱히. 몸 고생, 마음 고생을 너무 했거든. 설마 꼬리표처럼 존자신까지 구설수가 따라 올 줄은 몰랐지만.”

“구설수가 있었어요?”

“뭐, 이제 딱히 상관 없나.”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덧붙였다.


“나 사람 죽였거든.”


현실이었다면 놀랐을 문제인데 여긴 존자신이다. 또 저런 닮은 눈으로 비슷한 톤으로 말하면 왠지 이해하고 싶어 진다.


“고의가 아니였던거죠?”

“고의든 아니든 결과는 죽였어. 워낙 뉴스에 크게 나서 팀원 중 한 명이 날 멀리하기 시작하더라. 앞으로 팀원은 만들지 않을 생각이야.”


불쏘시개를 불에 던져 넣으며 답했다.


“주제 넘을 수 있는데 그 정도 얼굴에 우월한 피지컬 갖췄으면 세상이 가만히 안 둬요. 연예인들 봐요.”


내가 애써 자신을 이해하고 위로한다 여긴 것인지 가볍게 받아쳤다.


“오히려 연예인이라면 너잖아.”


불 앞에 있으니 괜히 마음이 진솔해지고 진지해졌다.


“현실에서 가장 방황하는 부류가 어떤 부류인지 아세요?”


그는 고갤 저었다.


“애매한 실력.”


그는 잠시 추위도 잊은 채 내 말에 귀 기울였다.


“성적은 고만고만하고 재능이 있는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월등히 잘하는 건 아니라서 확실한 진로로 정하기엔 많이 모자라요. 애매하게 실력이 있으니 스스로 쉽게 포기도 안 되는 거죠.”


그때 느낀 현실의 벽은 과연 노력으로 넘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높은 벽이었다.


“그런데 존자신은 이상하게 그런 애매한 절 자꾸 끌어올려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냥 긍정적 예감이 아니라 그냥 하면 결과가 따라와요.”


안수즈는 옅게 웃으며 말했다.


“확실한 성장캐네. 누구나 성장통을 겪어. 나도 겪었고.”

“결국 살아남은 자가 강자겠죠?”


그는 인자한 미소로 끄덕였다.


“내가 본 미래에 넌 있었어.”


이보다 확고한 응원이 또 있을까? 그를 팀원까진 아니더라도 확실히 내 편으로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이 더 확고해졌다.


“동맹맺죠.”

“동행아니고?”


개인과 개인이 맺을 수 있는 동맹 서약. 훗날 거대 문명이 되었을 때 그가 우리 팀원이 아닐 경우 미래시 능력은 너무나 막강하다.


“서로 다른 팀이 되더라도 안 싸울 방법은 동맹뿐이잖아요.”


큰 싸움을 사전에 방지하고 싶었다.

그는 기꺼이 내게 손 내밀었다.


“좋아. 동맹서약이다.”


동맹 서약 상태창 가운데 사인을 마치자 서약서가 반으로 쪼개졌다.


“팀원이 되는 건 차차 시간을 둬도 괜찮고요.”

“뭐, 이 정도면 같은 팀이 아니더라도 만족해. 난 사람들 관계에 더 이상 깊게 관여하고 싶지 않거든.”


그때, 갑자기 안수즈의 오른쪽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전용스킬 미래시가 발동됩니다.]


그는 계시라도 받는 사람처럼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이내 정상으로 돌아왔다.


“방금 미래 본거예요?”


그는 익숙한 듯 오른쪽 눈을 부비며 답했다.


“하늘에서 누가 떨어지던데?”


그때 음속파 굉음 소리에 우린 동시에 고갤 올렸다.


“전투기 소리?”


무언가 날아오고 있었다.


“전투기 아닌 것 같은데?”


점점 다가오는 형상을 보아하니 굉장히 빠른 속도 때문에 납작하게 눌린 형태였는데 무척 밝았다.


“저거 게이트 아니에요?”


마치 UFO를 연상시켰다.


음속파 굉음이 머리맡을 지나치면서 게이트를 열었다. 그곳에서 물이 먼저 쏟아 내렸다. 물뿐만이 아니다.


“사람?”


안수즈 말대로 진짜 떨어졌다.


“으아아!!”

“꺄아아!!”

“으아아앙!”


그것도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전용스킬 육면체를 발동합니다.]


정기민의 화려한 육면체 스킬 덕분에 이분홍은 살았지만 신우혁은 오아시스로 빠졌다.


“으아앙!!”


제일 마지막으로 떨어지는 이루아는 내가 받아냈다.


“잘 지냈어? 오랜만이네.”


이루아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오랜만이라뇨? 우리 헤어진지 얼마 안됐잖아요.”


아무래도 그들과 시간이 서로 다르게 흐른 듯 싶다.


<메인 미션 #6– 사하라 문명 맹수 검치호랑이 전투 경기에서 팀원 전원 살아서 다음 문명에 도착하시오.>

난이도 B

제한시간 2일

보상 무기 보상 및 생존비 지급

실패시 사망>


팀원이 모두 모이니 미션이 떴다.

오아시스에 빠진 신우혁이 소리쳤다.


“와. 씨. 너무 추워!!”


하필 이 추운데 빙하수에 빠지다니. 루아를 내려주며 신우혁에게 손 내밀었다.


“어? 존재? 손 놓쳤는데?”

“얼어 죽어요. 나와서 얘기해요.”


각자 생존키트를 모으니 꽤 그럴싸한 아지트가 만들어졌다. 이분홍은 10인용 텐트가 있었고 이루아는 핫팩을 들고 있었다.


[전용스킬 레고건축을 발동합니다.]


이루아의 레고 건축으로 아지트 주변에 높은 울타리를 쌓으니 바람도 막을 수 있었다.


재정비를 하며 이분홍이 내가 준 과일을 먹으며 다가와 슬쩍 물었다.


“저 사람. 전동킥보드 운전자 사망 시킨 K대학교 이중국적 학생 아냐?”


나존중 납치 후 집에서 봤던 뉴스에서 무심코 봤던 사건이었다.


사건의 개요는 알지만 가해자와 피해자 신상은 모른다.


“뉴스에 신상은 안 떠서 모르겠는데? 그거 무혐의 아니였어?”


이분홍은 아주 작게 속삭였다.


“무혐의긴 했지. 전동 킥보드 운전자가 당시에 누군가에 의해 뺑소니 당한 상태였고 확실히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때, 정기민이 뜬금없이 경계의 날을 세우며 내게 물었다.


“저 사람. 어디서 만났어?”


마침 텐스 밖에 있던 안수즈가 쏙 들어왔다. 그에게 시선이 몰렸다.


“아, 안수즈입니다. 반갑습니다.”

“우와. 미래시? 예언가야.”


신우혁이 놀라며 말했다. 안수즈는 칭찬에 무척 약했다.


“아, 미래시라고 해서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우연히 맞추는 정도···.”

“어? 룬의 후예? 존재야. 그때 아욱가져 간 사람 아냐?”

“맞아요. 양말 더미도 줬고요.”


신우혁은 같이 아욱 따는 것을 도와줬으니 잘 알고 있었다.


“어쩐지! 서로 인연이 있네~”


정기민은 오늘따라 유난히 날을 세웠다.


“당신 팀원들은 어디있죠?”


안수즈는 짧게 탄식하며 답했다.


“카오스 문명에서 잃었어요···.”


이루아가 핫팩을 얼굴에 문대며 물었다.


“카오스 문명은 어떤 문명이예요?”


정기민이 팔짱을 끼며 답했다.


“우린 아직 안 거친 문명이야. 이쪽 루트가 어째서인지 순서가 엉켰거든.”

“아아···.”


리더 정기민이 호의적이지 않자 안수즈를 향한 팀내 분위기가 다소 얼어있었다. 내가 나서야 했다.


“직전 히든 문명에서 생과 사를 함께 했어요. 도움도 많이 받았고 같이 동행하는 건 어떤···.”

“난 반대야.”


정기민. 오늘따라 왜 이래?

그는 안수즈를 향한 경계를 전혀 풀지 않고 있었다.


“우리에게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접근 한거 아니고?”


특별한 목적? 있긴 했다.


[인벤토리에서 머큐리 조각과와 우라노스 조각을 꺼냅니다.]


“그건···.”


정기민은 바로 알아봤다.


“머큐리는 제가 하트 여왕을 죽이고 받은 거고 우라노스는 안이 이분홍에게 전해주라고 했어요.”


안수즈 또한 호의적이지 못한 반응에 썩 기분이 좋지 않지만 예의상 덧붙였다.


“어차피 히든 피스 조각은 주인이 아니면 못 쓰니까요.”

“이분홍. 받아.”


우라노스 조각을 이분홍에게 던져줬다. 이분홍 손에 들어간 우라노스 피스는 특유의 영롱한 빛을 발하더니 곧 그녀의 심장에 스며들었다.


“이거 뭐야? 힘이 넘쳐.”


그녀의 몸은 옥색으로 한동안 발현하더니 곧 잠잠해졌다.


“하트 여왕 죽이면 히든피스가 나온다는 거 알고 있었어요?”


정기민은 딱딱하게 답했다.


“알고 있었어. 머큐리일줄은 몰랐고.”


말할 타이밍을 놓쳤다 정도의 변명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그에게 기대가 좀 컸던 모양이다.


정기민에게 주려고 했던 머큐리 조각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지금 되게 의심스러운거 알죠?”


정기민은 다소 짜증 섞인 표정으로 머릴 쓸어 넘겼다.


“그래, 마음껏 의심해. 난 지금까지 혼자 생존했다는 저 사람이 더 의심스러우니까.”


그는 자신이 의심받는 분위기가 견디기 힘든 것인지 자연스레 뒷걸음질 치더니 웃었다.


“나존, 여기까지인 것 같다.”


그렇게 텐트를 나가버렸다.


“아. 잠시만요!”


이분홍이 안수즈를 뒤따라 나갔다.

정기민이 날 바라보며 말했다.


“나존재. 우리보다 저 사람이 더 믿을만하면 따라가.”


기분이 이렇게 더러울 수 없다.

마치 그에게 내쳐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못마땅해요?”

“누가 알아? 팀원들 다 죽이고 혼자 살아남은건지.”


가뜩이나 살인자로 몰려 팀내에서도 마음 고생 꽤나 했다 들어서 그런지 무턱대고 단언하는 정기민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만해요.”


정기민이 따라 정색했다.


“도대체 저 새끼가 너 어떻게 꼬신 거냐? 정신 차려. 넌 우리 팀이고.”


정기민은 내 마음을 아주 쉽게 들쑤셨다.


“저 사람 나존중 아니야.”


그러니 살아 돌아온 것 처럼 착각말라는 그의 말에 반박할 말이 없었다.


오히려 심장이 철렁했다. 안수즈를 만난 순간 느꼈다.

눈동자. 목소리 톤. 은근히 겁 많고 순종적인 타입에 맥주병인 것 까지. 분명 나보다 재능이 월등한데 어딘지 모르게 엉성한 성격이라 착각 한 것도 사실이다.


나야 착각했다 치자.

그럼 정기민은? 왜 흥분하는건데?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낮잠자는별입니다.

태풍 종다리 영향 덕분에 밤에 눈부신 

나이트를 보냈습니다. 안대를 껴야 할 정도로 

번쩍번쩍. 나존재가 쇼크웨이브 날리나 싶었네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댓글 추천 재밌어요 선작은 언제나 제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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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pisode 20. 연성진 문명 24.08.23 3 0 12쪽
20 Episode 19. 연성진 문명 24.08.22 6 0 11쪽
» Episode 18. 연성진 문명 24.08.21 8 0 11쪽
18 Episode 17. 히든문명 마크후니크 24.08.20 9 0 12쪽
17 Episode 16. 히든문명 마크후니크 24.08.19 8 0 11쪽
16 Episode 15. 메모리얼 트라우마 24.08.18 6 0 12쪽
15 Episode 14. 메모리얼 트라우마 24.08.16 10 0 11쪽
14 Episode 13. 죽음의 레이스 24.08.16 8 0 12쪽
13 Episode 12. 죽음의 레이스 24.08.14 7 0 12쪽
12 Episode 11. 죽음의 레이스 24.08.14 8 0 13쪽
11 Episode 10. 팀 24.08.12 7 0 11쪽
10 Episode 9. 팀 24.08.11 8 0 12쪽
9 Episode 8. 팀 24.08.10 8 0 12쪽
8 Episode 7. 팀 24.08.09 9 0 12쪽
7 Episode 6. 팀 24.08.08 12 0 12쪽
6 Episode 5. 존재 자체가 신 출시 24.08.07 14 0 13쪽
5 Episode 4. 존재 자체가 신 출시 24.08.06 17 0 13쪽
4 Episode 3. 존재 자체가 신 출시 24.08.05 18 0 12쪽
3 Episode 2. 존재 자체가 신 출시 24.08.04 19 0 11쪽
2 Episode 1. 존재 자체가 신 출시 24.08.03 28 0 13쪽
1 Prologue. 유니버스 월드 비밀작. 24.08.03 33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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