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도어(backd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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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자는별
작품등록일 :
2024.08.03 15:35
최근연재일 :
2024.08.2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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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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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9. 연성진 문명

DUMMY

Episode 19.

연성진 문명









“왜 답지 않게 억측과 망발을 내 뱉는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 굉장히 감정적인 거 알죠? 머리 좀 식혀요.”


정기민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게다가 당신은 숨기는 게 너무 많아. 이 팀에 리더로 적격일진 몰라도 사적으로 형 동생 하기엔 너무 불편해.”


정기민 또한 몰랐던 사실은 아니었던 모양인지 옅게 헛웃음 칠뿐이었다.


“너야말로 우리한테 숨기는 거 한 두 개가 아니잖아.”


날을 넘어 이젠 살기에 가깝다.

도대체 안수즈의 어떤 점이 정기민을 이렇게까지 몰아 세운 걸까?


“나한테 뒷통수 맞을까봐 걱정돼요?”


점점 격해지는 발언에 신우혁이 우리 둘 사이를 파고 들었다.


“아, 저기. 둘 다 너무 흥분했어. 지금까지 잘 맞춰왔으면서 왜들 이래. 우리 한 팀이잖아. 어?”


난 지금까지 그에게 오직 딱 하나 궁금했다. 그 하나를 몰라 못 떠난 것도 있었다.


“나존중 어디 숨겼는지나 말해요.”


나와 정기민 사이에 사적인 친밀감은 없다. 처음부터 나존중 연결고리 하나로 이어있을 뿐.


“어디 있는지 말해주면 나한테 볼일 없으니 이 팀에서 탈퇴할 거잖아.”


이것 봐. 처음부터 내 약점을 쥐어틀고 있는데 무슨 정이 가?


“자신은 애초에 약점이 될만한 사적인 대화조차 선 그으면서 팀원으로 남길 바라는 건 너무 욕심 아닌가?”


신경질적으로 텐트를 나와버렸다.

열이 들끓어 밖이 오히려 머리 식히기 딱 좋은 온도였다. 무작정 걸었다.


[라이브 뷰를 시작합니다.]


딱히 목적지를 생각한 건 아닌데 빌어먹을 라이브 뷰가 멋대로 켜졌다.


목적지는 또 만년설이 만연한 메머드쪽이다. 툰트라가 산 능선을 따라 펼쳐져 있는 모습이 경이롭다.


“죽기 밖에 더하냐.”


눈앞에서 화살표가 미친 듯이 깜빡이니 본능적으로 쫓아갔다.


라이브 뷰. 이 스킬은 살아 있는 생물 같다. 학습형 AI라도 되는 걸까?

어느새 교감하는 기분이었다.


“후우.”


생전 경험해 보지 못한 극 추위였다. 입김을 내뱉으니 폐 안으로 냉기가 가득 퍼져 얼어붙었다.


눈보라까지 치기 시작했다.


“윽.”


영하 50도 이하가 되면 바람은 체감온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전신이 얼어붙었다.

멀지 않은 곳에 라이브 뷰 목적지가 떠 있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깜빡깜빡깜빡.


도대체 저기에 뭐가 있는데?

몸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아.


그냥 네가 와라 목적지야.


[전용스킬 일렉트릭 쇼크 웨이브를 발동합니다.]


목적지를 아예 부셔버렸다.

쇼크를 맞은 만년설 정상은 엄청난 진동 소리와 함께 수 십 가닥으로 균열이 일었다. 곧 빙산이 쏟아졌다. 어마어마한 눈사태였다.


라이브 뷰 목적지가 쓸려서 내게 내려온다.


<히든 미션 #5. 만년설의 전설을 찾아라.>

난이도 B

제한시간 메인 미션 #6번 종료전까지

보상 생존비 지급

실패시 사망>


히든 미션이었어? 뭔지 알아보기 전에 내가 깔려 죽겠는데?


[전용스킬 일렉트릭 베리어를 발동합니다.]


일렉트릭 베리어에 부딪친 수 천년 동안 퇴적된 빙산은 무게와 강도가 상상 초월이었다.


“제기랄.”


베리어가 부서지기 직전이다.


[전용스킬 투명결계를 발동합니다.]


날 옭아매던 퇴적 빙산의 일부가 사라지고 돌맹이가 후두둑 떨어졌다.


[전용스킬 육면체를 발동합니다.]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베리어가 사라지고 육면체가 날 보호했다. 고갤 들자 허공에 뜬 육면체 위에 정기민이 서 있었다.

살려준건 고마운데 문제는 목적지 표시가 사라졌다. 정기민이 투명결계로 돌과 바꿔치기 해버렸다.


“덕분에 히든 미션 날아갔어요.”


얼음 조각들을 털며 몸을 일으켰다.


그는 딛고 있던 육면체를 해제 후 육면체 결계 안으로 들어왔다.


[전용스킬 다중 육면체을 발동합니다.]


수십 개의 결계로 더 에워싸더니 작게 한숨을 쉬며 사과했다.


“억지 부려서 미안.”


일부러 아무도 못 듣게 결계를 몇중으로 친걸 보니 대답 할 마음이 없진 않단 소리다.


“리더로서 중요한 능력자인 미래시를 포섭하지 않고 경계하는 이유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필요해요.”


그는 뒷머릴 마구 헝클이며 중얼중얼 하소연했다.


“굳이 파고 들어야겠냐?”

“속내를 못 숨긴 사람이 누군데요.”


사실 이대로 팀원으로 미션만 퍼펙트 하게 클리어하면 문제없다.


얼마나 깔끔한 관계인가.


하지만, 다년간 국궁시합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완벽한 팀워크는 서로의 안정적인 관계에서 비롯된다.


난 이들과 거대 문명에 맞서 반드시 승리하고 싶다. 아틀란을 이기기 위해 동료가 필요하다.


“안수즈와 무슨 악연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능력이 무려 미래시예요. 피스의 주인일지도 모르고요.”


이기적일지 모르지만 정기민의 마음을 돌려야한다 싶어 덧붙였다.


“잘하잖아요. 감정 빼고 이성적으로 빠르게 상황 판단하는 거.”


그러니 개인적인 감정은 둘이 알아서 했으면 싶었다. 어른이니 가능할거라 당연시 한 것도 있었다.


“하, 넌 내가 감정도 없는 줄 아냐?”

“어른이잖아요.”

“어른이면 삐딱선도 못 타냐?”


처음으로 그가 진심으로 빡친 표정을 지었다.


“나이는 자동으로 먹는 거야. 나이 먹었다고 다 나이값 좀 안 하면 어때. 어른도 실수 아주 잘 한다고.”


처음으로 정기민에게 인간미를 느낀 순간이었다.


“너처럼 타인에게 벽치는 놈들이 한번 정주면 너무 주던데 행여나 다른 문명 사람들에게 정 주지마.”


내가 뭐 그리 정을 줬다고 트집이지? 난 어깰 으쓱이며 대꾸했다.


“그런 적 없어요.”

“간혹 아무 죄 없는 문명 사람들을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죽여야 할 수도 있어. 그 정 때문에···.”


난 빠르게 잔소리를 컷 했다.


“그럴 일 없고요.”

“하여간. 너 진짜 아오. 싸갈머리!”


때마침, 히든미션 보상 세턴의 조각을 들고 안수즈 다가왔다. 정기민이 날려버린걸 그가 찾은거다.


이분홍도 함께였다.


정기민은 안수즈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며 답했다.


“저 녀석한텐 형이라 잘만 부르네.”

“나존중 어디 있는지 말해주면 당장 형이라 부를게요.”

“아틀란스에 있어.”


뭐? 난 그에게 버럭 소리쳤다.


“미쳤···!”

“칭호 언급 불가 계약이 되어 있어서 이름은 말 못하지만 믿을만한 사람에게 맡겼어.”


그러니 더 이상 의심하지 말고 자신을 믿어달라는 호소였다.


“앞으로 형이라고 불···.”


갑자기 정기민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표정이었다.


“텐트 쪽 결계가 사라졌어.”


정기민은 빠르게 결계를 해제하며 달려갔다. 난 이분홍에게 소리쳤다.


“분홍아! 루아가 위험해!”


루아 걱정이 앞선 나머지 이분홍이 정기민을 치고 나갔다. 안수즈가 다급히 날 붙잡으며 세턴의 조각을 내밀었다.


“이거 챙겨가!”


[인벤토리에서 머큐리 조각을 꺼냅니다.]


곧바로 머큐리 조각과 세턴 조각을 맞바꿨다.


“우리 리더에게 직접 줘요.”

“뭐?”


안수즈가 적잖게 당황했다.


“리더와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형이 주인에게 돌려주는게 맞는 것 같아요.”


최재윤이 그랬다. 시나리오 팀플에서 가장 유용한 능력은 미래시라고.


“그리고 무조건 우리 팀원이 됐으면 좋겠어요.”


안수즈는 고민도 없이 거절했다.


“아냐, 이건 내가 줄 물건이···.”


짐승의 목 울대에서 울리는 경계어린 울림소리가 들려 안수즈 뒤를 봤더니 회색 늑대보다 몇십 배는 되는 다이어 울프가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오고 있었다.


“뛰어요!”


머큐리 조각을 인벤에 집어넣으며 뒤를 확인한 안수즈가 소리쳤다.


“저 늑대 뭐야! 왜 저렇게 커!”


다이어 울프는 정상에서 쏟아 내린 빙산에서 무차별 생성되고 있었다.


이 상황 내가 저지른 것 같은데?


텐드 가까이 다가가니 신우혁과 이루아가 수 십마리 다이어 울프와 고전중이었다.


“루아야!”


이분홍이 스킬을 발동됐다.


[전용스킬 비눗방울 터지기가 발동됩니다.]


피스 버프를 받은 이분홍의 폭발은 화산 폭발급이었다. 문제는 아직 빙산이 널려서 재생성 시간이 빨랐다.


[전용스킬 일렉트릭을 발동합니다.]


최대한 전기로 부셔서 생성 시간을 늦췄다.


“물러서!”


안수즈가 소리쳤다.


[전용스킬 정신방벽을 발동합니다.]


처음 봤다. 정신계 계통의 능력자가 쓰는 스킬의 화려함은 공격형 스킬보다 아우르는 분위기가 남달랐다.


한방에 수십 마리의 늑대가 멈췄다.


[전용스킬 확장 원을 발동합니다.]


정기민 스킬이 한층 더 성장했다.

광역기 보호결계로 바뀌었다.


“다들 여길 뜨자.”


리더의 철수 명령이 떨어졌다.


“제 차례예요!”


이루아가 다부지게 앞에 나서며 스킬을 발동했다.


[전용스킬 기본형접기를 발동합니다.]

[전용스킬 코팅을 발동합니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색종이 한 장을 단순히 접어서 스킬을 완성했다면 이번엔 다르다.


삼각형 모양의 기본 조각 수 백개를 단숨에 만들어 하나씩 조립하는 방식으로 상당한 견고함까지 갖춘 펠리컨 새를 만들었다.


“제가 만든 스폐셜 귀염둥이 펠리컨 입에 타요!”


종이 펠리컨이 자랑스럽게 입을 벌렸다. 이루아 스킬을 처음 본 안수즈는 의심을 표했다.


“이거 날긴 날아?”

“아주 잘 날껄요?”


난 스스럼없이 펠리컨에 탑승했다.

이루아, 이분홍, 신우혁이 따라 탔고 정기민과 안수즈만 남았다.


“팀원들이 주는 선물입니다.”


안수즈는 세턴의 조각을 정기민에게 내밀며 말했다. 그는 홀로 남을 생각인 듯 했다.


“한 번에 알아보지 못해 미안해요. 저도 너무 힘든 시간을 정신 없이 보낸 탓에 누군지 떠올리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이분홍이 슬쩍 내게 귓속말 했다.


“전동킥보드 피해자가 정기민 삼촌 약혼녀였어.”


이거 물어보려고 안수즈를 뒤따라 간 거구만. 대단하다 이분홍.


“나도 안오빠가 우리 팀이면 좋겠어. 미래시 박박이잖아.”


자신의 피스 조각을 찾아준 감사 표시인줄 알았는데 그저 스킬 비주얼에 넘어갔네.


정기민은 세턴의 조각을 낚아채며 말했다.


“머리로는 당신도 피해자인 거 압니다. 아는데 내가 너무 억울해서 누구 하나 붙잡고 탓이라도 안 하면 미칠 것 같아서요.”


안수즈는 이해한다는 듯 고갤 끄덕이며 멀어졌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잖아요.”

“당신도 피스의 주인인거죠?”


정기민은 억지로 안수즈를 우리 팀에 합류시킬 타당한 이유를 찾고 있었다. 나름 이성적인 판단을 하려 노력중인 것 같다.


“넵튠의 조각 주인입니다.”

“원하시면 타세요. 한동안 동행하죠.”


정기민이 먼저 펠리컨에 올라왔다.

안수즈는 여전히 고민 중인지 우릴 올려볼 뿐이었다.


이번엔 내가 나서서 재촉했다.


“안! 어서타요!”


[전용스킬 미래시가 발동됩니다.]


그의 붉은 눈동자에 비친 미래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펠리컨에 탑승했다.


“한동안 잘 부탁합니다.”


정기민과 안수즈 관계가 걱정되긴 하지만 펠리컨은 큰 날개짓 한 번으로 하늘을 날아올랐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낮잠자는별입니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어 오늘 점심은

든든히 먹어보려합니다. 

독자 여러분들 덥다고 대충 드시지 마시고

이럴수록 꼭꼭 끼니 거르지 마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댓글 선작 재밌어요 추천은 언제나 제게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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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19. 연성진 문명 24.08.22 7 0 11쪽
19 Episode 18. 연성진 문명 24.08.21 8 0 11쪽
18 Episode 17. 히든문명 마크후니크 24.08.20 9 0 12쪽
17 Episode 16. 히든문명 마크후니크 24.08.19 9 0 11쪽
16 Episode 15. 메모리얼 트라우마 24.08.18 7 0 12쪽
15 Episode 14. 메모리얼 트라우마 24.08.16 10 0 11쪽
14 Episode 13. 죽음의 레이스 24.08.16 8 0 12쪽
13 Episode 12. 죽음의 레이스 24.08.14 8 0 12쪽
12 Episode 11. 죽음의 레이스 24.08.14 9 0 13쪽
11 Episode 10. 팀 24.08.12 7 0 11쪽
10 Episode 9. 팀 24.08.11 9 0 12쪽
9 Episode 8. 팀 24.08.10 9 0 12쪽
8 Episode 7. 팀 24.08.09 9 0 12쪽
7 Episode 6. 팀 24.08.08 13 0 12쪽
6 Episode 5. 존재 자체가 신 출시 24.08.07 15 0 13쪽
5 Episode 4. 존재 자체가 신 출시 24.08.06 17 0 13쪽
4 Episode 3. 존재 자체가 신 출시 24.08.05 18 0 12쪽
3 Episode 2. 존재 자체가 신 출시 24.08.04 19 0 11쪽
2 Episode 1. 존재 자체가 신 출시 24.08.03 29 0 13쪽
1 Prologue. 유니버스 월드 비밀작. 24.08.03 33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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