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가 천재가 가문 역사로 다 줘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안단골
작품등록일 :
2024.08.05 23:30
최근연재일 :
2024.08.13 09:26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202
추천수 :
0
글자수 :
46,109

작성
24.08.05 23:32
조회
45
추천
0
글자
10쪽

명문가의 마지막 후손

DUMMY

“얼마나 대단한지 보자고요.”


교사 우타요의 눈이 빛났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찾은 시골에서 드디어 신리 가문의 후손을 만났다.


태초 이래 가장 긴 역사를 지닌 명문 세가.


그만큼 가문의 역사를 담은 이능력의 개수도 많고 그 힘도 강했다.


당연히 천재가 탄생할 수밖에 없는 가문이다.


우타요는 한 번도 신리의 위대함을 두 눈으로 보지 못했다.


그들은 몇십 년 전 갑작스레 전 재산을 잃고 잠적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신리 가문 후손의 퇴마를 직관할 기회가 왔다.


상대는 조무래기 하급 악귀도 아닌, 덩치가 있는 중급 악귀.


아이가 눈을 질끈 감자 빛을 내뿜는 조각에서 두 직선의 섬광이 번뜩였다.


이거지, 이거야!


올곧은 두 직선.


전설로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가문의 문양이 선명히 그려졌다.


감격에 겨운 우타요가 두 손을 맞잡았다.


“신리의 발자취를 따르는 소자가···.”


아이가 신리 가문사에 대한 예우를 읊조리기 시작했다.


“가문의 역사를 짚고 악귀를 단죄하려 합니다.”


간절한 부름을 들은 조각, 가문의 역사를 담은 사령패의 기운이 아이의 몸을 감쌌다.


***


우리 가문은 아버지가 나만 할 때 전 재산을 잃고 나앉았다.


지금은 시골 산골짜기에서 초가집이나 짓고 평민처럼 사는 신세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신리 가문이 멸문하지 않았다고 하셨다.


속세를 뒤로하고 밭을 일구며 지내는 귀족 가문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아버지의 말씀은 틀리지 않았다.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불 속에 고이 숨겨둔 함을 열어 사령패가 멀쩡한지 확인했다.


신비로운 빛깔을 뽐내며 걸린 사령패를 보자니 질리도록 들었던 아버지의 말이 가슴 깊이 새겨졌다.


어릴 때는 우리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몰랐다.

지금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버지의 말씀대로 신리는 뿌리 깊은 역사를 가진 가문이라는 것을.


사령패는 가문의 역사가 담긴 패로, 이능력의 근원이다.


사람들은 사령패를 다루는 이를 ‘사술사’라고 불렀다.


사령패만 멀쩡해도 사람들은 멸문했다는 말을 함부로 입에 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아버지는 생전 사령패를 소중히 여겼다.

악귀를 퇴마할 때 빼고는 사술사의 능력을 사용하는 것도 신중히 결정했다.


나에게도 마을에 위험이 닥쳤을 때 쓸 수 있는 사령패 하나만 쥐여 주셨다.


나머지 패로 악귀를 퇴마하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그 하나의 사령패만 있어도 악귀를 퇴마하는 데 문제없었지만.


악귀는 우리 마을에 자주 출몰하지 않았다.


때때로 길 잃은 악귀가 밭을 망쳐놓고 사람을 해치긴 했으나 마을 전체에 큰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의 약해빠진 것들이었다.


오늘은 귀신이 잔치라도 벌이는지 악귀가 대낮부터 횡포를 부렸다.


이상하게 요즘 들어 악귀가 자주 출몰했다.


“군담 사령패 하나 챙기면 그만이지.”


손가락으로 사령패를 훑다 가장 익숙한 기운을 찾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는 마을 유일의 사술사가 되었다.


악귀가 마을에 평화를 방해할 때마다 나서는 건 내 몫이었다.


퇴마는 어렵지 않았다. 사령패를 손에 쥐고 능력을 얻어 악귀를 공격하면 되었다.


혹시 모르는 실수를 막고자 다시 사령패를 확인했다.


군사 군 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조각.


손바닥에 감도는 기운을 보니 하급 군담 사령패가 틀림없었다.


“요놈 맞네.”


문을 박차고 나오니 저 멀리 악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서둘러야 했다.


***


키에에엑 -


날뛰는 악귀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두꺼비랑 멧돼지를 합친 것보다 흉측하게 생긴 게 밭을 망친 것이 못마땅했다.


지금은 밭에만 관심을 보여서 다행이지 민가로 눈을 돌리는 순간 사람들이 위험하다.


소식을 듣자마자 사령패를 챙기고 달려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


악귀는 인기척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밭을 파헤치고 고생 들여 키운 농작물을 먹어 치우느라 바빴다.


그거 내 밭이야, 인마.

하필이면 신리 가문 밥그릇을 건드린 악귀라니, 제 무덤을 판 꼴이다.


“저걸 퇴마할 수 있겠느냐.”


사령패를 손가락에 걸고 능력을 흡수할 참에 어딘가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쪽을 보니 삿갓을 쓴 노인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우리 마을 사람은 아니었다.


지팡이를 짚은 헤진 옷차림의 노인.

옷의 문양이 꽤 높으신 분 같았다.


험한 산길을 넘어 마을에 당도한 것인지 도포 자락은 군데군데 찢어져 있었다.


“왜 거기 있어요? 위험하니 피해 계셔요.”


나는 퇴마하기 전에 마을 사람들을 전부 돌려보냈다. 노인이 남아 있을 줄은 몰랐다.


노인은 눈앞에 떡하니 있는 악귀의 포효에도 가만히 미소 지었다.


“마을에 온 악귀치고는 몸집이 큰데 말이다.”


조금 정신이 온전치 못한 분이신가.


노인을 직접 집에 모셔 드리고 악귀를 퇴마하기엔 시간이 지체될 것이다.


악귀가 밭에 흥미를 잃고 킁킁거리는 모습이 보여 조급해졌다.


귀족의 비단에서 보일 만한 문양.

범상치 않은 몸에서 우러나오는 신선의 기운.


‘악귀 소식을 듣고 온 옆 동네 사술사겠지?’


나는 고개를 갸웃하고 다시 사령패의 기운에 집중했다.


노인의 말대로 악귀의 몸집이 다른 악귀들에 비해 거대했다.


소용돌이치는 검은 몸체는 땅을 파먹을수록 점점 커졌고, 등에는 등껍질 대신 깨진 도자기 조각이 빼곡이 박혀 있었다.

날카로운 발톱에 오니의 송곳니까지 여간 흉악스러운 놈이 아니었다.


“눈 흰자에 그어진 선명한 직선···. 교장 선생님, 참말이네요. 저놈 신리 아닙니까!”


먼 길을 걸어오느라 버거웠는지 지팡이를 짚고 지쳐있던 노인 뒤 젊은 남자가 사고를 쳤다.


아까 전 나와 눈을 마주치곤 무언가 생각하더니 이제야 동공을 크게 뜨고 소리친 것이다.


“이놈아! 조용히 하거라. 악귀가 눈치채지 않겠느냐.”


노인의 호통에 젊은 남자는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입을 텁 막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케에에엑 -


이미 늦었다.


악귀는 날 세운 손톱을 번뜩이며 공격 자세를 취했다.


“교장 선생님, 그래도 괜한 걱정은 마십쇼. 신리잖아요.”


자기가 공격하기 어렵게 악귀를 불러놓곤 뭔 헛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비록 지금까지 신리 가문 역사의 힘으로 손쉽게 악귀를 퇴마했으나.

저렇게 큰 악귀는 마을에서 본 적이 없다.


압도적인 크기에 사령패의 능력을 흡수하는 데 더 주의를 기울였건만.


“얼마나 대단한지 보자고요.”


눈을 질끈 감고 사령패를 쥐었다.

눈알이 아려오는 것이 때가 되었음을 알렸다.


괴상한 악귀는 지금껏 보인 잔챙이들과 다른 놈.

이렇게 된 거, 긴장을 풀고 가문의 역사를 믿기로 했다.


“신리 가문사, 군.”


손에 쥔 조각이 빛날 때 그려지는 두 직선의 섬광 뒤로 사령패의 속성을 알리는 문자가 번뜩였다.


군사 군.

가문의 군담은 능력이 된다.


“저 아이, 무기 없이 군담 사령패를···.”


아버지가 내게 허락한 유일한 사령패. 이놈을 허락한 이유는 단순하다.


고작 신체 능력을 각성시키는 게 끝인 하급 사령패에 불과해도.

단 한 번의 일격으로 악귀를 해치우는 데 무리가 없었다.


“신리의 발자취를 따르는 소자가···.”


먼 옛날, 신리 가문이 적으로부터 백성을 지키는 방법은 간단했다.


몸을 단련하여 무기 없이도 적을 물리칠 수 있는 전사로 거듭날 것.


지름길과 편법 대신 정도를 추구하라는 격언은 신리 가문을 지탱하는 말씀이었다.


이 사령패를 손에 쥐면 무기를 들 필요가 없다.

전투에서 무기 없이도 몸 바쳐 싸운 신리 가문원의 끈기를 받았으니까.


“가문의 역사를 짚고 악귀를 단죄하려 합니다.”


팔에 힘을 주었더니 사령패가 제 역할을 톡톡히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악귀가 발톱을 세우며 달려들었다.


목으로 뛰어오르는 대가리는 허리를 젖혀 피하고 명치에 주먹을 날려 줬다.


보통 다른 악귀들은 머리 한번 때려주면 죄 죽던데, 이놈은 어떨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리 덩치 있는 놈이라도 신리 역사 앞에서는 몸을 못 추스르는 법이다.


빠각-


“하급 사령술 하나에 중급 악귀가 산산조각···.”


시끄러운 젊은 남자의 놀람 섞인 감탄에 뒤를 돌아보니 악귀의 상체가 분해된 채로 밭에 나뒹굴었다.


저거 거름은 되려나?


악귀의 시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잿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역시 괴수 같이 생겨도 실체는 검은 기운일 뿐이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드디어 찾았다···.”


젊은 남자는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며 흥분한 채 머리를 쥐어뜯었다.


정신이 오락가락한 노인에 미친 아들이라니, 안타깝군.


“너, 사령술은 누구한테 배웠느냐.”


노인은 입꼬리가 귀에 걸려 있었다. 초면에 받는 과도한 관심은 언제나 사절이다.


“아버지께 배웠죠.”


나는 곡괭이를 챙겨 밭고랑에 들어갔다.


악귀를 퇴마하려는 목적이긴 해도 밭에 왔으니 미루던 밭일을 할 참이었다.

악귀가 망친 곳도 손봐야 하고 일이 태산 같았다.


“크하하하!”


아까도 웃던 젊은 남자가 밭일하러 들어가는 나를 보고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리더니 어느새 밭에 들어왔다.


“밭 망치지 말고 가셔요.”


“네가 이리 밭이나 일구고 있을 때인 줄 아느냐? 밭 한 번 더 일구다간 세상이 망하겠어!”


악귀 하나 때려잡은 것 가지고 저렇게 호들갑 떠는 사람은 처음 봤다.


물론 마을 사람들도 유일한 사술사인 나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그 정도의 칭찬은 마을에 내려온 멧돼지 잡는 사냥꾼도 받는다.


“짐승 잡는 사냥꾼이나 데려가세요, 그럼.”


“이건 좀 모욕적이군. 사술사를 사냥꾼에 비유하다니···. 물론, 악귀 잡고 썩어빠진 가문도 잡는 사냥꾼은 맞지만.”


젊은 남자는 밭을 한번 둘러보더니 내 손에서 곡괭이를 뺏어갔다.


“뭐 하는···. 읍.”


남자는 무턱대고 종이 한 장을 품에서 꺼내 내 얼굴 앞에 붙였다.


[마와루 학당]


“이게 뭐예요?”


“그것도 몰라? 완전 촌놈이구먼!”


남자는 키득거리곤 밭에 굴러다니던 무 하나를 맛보다 떫었는지 바로 뱉었다.


“우리가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아냐? 넌 농사에 소질이라곤 없으니 관두고, 여기나 와라.”


작가의말

일본풍이지만 가상세계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명문가 천재가 가문 역사로 다 줘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작가가 그린 신리 타메오 24.08.11 11 0 -
10 벤카와 가문의 계략 24.08.13 5 0 11쪽
9 소가주 자리를 두고서 24.08.11 9 0 12쪽
8 퇴마 실습을 위한 준비 24.08.10 9 0 10쪽
7 귀한 분 24.08.09 13 0 11쪽
6 사령패의 군담 속 숨겨진 뜻 24.08.08 28 0 9쪽
5 강한 자를 위한 용기 24.08.07 22 0 9쪽
4 멸문을 막는 입학 24.08.06 23 0 10쪽
3 사령신의 구원 24.08.05 22 0 9쪽
2 이유 없는 멸문 24.08.05 25 0 9쪽
» 명문가의 마지막 후손 24.08.05 46 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