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가 천재가 가문 역사로 다 줘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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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단골
작품등록일 :
2024.08.0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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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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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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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주 자리를 두고서

DUMMY

“그런데···. 신리 타메오.”


하츠네의 눈이 근심으로 일렁였다.


무슨 문제라도 있어 보였다.


“혹여 걔네가 퇴마 장소가 바뀌었다고 해도 절대 믿지 마. 신입생 때 눈엣가시인 애를 흑옥림에 밀어 넣어 죽인 적도 있는걸.”


“흑옥림?”


‘신리 타메오, 스승님께는 말씀드려 놨어. 혼자 과제를 하려면 흑옥림에서 해야 한대.’


칠대세가 무리는 하츠네의 예상대로 퇴마 장소가 변경되었다고 전했다.


역시나 거짓 정보였나. 아무렴 상관없었다.


“응, 그곳은 악귀가 거의 중급이라 학생 혼자서 퇴마하긴 어려워.”


두 가지 속성의 사령패를 모두 시험해 보려면 중급 악귀로 가득한 숲이 나았다.


“그냥 속아 주자.”


“괜찮겠어, 타메오?”


나는 하츠네가 빌려온 책을 덮었다.


“응, 이번 기회에 경사 사령패의 위력을 시험해 보자고.”


***


“자, 조는 다 짰을 테니···. 내가 알려준 구역에서 알아서들 퇴마하면 된다. 못 하겠으면 중간에 나와도 돼.”


“스승님, 중간에 도망치면 점수 깎이지 않아요?”


“점수 깎일래, 아니면 네 목숨 깎여서 너희 집안 사술사 수 줄일래?”


모두가 실습 교사의 안내에 집중할 때, 마츠모토 유안 혼자 초조했다.


신리 타메오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악귀 퇴마 실습이 모두 끝나고 어둑한 밤이 되었다.


마와루 학당에 돌아갈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유안은 타메오를 찾지 못했다.


“야, 편입생 못 봤어?”


“눈에 두 직선 그려진 애? 모르겠는데···.”


퇴마를 함께한 조원에게 물어봐도 타메오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다.


편입하자마자 실습한다고 땡땡이라도 치나?


같이 조를 짰어야 했나 후회가 막심했다.


신리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아버지가 가만히 있질 않을 텐데.


“마츠모토, 누구 찾아?”


“신경 꺼.”


칠대세가의 시비에 답할 여유는 없다.


“혹시 편입생 찾으시나. 어디 있는지 아는데, 알려줄까?”


“뭔 짓 했냐.”


실실 웃는 놈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유안은 두리번거리던 것을 멈추고 눈을 부라렸다.


“편입생 누구 조야?”


그때, 인솔을 위해 학생 수를 확인하던 교사가 신리 타메오를 찾았다.


“아, 스승님. 신리 타메오가 자기는 하급 악귀가 시시하다고 흑옥림으로 가더라고요.”


“뭐, 흑옥림? 흑옥림에는 간간이 상급 악귀도 나타나는데 미쳤나.”


“말리려고 했는데 고집만 세선, 말릴 수가 있어야지요.”


교사는 신경질을 내며 한숨을 쉬었다.


편입생이 우타요 선생과 교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천재라는 건 알았지만, 정도가 있지.


제 능력을 과신해 교사의 명을 어기다니. 따끔하게 벌을 내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니다.

살아 있을지도 의문인데 벌은 무슨.


“일단···. 다른 교사를 불러와라. 시체라도 찾아야지.”


교사마저 체념한 듯 말하자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사령패가 썩을 만한 짓은 뭐든 하는군.”


유안은 당장이라도 신리 타메오를 흑옥림으로 몰아가고 스승님께 거짓을 고한 그의 멱살을 잡고 싶었다.


주먹 쥔 두 손만 부들부들 떠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뭐 어때, 사령패는 빼앗아 정화하면 그만.”


“미친놈.”


“네 사령패 하나 더 뺏어주리?”


학생들은 마와루 학당에 돌아가려는 듯 하나둘씩 숲을 떠나려고 했다.


그 순간.


“늦어서 죄송합니다.”


“신리 타메오!”


학생들의 눈길이 잿가루 묻은 교복을 입은 신리에게 고정됐다.


“그, 그나저나. 너, 어떻게···.”


신리는 당황한 교사 앞에 품에 안은 작은 돌조각을 쏟았다.


“스승님께서 악귀를 퇴마하고 본거지에 있는 말뚝을 가져오라 하셨는데 무얼 가져와야 할지 몰라서···.”


유안은 방금까지 신경을 긁던 도련님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았다.


“전부 가져왔어요.”


곳곳에서 학생들이 헉 소리를 내며 감탄했다.


“전부? 그럼 중급 악귀를 다 퇴마했다는 소리야?”


“편입생이라며. 하나의 사령패 밖에 다룰 줄 모를 텐데?”


“중급 악귀 여럿이면 적어도 두 속성의 사령패 정도는 있어야···.”


“다들 조용!”


교사는 떠드는 학생들을 향해 소리치곤 신리에게 물었다.


“오늘이 첫 수업 아니니?”


“네.”


“그런데 어떻게···.”


신리는 별 거 아니라는 듯 웃으며 답했다.


“악귀 퇴마를 준비하느라 저녁이 될 때까지 수업이 없었잖아요. 서적 하나를 다 익혔어요.”


실습 교사는 놀란 기색을 감추며 헛기침을 했다.


“그래도 다음번에는 이탈하지 말아. 위험하니까.”


“네.”


‘우타요 선생, 이런 애를 어디서 데려온 거야?’


역사 깊은 집안에다 뛰어난 신체 능력, 천재적인 두뇌까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어휴, 재능으로 다 해 먹는 놈 같으니라고.”


유안은 마와루 학당으로 돌아가며 연신 놀라워했다.


“질투나?”


동경 어린 시선에 담긴 부러움을 알아챈 신리는 농으로 대꾸해 줬다.


“아아아니? 아니? 그럴 리가. 속 시원하더구먼.”


“칠대세가 애가 장소를 잘못 알려 줬어.”


“그걸 믿냐?”


“아니. 안 믿었지.”


신리가 속아주는 척하고 흑옥림에 들어간 진짜 이유를 들은 유안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경사 사령패의 능력은 알아냈어?”


“응, 근데 군담 사령패랑 별 차이 없던걸.”


“무슨 능력이길래.”


“조종.”


***


벤카와 가문 유키노는 오늘 악귀 퇴마 실습을 빠졌다.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실습을 빠진 사실이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면 혼쭐이 날 것이다.


‘혼내 보라지···.’


화려한 말재간으로 실습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하나부터 열까지 읊어 드릴 생각이다.


사야가 가문의 사령패를 빼앗아도, 아버지께 아양을 떨어도 돌아오는 건 차디찬 면박.


실습을 빠지나 실습에서 수석을 차지하나 아버지의 반응은 똑같을 것 같았다.


갑자기 설움이 밀려왔다.


‘너는 늘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구나. 무엇이 급하여 사야가의 사령패를 다 빼앗았느냐?’


싸늘한 표정의 아버지가 떠올라 성질이 더 났다.


‘아니, 지난번에는 상대가 영주든 귀족이든 다 빼앗고 보라더니···.’


아버지께서 다혈질에다 줏대 없는 사람이란 건 예로부터 알았다.


하지만 사령패를 빼앗아 가문을 멸문시킨 건 아버지의 성질을 돋울 만한 행동이 아니었다.


벤카와 가문의 사령패를 정화할 수도 있고 영지도 우리 가문 소유가 되는데 무엇이 불만이었던 걸까.


“그리 화내실 줄 알았으면 괜히 싸움을 걸지도 않았어!”


유키노는 화를 참지 못하고 난초 병을 던져 깨트렸다.


그때, 문밖에서 유키노의 행태를 지켜보다 바들바들 떠는 시녀가 보였다.


시녀는 무언가 전할 것이 있는 듯 문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들어와.”


시녀가 들고 온 건 작은 함에 담긴 봉투였다.


누가 편지라도 보냈나?


유키노는 함에 든 종이가 내심 아버지의 사과 편지이기를 바랐다.


아니면 소가주인 자신에게 주는 새로운 사령패라든가.


잠시 품었던 설렘은 편지에 박힌 가문 문장을 보는 순간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제길.”


봉투의 정체는 칠대세가 자제들 전체에게 보내진 편지였다.


무슨 일이라도 났을까.

뭐가 됐든 좋은 일은 아니다.


“물러가.”


유키노는 시녀를 돌려보내고 편지를 읽었다.


가문 어르신이 보낼 법한 필체는 아니었다.


아, 설마 그분이신가.

그럼 더 짜증 나는데.


유키노는 편지를 읽을까 말까 수백 번을 고민했다.


칠대세가 자제 중 한 명으로서 읽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 유키노는 마지못해 봉투를 펼쳤다.


[ 조금 다뤄줬더니 꽤 성가시게 구네. 너희 선에서 해결하길 바라. ]


“어차피 핵심 사령패에는 손도 못 댈 텐데 뭔···.”


최근 들어온 편입생이 칠대세가를 적대하는 세력이 포섭한 놈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아무래도 편지는 그 아이에 대한 말인 것 같았다.


정말 센 놈이라면 하급 사령패를 가진 학생들은 긴장해야 할 것이다.


순식간에 사령패를 잃게 될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가문은 그렇게 쉽게 멸문하지 않는다.


영주 가문처럼 하급 사령패밖에 없는 나약한 것이라면 모를까.


“실습에서 얼마나 나댔으면.”


오늘 악귀 퇴마에서 거슬리는 행동을 보이지 않고서야 이런 편지가 칠대세가 자제들 사이에 돌 일은 없다.


첫날부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희 선에서 해결해는 무슨···.”


유키노는 편입생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벤카와 가주에게 신임은 점점 잃어 가고.


사령패 다루는 실력은 언제 오르는지 모르겠고.


‘가주께서 장녀이신 유키노 아씨 대신 유우시 도련님을 소가주로 세우실 예정이라는 말이···.’


이전에 벤카와 가옥에서 산책하다가 별 미친 소리도 다 들었다.


헛소리한 시녀의 뺨을 보기 좋게 후려쳐도 찝찝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유키노는 제 혀를 잘근잘근 깨물었다. 불안할 때 나오는 습관이었다.


“누님, 혀 깨물지 마. 그러다 벙어리 된다.”


언제 들어도 기분 나쁜 목소리.


시녀를 보내고 문을 닫지 않았는지 벤카와의 둘째, 유우시가 방 안에 성큼 들어왔다.


“아우야, 좋은 말 할 때 꺼져.”


유키노의 위협에도 유우시는 여유롭게 웃으며 방 안을 둘러보았다.


“난초 병 깨트리는 건 누굴 닮아서 그래? 성질 좀 죽여.”


유키노는 산산조각이 난 도자기 조각을 피해 걷는 유우시의 모습이 꼴 보기 싫었다.


“정말 누구 닮았는지 몰라서 그러니.”


“모르겠는데?”


유우시의 웃는 모습은 언제 봐도 깐족거리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사령패도 하나밖에 못 가진 놈이 입만 살아선.”


“누님은 사령패도 못 다루면서 그 많은 걸 어디다 쓰시나.”


그는 콧노래를 부르며 유키노의 책상에서 편지를 들고 소리 내어 읽었다.


“누님도 받았구나, 이거.”


더이상 대꾸하고 싶지 않았던 유키노는 방을 나서려고 했다.


빌어먹을 남동생과 함께 있을 바에는 검술 연습이나 더 하는 게 나았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얘 때문에 만만한 것이 소가주 자리에 있으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


유키노는 그 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누님, 내일 수업 시작하기 전에 시간 돼?”


***


“신리! 신리 타메오!”


일출이 보일락 말락 하는 꼭두새벽에 유안이 내 몸을 흔들어 깼다.


“악귀라도 나타났어?”


때로 악귀가 마와루 학당에 출몰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아니!”


“야, 그럼 왜 깨워···.”


유안은 내가 일어난 것을 확인하자 눈 깜짝할 사이에 교복을 차려입고 이불을 갰다.


“싸운대.”


“싸워?”


설마 칠대세가가 또 힘없는 영주의 사령패를 빼앗아 제 이득만 챙기려고 혈안이 났나 싶었다.


“칠대세가가 또?”


유안은 일일이 설명할 시간조차 없다는 듯 내 교복을 꺼내 품에 던졌다.


“부산스러워 죽겠네. 그래서 누가 누구랑 싸우는데.”


“사령패 쟁탈전이 맞지만, 아니야.”


“너도 잠이 어지간히 안 깼나 보다. 앞뒤가 안 맞아.”


“그런 소리 할 시간에 교복이나 입어.”


사령패 쟁탈전이면 쟁탈전이고 아니면 아닌 거지.


맞지만 아닌 건 또 뭐람.


나는 유안의 성화에 못 이겨 교복을 입었다.


어제 홀로 악귀를 퇴마하느라 몸 곳곳이 쑤셨는데 새벽부터 일어나야 한다니 마와루 학당 생활은 역시 파란만장했다.


“같은 가문끼리 사령패를 빼앗는 싸움. 그래서 조금 애매한 사령패 쟁탈전이지.”


“그걸 왜 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같은 가문 사령패 빼앗아서 좋은 건 없었다.


“사령패를 많이 가진 놈이 차기 가주가 되니까.”


유안은 일종의 후계자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자기가 외동아들로 태어난 게 참 다행이라는 말을 하면서.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소가주의 사령패를 다른 형제가 빼앗고 자리도 차지하는 거지.”


“참 피곤하게도 산다.”


“너 어제 애들이 능력 쓰는 거 못 봤다며. 이번 기회에 봐.”


유안의 말대로 칠대세가의 사령패 쟁탈전이라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터였다.


“어느 가문인데.”


유안은 내가 이불을 다 개는 것까지 보고 방문을 열어 쏜살같이 달려갔다.


“벤카와!”


떡이 제 발로 굴러오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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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작가가 그린 신리 타메오 24.08.11 10 0 -
10 벤카와 가문의 계략 24.08.13 4 0 11쪽
» 소가주 자리를 두고서 24.08.11 9 0 12쪽
8 퇴마 실습을 위한 준비 24.08.10 9 0 10쪽
7 귀한 분 24.08.09 12 0 11쪽
6 사령패의 군담 속 숨겨진 뜻 24.08.08 27 0 9쪽
5 강한 자를 위한 용기 24.08.07 21 0 9쪽
4 멸문을 막는 입학 24.08.06 22 0 10쪽
3 사령신의 구원 24.08.05 22 0 9쪽
2 이유 없는 멸문 24.08.05 24 0 9쪽
1 명문가의 마지막 후손 24.08.05 4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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