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가 천재가 가문 역사로 다 줘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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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단골
작품등록일 :
2024.08.05 23:30
최근연재일 :
2024.08.1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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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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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카와 가문의 계략

DUMMY

사령패와 소가주 자리를 둔 벤카와 남매의 결투를 보러 가는 길.


기숙사를 떠나 학당으로 가던 중 유안은 턱을 매만지며 물었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니까.”


“뭐가?”


“아니, 어제 혼자서 그 많은 악귀를 퇴마했다는 거잖아.”


“그래서 힘들어 죽겠는데 네가 아침부터 깨웠지.”


짓궂은 농담에 유안은 눈을 흘겼다.


“경사 능력···. 조종 가지고 어떻게 악귀를 퇴마한 거야?”


“···. ”


유안이 궁금해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았다면, 어제 흑옥림에서 꼼짝없이 죽었을 것이다.


경사 사령패가 발동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지 않고선 발도 들이지 않았을 숲이었다.


하츠네가 가져다준 책을 단번에 익혔으니 다행이지.


“경사 사령패로는 턱없이 부족했어. 군담이랑 경사 두 개를 섞어 쓰지 않았다면 힘들었을걸.”


덩치 큰 중급 악귀가 떼로 달려들던 기억에 소름이 끼쳤다.


군담 사령패의 능력을 흡수한 상태에서 경사 사령패까지 쓰는 게 그나마 통하는 방법이었다.


한 손으론 달려드는 놈의 대가리를 깨고, 다른 손으론 악귀를 조종하여 날려버리고.


양손이 바빴던 싸움이었다.


경사 사령패라면 물리적인 공격보다 보이지 않는 효과를 더해줄 거로 생각했는데.


‘운이 좋아진다거나.’


경사 사령패를 쥐어 예우를 읊조릴 때 벌어진 일은 내 손짓을 따라 악귀가 이리저리 움직인다는 것뿐이었다.


밑으로 휙 손짓하면 땅에 처박히고, 위로 손짓하면 저 멀리 날아가고.


도대체 신리 가문 역사 속에서 어떤 경사가 일어났길래 그런 능력이 나오는지 궁금했다.


‘설마 사람을 조종하는 걸 경사라고 하진 않았을 테고.’


그럴 일은 없다.

분명 일차적인 능력 뒤에 진짜 역사를 품은 새로운 능력이 숨어 있을 것이다.


언젠가 꼭 알아내고 싶었다.


“뭐, 아무리 두 개의 사령패를 동시에 썼다고 해도 혼자서 흑옥림 악귀를 전부 퇴마하는 건 놀라운 일이야.”


유안은 엄지를 추켜세우곤 인정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엄청 위험했던 거 알지? 얼마나 찾았는데.”


“어제 실습에서 수석을 차지했으니 됐어.”


“허, 참. 마츠모토 우타요 선생께서 네가 죽으면 얼마나 나를 원망하실까 눈에 훤하다.”


구시렁대는 유안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 미안하다.”


유안은 듣지도 않고 어딘가로 달려갔다.


‘저 녀석 뭐지?’


“와, 이 시간에도 구경꾼이 많구나. 역시 칠대세가 남매 싸움이라 판이 커!”


쏜살같이 달려가 어느새 결투장 앞에 선 유안은 흥분한 듯 소리쳤다.


마와루 학당의 사령패 결투장은 처음이었다.


앞으로 자주 올 곳이니까 경기장이 어떤지 제대로 파악해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


대부분의 사령패 쟁탈전은 마와루 학당에서 이루어졌다.


우타요 선생이 말하길 그 이유는 간단했다.


하급 사령패의 운명이 갈리는 건 가문 자제들의 결투.


아무도 사령패를 빼앗기고 싶어하지 않는다.


결투에서 사령패를 빼앗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하나.


순순히 자기가 가진 사령패를 내놓도록 하는 것.


즉 결투에서 항복을 받아내야 했다.


하지만 가문의 운명이 걸린 전투였다.


누가 잠시 삐끗했다고 사령패를 넘기겠는가.


결투에서 항복을 받아내야 한다는 말은 상대가 버티지 못할 때까지, 상대의 사령패가 힘을 잃을 때까지 공격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와루 학당은 개교 이전부터 이 경기장이 있는 곳에 세워지기로 예정되어 있었다고 한다.


어떤 상처를 입어도 결투장 밖에 나오면 저절로 치유되는 신비로운 힘.


결투장의 치유 능력을 두고 생각은 다양하게 갈렸다.


결투장 안으로 들어가면 신선의 세상에 방문하는 것이므로 가능하다는 의견.


사령패에 대한 예우에서 나와 있는 대로 가문의 역사를 따르며 변형하고, 잃기까지도 하는 곳이므로 그런 기적이 일어난다고 의견.


하지만 그 비밀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튼 밖에서 사령패를 걸고 싸운다면 위험이 따랐다.


반면에 이곳에선 그나마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안으로 들어와 봐.”

경기장의 구조는 신기했다.


신비로운 공간이었던 편입 시험장을 떠올리게 했다.


안에 들어온 순간 결투장은 실외와 실내의 구분이 없는 광활한 공간으로 변했다.


수많은 학생들 사이로 벤카와 가문 남매를 자세히 보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아쉽게도 어느 순간부터는 투명한 벽이 발길을 막았다.


“어휴, 진짜 안 보이네.”


유안은 까치발을 하고 고개도 들었지만 보이지 않는 듯했다.


나는 벽이 막지 않는 한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유안에게 손짓했다.


“이 자리 어떻게 찾았냐.”


“... 쉽게 멸문시킬 수 있겠는데.”


어느 적진이나 내분이 일어나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남매가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사령패를 겨누고 있다.


‘둘 중에 누가 사야가 가문을 멸문시켰을까.’


나를 도와 벤카와 가문을 멸문시키고 싶다던 하츠네의 맹세가 떠올랐다.


하츠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주고 싶었다.


왠지 벤카와 가문은 칠대세가 중에 가장 먼저 멸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누님, 사령패 다 빼앗을 생각은 없어.”


제 딴에 손위 누이라고 사정을 봐주는 건지, 남동생으로 보이는 단발머리 남자애가 사령패를 손에 쥐고 말했다.


만일 저 남동생이 벤카와 장녀의 사령패를 전부 빼앗는다면 장녀는 마와루 학당에 계속 남아 있을 수 없겠지.


“아버지가 시켰니?”


여자애의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단 한 마디에 대충 속사정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응, 아버지의 명이야.”


장녀 소가주가 벤카와 가주의 성에 차지 않았나 보다.


곧이어 남매의 결투가 시작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멸문시킬 가문, 벤카와.


정신을 집중하고 사령패의 능력을 지켜볼 심산이다.


남매는 사령패를 꺼내는 대신 종이 두루마리를 손에 들고 묶인 실을 풀었다.


‘종이 사령패?’


가문 대부분은 자개나 돌 같은 조각으로 된 사령패였다. 종이로 된 사령패는 본 적 없는 새로운 형태였다.


일순간 남매가 사령패에 대한 예우를 읊었다.


“벤카와의 발자취를 따르는···.”


남매가 맞나 싶을 정도로 살벌한 눈빛이 서로를 향했다.


“언변이 이뤄낸 역사로 악귀를 단죄하려 합니다.”


동시에 울리는 예우.

저들이 단죄하려는 건 악귀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남매는 악귀를 단죄할 때처럼 주문을 읊었다.


남매는 사령패를 손에 쥐는 대신 각자 종이를 입에 머금었다.


이어진 전투는 생각과 많이 달랐다.


‘언령 사술···.’

말에 담긴 사령술로 이능을 쓴다니.


하츠네가 말한 대로 썩은 혀, 간신배에 어울리는 능력이었다.


언령 사술이라면 신경 쓸 게 많아진다.


전략을 짜는 데도 새로운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두 남매의 결전을 지켜본 나는 자신감이 생겼다.


저 정도의 실력으로 영주의 사령패를 빼앗고 다녔다니 믿기지 않았다.


벤카와 가문의 하급 사령패를 빼앗는 것쯤이야 시간문제였다.


“떠도는 소문에 남동생이 소가주가 될 게 뻔하다고 하더니, 진짜네.”


남매의 결전이 끝나고 유안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장녀인 소가주가 남동생에게 자리를 빼앗기는 게 안타깝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럼 저 여자애는···.”


경기장 밖으로 나온 벤카와 장녀의 상처는 전부 치료되었지만, 해진 교복이 후계자 싸움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보여줬다.


그때, 벤카와 장녀의 눈이 내게 머물렀다.


억울함에 분을 터트릴 줄 알았으나 그녀의 눈빛은 공허했다.


마치 소가주 자리를 빼앗길 것을 알았다는 듯.


그녀는 꽤 오랫동안 나를 바라봤다.


눈 흰자에 그려진 역삼각형.

벤카와 가문의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서 많이 봤는데···.’


편입 시험에서도 본 문장이었지만, 그보다 이전에 내 기억 속에 머물러 있는 듯한 문장.


“신리, 뭐해? 빨리 가서 아침 먹자.”


유안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내 머릿속은 벤카와 가문의 문장이 품은 기억 때문에 어지러웠다.


‘어디서 봤더라?’


떠올랐다.

사야가 가문에게 전달하려고 했던 우리 마을의 선물.


그 작은 함을 감싼 보따리에 선명히 새겨진 문양과 똑 닮아 있었다.


***


“우타요 스승님.”


교실에서 학생들의 훈련 과정을 살펴보던 우타요는 갑자기 찾아온 신리의 부름에 하던 일을 멈췄다.


“왜, 무슨 일이냐.”


혹시 칠대세가 자제들의 괴롭힘이 수업에 방해가 되는 것일까?


아니면 임무를 수행하는 와중에 의문점이 생겼을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최선을 다해 도울 생각이었다.


“... 내일이 주말이잖아요. 혹시 외출할 수 있을까요?”


“벌써?”


퇴마 실습에서 수석을 차지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 정도로 수업에 열중하는 줄 알았는데 갑작스러운 일탈이라니.


역시 어린아이에게 너무 혹독한 변화였나.


“네. 그리고···.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무엇이냐.”


“사야가 가문께 드릴 예정이었던 선물 보따리. 어디에다 두셨나요?”


“들고 가옥에 뛰어들 순 없었으니 밖에 내다 두었지. 그건 갑자기 왜.”


신리는 잠시 고민하다 나직이 말했다.


“저희 마을에서 사야가 가문에게 보낸 선물이 아닌 것 같아요, 그거.”


***


“놀러 가는 거 아니래도.”


유안은 마와루 학당을 떠날 때부터 고향에 도착할 때까지 신이 나 있었다.


유안과 함께 여정에 오른 건 혼자 가는 것보다 동료와 동행하는 게 낫다는 우타요 선생의 충고 때문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괜히 같이 가자고 했나 후회가 들었다.


“덕분에 마와루 학당을 무려 삼 일이나 빠질 수 있는데 흥이 안 나겠냐.”


“위험할지도 몰라.”


이제야 유안이 콧노래를 멈추고 눈을 슴벅이며 자세를 낮췄다.


드디어 시골에 왜 내려가는지도 모르면서 마냥 신이 나 있던 자신에게 의문이 드나 보다.


“그러고 보니, 갑자기 고향엔 왜. 향수병?”


“민가에 도착하면 알려줄게.”


한번 겁을 먹으면 저녁이 지나고 어둑해지는 밤하늘도 한없이 두려워지는 법.


유안이 풀벌레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자 더는 마을에 온 목적을 숨길 수 없었다.


“사야가 가문이 벤카와 가문 때문에 멸문했잖아.”


“으응, 그랬지.”


“이상한 점은 사야가 가문이 멸문했는데도 벤카와 가문이 사야가 가옥으로 선물을 보냈다는 거야.”


“멸문하는지 몰랐나?”


“물론, 선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유안은 벤카와 소가주와 사야가 소가주 사이에 있었던 싸움을 상기시키는 듯 눈을 끔벅였다.


“유키노 그 여자애는 죽일 듯 뺏어가던데.”


“유키노?”


“소가주 자리 잃은 벤카와 가문 아가씨.”


유안의 말이 사실이라면 사야가 가문의 하급 사령패를 전부 빼앗아 간 건 유키노였다.


만약 유키노 소가주와 벤카와 가주 사이의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더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유안과 대화하다 보니 어느새 눈앞에 민가의 불빛이 보였다.


“신리?”


“오랜만에 뵈어요, 촌장님.”


사야가 가문에게 보낼 선물을 준비한 촌장님이라면 무언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귀족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천은 함부로 쓰이지 않았다.


그 선물은 우리 마을의 호의가 아닌, 벤카와 가문이 세운 계략의 일부였을 것이다.


작가의말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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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작가가 그린 신리 타메오 24.08.11 11 0 -
» 벤카와 가문의 계략 24.08.13 5 0 11쪽
9 소가주 자리를 두고서 24.08.11 9 0 12쪽
8 퇴마 실습을 위한 준비 24.08.10 9 0 10쪽
7 귀한 분 24.08.09 13 0 11쪽
6 사령패의 군담 속 숨겨진 뜻 24.08.08 28 0 9쪽
5 강한 자를 위한 용기 24.08.07 22 0 9쪽
4 멸문을 막는 입학 24.08.06 23 0 10쪽
3 사령신의 구원 24.08.05 22 0 9쪽
2 이유 없는 멸문 24.08.05 25 0 9쪽
1 명문가의 마지막 후손 24.08.05 4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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