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가 천재가 가문 역사로 다 줘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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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단골
작품등록일 :
2024.08.05 23:30
최근연재일 :
2024.08.1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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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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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자를 위한 용기

DUMMY

“신리가 편입 시험을 본다고 했다고.”


“다행입니다, 교장 선생님. 이제 저희의 뜻을 이룰 수 있겠지요.”


교장은 흥분해 소리치는 우타요를 보고 미소 지었다.


오랜만에 다도 함을 꺼내 차를 우려내는 교장의 손이 분주했다.


“썩은 사령패를 파괴하고 죄 없는 가문을 지켜내는 일은 언제나 이룰 수 있는 일이지. 그 아이가 입학하지 않아도 일을 멈출 생각은 없었다.”


“하하, 그래도 신리를 얻었으니 천만 대군을 둔 거죠.”


마와루 학당 편입 시험을 보겠노라 다짐한 신리의 확답.


우타요는 한결 마음을 놓았다.


“칠대세가는 강한 적입니다. 힘을 가진 자일수록 죄를 짓기 쉽다는 옛말이 있듯이.”


교장도 우타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백번 동의하는 바였다.


지금껏 칠대세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도록 모든 수를 썼다.


적이 지닌 막강한 힘은 수많은 피해를 몰고 왔다.


부패하지 않은 귀족 가문과 힘을 합쳐도 한계가 있었다.


뜻을 함께하는 동료 중 사야가 영주댁과 같은 희생자가 나오는 일도 비일비재했고.


그 와중 신리의 등장은 결투의 판도를 바꿀 수였다.


“네 말대로 신리는 꼭 필요한 인재지.”


교장은 우타요에게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녹차를 권했다.


시도 때도 없이 검을 잡고 악귀를 퇴마하느라 부르튼 우타요의 손이 보였다.


“우타요.”


마음고생이 심했을 법한 우타요에게 다시 한번 해결해야 할 문제를 던져주자니 죄책감이 일었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게 있더구나.”


옛말에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다고 했던가.


신리의 후손이 정식으로 입학시험을 거쳐 마와루 학당에 들어왔다면 그것만큼 잘 풀리는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신리의 입학은 선발 기간을 넘은 편입.


정식 입학시험은 신리가 누구보다 쉽게 통과할 수 있는 관문이었다.


학생들과 경쟁하며 악귀를 퇴마하는 것에서 그쳤기 때문이다.


반면 편입 시험은 학생과 경쟁할 필요가 없는 대신 난도가 높았고, 매년 그 내용이 바뀌었다.


바뀐 편입 시험도 천부적인 재능의 신리라면 해낼 수 있을 테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열네 귀족 가문의 허락이요? 설마, 만장일치는 아니겠죠.”


열네 귀족 가문이라면 칠대세가를 포함한 주요 가문을 뜻했다.


우타요는 고개를 갸웃했다. 편입 시험이 제멋대로인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귀족 가문의 허락이라니.


아무리 마와루 학당의 위치가 사술사의 중심점에 가까워도 억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편입 시험에 관련된 조항을 살펴보니 몇 년 전에 생겼더군. 과반수의 허락인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네.”


“하지만 열네 가문에는 칠대세가가 포함되어 있고, 나머지 일곱 가문이 저희 편이라고 해도···.”


“허락 일곱 개, 불허 일곱 개의 동점이라도 편입 시험 탈락으로 간주한다.”


우타요는 뜨거운 녹차를 한 번에 들이켰다.


최근 몇 년간 편입 시험이 없어 눈치채지 못했던 게 한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교장의 권한으로 한 표를 더할 테니.”


“당연히 그 방법을 쓴다면 별일이 아니겠지만, 제가 걱정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우타요는 입술을 깨물고 한숨을 쉬었다.


“나머지 일곱 가문은 칠대세가보다 약한 가문입니다.”


그는 목덜미를 감싸고 중얼거렸다.


“칠대세가가 그들 중 두 개, 적어도 하나만 위협하면 끝이라고요.”


“그런 일은 없을 걸세.”


교장은 우타요를 안심시켰다.


“뜻을 함께하는 가문 모두 신리가 얼마나 중요한 아이인지 아니까.”


***


편입 시험 전날 밤, 마와루 학당 교정에 앉아 달빛을 바라보며 밤을 보냈다.


우타요 선생은 내가 마와루 학당 기숙사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도왔다.


산골에서 중앙까지 올라오느라 묵을 곳이 없었기에 감사한 일이었다.


물론 편입 시험까지였지만.


편입 시험에서 탈락하면 또다시 먼 길을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신리 타메오, 떨려?”


옥구슬 굴러가듯 맑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사야가 하츠네가 보였다.


“아가씨. 바람이 찬데 여태 안 주무시고···.”


“우타요 스승님을 구해줘서 고마워.”


하츠네는 내 시선을 따라 하늘 위를 올려다봤다.


달빛 때문인지 하츠네의 눈망울이 참 맑았다.


“신리, 너도 이제 진정한 사술사가 된 거야. 사술사는 악귀만 단죄하는 게 아니거든.”


하츠네는 나를 보고 해맑게 웃었다.


하츠네의 미소를 가까이서 본 적은 처음이었다.


기억의 부재가 밝은 미소를 짓게끔 했는지, 속에 설움을 품었음에도 마냥 명랑한 척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잘 모르겠어요. 사실 아버지의 당부를 어긴 것 같아 걱정되기도 하고.”


“아버지의 당부?”


“네. 아버지께선 언제나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사령패를 보이지 말라 하셨거든요.”


아버지께선 귀족 가문이 올바르게 살아야 사령패가 썩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언행을 바르게 하지 못한 귀족들을 단죄하라고 하셨는지는 모르겠다.


옳은 것을 중시하던 분이시니 결심을 응원해주실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이따금 하나의 사령패만을 쓰길 고집하시고 능력을 사용하는 것에 신중을 기울이신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도 열일곱 나이에 아버지의 뜻대로만 살아갈 수 없으니 소신을 굳히기로 했다.


“걱정하지 마. 생각과 달라도 부모는 언제나 자식을 응원하는 법이란다.”


떨리는 목소리에 하츠네를 바라봤다.


맑은 눈에서 눈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기억도 못 하는 주제에···. 웃기다.”


하츠네는 눈물을 훔치며 애써 미소 지었다.


“저도 어릴 때 울음이 많다고 아버지께 혼 좀 났었죠. 사내자식이 맨날 질질 짜고 있냐고.”


물론 거짓말이다.


손수건을 건네거나 왜 그리 울음이 많냐고 묻기에는 더 어색해질 것 같아서 말을 지어냈다.


“그렇게 안 보이는데.”


아, 들켰나.


“금방 고쳐서 그럴 거예요. 울면···. 왠지 힘이 줄어드는 기분이었으니까. 우는 날에는 악귀 퇴마도 잘 안 됐어요.”


“그래?”


“아버지께서 늘 신리 가문의 역사는 강인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강한 힘이 줄어들면 아깝잖아요.”


하늘을 보니 새벽이 깊어지고 있었다.


내일이면 편입 시험을 봐야 할 텐데 시험 내용도 모르는 상황에서 밤을 지새울 수 없었다.


“그러니까 아씨도 울지 마세요.”


호수와 정원을 이어주는 나무다리에 걸터앉아 즐기는 별구경을 그만두고 하츠네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강한 분이신데, 그 힘 지키셔야죠.”


하츠네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웃는 모습이 훨씬 나았다.


***


마와루 학당 기숙사의 긴 복도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빨리 잠을 청해야 할 텐데 어느 방이 빈방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마와루 학생이 잠든 방문을 열었기라도 하면 귀찮은 상황이 생길 것이다.


나는 어둠 속에서 빈 방을 찾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신리, 거기 아니다.”


우타요 선생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우타요 님?”


“아까 알려줬는데 그것도 못 찾냐?”


“너무 어두워서요. 교사 숙소도 여기예요?”


우타요는 장난스레 혀를 차며 빈방을 찾아 문을 열었다.


“아니. 네게 할 말이 있어서 잠시 들렀다. 내일이 편입 시험이니까.”


우타요 선생은 답지 않게 요까지 깔아 주곤···.


“이야, 푹신하다. 시골 촌놈한테 너무 과분한데.”


자기가 그 자리에 누웠다.


“좁아요, 다시 가세요.”


정말 예상할 수 없는 선생이었다.


나는 누워서 꼼짝도 하지 않는 우타요를 밀어내곤 누울 자리를 만들었다.


진짜 여기서 같이 잘 생각인가. 좁아터지겠는데.


“교사 숙소 여기 아니라면서요.”


우타요 선생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벽 쪽으로 몸을 돌렸다.


내 말 따위 듣지 않겠다는 심보인가 보다.


“너 이름이 뭐냐.”


“갑자기요?”


“시험 보기 전에는 이름으로 응원받아야 잘 본다.”


헛웃음이 나왔다.

그런 법이 어디 있다고.


그래도 이름 정도는 알려줄 수 있겠다 싶었다.


입학하면 자주 볼 선생이니까.


“타메오요. 신리 타메오.”


“그래, 신리 타메오.”


그렇게 이름을 부르곤 한참 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주무시나.

응원해주겠다고 했으면서.


은근한 섭섭함을 뒤로하고 내일의 시험을 위해 이불을 덮고 누웠다.


“내일 편입 시험에서 말이다.”


깜박하고 잠이 든 사이, 우타요 선생의 목소리가 들려 눈이 떠졌다.


“네가 열네 귀족 가문 중 과반수의 허락을 받아야 편입할 수 있다고 하더구나.”


“...”


칠대세가의 소행인가?


“걱정하지 말아라. 어떻게든 너를 입학시킬 테니 썩은 사령패를 분질러버릴 생각이나 하고 있어.”


우타요 선생은 자기가 누웠던 이불을 개고 앉았다.


그는 방문을 열어 떠나기 전에 다시 한번 내 이름을 불렀다.


“깨어있다면 어서 자. 순식간에 편입 시험장에 서 있을 테니 마음의 준비도 하고···.”


우타요 선생은 마지막 말을 남기고 방문을 닫았다.


“신리의 역사가 너를 돕길 빈다.”


작가의말

선호작 눌러주시고 찾아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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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벤카와 가문의 계략 24.08.13 4 0 11쪽
9 소가주 자리를 두고서 24.08.11 9 0 12쪽
8 퇴마 실습을 위한 준비 24.08.10 9 0 10쪽
7 귀한 분 24.08.09 13 0 11쪽
6 사령패의 군담 속 숨겨진 뜻 24.08.08 27 0 9쪽
» 강한 자를 위한 용기 24.08.07 22 0 9쪽
4 멸문을 막는 입학 24.08.06 22 0 10쪽
3 사령신의 구원 24.08.05 22 0 9쪽
2 이유 없는 멸문 24.08.05 24 0 9쪽
1 명문가의 마지막 후손 24.08.05 4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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