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가 천재가 가문 역사로 다 줘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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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단골
작품등록일 :
2024.08.0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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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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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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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문을 막는 입학

DUMMY

“녀석아, 오늘은 나도 헛간에서 잔다. 자리 좀 비켜 봐.”


마와루 학당으로 돌아가기에는 늦은 시각.


사야가 소가주와 우타요 선생을 집으로 불렀다.


정확히 말하면 우타요 선생이 무작정 초가집으로 쓰러진 나를 데려왔다.


“···.”


“뭘 또 빤히 바라보냐.”


“방금까지 죽을 뻔한 사람 같지 않아서요.”


우타요 선생은 나를 빤히 보더니 피식 웃었다.


뭘 그런 거 가지고 그러냐는 듯 태연한 표정이었다.


“사술사라면 일상이지.”


“멸문 현장에 뛰어드는 사술사는 없는데요.”


“시골 촌놈이 뭘 알어···.”


우타요 선생은 말끝을 흐리다 바닥에 드러누웠다.


“고마워하실 필요는 없어요.”


“네가 구한 게 아닌데 왜 고마워하냐.”


우타요 선생의 말을 들어보니 설명이 안 되는 게 많았다.


“우타요 님, 어떻게 살아 계세요?”


사령패에 대한 예우를 갖추고 설화 속성 능력을 불러오려다 기절한 것까지 기억이 난다.


쓰러진 나를 붙잡고 울던 사야가 소가주의 목소리까지도.


결과적으로 설화 속성의 사령패를 쓰지 못했다.


그렇다면 우타요 선생도 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멀쩡히 살아 있었다.


여기가 죽은 자들이 모인 사후세계일 리는 없고.


“네가 신을 불렀다.”


갑자기 우타요는 벌떡 일어나 내 어깨를 짚고 소리쳤다.


“천신급 사술사가 될 놈이라고.”


“그게 무슨 소리예요.”


천신급 사술사라면 진신급 다음 사술사의 최고등급.


대악귀와 대적할 수 있을 법한 사술사이자 가문의 수호신이라고 불리는 신적인 존재 아니던가.


“설화 사령패 쓴다고 신 부르는 놈은 난생처음이야.”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신이 나가기 전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머리를 울렸던 기억이 있다.


설마 그 목소리가 신의 음성이었나.


“네가 초신급이라 기절하지, 수련을 거듭해 급을 올린다면···.”


가문의 역사가 강한 건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나의 재능도 짐작은 했었다.


사술사 선생의 인정은 추측에 확신을 불어넣었다.


신리의 강한 역사가 재능있는 후손을 만났던 것이었다.


우타요 선생이 살아있는 건 대충 이해가 갔다.


이제 무너져가는 사야가 가옥에서 사령패를 쓰기 전부터 들었던 의문점을 해결할 차례다.


“사야가 가문은 왜 멸문했나요. 제가 아는 사야가는···.”


잠시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사령패가 썩을 만큼 악한 가문이 아니었는데.”


“빼앗겼으니까.”


“그러니까, 사야가 가문은 빼앗길 가문이 아니라고요.”


악랄한 행동을 일삼아 사령패가 썩었을 법한 가문이라면 다른 가문의 사술사에 의해 사령패를 빼앗기게 되어 있다.


사술사는 가능한 한 빨리 사령패를 빼앗아 파괴해야 했다.


썩은 사령패를 가만 놔두면 그것들이 인계에 더 많은 악귀를 끌어모으기 때문이다.


어젯밤에 칠대세가 때문에 세상이 위험하다던 교장 선생님의 말씀도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왜 이제와서 신리 너를 찾았겠냐.”


우타요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사술사에게 썩은 사령패를 빼앗기고 진즉에 멸문했어야 할 칠대세가가···.”


그 눈빛은 나를 노려보듯 번뜩였다.


“오히려 죄라곤 저지른 적 없는 가문의 사령패를 빼앗고 다니니까 그렇지.”


***


“소가주 아씨, 정말 잘하셨습니다요.”


“잘하긴 뭘 잘해. 그래봤자 시골 영주 사야가 가문이야.”


그리 말하면서도 벤카와 가문의 소가주, 유키노는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주체할 수 없었다.


“그렇게 쉽게 질 거면서 뭐하러 우리 가문의 사령패를 빼앗는 데 안달 났는지 모르겠다니깐.”


“암요, 암요. 우리 아씨께선 영신급 사술사이시잖아. 촌년이 주제넘게 나대 제 가문을 멸문시킨 꼴이죠, 뭐.”


시종의 발림말에 유키노는 꺄르르 웃곤 겉옷을 벗어 넘겼다.


역시 아첨이 천성인 벤카와 가문 노복답게 말솜씨가 봐줄 만했다.


“가주께서 무지 칭찬하시겠지? 사야가, 저것들 사령패 빼앗아 우리 가문 사령패를 정화할 수 있으니.”


업적을 알리러 가주의 서재로 가는 유키노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럼요, 아씨께선 훌륭한 사술사세요.”


“그러냐? 하긴, 칠대세가 자제들 중에서 꽤 뛰어난 편이지. 네가 그 계집 얼굴을 봤어야 했는데. 사령패 죄 잃고 울먹거리던 낯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칠대세가의 사령패를 제가 먼저 넘봤으면서 가련한 피해자인 척. 역시 시골 변두리 영주는 품위가 없다니까요.”


신이 나 걷는 유키노의 말총머리가 촐랑거렸다.


시종은 뒤를 따르는 시녀들과 함께 소가주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침이 마르도록 찬사를 보냈다.


“우리 아씨의 반만 닮았어도 그런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을 텐데. 총명한 두뇌, 고운 낯이며 뛰어난 언변까지···. 때때로 저희가 감히 유키노 아씨를 모셔도 될까 하는 생각까지 들어요.”


유키노는 시종의 찬사를 감상하면서 사령패를 불러 손에 쥐었다.


종이 두루마리처럼 생긴 것을 풀어 쓰는 사령패.


벤카와 가문의 사령패는 다른 가문과 달리 특이한 모양새였다.


유키노는 사야가 가문 여식의 사령패를 빼앗는 데 쓴 종이를 살펴봤다.


그러다 사령패가 눈에 차지 않았는지 이리저리 돌려 보곤 혀를 찼다.


“유키노 아씨,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신가. 아씨께선 가주님의 총애를 받는 뛰어난 사술사이시니 걸리는 놈이라도 있다면 저희가 입을 털어 매장을 시켜주겠습니다요.”


“아냐. 벤카와 가문원도 아닌 너희가 무슨 말재주가 있다고 그런 소리를 해?”


어느새 가주의 서재 문 앞까지 온 유키노는 작은 종이 두루마리를 쥐고 코웃음을 쳤다.


“사령패가 너무 적어. 소가주인데 이게 말이 돼?”


유키노는 시종에게만 작게 말하곤 가주의 부름을 기다렸다.


혹여 가주에게 들릴까 조마조마하면서.


“소가주 님, 벤카와 가주께서 들어오시라 하십니다.”


유키노는 치맛자락을 정돈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이전에 가주께서 괄괄한 목소리를 좀 줄이고 단정하게 다니라 하신 다음부터 신경 쓸 게 많아졌다.


“수고했다.”


맏딸의 인사를 받은 가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었다.


가주가 손을 내민 찰나 뜻을 눈치챈 유키노는 사야가 가문의 사령패를 불러내 가주의 손바닥에 두었다.


“사야가?”


가주는 사령패에 적힌 문자를 보고 눈썹을 올렸다.


사야가라면 지방 영주 주제에 마와루 학당 교장과 뜻을 함께하는 가문 아니던가.


그들은 악귀를 부르는 가문의 썩은 사령패를 파괴해야 한다고 날뛰었다.


의적이라도 된 듯 기세등등한 모습이 아니꼬웠다.


의적은 무슨, 그들은 도적에 불과했다.


약한 가문의 사령패를 빼앗아 정화하면 될 것을 뭐하러 호들갑을 떠는지.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벤카와 가주는 끓어오르는 화를 누르느라 한숨을 쉬었다.


“쓸데없는 데 사령술을 낭비하지 말라 했을 텐데.”


벤카와 가주는 유키노를 싸늘하게 내려다보았다.


“전략적으로 나섰어요. 세력 있는 귀족가의 사령패를 빼앗았다간 오히려 저희 가문의 사령패가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


“자신이 없는 건지, 실력이 없는 건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눈치채고 주변 시종이 가주의 눈치를 보았다.


“벤카와 유키노. 너도 알다시피 영주 가문의 사령패는 나약하다.”


가주는 유키노를 한심한 눈으로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너는 늘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구나. 무엇이 급하여 사야가의 사령패를 다 빼앗았느냐?”


벤카와 가주는 사야가 가문의 사령패를 유키노의 발밑에 던졌다.


누가 봐도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네가 가진 하급 사령패나 고쳐라. 이걸로 중한 사령패를 정화하기엔 어림도 없겠구나, 물러가.”


“...네, 아버지.”


유키노가 물러나고 나서 벤카와 가주는 시종을 모두 내보냈다.


쨍그랑 -


난초 도자기가 가주의 발길질에 산산조각이 났다.


자신의 딸, 벤카와 유키노가 사야가 가문의 사령패를 전부 빼앗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령패를 빼앗아 멸문시켜도 왜 하필 사야가야, 왜 사야가냐고!’


때를 기다리면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었다.


벤카와 가주가 세운 작전에는 사야가 가문이 필요했다.


그러나 야심에 찬 계획은 소가주 유키노 때문에 수포가 되었다.


그저 나약한 영주의 사령패만 빼앗은 꼴이다.


그 이상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


“죄라곤 저지른 적 없는 가문의 사령패를 빼앗고 다닌다고요?”


“그래. 그래야 가문의 사령패가 원래의 힘을 되찾을 테니까.”


우타요 선생은 날 바라보던 눈빛을 거두고 한숨을 쉬었다.


“썩은 사령패를 파괴하려는 사술사의 힘보다 악랄한 가문의 힘이 더 강하니 어쩔 수 없지.”


권력이 세지고 더 많은 영지를 거느릴수록 사람의 욕심은 커지는 법.


칠대세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거나 농민의 삶을 고달프게 만들었다.


“진정 마와루 학당에 입학하지 않을 것이냐.”


우타요 선생은 대답 없는 나를 뒤로하고 흙바닥에 널브러진 나뭇가지를 들었다.


나뭇가지의 끄트머리에서 원 하나가 그려졌다.


“가문의 사령패를 빼앗는 법은 다양하다.”


원 가운데 새겨진 건 마와루 학당의 이름이었다.


우타요 선생은 마와루 학당을 나뭇가지로 가리키며 말했다.


힘을 실어 두드린 나뭇가지에 많은 감정이 묻어나왔다.


“그중 하나가 마와루 학당의 결투에서 이루어지지. 가문의 하급 사령패는 대부분 어린 사술사들의 결투에서 운명이 갈린다.”


나는 손에 쥔 사령패를 만지작거렸다.


지금 보니 사령패를 함에 모셔두고 하나씩 꺼내지 않아도 언제든 손에 불러올 수 있었다.


“네가 우리와 뜻을 함께한다면, 가문과 농민 그리고 세상을 구할 수 있다.”


나는 우타요 선생의 얼굴 대신 신리 가문의 사령패만 바라봤다.


고운 빛깔에 고뇌하는 얼굴이 어렴풋이 비췄다.


선한 귀족이었던 사야가 가문의 이유 없는 멸문이 떠올랐다.


사야가의 소가주, 하츠네의 눈에 맺혔던 한 어린 눈물.


그 와중에도 내 안위를 걱정한 하츠네.


‘천신급 사술사가 될 놈이라고.’


아까 우타요 선생이 어깨를 잡고 외치던 말이 속을 울렸다.


아버지께서는 신리 가문이 강하다고 하셨다.


그만큼 나도 강하다.


“썩은 것이 사라져야지 죄 없는 가문이 멸문하도록 둘 것이냐, 신리.”


나는 다짐했다.


“편입 시험이 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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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벤카와 가문의 계략 24.08.13 4 0 11쪽
9 소가주 자리를 두고서 24.08.11 9 0 12쪽
8 퇴마 실습을 위한 준비 24.08.10 9 0 10쪽
7 귀한 분 24.08.09 13 0 11쪽
6 사령패의 군담 속 숨겨진 뜻 24.08.08 28 0 9쪽
5 강한 자를 위한 용기 24.08.07 22 0 9쪽
» 멸문을 막는 입학 24.08.06 23 0 10쪽
3 사령신의 구원 24.08.05 22 0 9쪽
2 이유 없는 멸문 24.08.05 25 0 9쪽
1 명문가의 마지막 후손 24.08.05 4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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