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가 천재가 가문 역사로 다 줘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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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단골
작품등록일 :
2024.08.05 23:30
최근연재일 :
2024.08.1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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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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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분

DUMMY

편입 시험이 끝난 후.


벤카와 가주는 미코야마 가주에게 만나 뵙기를 청했다.


미코야마 가주에게 싫은 소리를 고할 참이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미코야마 가문은 칠대세가 중에서도 꽤 높은 자리를 차지했다.


말을 함부로 할 수 없는 위치였다.


그러나 꼭 해야 하는 간언이 있었다.


벤카와 가주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무슨 일이신지.”


“하하, 미코야마 가주. 이리 뵙는 것도 참 오랜만이지요.”


벤카와 가문의 특기는 아첨질.


가주는 혀에 꿀을 바를 준비를 했다.


처음에 미코야마 가주를 치켜세우다가 본뜻을 드러낼 작정이었다.


“벤카와 가주께서 미코야마를 찾지 않아 그리 된 것 같은데. 미코야마에게 아첨할 맛이 없었는갑지.”


‘벌써 이렇게 나오면 곤란한데.’


벤카와 가주는 미코야마의 말에 당황한 듯 멈췄다.


이내 상황을 모면하려는 어색한 웃음으로 넘겼다.


“할 말씀 없으시면 이만.”


미코야마 가주는 벤카와의 어색한 너털웃음에 미소로 답하고 느릿이 뒤돌았다.


“깊은 뜻이야 제가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싶지마는, 흰 천이라니 뜻밖이군요.”


미코야마 가주가 쌀쌀맞게 군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벤카와가 아니었다.


“저희 벤카와 가문은 그 뜻이 궁금하면서도 걱정이 됩니다. 검은 천 사이 흰 천 하나는 여간 돋보이는 게 아니란 말입···.”


“벤카와.”


미코야마 가주의 입에 담긴 자신의 성씨가 들리자 벤카와 가주가 화들짝 놀랐다.


미코야마는 초월적인 존재와 가까운 가문답게 신비로운 목소리에 힘을 담으면 그만큼 소름 끼치는 게 없었다.


“벤카와 가주께선···. 우리 미코야마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알고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미코야마는 싸늘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벤카와 가주에게 서서히 다가왔다.


“신의 뜻은 거스를 수 없지요. 설령 신리라 할지라도.”


도통 저 미친 가문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지 알 수 없었다.


갑자기 신이 왜 나와.


벤카와 가문이 미코야마의 태도를 문제 삼은 건 신리 가문의 위험성 때문이었다.


신리 가문 마지막 후손의 등장.


몇십 년 전에 재산을 잃고 잠적한 이후 아무도 소식을 알 수 없었던 신리의 갑작스러운 등장이었다.


신리 가문은 역사가 긴 명문세가였다.


이능의 힘이 셀 것은 당연지사고, 아이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방울은 지가 흔들었으면서 편입 시험에서의 활약도 못 봤나?’


그런 의문점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내세울 줄 알았던 미코야마 가문이 신의 뜻을 입에 담으니 무책임해 보였다.


‘저들이 면박을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지.’


벤카와 가문은 말하기를 그만뒀다.


오히려 잘된 일이다.


이번 일로 칠대세가의 일원인 미코야마 가주는 칠대세가의 으뜸에게 한 소리 들을 것이다.


‘주도권을 등에 업은 미코야마의 코가 납작하게 눌리겠군.’


“뭐···.”


“그러고 보니···. 벤카와. 내 그대에게 할 말이 있었군요.”


미코야마 가주는 깨달았다는 듯 벤카와 가주를 바라보았다.


저 신병 걸린 놈이랑은 상종하지 않아야 했는데.


벤카와 가주는 길어지는 대화가 슬슬 싫증이 났다.


아첨이 통하지 않는 가문과 대화할 생각이라곤 추호도 없었다.


“당신네는 곧 멸문할 겁니다.”


“뭐?”


벤카와 가주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보자 보자 하니까, 같은 칠대세가 주제에.


신통력 조금 있는 것 가지고 잘난 척이라곤 다 하더니 기어이 선을 넘었다.


멸문? 칠대세가의 일원인 벤카와가?


물론, 벤카와는 오래된 간신 짓으로 쌓아온 노련한 경험으로 칠대세가에 끼어든 위치였다.


하지만 그 입지를 단단히 굳힌 세월은 전혀 짧지 않았다.


“그러니까 누가 그 혀를 나불대라 덥니까. 썩은 혀를 잘 숨기셨어야지.”


본인도 썩은 무당인 주제에 누굴 욕하는지 기가 찼다.


벤카와 가주는 울분치는 성을 참고 멀어지는 미코야마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합격 축하해!”


마와루 학당 교정 구석진 곳에서 우타요 선생과 하츠네가 시험이 끝난 나를 맞이했다.


“이거 하츠네가 교정에서 예쁜 꽃들만 찾아서 모은 거야.”


하츠네는 오색빛깔의 꽃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는 꽃다발을 자랑스럽게 건넸다.


손재주 좋은 하츠네가 만든 꽃다발이라 그런지 시장에 파는 것보다 고왔다.


나는 하츠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가씨께서 고생하시잖아요. 우타요 님이 꽃다발 하나 사셨어야죠.”


“다른 걸 준비했지.”


우타요 선생은 보따리에서 의복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윗옷부터 겉옷, 신발까지 제대로 갖춘 교복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와루 학당의 교복이다. 어떠냐.”


사실 교복은 전혀 기대를 안 했는데.


사술사를 위한 귀족 학당이라 그런지 교복에서 폼이 났다.


“생각보다 좋네요.”


“촌놈에겐 처음 보는 신선의 옷일 거다.”


우타요는 나를 못 골려주어 안달 난 듯 키득거렸다.


하츠네도 우타요 선생의 짓궂은 모습을 보고 덩달아 웃음을 터트렸다.


“하츠네, 넌···. 어디로 가고 싶으냐. 힘이 닿는 데까지 도울 테니 말만 해라.”


선생은 교복을 내 품에 안겨주곤 하츠네를 향해 물었다.


넌지시 내뱉은 말이었지만 최대한 조심스레 입을 떼려고 한 고념이 느껴졌다.


“마와루 학당에 남고 싶어요.”


“뭐?”


우타요 선생의 낯빛에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마와루 학당은 사술사를 양성하는 학당.


멸문한 가문의 자제는 사술사로서의 능력을 잃기 때문에 학당에 남아 있을 수 없었다.


하츠네가 학당에 남아 있을 방법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마와루 학당에 남고 싶다는 진심 어린 마음이 담겨 있었다.


“평민들을 위한 마와루 학당도 있잖아요. 귀족 자제들의 시녀로 지내며 일반 학문을 배우는 곳이요.”


“그곳은 말만 평민의 학당이지, 그저 노복이 필요한 귀족 자제들의 편의를 위한···.”


우타요 선생은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갈 곳 없는 하츠네에게 나쁘기만 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했나 보지.


문제는 하츠네가 마와루 학당에서 사령패를 빼앗겼다는 사실이다.


가문에 대한 기억을 잃었더라도 마와루 학당에서 겪은 고통은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우타요도 그 문제를 고민하는지 계속 하츠네에게 무언가 말하려다 말았다.


“무엇을 걱정하시는지 알고 있어요.”


하츠네의 목소리는 떨림 없이 굳건했다.


“가문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누가 제 가문을 멸문시켰는지는 똑똑히 기억나더라고요.”


하츠네는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당돌한 미소를 짓곤 우타요 선생에게 고했다.


“저희 가문을 무너트린 벤카와 가문을 멸문시키고 싶습니다.”


“하츠네···.”


우타요의 낯빛에서 걱정하는 기색이 사라졌다.


“신리가 왔으니 썩은 사령패를 세상에서 없애고 악귀의 위험을 막는 것도 수월할 거예요.”


“가문의 원수를 갚기 딱 좋은 곳이 마와루 학당이지···. 허락하겠다.”


하츠네는 우타요 선생의 허락이 떨어지자 두 팔을 하늘 위로 들며 기뻐했다.


“도와줄 수 있지? 우리 둘 다 강하니까, 어려운 일이 아니야.”


하츠네는 내게 손을 내밀곤 함박웃음을 지었다.


“신리 타메오, 같이 썩은 혀를 자르자.”


썩은 혀?

아마 벤카와 가문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네, 도울게요.”


나는 하츠네의 손을 맞잡았다.


하츠네는, 어젯밤 내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다.


***


“저기, 신리 타메오 님 맞으신가요?”


입학까지 하루의 시간이 주어졌지만, 마땅히 할 일이 없었다.


별수 없이 기숙사에서 빈둥거리던 중, 어린 시종 하나가 찾아왔다.


시종은 등 뒤에 제 몸보다 큰 지게를 이곤 물었다.


“왜, 무슨 일이야?”


“아, 쉬고 계시는데 죄송해요! 다름이 아니라, 귀족 나리들께서 신리 타메오 님께 선물을 보내셔서 전달해드리려고 왔어요.”


선물이라. 원래 마와루 학당에 입학하면 귀족 가문이 선물을 줬었나.


“신리 타메오 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세요! 자그마치 일곱 가문이나 선물을 보내셨어요!”


“도로 가져가라.”


일곱 가문을 듣고 생각나는 건 악랄한 칠대세가 뿐이었다.


사령패를 빼앗지 말아 달라고 뇌물 공수라도 하나.


무슨 목적이든 넘어갈 생각이라곤 없다.


“저, 정말 다 거절하실 거예요? 우타요 선생님의 가문이 보낸 것도 있는데.”


“마츠모토 가문이?”


그렇담 열네 귀족 중 칠대세가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가문이 선물을 보냈단 말이지.


당연히 감사히 받아야겠지만.

이게 다 뭐람.


가보도 이보다 화려하지 않을 것 같은 보검, 장신구, 비단옷, 화과자, 찻잔, 도자기까지 온갖 귀한 것들이 시동의 보따리에서 쏟아져 나왔다.


시동도 보면서 귀한 물건이란 걸 알아차렸는지 헤실헤실 웃으며 자랑하듯 소개했다.


“이야···. 이거 내가 갖고 싶다고 졸랐던 검인데 얘한테 사주네.”


감탄 어린 한숨이 섞인 또래의 목소리에 시선을 들어보니 마와루 학당의 교복을 입은 소년이 보였다.


“누구···?”


“너야말로 여긴 내 방인데 누구···?”


“앗, 마츠모토 소가주 님!”


마츠모토?

우타요 선생의 가문, 마츠모토?


“어야, 또 네가 선물 심부름 담당이냐? 몸도 비실대는 것을 왜 시키는지 모르겠다.”


“신리 타메오 님을 보고 싶어서 자원했습죠.”


“쟤가 신리 타메오?”


저 가벼워 보이는 놈이 우타요 선생의 아들이라니.


말투를 보아하니 주워 온 자식은 아닌 게 확실했다.


우타요 선생은 젊은 남자처럼 보였는데 나만 한 아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요즘 우리 아버지께서 네가 무슨 세상을 구할 영웅이라도 된 것처럼 이야기하시는데, 역시나 나랑 같은 방에 넣어 두셨군.”


소년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우타요 선생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기라도 한 것처럼.


“반갑다, 난 마츠모토 유안.”


“신리 타메오.”


그래도 모르는 가문의 애랑 같은 방을 쓰기보다는 우타요 선생의 가문 사람과 있는 게 백 번 나았다.


“혹시 너 이거 왜 주는 건지 알아?”


내 질문에 유안은 우타요 선생처럼 웃더니 화과자 하나를 집어 먹었다.


“칠대세가 망하게 할 영웅호걸인지는 잘 모르겠고, 아마···. 네가 돈줄 지켜줄 사람이니까?”


“돈줄?”


“어. 촌놈이라 잘 모르나? 칠대세가 요놈들이 비겁한 게···. 귀족 땅 받아 다스리는 영주 가문만 쏙쏙 골라서 결투하자 난리란 말이지.”


영주 가문.


귀족 가문에게 땅을 받아 소작을 관리하는 하급 귀족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들의 주인은 편입 시험에서 봤던 열네 귀족일 테고.


사야가 가문도 영주 가문이었다.


“칠대세가도 나머지 귀족 가문에게 대놓고 결투를 신청하기는 겁이 나나 보군.”


“그래. 아무리 나머지가 칠대세가보다 약하다고 해도 귀족은 귀족이잖냐. 마와루 학당의 주축이기도 하는데 괜히 건드렸다 사령패 하나라도 잃기보다는···.”


“귀족 아래 있는 영주를 쉽게 멸문시키겠다, 이거네.”


유안은 제법이라는 듯 손가락 두 개를 맞잡아 튕겼다.


“맞아. 영주가 망하면 그 땅도 칠대세가가 가져가니까 못된 놈 배나 불리는 거지, 뭐.”


어느새 유안은 함에 담긴 화과자를 전부 먹어 치웠다.


“이럴 때 너 같은 귀한 분이 오셨으니 이 정도의 선물이 기본이요 예의란 말씀이다, 신리 타메오. 감사히 받아!”


“검 두 갠데, 하나 너 가질래?”


“진짜?”


유안은 부러워 죽겠다는 표정을 거두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단순한 녀석이군.


작가의말

우타요 선생은 노총각이 아니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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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작가가 그린 신리 타메오 24.08.11 10 0 -
10 벤카와 가문의 계략 24.08.13 4 0 11쪽
9 소가주 자리를 두고서 24.08.11 9 0 12쪽
8 퇴마 실습을 위한 준비 24.08.10 9 0 10쪽
» 귀한 분 24.08.09 13 0 11쪽
6 사령패의 군담 속 숨겨진 뜻 24.08.08 27 0 9쪽
5 강한 자를 위한 용기 24.08.07 21 0 9쪽
4 멸문을 막는 입학 24.08.06 22 0 10쪽
3 사령신의 구원 24.08.05 22 0 9쪽
2 이유 없는 멸문 24.08.05 24 0 9쪽
1 명문가의 마지막 후손 24.08.05 4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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