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가 천재가 가문 역사로 다 줘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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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단골
작품등록일 :
2024.08.05 23:30
최근연재일 :
2024.08.1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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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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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패의 군담 속 숨겨진 뜻

DUMMY

눈을 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태초의 어둠처럼 한 줄기의 빛도 허락되지 않은 공간.


숨소리와 심장 고동 소리만이 선명히 들렸다.


어둠 속에서 가장 먼저 보인 건 마와루 학당의 문장이었다.


다음으로 번쩍인 빛은 열네 개의 상석을 비추었다.


고개를 들어올려야 겨우 보이는 자리였다.


마지막으로 마와루 학당 문장 아래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향에서 뵈었던 교장 선생님이었다.


나는 편입 시험을 잊은 채 여기가 꿈속이 아닐까 생각했다.


광활한 공간에서 상석 아래 발을 딛고 서 있는 내 모습이 개미처럼 작아 보였다.


한마디로, 이곳은 나를 압도했다.


“신리 타메오, 마와루 학당 편입 시험을 치르겠는가?”


교장 선생님의 첫마디가 엄숙히 울렸다.


내가 서 있는 곳과 상석을 구분 짓는 거대한 호수에 파동이 일었다.


발밑 돌판의 연꽃 문양도 눈에 들어왔다.


“네.”


목소리의 울림이 흐릿한 정신을 깨우고 이곳이 편입 시험장임을 깨닫게 했다.


‘우타요 선생이 어젯밤에 뭔 말을 했는지 알겠네.’


기숙사 방에서 의지대로 일어나 느긋이 편입 시험장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자는 학생을 마음대로 불러 이런 곳에 세워 두다니.


입학 사정관들의 취미도 참 고상했다.


“편입 시험이 시작되기 전까지 네 뜻을 철회할 수 있다. 다시 한번 묻겠다.”


“저를 이곳에 부르신 분이 계십니다.”


질문에 답하고 여유가 생겨 주위를 둘러봤다.


상석 뒤로 열네 가문의 문장이 그려진 천이 눈에 띄었다.


가문별로 귀족의 눈 흰자에 그려진 문양을 원 안에 형상화한 듯한 모양새였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칠대세가일까.


“저 또한, 마와루 학당 입학을 염원하고요.”


상석이 너무 높이 있던 탓에 가주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교장이 서 있는 단상은 조명이라도 밝았지만, 나머지 자리는 가문의 문장 빼고 빛이 비치는 곳이라곤 없었다.


얼굴을 볼 수 있다면 누가 칠대세가일지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보이는 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 없으니 그것도 아닌가.


대강 짐작하건대, 왼쪽과 오른쪽 중 하나가 칠대세가인 것 같았다.


교장을 중심으로 열네 개의 상석이 일곱 개씩 나누어져 있었으니.


“그렇다면···. 사술사 신리 타메오. 너의 마와루 학당 편입 시험을 진행하겠다.”


쿠구구궁 -


일순간 내가 딛고 있는 연꽃 문양의 수술 부분의 돌판이 갈라지더니 높은 책상 하나가 올라왔다.


책상 위에는 서적 하나가 놓여 있었다.


호기심이 동하여 펼쳐 봤지만,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빈 종이에 쓰는 필기시험인가?’


“이번 연도 편입 시험 주제는 미코야마 가문에서 제시할 것이다. 미코야마 가주, 앞으로 나오시오.”


미코야마 가문은 교장과 우타요 선생의 편일까.


아니면 악독한 칠대세가의 일족일까.


어찌 되었든 저 가문이 발의한 주제가 편입 시험의 방향을 제시할 것이었다.


미코야마 가주의 발걸음 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나는 서적을 뒤적거리던 손을 멈추고 단상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단상에 교장 대신 입을 천으로 가린 남성이 서 있었다.


저자가 미코야마 가주···.


역시나 겉모습만 보고 어느 소속인지 알 수 없었다.


“반가워요, 신리 타메오. 미코야마의 편입 시험 주제는···.”


신비로운 목소리를 가진 남자는 두루마리를 펼치고 외쳤다.


“가문사 해석입니다. 행운을 빌어요.”


가문사 해석?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용어인데.


일부러 어려운 주제를 고른 것을 보니 칠대세가가 틀림없다.


가문사가 가문사요 사령술로 변하면 능력이 되는 거지 이를 해석할 필요가 있나?


“가문사 해석이란, 사령패의 능력을 다양하게 변형시키는 것입니다. 하나의 사령패로 하나의 능력밖에 쓸 수 없다면 그 사술사는 쓸모가 없지요.”


남자의 설명을 들어보니 가문사를 달리 해석해 다양한 능력으로 쓸 수 있다는 말 같았다.


사령패의 새로운 능력을 발견해야 한다니.


지금껏 주먹으로만 악귀를 때려잡고 기껏해야 단검에 힘을 실어 찌르는 게 끝이었는데 말이다.


쉬운 주제만은 아니었다.


“해석할 사령패를 종이 옆에 두고, 빈 종이는 마음껏 쓰셔도 된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단상 위에는 다시 교장 선생님이 서 있었다.


“시작하거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미코야마 가주가 방울을 울릴 것이다.”


다시 암전.

이번에는 돌판 위에 올라온 책상에만 조명이 비췄다.


“신리 가문사, 군.”


이번 시험은 응용력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이 분명하다.


새로운 걸 시도하기보다는 익숙한 것을 발전시키는 쪽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했다.


여기서 갑자기 가문의 주축이 되는 설화 사령패를 부르거나 한 번도 쓴 적 없는 속성의 사령패를 부른다면 탈락할 가능성이 컸다.


아버지께서 허락하셨던 첫 사령패, 하급 군담 사령패가 손에서 반짝였다.


나는 사령패를 책상 위에 두고 붓을 들었다.


여태껏 무기가 없어도 승리를 거두었던 군담만이 능력으로 변한 줄 알았는데.


‘무엇을 놓쳤지?’


하급 사령패라도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신리 역사라도 자세히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아버지는 옛 영광에 대해서만 말씀하셨다.


내게 신리 가문의 역사를 하나부터 열까지 캐묻는다면 답하지 못할 것이다.


하나 떠오르는 것이라곤 저 군담 속에는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옳은 길을 따라 수련한 신리의 기지가 담겨 있다는 것이었다.


정도(正道).

정의(正義).

근본(根本).


신리 가문원이 가슴에 새겼던 덕목이 떠올랐다.


하지만 당최 사령패를 어떻게 해석하여 어떤 능력을 발견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딸랑-


‘벌써?’


어둠 속에서 방울 소리가 울렸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빨리 답을 생각해내야 했다.


그때, 무의식이 외치는 듯한 소리가 뇌리에 새겨졌다.


사람은 위기가 닥쳐야 머리가 잘 돌아가는 법이다.


[맨손.]


신리는 적과 맨손으로 싸워 백성을 지켜냈다.


맨손으로 적과 싸워 승리한 게 사실일까?


역사는 과장으로 기록되었을 수도 있다.


만약 그 맨손에 다른 뜻이 있다면.


[무기의 부재.]


무기를 손에 쥐지 않았다는 건 무기를 준비할 틈이 없었다는 소리다.


기본을 중요시하는 신리가 무기를 준비하지 못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상대를 향한 공격 의지를 품은 적이 없다는 것과 같다.


갑자기 선공을 당했고, 그나마 준비된 무기마저 잃은 상황.


피를 묻히려 하지 않았던 맨손으로 상대를 물리쳤다는 뜻이겠지.


[신리만이 할 수 있는 일.]


모두 백성을 위해서.


딸랑-


방울이 다시 한번 울렸다.

이제 정말로 시간이 없다.


“사령패의 두 번째 능력을 알아냈습니다.”


다급히 외치자마자 상석이 모두 밝아졌다.


“무엇이냐.”


하급 군담 사령패의 두 번째 능력은.


“엄벌(嚴罰)입니다.”


신리는 선을 추구하면서도 공의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손에 피를 묻힐 수 있었다.


맨몸의 신체 능력을 늘려주는 게 일차적인 사령패의 능력이라면.


그 안에 숨긴 뜻은···.

선이 악으로부터 공격당하는 순간에 자비를 거두는 것이다.


선공격을 당할 시 두 배로 갚아 준다거나, 상대의 공격을 갚는 종류의 능력일 듯싶었다.


“확신이 든다면 빈 종이에 답을 쓰고 사령패를 올려두어라.”


나는 장을 넘기고 자신만만하게 답을 적어 내려갔다.


가문사 해석은 무조건 역사를 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명확한 필체로 적은 답 위에 올려진 사령패는 눈부실 정도로 밝은 빛을 내뿜었다.


“정답이로구나.”


곳곳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박수 소리는 오른쪽 일곱 상석에서만 선명했다.


‘왼쪽이 칠대세가네.’


“신리 타메오. 이제 네 시험을 지켜본 가주들이 결과를 결정할 것이다.”


교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상석이 분주해졌다. 서로 무언갈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했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결과는 정해져 있다.

동점으로 끝나거나, 교장이 손을 쓰지 않았을까.


“각 가문의 가주들은 천을 들어 합불을 표시하시오. 검은 천은 불합격, 흰 천은 합격으로 간주하겠소.”


시험만 두고 보자면 영락없는 합격이다.


마와루 학당에 입학하지 못할까 불안한 것도 사실이었다. 모든 일은 가주들의 뜻에 달려 있었으니.


예상대로 왼쪽의 칠대세가 자리에선 검은 물결이, 오른쪽에선 하얀 물결이 펼쳐졌다.


교장의 결과 발표가 조금 늦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미코야마 가주. 어서 합불을 결정하길 바라오.”


“잠시만 시간을 주시길, 교장 선생님.”


주제를 선정한 미코야마 가주의 시선이 느껴졌다.


칠대세가면서 왜 고민하는 건지.


속셈을 알 수 없으니 더 불안했다.


미코야마 가주의 시선은 나를 꿰뚫어 보듯 강렬했다.


순간, 검은 물결 속에서 하얀 천 하나가 홀로 펄럭였다.


‘잘못 봤나?’


“손에 든 거, 흰 천 맞소?”


교장의 물음에 미코야마 가주는 호탕하게 웃었다.


“맞습니다. 저희 미코야마 가문은···.”


그는 흰 천을 살짝 흔들어 보였다.


“신리 타메오의 편입을 허합니다.”


오른쪽 상석에 앉은 일곱 가문.


그리고 칠대세가 중 미코야마 하나.


총 여덟 개의 흰 천을 받은 나는 마와루 학당에 편입하게 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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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벤카와 가문의 계략 24.08.13 4 0 11쪽
9 소가주 자리를 두고서 24.08.11 9 0 12쪽
8 퇴마 실습을 위한 준비 24.08.10 9 0 10쪽
7 귀한 분 24.08.09 13 0 11쪽
» 사령패의 군담 속 숨겨진 뜻 24.08.08 27 0 9쪽
5 강한 자를 위한 용기 24.08.07 22 0 9쪽
4 멸문을 막는 입학 24.08.06 22 0 10쪽
3 사령신의 구원 24.08.05 22 0 9쪽
2 이유 없는 멸문 24.08.05 25 0 9쪽
1 명문가의 마지막 후손 24.08.05 4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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