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가 천재가 가문 역사로 다 줘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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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단골
작품등록일 :
2024.08.05 23:30
최근연재일 :
2024.08.1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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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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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신의 구원

DUMMY

어두운 하늘에 밝은 빛 하나가 움직였다.


우타요 선생이 장도를 들고 홀로 악귀와 싸우고 있었다.


그는 사야가 가문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우타요는 담장 위로 뛰어들었다.


일렁이는 검은 형상 속에서 그가 자취를 감추다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우타요의 검날을 방해하는 흑빛 형상은 흉측한 상급 악귀가 모여 만든 하나의 소용돌이일 것이다.


“가문의 깊은 뿌리를 짚고 악귀를 퇴마하려 합니다.”


우타요의 간절한 외침이 악귀의 울음소리 속에서 선명히 들렸다.


나는 그 목소리가 떨리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꼈다.


마와루 학당의 사술사 선생답게 사령패의 능력을 쓰겠지만 멸문당하는 가옥 속에 홀로 들어서는 일은 무모한 짓이다.


사령패의 부재로 일어나는 악귀의 공격은 인간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사술사에 무지한 촌놈도 알고 있는 법칙을 우타요 선생이 깼다.


외침을 들은 땅이 요동치더니 소나무가 상급 악귀의 몸을 타고 뿌리내렸다.


한 학당에서 사술사를 가르칠 정도의 실력이라면···.


대부분 진신급 사술사.


사령패로 상급 악귀의 공격을 받아내는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우타요는 소나무 가지에 포박된 악귀를 베어내면서 지붕 위에 안착했다.


가문을 집어삼키는 악귀를 전부 죽이진 못하더라도 필사적으로 누군가를 구하려는 듯 보였다.


콰과광 -


“우타요 님···!”


부서진 사야가 가문의 정문을 뚫고 나온 우타요 선생의 품에는 내 또래의 여자아이가 들려 있었다.


그는 사야가 가주의 딸을 구하기 위해 멸문의 현장에 뛰어든 것이다.


“신리?”


그는 귀신이라도 본 듯 멍하니 걸어오더니 여자아이를 내 품에 넘겼다.


여자아이의 얼음장처럼 차가운 몸은 내 품에서 축 늘어졌다. 눈을 뜨고 있었지만, 초점이 없었다.


하츠네 사야가.


아는 얼굴이었다.


선물을 가져올 때마다 환한 미소로 반갑게 맞이하던 사야가 댁 소가주.


그때.


“뒤, 뒤에!”


산산조각이 난 정문 뒤에서 오카메 가면을 쓴 악귀 하나가 긴 목을 뽑아 우타요의 몸을 감쌌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우타요 선생의 손에서 검이 빠져나와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는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순식간에 악귀의 소굴로 빨려 들어갔다.


우타요의 옷자락이 다시 악귀의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선생은 곧 죽을 것이다.


다급한 상황 속에서 뇌리에 박힌 건.


그의 무참한 최후를 단정 짓는 생각이었다.


지금껏 수많은 악귀를 퇴치하며 퇴마에 자신감이 붙은 나도 생존을 확신할 수 없었다.


그 누구도 멸문하는 가문원을 구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했다.


악귀가 점령한 가옥 속에는 사령패를 잃은 가문원이 독 안에 든 쥐처럼 잡혀 있다.


사면초가.

그들을 구하는 건 괜한 목숨을 버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우타요는 위험 속에 뛰어들었다.


멸문하는 가문의 여자아이를 구하기 위해서.


사야가 가문은 선한 가문이었으니 사령패도 부패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타요가 여자아이를 위해 몸을 던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 때문에···.”


품속의 사야가 소가주가 몸을 떨었다.


초점 없는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내가···. 사령패를 잃어서.”


무엇 때문에 그리 애통한 표정을 짓고 있을까.


푸르스름한 입술에서 나온 말은 어떤 사정을 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


“지키지 못했어···.”


다만, 하나 명백히 알 수 있는 건.


나에게도 은인이었던 사야가 가문의 소가주를 구한 우타요를 죽게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지금 내 손엔 사령패가 없다. 사령패 없이 악귀를 공격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무모한 짓이야.’

그래도 우타요 선생을 살릴 것이다.


“아가씨, 잠시만 계세요.”


사령패가 없다는 핑계는 사야가 가옥에 뛰어들 용기를 방해하는 괜한 걱정이다.


우타요 선생이 두고 간 검을 쥐었다.


무모한 짓이라면 못 말리는 우타요 선생이 더하다.

사령패가 손에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신리 가문은 예로부터 근본을 중요시하던 가문이다.


주먹을 꽉 쥐었다. 저곳에 뛰어들어야 했다.


“신리, 가지 마.”


사야가 소가주는 흐릿한 정신에도 나를 알아보고 중얼거렸다.


우타요 선생의 죽음을 직감했는지 눈물지으며 고개를 젓는 모습이 서글퍼 보였다.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사야가 가주에게 선물을 전해드리고 나설 때처럼.


주먹을 펴고 흔든 손에서 작은 조각 하나가 떨어졌다.


재빨리 몸을 굽혀 조각을 주워 보니 귀신 신 자가 그려진 신리 가문의 사령패였다.


분명 사령패는 집에 숨긴 함에 있었다.


사령패가 왜 손에 붙어 있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귀신 신.

가문의 설화는 능력이 된다.


설화 사령패는 때깔만 봐도 꽤 높은 등급.

내가 다룰 수 있을 리가 없다.


마와루 학당에서 교육도 받지 못한 사술사가 초보자, 즉 초신급 수준 이상을 넘기란 불가능할 테니까.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지 않겠나.


나는 자개로 빚어져 오색빛을 내는 사령패를 손가락에 걸어 쥐었다.


“우타요 선생님!”


문전부터 달려드는 악귀를 우타요 선생의 검으로 하나씩 베어가며 그를 찾았다.


악귀의 팔다리와 검은 소용돌이가 겹쳐 당최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가문의 역사를 짚고 악귀를 단죄하려 합니다.”


결국 사령패에 예우를 갖추고 강한 힘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사령패 중 군담 속성이 손에 있었다면 마음을 편히 가졌을지도 모르겠지만.


가문의 설화라니.


상급 악귀를 쫓을 땐 그 정도의 사령패가 필요한가 싶다가도 몸에 힘이 들어갔다.


설화 속성은 집안의 어른들이나 쓸 법한 사령패였기 때문이다.


[나를 부른 건 역시나 너로구나.]


예우가 끝나도 아무런 일이 없길래 당황하던 때, 머리를 울리는 강한 충격에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아직은 네가 서두를 일이 아니다.]


***


우타요는 온 힘을 다해 악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애썼다.


그의 손에는 검도 들려 있지 않고, 가지고 있던 사령패의 공격도 쉬이 먹히지 않았다.


우타요 선생은 멸문한 가문을 집어삼켜 잿가루로 만드는 악귀의 어리석음에 원통했다. 악귀는 마치 시체에 꼬인 구더기 같았다.


네들이 벌할 것은 이 가문이 아니란 말이다.


‘그래, 모순이 가득하고 부조리해야 악귀지.’


지친 몸에 힘이 서서히 빠졌다.


세간은 진신급 사술사가 멸문 현장에 뛰어들어 목숨을 버렸다고 수군거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마와루 학당의 학생, 사야가 가문의 소가주를 구하는 일은 괜한 일이 아니었다.


선생의 책임을 다하고 학생을 구하는 일이었으니 후회는 없었다.


[마츠모토 우타요.]


흐려지는 정신을 가득 메운 소리.


사야가 가옥 부지 전체를 울린 목소리에 꿈틀대던 악귀들이 경직된 채 굳어갔다.


‘무슨 일이지?’


그 틈을 타 우타요는 악귀로부터 빠져나와 정문을 향해 달렸다.


[사령패를 잃은 가문이 멸문하는 건 순리. 이에 간섭하는 건 천명을 어기는 일이다.]


목소리 하나에 멸문을 주도하는 악귀들이 멈췄다.


목소리의 주인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강력한 존재였다.


“누구십니까.”


우타요는 문밖을 나서기 전 공간에 깃든 기운에게 물었다.


[간절한 부름에 너를 살려 두니, 신리가 마와루 학당에 입학하거든 보살펴다오.]


이내 날카로운 바람이 강력한 힘으로 우타요를 문밖으로 밀어냈다.


강한 바람 탓에 모래바람이 일고 그가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우타요는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물었다.


하지만 진신급 사술사인 그가 속으로도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는 사술사와 사령패에 대한 지식이 많았다.


신리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귀신 신 자가 새겨진 사령패를 썼다.


설화가 담긴 사령패를 쓸 수 있는 존재는 진신급 사술사 이상.


아직 초신급에 불과한 아이가 쓰기 어려운 사령패였다. 분명 정신적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기절했겠지.


우타요 선생은 뒤를 돌아보았다.


쓰러진 신리와 그를 붙잡고 우는 사야가 소가주가 보였다.


신리 타메오가 제 분수에 넘치는 사령패를 써서 나자빠진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믿을 수 없는 일은 따로 있었다.


소년이 설화 사령패를 쓰지도 못하는 주제에 가문의 사령신을 불러냈다는 것이다.


우타요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사야가 가옥에 눈을 돌렸다.


악귀는 언제 멈췄냐는 듯 가옥을 먹어 치웠고, 목소리의 기운도 온데간데없었다.


가옥은 서서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사야가 가문이 언제 세상에 존재했냐는 듯.


이내 사야가는 모든 잔해가 재가 되어 공기 중에 흩어졌다.


멸문을 끝낸 악귀도 재와 함께 자취를 감췄다.


가문의 멸문을 보고 지금껏 눈물을 흘리던 하츠네가 갑자기 울음을 뚝 그쳤다.


가문이 멸문하면 가문원은 살아있더라도 가문의 기억을 잃게 되어 있다.


“우타요 스승님.”


하츠네는 다시금 눈물을 흘렸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요. 제 성씨도, 사람들도.”


우타요는 구슬피 우는 하츠네를 가만히 바라보다 쓰러진 신리를 부축했다.


“사야가 하츠네, 이 아이는 살아 있다. 걱정하지 말아라.”


신리를 들어 올린 우타요는 하츠네를 향해 미소 지었다.


“기억만 사라진 것이다. 그것도 걱정할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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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벤카와 가문의 계략 24.08.13 4 0 11쪽
9 소가주 자리를 두고서 24.08.11 8 0 12쪽
8 퇴마 실습을 위한 준비 24.08.10 9 0 10쪽
7 귀한 분 24.08.09 12 0 11쪽
6 사령패의 군담 속 숨겨진 뜻 24.08.08 27 0 9쪽
5 강한 자를 위한 용기 24.08.07 21 0 9쪽
4 멸문을 막는 입학 24.08.06 22 0 10쪽
» 사령신의 구원 24.08.05 21 0 9쪽
2 이유 없는 멸문 24.08.05 24 0 9쪽
1 명문가의 마지막 후손 24.08.05 4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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