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산삼을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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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몰아
작품등록일 :
2024.08.0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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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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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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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땡 잡았다.

DUMMY

육아 휴직 처리는 일사천리로 처리됐다.


“우와-. 진짜 가요?”

“가야지요. 본부장님도.. 아니다. 화이팅!”

“종종 오세요.”

“자주는 못 와요.”


말이 육아 휴직이지 거의 퇴사와 다름없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내가 육아 휴직을 쓴다는 보고를 본부장이 대표에게 하자마자, 대표는 나를 투명 인간 취급했다.

그래서 더 편하게 육아휴직과 관련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고-.


“심대리. 이제 뭐 하려고?”

“휴직이에요. 분위기 봐서 돌아올 수도 있어요.”

“니 돌아오면 뭐하노. 내가 그때까지 없을긴데.”

“그럼 대기하고 있다가 공장장님께서 따로 불러주시면 그리로 곧장 가겠습니다.”

“좋지-. 고생했다.”


5년 동안 일하며 회사에 정도 많이 들었지만, 본부장을 제외하고는 다들 함께 지낸 지 1년이 채 안 돼서 그런지 아쉬움이 크진 않았다.

그렇게 오전 근무를 마치고 집에 오니, 와이프가 소파에 누워서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다.


“아? 오늘부터야?”

“정확히는 내일부터. 오늘은 그냥 반차.”

“오-. 고생했어.”

“고생했지.”


회사를 나설 때만 해도 별 감정이 들지 않았는데 대낮에 집에 와서 샤워를 하고 있자니 괜스레 눈물이 났다.

후련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같이 씻을래?”


하지만 갑작스럽게 샤워실로 쳐들어온 와이프 때문에 여운이 깨졌다.


***


눈 깜짝하고 나니 우리 다인이가 하원 할 시간이었다.

어차피 아파트 안까지 어린이집 차가 들어와서 잠깐 내려가서 애를 픽업하면 된다.


“갔다 와.”

“혼자?”

“나 피곤해.”


와이프는 이때다 싶었는지 침대에 누워 꼼짝할 생각조차 안 했다.

그래도 괜찮다.

어차피 조금이라도 빨리 우리 딸을 꼭 껴안고 볼에 뽀뽀 세례를 날려주고 싶으니까.


“어? 아빠! 아빠다! 아빠예요!”

“딸! 잘 갔다 왔어?”

“녜! 아빠! 아빠가 왜 있지요?”

“다인이 보고 싶어서 일찍 왔지!”

“우와! 아빠 최고! 아빠 사랑해요!”


행복하다.

이렇게 좋은 시간에 누워만 있다니.


“아빠! 우리 놀이터 가요!”

“좋지!”


그렇게 어린이집 가방을 들고 아파트 놀이터에 가서 시소도 타고 그네도 타고 술래잡기도 하며 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와이프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디야?”

“동물 놀이터.”

“안 들어와? 밥 먹어야지.”

“어. 들어갈게.”

“그래- 들어오는 길에 베리국있지? 거기서 먹을 것 좀 사 오고.”

“···. 오늘 저녁이야?”

“배고파. 빨리 와. 아. 공깃밥도 사와.”


가정주부들의 하루는 굉장히 짧다.

매일 매일 청소하랴 식구들 밥 차려주랴 먹고 난 거 또 치우고 정리하랴.

하지만 내 장담하건대, 전통적인 가정주부는 멸종위기다.

청소는 로봇청소기가 하고, 빨래는 워시타워에서 건조까지 다 돼서 나오며 설거지는 식기세척기가 한다.

그렇게 아껴진 시간에 여자들은 SNS 탐방에 열중하고.


일단 우리 집 여자는 그렇다.

오늘도 봐라.

하루 종일 빈둥거려놓고 저녁밥도 반찬가게에서 사 오란다.


“딸. 먹고 싶은 거 있어?”

“음-. 마카롱.”

“이야. 네가 마카롱을 알아? 그래. 아빠가 사줄게. 밥은? 뭐 먹고 싶어.”

“음-. 오이. 당근도 죠아.”


오이랑 당근이라.


“다인아! 오늘 김밥 먹을까?”

“김밥! 죠아요!”

“거기에 라면까지 딱 해서!”

“우와! 라면이다! 라면 마시써요. 아빠 쵝오”


어차피 앞으로 이렇게 쭉 살아가야 하는데 불평불만만 늘어놓아서 무엇하리.

베리국 대신에 근처에 있는 분식집에 가서 김밥 다섯 줄을 산 후 집으로 복귀했다.


“다녀왔슴미다.”

“아이고 우리 딸 인사도 어쩜 이렇게 잘해.”

“히히 손 씻고 올게요오.”


장담하건대 나는 우리 딸 나이만 할 때 저렇게 똘똘하지 못했다.


“뭐 사 왔어?”

“맞춰 봐.”

“김밥이야? 무슨 김밥?”

“여보가 좋아하는 걸로 사 왔지.”

“청양 마요?”

“또.”

“불닭?”

“자. 자기 꺼.”

“오-. 센스.”


일단 두 줄은 상납하고 부엌에 들어갔다.


“라면 끓이게?”

“김밥엔 라면이지.”

“다인이는?”

“우리꺼는 틈새. 다인이꺼는 진라면 순한 맛 스프 조금 넣고.”


―척.


와이프의 얼굴에 굉장히 만족스럽다는 미소가 걸렸고, 저 표정을 보고 있자니 나 또한 괜히 기분이 좋았다.


“아빠아-. 뭐해요오?”

“아빠? 라면 끓이지-!”

“우와! 라면이다! 아빠 최고예요!”

“다인아. 엄마가 부엌에 들어가지 말라 했지!”

“힝. 구경하곺은데에.”

“부엌은 노는 데 아니야! 이리 나와!”


애가 궁금하면 좀 볼 수도 있는 거지 이런 일로 저렇게 엄하게 굴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애가 보는 앞에서 부모의 의견이 다르면 애가 혼란스러워 한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가만히 있었다.


“다인아. 엄마 옆에 가서 앉아. 자. 라면입니다!”

“우와!”


김밥에 라면으로 차려진 조촐한 저녁 식사 자리였지만, 너무 행복하다.

사람 사는 게 정말 별거 없다.

살아가는 순간순간이 행복하면 그게 정말 괜찮은 인생이다.


“다인이 맛있어?”

“네! 최고예요!”


평소에는 밥 먹는 거로 애를 좀 먹이는 편이지만 라면 앞에서는 그런 거 없다.

어찌나 열심히 포크 질을 하는지, 꼬맹이 혼자 라면 반 개를 순식간에 먹었다.


“나는?”


그렇게 내가 끓인 라면을 맛있게 먹고 있는 딸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자 와이프가 샘이 났는지 눈을 세모나게 뜨고 나를 쳐다봤다.


“오구 우리 지은이도 맛있어요?”

“녜! 근데 콜라가 필요해요.”

“콜라 없어요?”

“냉장고에 있어요!”

“꺼내 드세요.”

“왜 편애해? 다인이가 꺼내달라 했으면 꺼내줬을 거잖아요.”


당연하지.

다인이는 아직 냉장고 문을 열 줄 모르니까.


“자. 김밥 꼬다리 줄게.”

“나 한쪽 먹었어. 오빠 먹어.”

“내 마음이야.”

“됐거든.”

“여기. 콜라는 얼음 컵에 마셔야지.”

“고마워.”


부부끼리 싸우기 시작하자면 한정 없다.

대신 싸우지 않으려 한다면 그 또한 한정 없으면 좋겠다.

사소하게 시비가 걸릴 수도 있지만, 양보하고 배려해주면 가정의 평화를 누릴 수 있겠지.


“부동산에는 가봤어?”

“아니?”

“오늘 건강원 가봤다 오기로 한 거 아냐?”

“아 맞다.”

“내일 계약이잖아. 한 번도 안 가보고 계약해?”


가정의 평화. 가정의 평화.


“···. 지은아. 우리. 좀 부지런하게 사는 게 좋지 않을까?”

“···. 안 먹어.”


내가 무슨 심한 말을 했다고 지레 마음에 찔린 와이프는 밥을 먹다 말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빠. 엄마 왜 저러는 거예요?”

“글쎄. 아빠도 모르겠네.”

“아이참. 엄마는 진짜 못 말린다니까요오.”


생각해보니 내일부터 와이프랑 거의 하루종일 붙어있어야 한다.

코로나 시국에 이혼율이 급증했다던데.


“더 줄까?”

“아니. 배불러요오. 그만 먹을래요.”

“그래. 물 마시고 놀고 있어. 아빠 이거 치우고 같이 놀자.”

“녜!”

“오구 우리 딸 대답도 잘해요.”


그렇게 다인이를 보내놓고 상을 치운 뒤 슬쩍 방안을 보니, 와이프는 누워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뭐해?”

“왜? 뭐?”

“마카롱 먹어.”

“···. 어디껀데?”

“파리바게트 옆에 뚱카롱.”


슬며시 방에서 나오는 와이프에게 마카롱 하나를 주고 나머지 하나는 다인이에게 줬다.


“우와. 엄청 달아요오-.”

“그치? 많이 먹어.”

“자. 아빠도 먹어.”

“고마워.”

“더. 더 먹어.”


하지만 다인이 입에 마카롱은 아직 너무 달아서인지 은근슬쩍 내 입에 다 밀어 넣더라.


“우와-. 잘 먹었슴미다. 아빠. 나 티비! 티비 틀어주세요.”

“티비 안돼. 맨날 티비만 볼려고 하고. 장난감 가지고 놀아.”

“힝. 티비 보고 싶은데에.”

“틀어 줘. 티비 보는 시간이잖아.”

“우와! 엄마 최고예요! 티비. 티비 틀어주세요.”


티비를 보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뭐랄까 멍하게 티비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속이 터진다.

애가 저리 멍청하게 있어도 되나 싶고.


“꼬모. 꼬모요리사 틀어주세요오-.”


내키지는 않지만 다인이가 보고 싶어 하는 애니메이션을 틀어줬다.


“근데 자기 이름으로 계약해야 되는 건 알지?”

“왜?”

“나 육아 휴직상태잖아. 공식적으로 수익 활동을 하면 안 돼.”

“그럼, 내가 사장이네?”

“그렇지.”

“오-. 그럼 내가 만들고 싶은 거 만들어도 돼?”

“뭐 만들려고?”

“다이어트약. 그 시내에 유명한 다이어트 한의원 있잖아. 거기꺼랑 똑같이 만들어서 먹는 거지.”

“비싸?”

“어. 겁나 비싸.”

“뭐뭐 들어가는 줄은 알고?”

“그건 말해 줘. 비율도 알려주고”


다이어트 한약도 일단 기본적으로 ‘약’이다.

약을 처방해주면서 약이 무엇으로 만들어졌고, 어떤 성분이 있는지 알려주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다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을 뿐이지.


“좋아. 만들어 줄게.”

“오-. 우리 오빠 멋진데? 그럼 정력에 좋은 것도 한 번 만들어 봐.”


***


“물건이 좀 아쉽죠?”

“아닙니다. 가격이 너무 착해서 이렇게 사도 되나 싶은걸요.”

“어쨌든 감사합니다.”

“저희가 감사하죠. 땅값만 해도 시세보다 한 참 낮게 주셨는데요. 거기다 장비도 다 있고.”

“하하. 장비야 어차피 오래된 거고, 괜히 재산세만 평생 내야 하나 싶었는데. 이 땅도 주인이 있네요.”


좁은 동네인지라 건너건너면 다 아는 사이이기도 했고, 장인어른 친구분의 부동산에서 계약했기에 사기당할 일은 없다.

그렇게 다음 날 하양 건강원 매매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후우-. 아저씨. 다 된 거예요?”

“그래. 이야 니도 이제 사장님이네. 내 진짜 저 똥싸개가 자기 상가 가지는 걸 다 보네.”

“똥싸개라뇨 김사장님. 계속 그러시면 하양 상가 협회에 가입 안 하는 수가 있습니다?”

“하지 마라. 있지도 않은 협회에 가입은 무슨.”


와이프 명의로 계약을 하긴 했지만, 우리도 이제 자영업자다.

아프니까 사장이라 하지만,

드디어 월급쟁이가 아닌 내 사업이 시작됐다.


“야. 지은아. 니 고집 아니까 그냥 하라 하긴 했는데. 진짜 괜찮겠나?”

“리모델링 비용 보태줄 거 아니시죠? 쉿.”

“그래. 어차피 다 인생 수업료인기라. 잘 해봐라.”


그렇게 우리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나서 하양 건강원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다.


“오-. 제대론데? 서비스 탱크도 있어!”

“으. 오빠. 여기 냄새나.”

“헐. 여기서 티백도 만들었나본대?”

“몰라. 아들이 했나 보지.”

“이것 봐. 장비들 다 현역이야! 완전 깨끗해!”


물론 겉면에 먼지는 조금 앉아 있었지만 관리 상태가 장난이 아니었다.

누가 봐도 정성들여 매일매일 관리한 티가 나는 장비들이었다.

이 정도 되면 새 기계 보다 나을 수 있다.


“오빠. 난 좀 나가 있을게.”


내 코에도 비린 냄새가 걸리는 걸 보니 여기서는 붕어나 잉어 같은 것도 달이고 흑염소도 했음이 분명하다.

하긴 동네 건강원이었으니까 해달라는 건 다 해줬겠지.

하지만 냄새 좀 나는 거야 잡으면 되는 거고.

이 모든 게 천만원이라니.

땡잡았다.


“오빠. 구경 안 끝났어? 다인이 하원 시간 다 돼가!”

“어. 나가!”


대충 둘러봤지만, 저온 창고 시설도 잘되어 있고 포충 시스템이 꺼져 있던 탓에 벌레가 좀 있었지만, 하루 이틀만 손 보면 될 수준이다.


“이 사장님, 어때? 괜찮았어?”

“오빠. 오빠한테서는 이런 냄새 안 났거든? 이거 좀 심한 거 아냐?”

“에이. 난 괜찮던데?”

“아니지, 냄새가 난다는 건 위생상 문제가 있다는 말이잖아.”

“환기 좀 시키고 커피 가루 좀 놓고 하면 괜찮을 거야.”

“흠-. 그래. 그럼 내일부터 저기로 출근할 거야?”

“그렇지. 당분간은 청소도 좀 하고 뭐 만들지도 좀 봐야 하니까.”

“아! 이거 만들어 봐! 그때 말한 다이어트 한약.”


오랜 세월 동안 건물에 베여버린 냄새는 일종의 훈장과 같다.

다른 냄새로 덮을 수는 있지만 지울 수는 없다.


“오- 누구한테 얻었어?”

“에이 무슨 소리야 샀지.”

“언제? 비싸다면서?”

“너무 많은걸 알려 하지 마. 다쳐. 샘플 구매 비용으로 생각 해.”


아직 수익이 전혀 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돈 쓴 궁리를 하느냐 말하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

그게 무엇이 됐든 와이프가 날씬해지면 그건 그것대로 괜찮으니까.

그렇게 와이프가 사 온 비싼 다이어트 한약 한 포를 손에 쥐었는데-.

상태창이 레시피를 보여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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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나쁜 짓. +3 24.09.18 225 9 13쪽
31 봄. +2 24.09.17 279 10 12쪽
30 기레기. +3 24.09.16 311 12 13쪽
29 새로운 시작. +1 24.09.15 338 14 13쪽
28 사고 수습 +2 24.09.14 376 9 13쪽
27 전문가 위에 전문가. 24.09.13 409 15 13쪽
26 선수는 선수를 알아 본다. +1 24.09.12 442 15 13쪽
25 다다익선. +1 24.09.11 468 14 13쪽
24 부자 +1 24.09.10 513 17 13쪽
23 이게 맞나? +1 24.09.09 523 18 12쪽
22 전화위복. +2 24.09.08 545 20 13쪽
21 말이 씨가 된다. +1 24.09.07 536 22 13쪽
20 내 사랑. +1 24.09.06 531 20 13쪽
19 불시 점검 +3 24.09.05 525 20 13쪽
18 할 수 있다. +1 24.09.04 533 18 13쪽
17 이심전심. 24.09.03 578 19 13쪽
16 소매 넣기. +2 24.09.02 661 17 13쪽
15 좋은 인연. +1 24.09.01 688 20 13쪽
14 싸고 좋은 물건 24.08.31 752 23 12쪽
13 나 삐졌어. 24.08.30 776 22 13쪽
12 카운트 다운 24.08.29 802 24 13쪽
11 은호 미워. 24.08.28 846 23 12쪽
10 구지황 +1 24.08.27 872 20 13쪽
9 남남으로 만나서 +1 24.08.26 918 24 13쪽
8 성투 +1 24.08.25 949 28 13쪽
7 다이어트 약 +3 24.08.24 991 26 13쪽
6 그런 거 없다. +3 24.08.23 1,046 26 13쪽
5 난 괜찮아. +3 24.08.22 1,096 25 13쪽
» 땡 잡았다. +3 24.08.21 1,176 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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