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산삼을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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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몰아
작품등록일 :
2024.08.0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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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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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선생님, 제가 술 마시고 유언장 수정 하는 건 안 된다고 몇 번을 말씀드려요?”

“김변아. 내가 술에 안 취해있을 때가 없는데 무슨 소리고. 내 보고 유언장 수정하지 말라는 말이가?”

“적어도 낮에 정신이 맑으실 때만 수정해 드립니다.”

“다 늙은 정신에 맑은 날이 오긴 오나?”

“어쨌든 안 됩니다.”

“치아라. 변호사를 바꾸든지 해야지. 내 돈 주고 내가 이래 설설 기야 되나.”

“자료 이관 준비는 다 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변호사 구하시면 말씀만 주세요.”

“김부장아. 야 봐라 야. 야가 이래 사람이 정내미가 없다.”

“잘생기기만 했구만. 여기 앉아요. 온 김에 한잔해요.”

“예-.”


무슨 변호사 통해서 유언장을 관리하는 건 드라마 속 재벌들이나 하는 건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다.

그나저나 변호사 참, 훤칠하네.


“안녕하세요. 상속 전문 변호사 김민수입니다. 필요한 일 있으시면 연락주세요.”


명함에 있는 위치를 보아하니 읍사무소 근처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인 듯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그리고 온 김에 영업을 하려는 듯 나와 김부장님께 명함을 주면서 합석을 했다.

그런 김변호사를 향해 김부장님이 사심이 가득 담긴 질문을 남겼다.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

“34살입니다. 미혼이고, 부모님은 안 계십니다. 집은 무학지구 호반에 살고 있고요. 만나는 여자는 없지만 결혼 생각도 아직 없습니다.”

“자. 우리 딸이야. 자네보다 2살 많기는 한데. 어때? 아직도 20대 같지? 저쪽 고산 네거리에 따뜻한 동물병원 원장이야. 원장.”


김변호사도 이런 상황이 익숙해 보였고, 김부장님도 개의치 않고 따님 사진을 보여주더라.


“감사합니다. 제가 조금 더 준비가 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문디들아 뭐하노 술 무러왔으면서 술을 안 묵노. 잔들 채아라. 한 잔 묵자.”


그렇게 남자 넷이서 찐하게 술을 마신 후 1차에서 자리가 끝났다.

김변호사 말고는 모두 고주망태가 돼서 필름이 끊어진 탓이었다.


***


어찌저찌 집에는 잘 들어온 모양이었다.

그래도 정신없는 와중에 샤워는 하고 잤는지 홀딱 벗고 이불만 덮은 채였다.

미처 옷까지 입을 정신은 없었나 보다.


“오빠. 안녕?”


그렇게 눈을 뜨자 와이프가 미소를 지으며 내 얼굴 바로 앞에서 내게 인사를 했다.


“웁- 우웁-.”


절대 와이프 얼굴 때문은 아니지만, 갑자기 속이 좋지 않아서 화장실로 뛰어가 속을 비워냈다.


“자. 여기 꿀물이야.”

“···. 너 누구야?”

“누구?”


아직 꿈속인 걸까.

우리 와이프는 술 먹고 늦게 들어온 나한테 절대로 꿀물을 타줄리 없다.


“아. 아냐. 잘 마실게.”


꿈에서까지 와이프를 만날 리 없으므로 현실은 맞다.

그렇다면 다음 의심.

이게 과연 꿀물이 맞나?


―호롭.


설마 대한민국 평범한 여성이 술 마시고 들어왔다고 남편한테 독이 들어있는 음료를 내놓을 리는 없겠지만 일단 살짝 맛만 봤다.


“어디까지 기억나?”

“다 나지.”

“진짜?”

“아니. 일출까지만.”

“어제 뭐 먹었어?”

“그냥 모듬회에 소맥 먹다가.. 아. 맞다. 마지막에 하양 양조장 사장님 오셔가지고 뭐 하나 먹었었는데, 무슨 복분자야관문아르기닌 막걸리라던가? 아 맞네. 소맥만 계속 먹었으면 괜찮은데 마지막에 섞어 먹어서 갔네!”

“이따가 하양 양조장 사장님께 연락드려봐. 그 막걸리 얼마나 살 수 있는지.”

“아직 개발 중이라고 시음 같은 거 해보라고 가져오셨데.”

“그래?”

“왜? 막걸리 먹고 싶어?”

“나 진짜. 후- 어제는 진짜. 좋더라. 어제만 같으면 나 진짜 오빠 너무 사랑해.”


어젯밤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일단 술 마시고 들어온 걸로 바가지를 안 긁히니 좋았다.


“다인이는?”

“어린이집 갔지.”

“벌써?”

“시간이 몇 신데. 오빠 피곤할 것 같아서 더 자게 뒀지.”


어후-. 낯설다 낯설어.


“하. 나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동판도 맞추러 가야 되고. 원단 발주도 넣어야 되네. 일단 지황부터 한 번 더 쪄서 말려놔야 되고 모자란 원물도 추가로 사야되고. 파우치는 언제 도착하려나.”

“바쁘구나-. 좀 더 쉬었다가.”

“에이. 회사 생활하다가 자영업으로 전환해서 망하는 첫 번째 이유가 게을러지는 거랬어. 회사 다닐 때만큼만 열심히 하면 웬만해서는 안 망한다더라.”

“좋아. 보내줄게.”

“뭐래. 간다. 사무실에서 봐.”


무서운 기운을 내뿜는 와이프를 뒤로하고 건강원으로 출근해서 지황부터 챙겼다.

오늘까지만 작업하면 구지황이 완성된다.


‘때깔 좋네.’


아무래도 꽤나 괜찮은 구지황이 나올 것 같고, 나머지 원물들이야 연락드려서 사 오기만 하면 되는데.


‘종류가 적으니까 편하네.’


회사에 있을 때는 건약초 종류만 해서 500여가지에 달했다.

이 많은 종류의 원물들 재고 관리를 혼자서 하자면 머리가 뽀개졌다.

사실, 전산 재고와 실물 재고가 맞는 경우보다 안 맞는 경우가 훨씬 많았지만 크게 차이가 안 나면 전산 재고를 실물 재고에 맞춰놓고 문제없다는 보고서를 올렸었다.

그런데 지금은 뭐 슥 훑어만 봐도 재고가 다 눈에 들어오는 수준이라. 걱정 없다.

하지만 이것도 일이라고 이래저래 챙기다 보니 벌써 오전이 다 지나갔다.

와이프는 올 시간이 한 참 지났음에도 안 보이고.


“언제 와?”

“가고 있어.”

“점심은?”

“장어덮밥. 칭구장어집꺼.”

“좋지. 빨리 와.”


그래도 점심시간은 넘기지 않고 와이프가 사무실에 도착했다.


“오우 배고파 배고파.”

“그치? 먹어. 아. 오전에도 고생 많았지? 시원하게 한잔해.”


어?

낮술은 언제든 환영이긴 한데, 와이프가 허락해주는 낮술이라니.

아침부터 뭔가 이상한 하루다.


“고마워. 근데 나 오후에 박스 만들러도 가야 해서.”

“에이 하루 미룬다고 뭐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뭐.”


성격상 미루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눈앞에서 찰랑거리는 막걸리의 유혹을 미처 이겨내지 못했다.


“크-. 좋네. 근데 이거 맛이 좀 다른데?”

“괜찮아? 입맛에 맞아?”

“어. 맛있어. 하-. 좋다. 이게 사장의 삶이라는 걸까?”

“그치. 많이는 못 벌어도 이렇게 사는 게 또 좋은 것 같아. 우리 둘이 낮에 이런 시간 보내는 게 얼마 만이야.”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 지금의 우리처럼 여유 부리면 안된다는 글을 많이 본 것 같은데.

어쨌거나. 좋다.


“오빠. 근데 있잖아. 나 우리 웹 만드는 거 외주 맡겼어.”

“누구한테?”

“진희 언니 알지? 요즘 일 그만두고 쉬고 있다더라고. 그래서 부탁했어.”


진희씨는 일을 참 센스 있게 잘하는 걸로 유명했다.

맡겨 놓으면 괜찮은 결과물이 나오긴 할 테지만.


“공짜로 해준데?”

“이야기 중. 일단 나도 붙어서 하고 있기는 한데, 이게 처음부터 세팅 하려니까 만만치가 않더라고.”

“기본적으로 제공해주는 것만 해서 세팅하면 되지 않을까?”

“그게 어렵더라고. 기본적으로 UI 세팅하는 게 만만치가 않아.”


이게 참 아직 제대로 돈을 벌지도 못 하고 있는데 돈 나갈 구석만 계속 생기는 것 같은데.


“그것도 그렇고 인쇄 일은 사람 쓰자. 알아보니까 장애인 취업 지원 센터 통하면 우리 돈은 거의 안든데. 정부 지원이 많이 나와서.”

“와우프레스 김부장님 알지? 부장님도 똑같은 말 하긴 하더라고. 근데 아직은 잘 모르겠어.”

“못 미더워서?”

“아무리 인건비가 적게 나간다 해도 사람 쓰면 그만큼 고정 지출이 생겨버리잖아. 일단 이번에 방송 때까지만 내가 해서 얼마나 팔리는지 보고 결정하자.”

“키워드 광고도 오빠가 직접 돌릴 거야?”

“어차피 저녁 시간이기도 하고 제품은 다 만들어 놨으니까.”

“그래!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그러게. 

무리하지는 말자.

돈도 돈이긴 하지만,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한 선택이다.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사몰 준비는 언제쯤 다 되는 거야?”

“지금 상세페이지 만드는 거 오늘 중으로 마무리하고 진희 언니가 웹 기본 세팅 오늘까지 해준다 했으니까 아마 내일부터는 온라인 판매 시작할 수 있어.”

“보자. 통신판매업 신고도 했고, 품목보고번호도 받았고. 상세페이지에 효능효과에 대한 언급 전혀 안 한 거 맞지?”

“당연하지. 은호 아버지께서 주신 방송 시나리오 보고 뽑아 쓸 수 있는 소스들만 쏙쏙 뽑아서 만들고 있어. 근데 진짜 이거 괜찮은 거 맞아?”

“에이. 괜찮아. 그래봤자 얼마나 팔겠어? 정원은 홈쇼핑이 베이스고 온라인 판매는 부수적이니까.‘

“우리도 나중에 홈쇼핑에도 입점할 거야?”

“홈쇼핑은 고민 좀 해보자. 웬만해서는 안 하고 싶기도 하고.”


홈쇼핑 방송은 비용 때문에 생각도 못 하는 거고, 홈쇼핑 사이트와 책자 정도에는 실을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이게 참 수수료가 너무 쎄서 어지간하게 팔아서는 홈쇼핑 배만 불린다.


“후-. 일하자.”


그렇게 점심을 먹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일을 시작했는데-.


“네. 행님!”

“사장님, 저희 방송이 예정보다 당겨져서요. 모래 첫 방송 한대요.”

“아. 네! 감사합니다. 행님 안 계셨으면 진짜 눈앞이 막막해요.”

“하하. 화이팅입니다!”


아야.

홈쇼핑도 그렇고 건강식품 방송도 그렇고 웬만해서는 스케줄이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바뀌었고. 좀 더 빠르게 준비를 해야 한다.


‘아직 동판도 안됐는데.’


파우치에 담아서 상온에 보관 중인 제품을 박스에도 담아야 하는데. 

우리 박스가 나오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박스에 어떻게 찍을지 동판 디자인도 안 나왔고, 급하게 디자인을 한다 해도 제작이 바로 될 리가 없다.

이러나저러나 이틀 안에는 안된다.

어차피 안되는 걸 가지고 끙끙 앓고 있을 문제가 아니기에 와우프레스 김부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공용 박스라도 빨리 확보해서 완제품 포장을 해야 하니까.


“부장님.”

“그래. 집에는 잘 들어갔고?”

“그런 것 같아요. 하하. 부장님께서는 잘 들어가셨어요?”

“눈 떠보니까 우리 엄마 집이더라. 내 이 나이 먹고 팔십 노모한테 등짝 맞았다.”

“어제 하양 막걸리 사장님 오셨던 거 맞죠? 그 막걸리 때문인 것 같아요.”

“맞제? 그래서? 무슨 일이고?”

“공용 박스 좀 살려고요.”

“왜? 니꺼로 출력해서 만들면 되잖아.”

“상황이 좀 급하게 돼서요. 늦어도 내일까지는 완제품 만들어야 해요.”

“한 5백개라 안 했나? 그거 출력해서 접는 데 얼마나 걸린다고.”

“아직 동판 디자인도 없어요.”

“뭔 소리고. 내가 해놨다 캤잖아. 하-. 경성에서 보자. 지금 온나.”


뭘 해놨다는 말씀이시지?

부장님보다 내가 먼저 필름이 끊긴 걸까.

어쨌거나 제일 급한 게 박스라서 택시를 불러타고 경성으로 향했는데, 사장님이 나와 계셨고 다른 남자분도 한 명 계셨다.


“사장님!”

“오야. 잘 들어갔나?”

“해장은 하셨어요? 근데 저분은 누구세요?”

“김부장이 보냈는데, 아가 살짝 모자라긴 한데 옵셋기계는 잘 만지네. 일 잘하것다.”

“김부장님이요?”

“내도 생각이 잘 안 나긴 하는데 니 바쁠 거라고 사람 하나 붙여준다던데? 여봐라. 이게 느그 박스다.”


대체 뭘 어떻게 하셨길래 벌써 우리 박스가 나온다고?


“삼촌! 심 대리!”

“부장님! 이게 대체 뭐예요?”

“뭐기는. 개업 선물이지. 와?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드나?”


크래프트 박스에 ‘하양 건강원’ 이라는 글자가 하얗고 커다랗게 디자인되어 있었다.


“어차피 느그 제품 공용이니까. 여기에 제품 이름 붙이고 여기에 한글표시사항 붙이면 된다. 용지 사이즈는 똑같으니까 제품 이름은 가로로 인쇄해서 붙이고 한글표시사항은 세로로 인쇄해서 붙이면 된다.”

“부장님···.”

“아 그리고 이 기계가 감열지 출력하면서 박스에 바로 붙여주는 기계거든? 손으로 붙일 생각하지 말고 이거 써라.”


그러고 보니 절단기를 치운 자리에 못 보던 기계가 하나 있었다.


“이것도 부장님 사주신 거예요?”

“뭔 소리고. 그건 내끼다. 창고에 있는 거 꺼내놨다.”


아. 경성 사장님 기계구나.


“여기는 안성남, 34살이고 인쇄소에서 10년 넘게 일해서 잘할 거다. 인사 나눠라.”

“안녕하세요. 심만휘 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예. 잘 부탁드려요.”


말투가 살짝 어눌하고 사람 눈을 못 맞추는 듯했지만, 이미 다른 인쇄소에서 10년 넘게 일하셨다니 일 걱정은 안 해도 될 듯했다.


그렇게 방송의 날이 밝아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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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봄. +2 24.09.17 258 10 12쪽
30 기레기. +3 24.09.16 297 12 13쪽
29 새로운 시작. +1 24.09.15 324 14 13쪽
28 사고 수습 +2 24.09.14 366 9 13쪽
27 전문가 위에 전문가. 24.09.13 398 15 13쪽
26 선수는 선수를 알아 본다. +1 24.09.12 432 15 13쪽
25 다다익선. +1 24.09.11 460 14 13쪽
24 부자 +1 24.09.10 505 17 13쪽
23 이게 맞나? +1 24.09.09 515 18 12쪽
22 전화위복. +2 24.09.08 538 20 13쪽
21 말이 씨가 된다. +1 24.09.07 527 22 13쪽
20 내 사랑. +1 24.09.06 522 20 13쪽
19 불시 점검 +3 24.09.05 518 20 13쪽
18 할 수 있다. +1 24.09.04 524 18 13쪽
17 이심전심. 24.09.03 567 19 13쪽
» 소매 넣기. +2 24.09.02 649 17 13쪽
15 좋은 인연. +1 24.09.01 674 20 13쪽
14 싸고 좋은 물건 24.08.31 740 23 12쪽
13 나 삐졌어. 24.08.30 762 22 13쪽
12 카운트 다운 24.08.29 787 24 13쪽
11 은호 미워. 24.08.28 829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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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남남으로 만나서 +1 24.08.26 900 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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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다이어트 약 +3 24.08.24 966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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