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산삼을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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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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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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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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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

DUMMY

하루에 최대로 만들 수 있는 물량이 400개다.

시간으로 따져보면, 달이는 데 12시간, 파우치에 담는데 6시간, 박스에 담아서 포장하는 데 3시간 정도가 걸린다.

여기에 원료 준비해서 탱크에 집어넣는 시간과 앞뒤로 청소하는 시간도 대략 3시간이 걸리고.


“오빠! 배송 관련 공지는 업로드했어!”


다행히 방송이 저녁 시간이어서 오늘 밤을 새우면 하루 정도 늦게 발송되는 걸로 물량을 맞출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솔직히 조금 안일했다.

나중에 회사가 조금 커지면 택배사와 계약을 해서 기사가 직접 우리 건강원에 방문해서 물건을 가지고 가도록 했겠지만, 당장에 이렇게 많이 팔릴 줄 몰랐기에 지금 주문 들어온 택배 박스 234개를 직접 들고 택배 사무실에 가서 접수해야 하는데. 이것도 일이다.

그래서 SOS를 요청했다.


“행님, 잘 지내시죠?”

“그래-. 어쩐 일이고-.”

“요즘 뭐 하세요? 복숭아는 끝났어요?”

“거의 끝물이긴 하지.”

“그럼 저 일 좀 도와주세요. 어려운 건 아니고 택배 포장해서 보내는 거예요. 다해서 250건 안 되는데 아직 물건 준비가 안 돼서 하루에 3시간 정도만이요.”

“일당 주나?”

“당연하죠!”

“그래-.”


퇴사율이 높은 회사에서 그럭저럭 오래 근무하다 보니 같이 일했던 사람 수가 꽤나 많았다.

그중에 택배실에서 근무하다가 부모님 농사일을 도와드려야 해서 그만둔 형님한테 전화를 하니, 다행히 와준단다.


‘박스 됐고, 송장이랑 택배 됐고. 후-. 제품만 만들면 되네.’


어차피 이대로 집에 있는다 한들 잠이 오지도 않을 것 같아서 다시 건강원으로 향하려는데-.

다인이의 레이더에 걸리고 말았다.


“아빠아! 어디가요오?”

“어-. 아빠 잠깐만 나갔다 올게.”

“깜깜해졌어요오-. 기시니가 나와요!”

“쓰레기! 쓰레기 좀 버리고 올게.”

“아하! 쓰레기는 버려야지.”

“그래-. 갔다 올 테니까 먼저 자고 있어요-.”

“네-. 그음방 가따와야해. 알겠지?”

“응. 금방 갔다 올게. 여보. 카톡 할게”


시계가 벌써 아홉 시가 다 돼가고 있으니까 준비해서 달이기 시작하면 내일 오전 11시부터는 뽑아낼 수 있으니까 택배사 마감인 7시 전에는 발송할 수 있다. 

그러면 일단 내일 800개 정도는 쳐낼 수 있고 파우치에 충진이 끝나는 대로 청소해서 다시 담그기 시작하면 다다음날 아침 8시부터는 충진이 가능하다. 그러면 오후 중에 남은 물량도 발송이 가능하고.


‘해보자.’


딸한테 거짓말을 하고 나온 게 마음에 걸렸지만, 어차피 이제 곧 잘 시간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나를 찾을 텐데.

중간에 삼십 분 정도 시간 내서 딸내미 등원시켜주고 다시 작업하러 와도 괜찮을 듯했다.

물론 내가 없어도 와이프가 준비시켜서 어린이집에 보내고 하겠지만 딸과 함께 시작하는 아침의 행복감을 포기할 수는 없다.


‘원자재는 다 있고.’


이게 참 회사에 다닐 때 깨달은 진리인데, 원자재는 넉넉하게 사둬서 나쁠 게 없다.

물론 그때그때 시세는 봐야겠지만 잘 아는 사장님들이 나한테 사기를 칠 리도 없고, 상태창이 나에게 시세를 알려주고 있기에 더더욱이 안 사놓을 이유가 없기에 넉넉히 쟁여둔 덕을 봤다.


‘기름도 넉넉하고.’


그래도 두 번째 하는 거라고 처음보다는 일에 속도가 붙더라.

그렇게 오자마자 불을 올려놓은 탓에 11시가 덜 되어서 물도 알맞게 끓었고, 원료 칭량도 끝났기에 탱크에 넣고 달이기 시작했다.

지금부터는 기계 오작동만 없으면 되기에 이 시간 동안 제품 외 박스를 접었다.

박스 원단 로스를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돌리면 한 번에 나오는 물량이 2천개가 조금 안 됐다.

안성남씨의 기술이 좋은 탓에 하루 만에 뽑아놓은 2천개를 혼자 앉아서 접어갔다.


‘일당이 더 비싸게 칠려나.’


당분간 상시로 인력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아서 죄송하지만 필요할 때마다 일정을 맞춰서 일당제로 일을 부탁드리기로 했다.

하지만 이렇게 장사가 잘되기 시작하면 일당제가 더 비싸게 칠 수도.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박스를 접고 있는데, 새벽 한 시쯤이 되자 와이프한테 전화가 왔다.


“오빠-. 안 들어올 거야?”

“박스 준비만 좀 해놓을까 싶어서.”

“들어와서 좀 쉬다 가. 갑자기 그렇게 움직이다가 몸살 날라.”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지.”

“아니지. 물 들어왔을 때 속도 조절하는 게 맞아. 잘 못 하다가 배 뒤집어진다?”

“아침에 잠깐 들어갈게. 다인이 등원시킬 겸.”

“으휴-. 그래도 좀 자면서 해.”


솔직히 집에 들어가서 설치해둔 베이비캠으로 상황을 살펴도 된다.

하지만 도무지 심장이 떨려서 건강원을 떠날 수가 없었다.

무려 1천개가 팔렸다.

순이익이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루 만에 매출이 5천만원이다.

물론 방송이 끝나고 광고도 안 돌리면 판매량이 거의 없을 수도 있지만, 다음 방송도 있다.


‘근데 좀 이상하게 많이 팔리긴 했단 말이지.’


아무리 방송에 나왔다 해도 우리는 떨어지는 콩고물을 받아먹는 입장이다.

내 경험상 가장 많이 득을 봤을 때 하루에 400개 정도는 팔았던 것 같긴 한데, 그것도 정원의 제품이 유행하면서 비싼 정원 제품 대신 싼 걸 찾는 고객층이 많이 움직인 탓이었다.

그런데 첫 방송에 우리가 천개쯤 팔았으면 대체 정원은 얼마나 판 걸까.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나중에 은호 아버지께 슬쩍 물어봐야겠다.


***


“아빠아- 안녀히 즈무셔써요오-.”

“다인이도 잘 잤어?”

“나 아빠랑 계속 살고시퍼.”

“그럼 은호랑 진서랑 하린이 안 봐도 돼?”

“하린이 너무 좋아!”


후-. 순간 말해놓고 은호 좋다고 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하린이 이름이 나왔다.

그렇게 아침 대용으로 우유를 한 팩 먹이고 세수시키고 양치질시키고 옷 갈아입힌 다음 어린이집 차에 태워서 등원시켰다.


“다인이 갔어?”


집에 온 김에 라면이랑 수건 등 내일 저녁까지 건강원에서 지내려면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고 있는데 그제야 와이프가 일어나서 나왔다.


“잘 잤어?”

“피곤해. 왜 이렇게 자도 자도 피곤하지?”


그러게.

나는 거의 밤을 꼬박 센 탓에 잠을 안 자서 피곤한데.


“추가로 주문 들어오는 건이랑 CS는 봐줄 거지?”

“아 맞다. 휴대폰 충전해놔야 하는데.”


아무래도 요즘은 휴대폰 번호가 가장 중요한 개인정보인 시대다.

그래서 집안에 굴러다니는 폰 하나를 찾아서 업무용 폰으로 개통을 해놨다.

근데 이게 참 다른 기능은 다 괜찮은데 배터리가 오래 못 가서 하루 종일 거의 충전기에 꽂아놓고 써야 했다.


“고생해. 일단 박스 작업은 끝났으니까 오후쯤에 파우치 담는 작업도 도와주면 고맙고.”

“어-. 상황 봐서 가보든가 할게.”


이게 참 나는 바빠 죽겠는데 혼자서 여유 부린다고 생각하기에는 주문이 너무 많이 들어왔다.

분명 단순하게는 물건이 출발했는지를 물어보는 문의부터 해서 주소를 잘 못 입력해서 고쳐 달라는 문의도 있을 테고 취소 및 추가 주문 문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대놓고 방송에 나온 제품과 같은 게 맞는지 물어보거나 효과가 없으면 환불할 거라 으름장을 놓는 악성 민원도 있을 테고.

이뿐이랴. 게시판이나 카카오톡으로 들어오는 문의도 있을 텐데 이 모든 걸 와이프 혼자서 처리해야 한다.

주문 고객이 230명 정도 되니까 최소 230:1의 싸움이다.


‘은호 행님한테 전화드려볼까.’


물론 이건 CS에 대한 것만 이렇고,

추가로 들어오는 주문도 수집해야 하고 이미 만들어 놓은 400개 제품에 대해서 송장을 붙여서 발송 처리를 하면 이를 웹에 업로드해서 고객들이 자기가 주문한 상품이 발송되었음을 알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서 주문 건에 송장 번호를 매핑해서 업로드만 하면 카톡이나 문자가 자동으로 가긴 한다.

당연히 무료는 아니고.

하지만 이 걸 챙기는 것 또한 일이다.


“행님! 저예요. 덕분에 저희 엄청 팔았어요! 아니 근데 저희가 이 정도로 팔았으면 대체 정원에서는 얼마나 판 거예요?”

“다행이에요. 저희는. 좀. 분위기가 안 좋아요. 광고대행사 직원이 실수를 했어요. 광고 랜딩 페이지 주소를 잘 못 입력해놨더라고요.”


아-.

다른 사람의 불행이 나에게 행운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이러한 행운에 대해서 기뻐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긴 할까.


“어떻게 됐어요? 그 직원은?”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막내라던데. 일단 아직 출근은 안 하고 있다고 하니까 이대로 퇴사 처리 될 것 같아요.”


아니, 정원 같이 큰 기업 광고를 맡으려면 분명히 프레젠테이션까지 해서 따온 걸 텐데.

이걸 막내한테 맡기는 그 광고대행사도 참 대단하다.


“그 정도로. 끝나지는. 않는 거죠?”

“네. 일단 법무팀에서 손해배상 소송 준비 시작했다더라고요. 그쪽은 팀장 라인에서 꼬리 자르기 하려는 것 같긴 하고요.”


이거 참.


“형님은 괜찮으신 거죠?”

“저야 뭐. 광고대행사에 현장 방문까지 했었거든요. 이렇게까지 챙겼는데 사고가 났으니까 그냥 ‘시작이 안 좋다.’ 정도로 봐주는 분위기예요. 그나마 홈쇼핑에서는 선방하기도 했고요.”

“다행이세요. 괜히 저희 때문에 행님까지 곤란해지셨을까 봐.”

“아니에요. 하양 건강원 아니었어도 누구든 반사이익 봤을 상황이에요. 저는 오히려 기분 좋은데요? 의도치는 않았지만, 이번 일로 제대로 된 약이 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 거잖아요.”


말을 저렇게 내가 편하도록 해주셔서 그렇지, 분명 사내 입지에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다만, 내가 그걸 안다고 해도 어떻게 해드릴 수 있는 일이 없기도 하고-. 행님이 저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자세히 물어보기도 그렇다.


“감사합니다. 하양은 언제 내려오세요? 한잔하셔야죠.”

“판매 오픈해서 당분간은 시간 내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아차.

판매 시작만 해도 정신 없으실 텐데, 사고까지 터졌으니 더 그렇겠지.


“네. 내려오실 떄 연락 주세요!”


그렇게 은호네 행님과 통화를 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차분해지는 기분이었다.

밤을 꼬박 지새울 정도로 심장이 진정되지 않아서 마음이 붕 떠 있기만 했었거든. 


‘일하자!’


일이 왜 이렇게 된 건지 알았으니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지금 내가 누리는 이 행운은 누군가의 불행으로 만들어 진 것이니까.


***


“끝!”


무박 3일간의 기나긴 여정이 끝이 났다.

추가로 들어온 몇몇 건까지를 소화해낼 수 있을 정도의 제품을 만드는 것까지였지만, 그 뒷 일은 택배 일을 도와주기로 한 준영이 행님과 CS와 전산 일을 도맡아서 하고 있는 와이프에게 맡기면 된다.


“가서 좀 쉬라.”


택배 포장을 하러 왔지만 내 몰골을 보고 제품 포장까지 도와주던 준영이 행님은 마지막 파우치가 충진되자 무덤덤한 말투로 내게 쉬기를 권했다.


“예-. 부탁드릴게요.”


평소 같았으면 한 번쯤 사양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목욕탕에 가서 뜨끈한 물에다가 온몸을 지지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용기가 안 났다.

지금 이 상태로 목욕탕에 갔다가는 기절해서 탕에 빠질 것만 같았다.


“네-. 고객님. 네 맞습니다. 저희도 알죠. 네. 공지에도 있는데요. 택배사의 사정에 따라 배송까지 2~3일까지 걸릴 수가 있어요. 네. 빠르게 도움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업계에는 이런 말이 있다.

이게 다 쿠팡 때문이라고.

안 그래도 빨리빨리 민족인 탓에 배송이 늦어지는 걸 싫어했는데-, 쿠팡이 당일 배송이나 새벽 배송 같은 전략을 성공시키면서 우리는 주문한 다음 날 제품이 도착하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민족이 되어 버렸다.


‘고생이네.’


주문 들어온 날 아침에 제품 400개가 출고됐고, 저녁에 추가로 400개가 출고됐다.

그리고 다음 날 나머지 물량 모두를 출고시켰으면 우리는 정말이지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주문 다음 날부터 물건이 언제 도착하는지 물어보는 전화로 와이프가 몸살을 앓았다.


“나 왔어.”

“다 만들었어?”

“어-. 고생이 많지?”

“냉장고에 막걸리랑 편육 있어 먹고 쉬어-. 네 하양 건강원입니다. 네 고객님. 네. 효능에 대해서는 저희가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는 부분이라서요. 네. 맛이요? 제 입맛에는 괜찮았어요. 근데 아시겠지만 이게 참 맛이라는 게 개인마다 너무 달라서요. 일단 받아서 드셔보시고 다시 문의 주시겠어요?”


아직 다인이가 하원 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있기도 해서 고군분투하는 와이프를 뒤로하고 꼬들꼬들한 편육에 막걸리 한 잔을 시원하게 마셨다.


“크-.”


요 며칠간 쌓인 피로가 단번에 녹아내리는 가 싶더니.

그렇게 블랙아웃이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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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나쁜 짓. NEW +2 15시간 전 160 8 13쪽
31 봄. +2 24.09.17 258 10 12쪽
30 기레기. +3 24.09.16 297 12 13쪽
29 새로운 시작. +1 24.09.15 324 14 13쪽
28 사고 수습 +2 24.09.14 366 9 13쪽
27 전문가 위에 전문가. 24.09.13 397 15 13쪽
26 선수는 선수를 알아 본다. +1 24.09.12 432 15 13쪽
25 다다익선. +1 24.09.11 459 14 13쪽
24 부자 +1 24.09.10 505 17 13쪽
23 이게 맞나? +1 24.09.09 515 18 12쪽
22 전화위복. +2 24.09.08 537 20 13쪽
21 말이 씨가 된다. +1 24.09.07 526 22 13쪽
20 내 사랑. +1 24.09.06 522 20 13쪽
19 불시 점검 +3 24.09.05 517 20 13쪽
» 할 수 있다. +1 24.09.04 524 18 13쪽
17 이심전심. 24.09.03 567 19 13쪽
16 소매 넣기. +2 24.09.02 648 17 13쪽
15 좋은 인연. +1 24.09.01 674 20 13쪽
14 싸고 좋은 물건 24.08.31 740 23 12쪽
13 나 삐졌어. 24.08.30 762 22 13쪽
12 카운트 다운 24.08.29 787 24 13쪽
11 은호 미워. 24.08.28 829 23 12쪽
10 구지황 +1 24.08.27 851 20 13쪽
9 남남으로 만나서 +1 24.08.26 899 24 13쪽
8 성투 +1 24.08.25 927 28 13쪽
7 다이어트 약 +3 24.08.24 966 26 13쪽
6 그런 거 없다. +3 24.08.23 1,021 26 13쪽
5 난 괜찮아. +3 24.08.22 1,068 25 13쪽
4 땡 잡았다. +3 24.08.21 1,146 26 12쪽
3 나도 사장. +2 24.08.20 1,300 3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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