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산삼을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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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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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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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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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괜찮아.

DUMMY

[건강 미 70%, 계피 파 10%, 상지 8%, 의이인 8%, 숙지황 2%, 마황 1%, 가르시니아 1%]


“처방전 있어?”

“챙겨 왔지요-.”


―――

일반처방 : 한약8/22일/진료의:한방애

-1일 투약 : 3팩/총팩수:90팩/용량:120ml/진료비:150,000

(건강 미:7.59g)(계피 파:1.08g)(상지:0.86g)(숙지황:0.21g)(마황:0.21g)

―――


“진료비가 십 오만원?”

“에헤이. 샘플 구매 비용. 샘플!”

“약값 포함이야?”

“에이.”


순간 약값까지 물어볼까 싶었지만 참아냈다.

그걸 안다고 이미 쓴 돈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내 속만 쓰릴 테니까.


‘후-.’


마음을 가다듬고 중요한 레시피 부분을 집중해서 살폈다.

일단, 우리 회사에서 만들던 건강즙은 분류 자체가 액상차다.

한약사가 직접 처방해서 만들어주는 한약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일단 상태창에는 있던 가르시니아가 빠져있었다.


“오빠. 근데 이런 영업 비밀 막 알려줘도 괜찮은 거야? 이대로만 만들면 다 똑같은 약이잖아.”


일단 가르시니아 때문이라도 저대로 만든다 한들 똑같은 약은 안된다.

그나저나 들어간 원료들이 영- 나쁘다.

건강 미는 말린 생강 중에서 상품들을 선별하고 나온 찌꺼기 부분을 말하는 거고, 계피 파 또한 계피 중에서 상품으로 팔 수 없는 계피 부스러기를 칭하는 말이다.


“지은아. 혹시 약 처방 내려줄 때 한의사가 다른 말은 안 했어?”

“음-. 약효가 뛰어난 프리미엄 버전이 있고 일반 버전이 있는데 어떤 거로 할지 물어봤어.”

“그래서? 일반 버전으로?”

“어후. 프리미엄 버전 가격이 얼만 줄 알아? 그 돈 쓰고 나면 생활비 없어서 굶는다고 살 빠질 듯?”


지은이가 이런 말을 할 정도면 최소 몇백 단위는 된다는 건데.

아니 그러면 일반 버전도 몇십 수준이 아니라는 거잖아.

이 여자를 진짜.


“···. 잘했어.”

“그치? 내가 생각해도 좀 그래. 그럼 이제 똑같이 만들 수 있는 거야?”

“글쎄. 다른 건 모르겠는데 마황은 처음 들어보네.”

“오빠는 할 수 있어! 나 벌써 다인이 어린이집 엄마들하고 조리원 동기들한테 소문 다 내놨어! 잘했지?”


장점이라면 장점이겠지만, 지은이의 추진력이란.


“아직 생산도 안 했는데···.”

“급하게 안 해도 돼. 이 번 주중에 준다고 해놨어.”

“···. 오늘 수요일이잖아.”

“에이. 오빠 경력이 얼만데. 뚝딱하면 뚝딱 나오잖아.”


한약은 모르지만, 한약을 표방한 건강즙을 만들어내는 데도 최소한 20시간이 걸린다.

모든 약재가 준비된 상태에서 레시피에 맞게 칭량을 한 후 달여내는 것만 해도 최소 12시간은 잡으니까 그 앞뒤로 전처리와 후처리까지 하면 넉넉잡아 20시간.

뚝딱하면 뚝딱의 기준안에 20시간이 들어가면 좋겠다.


“다음 주로 미뤄.”

“아 왜에-.”

“오늘은 이미 끝났고 저기 청소하는 데 하루 잡으면 금요일 하루 남잖아? 그러면 그날 도매 시장 가서 필요한 약재들 사고 하면 하루 끝날 거고. 아고야. 이걸 어쩌나. 아무리 급하게 해도 토요일 점심 이후까지는 작업해야 할 것 같은데?”

“···. 그렇게 오래 걸려?”

“너 혼자서 다인이 봐준다고 하면 토요일하고 일요일까지 작업해서 월요일 등원 시간 맞춰서 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수요일. 가능?”

“가능.”


다른 집 엄마들을 보면 아들만 넷인 집도 아빠 없이 혼자서 아들 넷 데리고 여기저기 잘도 다니더만, 왜 우리 와이프는 애 하나 보는 것도 이렇게 힘들어하는 걸까.

어쨌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므로 집에 돌아와 식품안전나라에서 마황을 검색했다.


―――

검색 결과 없음

―――


건강원도 일단은 식품을 만드는 시설이다.

당연히 건강기능식품은 안되고, 편의상 건강식품이라 부르는 ‘식품’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식품을 만드는데 식품안전나라에 등록되지 않은 원료는 사용할 수 없다.

식품안전나라에 등록되어 있지 않다는 말은 ‘식품’ 인증을 받지 못했다는 말이니까.

물론, 그럴 자격이 있는 한의사가 책임을 지는 약재로 사용하는 건 가능하다.


‘이거 빼고 해도 되려나.’


일단 마황도 약재 도매 시장을 털면 어떻게든 구할 수는 있겠지만 사용하는 데 있어서 나 또한 찝찝하다.

괜히 내가 만든 건강즙을 먹고 누군가 탈이 나서 식약처나 지역 보건계의 조사를 받게 되면 정말이지 크게 골치 아파지거든.


‘빼자.’


무슨 큰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레시피를 조정합니다.]

[건강 미 70%, 계피 파 10%, 상지 8%, 의이인 8%, 숙지황 2%, 가르시니아 2%]

[기존 레시피 대비 효과가 80% 수준으로 감소합니다.]


이이제독의 원리였던 걸까.

고작 1%짜리 약재가 빠졌는데 효과가 20%나 감소했다.

하지만 뭐랄까.

돌파구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사장님 안녕하세요!”

“어. 심대리. 니가 여까지는 어쩐 일이고. 재서이 그만뒀나?”

“아니에요. 지나가는 길에 인사나 드릴까 싶어서 들렸죠.”

“쉰 소리 말고. 머 사 가려고?”


내가 회사에 있을 때 구매 담당은 아니었지만, 약재상 사장님들과는 어느 정도 친분이 있다.

약재상 사장님들은 보통 우리가 발주를 넣으면 직접 약재를 가져다주셔서 오며 가며 인사드리며 안면을 텄고, 캔 커피를 쥐여 드리며 쌓은 친분이다.


“건강, 계피, 상지, 의이인, 숙지황이요”

“얼마나?”

“사장님 진짜 죄송한데 한 근씩도 돼요?”

“와? 한 근가지고 뭐 하려고? 다이어트약 샘플 만들기가?”

“오-. 역시!”

“뭐로 주꼬? 이거면 되나?”


역시 척하면 척인 사장님은 건강부터 보여줬다.


[건강 / C급 / 시세 : 6,000]


그리고 역시나 액상을 만든다고 하니 상품이 안 되는 원물을 보여주셨다.


“사장님, 이거 말고 제일 좋은 걸로 보여주세요.”

“좋은 거 만들라고? 그러면 일로 와서 골라보고 말해라.”


사장님은 아예 나 혼자 저온 창고에 넣어두고 볼일을 보러 나가셨다.


‘좋은 원물로 하면 효능도 좋겠지.’


일단, 지은이가 사 온 다이어트약의 원료는 그 품질이 너무 낮다.

아무리 액상을 위해 끓여내면 스펙에 맞는 성분들이 다 추출된다고 하지만, 그건 한의학을 바라보는 양의학의 관점이다.

좋은 원물에 따라 약성은 분명히 달라진다.


[건강 / A급 / 시세 : 17,000원(근)]

[계피 / A급 / 시세 : 4,300원(근)]

[상지 / A급 / 시세 : 800원(근)]

[의이인 / A급 / 시세 : 5,000원(근)]

[숙지황 / A급 / 시세 : 3,800(근)]


사장님이 열어주신 원자재 창고에서 보물들만 찾아서 꺼낸 후 사장님을 불렀다.


“···. 잘 보네?”

“감사합니다!”

“기특하네. 한 근씩 필요하다 했나? 고마 가져가라.”

“아! 감사합니다!”

“그래. 여 문단속하고 키는 저짝 항아리 밑에 놔둬레이.”


사실 고기로 치면 한 근이 클 수도 있지만, 건약재에서 한 근은 아무 의미가 없다.

어성초같이 만만한 건약재 같은 경우에는 올해 나온 샘플이라며 30근씩 던져주고 가시는 사장님들도 있으니까.

다만, 가장 많이 들어가는 건강이 90포에 8g이 채 안 들어갔으니까 한 근 600g만 해도 600포 이상은 만들 수 있다.

지은이가 산 90포짜리를 그냥 어림잡아 100만원이라 쳐도 오늘 공짜로 얻은 원물만으로 한의원 기준으로 6백만원어치 제품이 나온다.


“에라이 도둑놈 새끼들.”


욕이 절로 나왔지만,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한의사나 양의사나 다 같은 족속이다.


‘가르시니아가 있었지 싶은데.’


다만, 가르시니아 가루를 살 곳을 찾지 못했는데-.

생각해보니 회사에 굴러다니던 게 생각이 났다.

그래서 본부장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본부장님!”

“대박. 대리님, 나 진짜 방금 대리님한테 전화할까 말고 고민하면서 폰 들고 있었거든요? 근데 전화가 오네?”

“왜요? 문제 생겼어요?”

“자체 라벨 기계 있잖아요. 350 분말 통 감아야 되는데 계속 문제예요.”

“그거는 피드로 먼저 종이 뽑아내서 걸고 제가 따로 만들어둔 거 있잖아요. 그거 설치해서 해야된다니까.”

“···. 이것만 와서 해주시면 안 돼요? 진짜. 이번만. 진짜로!”


휴직 기간에 회사에 가는 것만큼 짜증 나는 일이 또 있을까.

하지만, 내가 먼저 용무가 있으니 순순히 회사로 나갔다.


“오셨어요!”


그렇게 회사 사무실로 곧장 들어가니 본부장이 어찌나 반갑게 맞아주는지.


“에헤이. 대표님은요?”

“나가셨어요. 오늘은 안 들어오실 듯.”

“오케이.”


일단 가장 불편한 사람과 마주칠 일이 없으니, 급한 일부터 처리해줬다.


“아니 본부장님, 이렇게 피드부터 누르고 라벨지 감은 다음에 출력!”

“아시잖아요. 320분말 통 롤라벨 출력은 몇 달에 한 번인거. 다음번에도 잘 부탁드려요.”


본부장이 참, 사람이 뻔뻔한 구석이 있지만, 이 또한 사람 봐가면서 뻔뻔하긴 하다.


“끝!”

“우와! 감사해요! 그럼 포장팀에 전달 좀. 아니다. 제가 다녀올게요.”


나도 온 김에 다른 분들께 인사라도 드리면 좋긴 하겠지만, 그냥 인사하러 온 것도 아니고 육아 휴직 중에 회사 일 봐주러 왔다는 소문을 낼 수는 없다.

안 그래도 말 많은 회사.

나로 인해 더 시끄러워지게 할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본부장이 포장실에 다녀온 후-.


“대리님! 어쩐 일이세요? 완전 구세주!”

“본부장님, 잠시만요.”


이 회사에는 따로 회의실이 없고, 대표 방에 커다란 회의 책상이 있다.

그래서 대표가 없을 때는 이곳을 회의실로 사용했다.

심지어 다른 그 어떤 곳에도 CCTV가 빽빽하게 있지만, 이곳에는 없기에 애용했었다.


“뭔데요? 큰일 이예요?”

“큰일은 아니고요. 우리 예전에 건강기능식품 취급했던 적 있잖아요. 그때 가르시니아 샘플 받았던 거 있었죠?”

“있죠. 근데요?”

“그게 좀 필요해서요. 사야되면 사고요.”

“에이. 우리 무슨. 그냥 오신 김에 저 엑셀 하나만 봐주세요.”

“그럼?”

“가르시니아로 퉁.”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어쨌거나 나중을 위해서도 재선 본부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도 있고.


“봐요. 뭔데?”

“자. 여기서요. 제환에 대한 BOM 파일은 만들어 놨는데, 불러오는 걸 못 하겠어요.”

“어떻게 불러오고 싶은데요?”

“여기 원자재별 비율에 맞게끔 필요한 용량 나오고 현재 재고 정보 불러와서 과부족이 출력되도록 이요.”


나 또한 엑셀 상급자는 아니지만 필요한 부분을 구글링해서 만들어 낼 줄은 아는 수준이다.

다만, 방금 본부장이 요청한 내용은 vlookup함수와 countif 함수만 잘 활용해도 되는 부분이라-.


“이렇게요?”

“대박. 감사해요!”

“흠-. 그럼 물건은요?”

“바로 가시려고요?”

“가야죠.”

“에이. 서운하다 진짜. 조금만 더 있다 가세요.”

“오호-. 이러면 본부장님 연락 안 받는 주기가 길어질 텐데? 괜찮으세요?”

“지금 주기는요?”

“일주일에 2번.”

“에이-. 너무 적다.”

“어? 지금 막 일주일에 1번으로 바뀔랑 말랑 하는데요?”

“에헤이. 가요. 근데 진짜 3번은 받아주세요. 진짜 급할 때만 할게요.”

“생각해 볼게요.”


그렇게 재선 본부장 책상 구석에 잔뜩 쌓여있는 샘플 중에서 가르시니아 3kg을 찾아서 챙겼다.


“갈게요.”

“또 봬요!”


어쨌거나 이제 원료는 다 준비가 됐다.

사실 한의원에서 처방해주는 한약보다 효과가 떨어지는 건 괜찮다.

하지만 그동안 회사에서 만드는 액상을 보며 마음이 많이 쓰였었다.

제품명과 품목 보고에 당당히 ‘녹용’이라는 글자가 들어감에도 녹용을 빼먹고 만든 액상도 있었고, 살짝 탕 난 대추들은 따로 모아놨다가 대추가 들어가는 액상 원료로 사용했다.

물론 끓여놓으면 괜찮다고는 하지만, 만드는 걸 보고 있으면 먹고 싶은 생각이 안 든 게 사실이다.


‘배관 청소는 제대로 했으려나.’


심지어 내가 따로 챙기기 전까지는 스테인리스 배관 청소조차 제대로 된 적이 없다.

내가 오기 전 3년 동안 액상 배관에는 수많은 슬러지가 쌓였고 이 때문에 품목이 달랐다 뿐이지 액상 제품들의 맛은 모두가 다 씁쓰리하니 비슷했다.

그럴 리 없다 싶은 생각에 내 건의로 약품을 써서 청소했을 때 나온 그 검은색 물을 나는 아직 잊지 못한다.

어쨌든 이제 남은 이들의 몫이니 나는 내 가게에 와서 구해온 원물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첫 작품을 위해 가만히 바라봤는데-.


[건강(특) 70%, 계피(특) 10%, 상지 8%, 의이인 8%, 숙지황 2%, 가르시니아 2%]

[좋은 원물입니다.]

[기존 제품 대비 효과가 110%로 상승합니다.]


오예!


[숙지황(구증구포)을 사용하면 기존 제품 대비 효과가 230% 상승합니다.]


아 맞다.

구증구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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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전문가 위에 전문가. 24.09.13 398 15 13쪽
26 선수는 선수를 알아 본다. +1 24.09.12 433 15 13쪽
25 다다익선. +1 24.09.11 460 14 13쪽
24 부자 +1 24.09.10 505 17 13쪽
23 이게 맞나? +1 24.09.09 515 18 12쪽
22 전화위복. +2 24.09.08 538 20 13쪽
21 말이 씨가 된다. +1 24.09.07 527 22 13쪽
20 내 사랑. +1 24.09.06 523 20 13쪽
19 불시 점검 +3 24.09.05 518 20 13쪽
18 할 수 있다. +1 24.09.04 524 18 13쪽
17 이심전심. 24.09.03 567 19 13쪽
16 소매 넣기. +2 24.09.02 649 17 13쪽
15 좋은 인연. +1 24.09.01 675 20 13쪽
14 싸고 좋은 물건 24.08.31 740 23 12쪽
13 나 삐졌어. 24.08.30 763 22 13쪽
12 카운트 다운 24.08.29 788 24 13쪽
11 은호 미워. 24.08.28 830 23 12쪽
10 구지황 +1 24.08.27 851 20 13쪽
9 남남으로 만나서 +1 24.08.26 900 24 13쪽
8 성투 +1 24.08.25 928 28 13쪽
7 다이어트 약 +3 24.08.24 967 26 13쪽
6 그런 거 없다. +3 24.08.23 1,021 26 13쪽
» 난 괜찮아. +3 24.08.22 1,069 25 13쪽
4 땡 잡았다. +3 24.08.21 1,147 26 12쪽
3 나도 사장. +2 24.08.20 1,301 3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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