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산삼을 주웠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랑몰아
작품등록일 :
2024.08.06 22:35
최근연재일 :
2024.09.18 22:2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2,896
추천수 :
647
글자수 :
183,953

작성
24.09.08 22:20
조회
537
추천
20
글자
13쪽

전화위복.

DUMMY

“하하. 보육원 아이들이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나 봐요.”


도매로 300개 정도가 나간다 했으니까 대략 재고가 700개 정도다.

모레까지 제품 2,700개를 만들어라?

불가능이다.


“아무래도 요즘 아이들이라서요. 저희 때보다 외모에 더 신경 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저 때만 해도 아무런 관리 없이도 잘 컸는데.”


그건 선생님의 외모와 비율이 특출나게 좋으신 탓이라 말하고 싶었지만, 뒤에서 느껴지는 두 여자의 눈총이 굉장히 따가웠다.

그나저나 1톤짜리 탱크 하나로 달일 수 있는 용량 자체가 하루에 400개다. 

밤낮없이 일하면 이틀에 1,200개 정도는 만들 수 있고.

2,700개면 밤낮없이 일주일가량을 꼬박 만들어야 한다.


“이게 참, 어른도 그렇지만 아이 중에도 스트레스받거나 기분이 우울하면 먹는 거로 푸는 아이들이 있거든요. 저희도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정도가 조금 심한 애들이 많아서요.”

“아. 네..”

“처음에 받은 게 효과가 너무 좋아서 혹시나 싶은 마음에 지난번에 사간 걸 다른 아이들한테 줬는데,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처음에는 한약인 줄 알고 싫다더니 한 입 먹어보고는 맛있다고 어찌나 호들갑이던지. 효과도 좋았어요! 애들 식탐이 줄어들더라고요.”


오호.

내가 만든 약에 식탐을 줄여주는 기능도 있나 보다.

나는 아직까지 시음만 해봤지, 본격적으로 우리 약을 먹어본 적이 없는데, 야식이 땡길 때마다 한 포씩 챙겨 먹어야지.


“저 근데 혹시 꼭 모레까지 제품이 돼야 하나요? 전국에서 모이시는 거면 저희 쪽에서 화물이나 택배로 각각 보내드리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요.”

“아! 그 생각을 못 했어요! 죄송해요. 모인 김에 나눠줄 생각만···.”

“하하. 그럴 수 있죠. 아이들만 생각하시니까요.”

“맞아요! 요즘은 진짜 그놈의 릴스가 뭔지, 릴스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저랑 같이해야 조회수가 잘 나온다고 어찌나 들들 볶는지.”


카리나 원장님의 릴스라니.

나도 찾아봐야겠다.


“그럼 주소랑 보내드릴 수량이랑 정리되시면 바로 연락 주세요.”

“네! 문서로 정리해 놓은 게 있어서요. 들어가는 데로 드릴게요!”


무리한 일정이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 제품을 사겠다는 고객에게 실망감을 안겨 줄 수는 없기에 슬쩍 일정에 여유를 가지고자 한 말이었는데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점심 식사 전이시면 드시고 가세요!”

“아니에요. 조금 이르게 먹고 와서요. 마음만 감사히 받을게요. 그럼 카톡 드릴게요!”


오-.

카리나 원장 선생님이 나한테 개인톡을 준단다.

이건 꼭 명호한테 자랑해야지.

그나저나 저 물량을 어떻게 다 소화한담.


“언니. 내 말 맞지?”

“그러게. 다인이 아빠.. 그렇게 안 봤는데 말이야.”


카리나 원장님을 배웅하고 돌아오니 두 여자가 도끼눈을 뜨고 나를 쳐다봤다.


“왜?”

“짐 필요해? 신애 보육원으로 가는 택시는 불러놨어..”

“뭔 소리야. 내가 지은이 두고 거길 왜 가.”

“얼씨구. 나랑 저 원장이랑 물에 빠지면 저 원장부터 구할 분위기더만.”


인류를 위해서는 그게 올바른 행동이 맞지만.


“뭔 소리야. 방금 원장님이 주문한 수량 못 들었어? 3천개야 3천개. 개당 4만원에 팔아도 1억 2천이라고. 그런 큰 손 한테 그럼 데면데면하게 굴어?”

“헐. 1억 2천?? 언니 1억 2천이래요!”

“지은아, 빨리 가서 다시 모셔 와. 식사. 아니지, 커피라도 대접해야지! 뭐 하고 있어!”


와이프가 문밖으로 후다닥 뛰쳐나갔다.

예쁜 여자를 질투하는 데 눈이 멀어 돈 계산을 미처 하지 못했던 아낙들에게 카리나 원장님이 올려준 매출을 이야기해 주자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뀐 탓이다.

아마 이 정도면 당분간 카리나 원장님께 내가 친절하게 굴어도 아무 말 못 하겠지.


“벌써 가셨어요···."

“으이구. 그래서 내가 그랬잖아. 다인이 아빠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아니, 언니가 먼저 어차피 인생 혼자라고···.”


우리 건강원에 입사하고, 나도 저 사람에 대해 대충이나마 알아야 하기에 와이프에게 물어봤는데-.

나이가 50이 다 돼가는데도 솔로라더라.

심지어 돌싱도 아니고.


“나 잠깐만 나갔다 올게.”

“점심은?”

“아무리 생각해도 저 물량 다 소화 못할 것 같아서. 좀 알아보고 올게.”

“밥 먹고 가.”

“에이. 내가 어디 가서 밥 굶고 다닐까.”


생각하기에 따라서 일주일 정도 고생한다 생각하고 만들어지는 데로 순차적으로 배송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내 몸을 혹사하며 일을 할 수는 없다.


***


“1억이요?”


나의 정신적 지주이시자, 참 스승인 보민 사장님께로 가서 시원한 동태탕을 얻어먹으며 슬쩍 여쭤봤는데, 라인 하나를 더 꾸리기 위해 새 기계로 맞추면 1억이 든단다


“그 돈 아까브면 전국을 한 번 디벼바라. 근데 그렇게 큰 탱크가 있겠나?”


뭐랄까.

58년 개띠 어른들이 정년퇴직을 한 기점으로 어른들의 세상에 창업 붐이 불었다.

손재주가 좋으신 분들은 목공을 배워서 목공방을 차리셨고, 귀농이 꿈이신 분들은 귀농을, 어차피 먹을 건강식품이면 내가 만들어 먹자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건강원을 차리셨다.

실제로 당시에 건강원이 우후죽순 생기기도 했고.

다만, 소규모 건강원에 있는 탱크는 필요 없다.

회사에서 쓰는 큰 탱크가 필요하지.


“사장님-. 저 돈 없어요. 그 큰돈을 어떻게 써요.”

“니 이번에 큰돈 벌었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사장님. 진짜 다 솔직하게 말해서 5천만원어치 팔았어요. 이게 큰 거예요?”


솔직히 우리 같은 직장인이 하루아침에 매출 5천만원을 올렸다고 하면 대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약초 사장님들의 세계를 나는 안다.


“진짜가? 그거삐 안되나?”

“그뿐인 줄 아세요? 온라인에서 팔아가지고 카드 수수료 하며 광고비 하며 다 떼고 나면 인건비나 나올까 모르겠어요.”


최근에 맥문동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물론 정원에서 출시한 왕비의 맥문동이 히트를 친 탓이긴 한데,

그때 당시 맥문동이 근당 3만원이었는데 분위기를 읽은 사장님들은 창고에 꼭꼭 재어놓고 아무 데도 안 팔았다.

그 결과 시세는 근당 5만원까지 올랐지만, 이것도 말이 시세지 부르는 게 값이었다.

이뿐이랴. 

사회 분위기가 많이 바뀌긴 했지만, 현금 장사 싫어하는 사장님은 없다.

그런 탓에 맥문동 10,000근을 파는 데 현금 5억 안 가지고 오면 절대 안 파셨던 분이 내 앞에 계신 보민 사장님이시다.

아, 결국 가지고 있던 맥문동의 일부만 현금 7억에 파셨다던가.


“좀 그렇네. 니 고마 다 때려치우고 내 밑으로 온나. 내가 잘 키아주께.”

“에이. 그러다가 아드님 내려오면 저 버리실 거잖아요.”

“그건 맞는데, 으휴. 금마 그게 여 내려와서 살라고 하겠나?”

“사장님, 요즘은 100세도 넘어서 130세 시대가 온다잖아요. 다- 나이 들면 남 밑에 못 있고 흙냄새, 개울가 냄새 그립고 해지잖아요.”

“맞다. 사람은 자고로 흙을 만지면서 살아야지. 아 느그도 그러나? 요즘은 애들 모래놀이 하나 시킬라고 해도 무슨 키즈룸이니 뭐니 그런데 돈 주고 가야 된다매? 무슨 호주에서 온 흰 모래?”


맞다.

우리 때는 그냥 온 천지가 놀이터였지만, 요즘 애들은 부모가 돈을 못 벌면 그냥 집에서 TV나 보면서 시간을 죽이는 신세가 된다.

키즈룸 한 번 가는데 기본 30만원은 생각해야 하니까.


“그러니까요. 저희도 주말마다 애 데리고 어디 안 나갈 수가 없어요. 저희는 조금 나은데 저쪽에 잘사는 동네 어린이집은 매주 월요일마다 주말에 무슨 체험을 했는지 발표 시킨대요.”

“미쳤네. 그래 되면 주말에도 일해야 해서 아 데리고 아무 데도 못 간 집은 뭐가 되노?”

“제 말이요. 저희 때는 냇가에 가서 물고기도 잡고 산으로 들로 뛰어 다니는 게 다였는데, 요즘은 요 앞에 하천에 애들 안 들어가잖아요. 저도 우리 애가 저기 들어가 논다 하면 찝찝하고요.”

“맞다. 세상이 이상해졌다. 느그나 우리가 뛰놀던 하천보다 지금 하천물이 더 깨끗할 건데 말이다.”


우리 어릴 때만 해도 사회에 오폐수 시스템이 제대로 꾸려졌던 때가 아니다.

음식물 쓰레기나 기타 각종 쓰레기는 그냥 태우던가 하천에 버리는 게 일상이었지만, 그 하천에서 우리는 물고기도 잡고 그렇게 잡아간 물고기로 엄마가 끓여주는 어탕도 맛있게 먹으며 컸다.

근데, 내가 여기 이런 스낵 토크를 하려고 온 건 아닌데?


“에효. 그러니까요. 둘째 생각이 있다가도 돈 생각하면 그냥 하나만 잘 키우지 싶어요.”

“뭐라노. 애를 뭐 돈으로 키우나. 다 지들 숟가락 가지고 태어나지.”

“사장님께서도 손주들 그렇게 안 키우시잖아요.”

“···. 맞다. 내도 우리 아들한테 카기는 했는데, 손주 볼라면 돈이 얼마나 드는 줄 아나? 오래간만에 온다카니까 소고기라도 사멕여야 되제, 손주 재롱부리면 용돈 줘야 되재. 며느리 고생했다고 또 챙겨줘야지. 한 번 왔다 가면 거진 100만원이다.”

“그러니까요. 에혀. 괜히 사업한다고 나왔나 봐요. 꼬박꼬박 월급이라도 받는 게 나을 수도 있는데.”

“아이다! 암만 캐도 금마 밑에서는 잘 나왔지! 약 달이는 탱크가 필요하다고? 두 개?”

“혼자서 다 돌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뭐라카노. 우리 때는 혼자서 탱크 다섯개씩도 다 돌리고 했다. 있어봐라.”


그렇게 보민 사장님께서 전화 몇 통을 돌리시더니.


“대당 100만원. 어떻노?”

“좋죠!”


말해 뭐할까.

새 걸로 1억인데 중고로 100만원이면 거저다.


“일어나라. 가보자.”

“예!”


정말이지 사장님들이 무엇인가를 하자고 하실 때는 이유를 묻지 말고 그냥 따라가는 게 맞다.

나 잘 못 되라고 뭔가를 하실 분들이 절대 아니니까.


“행님, 오셨습니까.”

“어-, 기계 함 보자.”

“아이고 이게 누꼬? 하양 건강원 사장 아이가? 내 기억나나? 개업식 때 들렸었는데.”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오야-. 열심히 해라. 내 진짜 니한테 파는 거라캐서 헐값에 주는기다.”

“지랄 말고. 기계 함 돌리 봐라. 그카고 심대리야. 점마 저거 와서 공짜 술만 먹다 갔다. 니 돼지머리에 만 원 한 장은 꼽았나?”

“에이-. 행님, 섭섭하게 왜 그러시는데요. 오만원짜리로 딱 꼽았어요.”

“진짜가? CCTV에는 안 찍혔던데?”

“CCTV는 무슨”

“심대리야 맞나 안 맞나?”

“맞습니다.”


보민 사장님 편을 들어드리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고.

의도치는 않았지만, 고사상이 차려진 자리가 CCTV에 잘 잡히는 곳이었다.

그래서 나중에 잘 되면 신세라도 갚기 위해서 어느 분이 고사상에 축의를 해주셨는지 보민 사장님과 확인해서 명부를 작성해뒀다.


“···.”

“어쩃든 지나간 건 됐고. 기계나 작동시켜봐라.”

“에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현역이었어요. 잘 되죠.”

“돌리 봐라.”


뭐랄까.

이곳 사장님에게서는 사짜 냄새가 강하게 풍겼다.


“뭘 그렇게 까다롭게 굴어요? 오케이! 내가 진짜 인심 써서 두 개 일괄 구매하시면 190만원에 드릴게.”

“에헤이. 돌리 봐라 캐도. 니 혹시 작동시킬 줄 모르나?”

“뭔 소리예요. 근데 제가 이거 돌리면 제값 받는 거예요. 후회 없으시죠?”

“대따. 시끄럽다. 기계나 돌리라.”


200만원짜리를 팔면서 10만원을 깎아주는 게 결코 작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저 사람의 태도를 보아하니 나도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봐야겠다.


―푹. 푸우우우-.


그렇게 판매자는 벽면으로 가서 탱크 전원을 올렸는데-.


“물이 안 끓는데?”

“에이. 좀만 기다려봐요. 안 될 리가.”

“임마야. 이 정도 탱크로 요마이 물 해놓은 걸 지금도 못 끓이는 게 말이 된다 생각하나?”

“···. 고장 난 거예요?”

“대따. 우리는 갈란다. 고마 고철상에 넘기라.”

“고철상에서 대당 20만원씩 줘야 치워준다고 했단 말이에요!”


뭐지 저 남자는.

아니, 이 정도로 컨디션이 좋은 기계를 팔려고 하면서 작동법조차 하나도 모르는 게 말이 되나?

지금도 보면 탱크 보일러가 꺼져 있으니까 당연히 물이 안 끓는 건데. 이걸 모르네.


“으휴. 그라모 걍 내한테 20만원만 주라. 내가 느그 아버지랑 옛정 생각해서 치워주꾸마.”

“···. 15만원에는 안 돼요?”

“되겠나? 심사장아. 계좌 알려줘라.”

“아. 예. 국민은행···.”


그렇게 20만원을 받고 A급 1톤 액상 탱크 2개를 가져왔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딸이 산삼을 주웠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나쁜 짓. NEW +2 15시간 전 160 8 13쪽
31 봄. +2 24.09.17 258 10 12쪽
30 기레기. +3 24.09.16 297 12 13쪽
29 새로운 시작. +1 24.09.15 324 14 13쪽
28 사고 수습 +2 24.09.14 366 9 13쪽
27 전문가 위에 전문가. 24.09.13 397 15 13쪽
26 선수는 선수를 알아 본다. +1 24.09.12 432 15 13쪽
25 다다익선. +1 24.09.11 460 14 13쪽
24 부자 +1 24.09.10 505 17 13쪽
23 이게 맞나? +1 24.09.09 515 18 12쪽
» 전화위복. +2 24.09.08 538 20 13쪽
21 말이 씨가 된다. +1 24.09.07 527 22 13쪽
20 내 사랑. +1 24.09.06 522 20 13쪽
19 불시 점검 +3 24.09.05 518 20 13쪽
18 할 수 있다. +1 24.09.04 524 18 13쪽
17 이심전심. 24.09.03 567 19 13쪽
16 소매 넣기. +2 24.09.02 648 17 13쪽
15 좋은 인연. +1 24.09.01 674 20 13쪽
14 싸고 좋은 물건 24.08.31 740 23 12쪽
13 나 삐졌어. 24.08.30 762 22 13쪽
12 카운트 다운 24.08.29 787 24 13쪽
11 은호 미워. 24.08.28 829 23 12쪽
10 구지황 +1 24.08.27 851 20 13쪽
9 남남으로 만나서 +1 24.08.26 900 24 13쪽
8 성투 +1 24.08.25 928 28 13쪽
7 다이어트 약 +3 24.08.24 966 26 13쪽
6 그런 거 없다. +3 24.08.23 1,021 26 13쪽
5 난 괜찮아. +3 24.08.22 1,068 25 13쪽
4 땡 잡았다. +3 24.08.21 1,146 26 12쪽
3 나도 사장. +2 24.08.20 1,300 3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