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산삼을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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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몰아
작품등록일 :
2024.08.0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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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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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인연.

DUMMY

“잘하네. 기술자야?”

“하하. 아뇨. 사장님께서 워낙에 잘 가르쳐 주셔서 그렇죠.”


너무 빨리 왔나 싶었는데, 사장님께서 먼저 와계셨다.

생각보다 꽤나 정정한 모습으로.


“근데 이거 진짜 제가 공짜로 써도 돼요?”

“다-. 나 죽고 나면 무슨 소용이겠나? 내가 먼저 늙어서 팔팔한 요 녀석도 제값을 못하는 게 안타깝지.”


그리고 사장님은 인쇄할 게 있을 때마다 와서 편하게 인쇄하고 가라 하셨다.

나는 그저 내가 사용할 동판과 잉크 정도만 준비해 가면 된다.

아. 전기세랑 관리비도 내가 내고.


“사장님 그럼 이 부분만 한 번 더 여쭤볼게요. 동판 교체할 때 걸림쇠 부분이 잘 안 움직이면 이 부분 나사를 조금 풀면 되는 거죠?”

“그렇지.”

“잉크가 많이 있는데도 인쇄가 흐리게 나오면 이쪽 노즐 필터 확인하면 되고요.”

“옳지.”


심지어 막상 배워보니 옵셋 인쇄기도 그리 난이도가 높은 녀석이 아니었다.

물론 초등학교 시절 과학상자 만들기 대회에서 전국 대회에 진출할 정도로 타고난 손재주가 있는 나 자신이 잘나서일 수도 있고.


“쓰읍. 손 조심.”


배운 것을 복기하며 옆에 있는 절단기 위에 무심결에 손을 얹었다가 혼이 났다.

물론 지금은 코드도 뽑혀있는 상태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공장에서는 절대 손을 대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이게 참 사람이 희한해서, 평소에는 잘하다가 어느 순간 뭔가에 씌이는 순간이 반드시 오는데, 이때 잘 못 하면 절단기 같은 기계에 손을 집어넣게 된다.


“죄송합니다.”

“자네, 박스만 할 거면 이 기계는 저쪽 구석으로 치워버려. 어차피 제본할 때나 필요하니까. 천막도 씌우고.”

“예. 어르신. 근데 혹시 지게차는 있나요?”

“없어.”


절단기는 그 크기만 해도 100인치 TV만 하다.

슬림으로 나오는 100인치 TV도 혼자서는 못 들 텐데. 순 쇳덩어리인 이 기계를 혼자서 어떻게?


“예. 제가 알아서 구석으로 치워 놓겠습니다.”

“자. 그럼 다시. 잉크는 어디로?”


그 후로도 기존에 세팅된 ‘불사조 치킨’ 동판을 가지고 치킨 포장 상자를 숱하게 찍어 내고 있는데-.


“삼촌!”

“뭐꼬. 성곤이가?”

“아이고. 영감쟁이 다 됐네 진짜.”

“지랄도 팔자다. 니 머리 위에 내려앉은 서리 보고 말해라.”

“에헤이. 삼촌. 아무리 그래도 나는 아직 현역인데.”

“아직 현역인 게 문제다. 언제까지 현역 할라고? 애들 다 키워서 보냈으면 그만할 때도 됐지.”

“내가 뭐 삼촌처럼 이런 땅이 있나 건물이 있나? 월급 준다 할 때까지는 일해야지.”

“내가 여기 맡아서 해보라 했잖아.”

“여기 준다고는 안 했잖아. 여기 인쇄소 땅이라 건물 등기 이전해 주면 나도 하지.”

“임마야. 그거는 내가 니 하는 거 봐서 해준다 안 했나.”

“그래서 나도 말했잖아. 그럼 안 한다고.”


사장님과 부장님은 뭐랄까 굉장히 친밀한 사이 같았다.

서로 간에 오래간만에 보는지 얼굴에서 반가움의 미소가 떠나질 않더라.


“됐다마. 나는 지금 니보다 이 짝이 더 좋다.”

“어? 삼촌도? 나도 그런데.”


아 설마 나보고 둘 중에 누가 더 좋은지 물어보지는 않겠지.


“심대리야. 배우기는 다 배웠나?”

“예! 사장님께서 정말 자세히 가르쳐 주셔서요. 실제로 사용해보면서 생기는 문제만 여쭤보면서 하면 될 것 같아요.”

“그래. 나는 니 이래 될 줄 알았다. 잘했다.”


솔직한 말로 나는 이렇게 인쇄가 불가능한 곳을 소개시켜줌으로써 자기네 인쇄소에 일을 맡기려는 전략인 줄 알았다.

그래서 여기 사장님께서 내가 직접 사용한다면 아무런 비용도 받지 않고 사용하게 해준다고 했을 때, 반골 기질이 발동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근데, 지금 김부장님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살짝 헷갈렸다.


“좋은 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해요.”

“우리 삼촌이 좋은 분이 맞기는 하는데, 한편으로는 아니거든. 심대리 네가 잘해서 좋은 분인 거로 하자. 삼촌. 맞죠?”

“그래. 쓸만하더라.”

“감사합니다! 사장님! 근데 부장님께서는 어쩐 일로 오셨어요?”

“아. 도청에 외근 갔다가 들어가는 길에 간판 보여서 들렸지.”

“그럼 저녁 드시고 가세요. 안 그래도 이것만 마치고 사장님께 식사 대접이라도 드리려고 했었거든요.

“아이고. 돈도 없는기 무슨 밥을 산다고. 댔다.”

“부장님, 저 이 정도는 살 수 있습니다.”

“소고기 먹으러 가나? 2차 노래방까지 책임지모 생각해보게.”


마음 같아서는 왜 못 해 드릴까.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기에 즉답을 드리지 못했다.


“마. 성곤아. 열심히 사는 젊은 애아빠를 와 괴롭히고 그라노. 대따. 저녁은 야가 꼭 사고 싶다고 하니까. 일출 횟집 가서 시원하게 먹고 파하자.”

“일출 좋지. 심대리야 가자. 배고프다.”


이제 막 시계는 다섯 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이르게 저녁을 드시는 분들에게는 저녁 시간일 수 있지만, 우리 같이 직장 생활이 몸에 밴 사람들에게는 아직 저녁 시간이 한참 멀었다.


“예! 다 숙지했습니다. 가시죠!”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윗 사람 눈치 봐야 되는 월급쟁이가 아니다.

내가 퇴근하고 싶을 때 퇴근 할 수 있다.


“짠-.”


그렇게 자체적으로 퇴근을 한 후 일출 횟집에 왔다.

여기로 말할 것 같으면 하양에서 회가 가장 맛있는 곳이다.


“크-. 심대리가 진짜 소맥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좋네.”

“괜찮으십니까? 소맥으로 계속 드셔도 저는 좋습니다.”

“그래? 그럼 한 잔 더 타 봐라.”


막내 생활을 오래 한 탓도 있고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손재주가 좋다.

소맥도 손재주의 영역이고.


“사장님. 소맥 한잔 더 드십니까?”

“그래. 나도 한 잔 더 줘봐라.


정말이지 내 실력이 이 정도다. 

소주만 주구장창 드시는 사장님이 소맥을 계속 마시셨다.


“한 잔 더 하십니까?”


그렇게 소맥을 대체 몇 잔이나 만 걸까.

내 소맥 맛에 다들 심취하셔서 소주만 먹겠다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대략적이긴 하지만 이미 소주 6병에 맥주 24병을 넘어가고 있었다.


“아니. 삼촌. 이제 그만 좀 포기할 때도 됐다니까.”

“니, 니도 니 새끼 잊어버리고 그런 말 할 수 있겠나?”

“벌써 30년 전 이야기잖아. 내가 진짜 살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하는 말이지. 삼촌 그것 때문에 신경성으로 건강 더 안 좋아진 거라니까.”

“야야. 신경이라는 게 안 써야지- 한다고 안 써지는 거가? 어쨌든 내는 꼭 찾을 거다.”

“좋다고. 잃어버린 손주 찾는 거로 누가 뭐라 하나. 그냥 그 이상한 흥신소 놈들한테 사기나 좀 당하지 말라고 하는 소리잖아.”

“사기 아이다. 전문가들인데도 못 찾는 거지.”


두 분은 정말로 인연이 깊은 모양이었다.

애초에 내가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는 뜻으로 만든 자리였지만, 이제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심대리야 네가 말해봐라. 내가 진짜. 아니, 안타깝지 않다는 것도 아니고 포기하라는 것도 아니야. 근데 이미 잃어버린 지 30년이라 된 아를 찾자고 흥신소만 배를 불리는 게 말이 되나?”


뭐랄까. 

직접적으로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는 아니지만, 누구 편인지 확실히 하라는 질문이구만.


“세월이 뭐가 중요해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죠.”

“그렇지! 역시 자네가 뭘 좀 아네.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다니까!”


그리고 나는 내가 타야 할 라인을 정확히 알고 있다.

김부장님도 물론 좋은 분이신 건 맞지만, 여기 김사장님은 나한테 무려 인쇄 공장을 공짜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신 분이다.

애초에 기울어져 있는 저울추다.


“하-. 진짜 답답하네. 심대리야. 저 삼촌, 지금 기초생활수급자다. 맨날 술이나 마실 줄 알았지,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는 양반이라고. 그 씨 망할 놈의 흥신소에 가져다 바치는 돈만 아껴도 매일 매일 국밥 한 그릇은 든든하게 사 먹지!”

“국밥이나 라면이나 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다”

“삼촌. 우기지 좀 마세요. 맨날 그 되지도 않는 라면만 먹으니까 이리 비쩍 곯았지.”

“됐다 마. 심대리. 바쁘나?”


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니 미처 사장님의 잔이 빈 걸 확인하지 못했기에 바로 잔을 채워드렸다.

아니 근데-.


“두 분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아니, 제가 인쇄소 진짜 공짜로 써도 되는 게 맞아요?”

“맞지.”

“맞다.”


나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달에 얼마를 받는지는 잘 모르지만, 어쨌거나 나보다 형편이 좋지 않은 사장님의 시설을 공짜로 쓰자니 마음이 쓰였다.

그런데 김부장님도 그렇고 김사장님도 그렇고 둘 다 나보고 그냥 공짜로 쓰란다.


“근데 있제 심대리야. 니는 꿈이 뭐고?”

“에이 또 물어보신다. 저는 가장으로써 우리 가족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주는 게 꿈이죠.”

“돈으로?”

“돈 버는 거로만 생각했으면 지금쯤 중동에 가 있을 걸요? 저는 가족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면서 돈도 부족함 없이 벌어다 주고 싶어요.”

“야. 성곤아. 임마 이거 미친놈이다.”

“맞아요. 미친놈.”


내 대답에 어떤 부분이 재미있었는지, 두 영감은 껄껄거리며 웃었다.


“야. 심대리. 니 인쇄 원단 발주 넣을 거 있으면 내한테 넣어라. 알겠나?”

“예-. 근데요 부장님, 그렇게 할 거긴 한데. 왜요?”

“알 거 없다.”


아무래도 김부장님께서 신경 써 주시려는 모양이다.


“저희요! 대왕 계란말이 하나 더 주세요.”


이런 걸 일일이 말로만 감사의 뜻을 전하는 건 우리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서 바로 6,000원짜리 대왕 계란말이 하나를 더 시켰다.


“아니, 삼촌. 그래서? 단서는 있대?”

“내 죽기 전에는 안 찾아지것나.”


하지만 두 분은 아무런 관심이 없으셨다.

그러고 보니 아직 안주도 넉넉한데 괜히 시켰나.


“아 맞다. 심대리야. 니 설마 인쇄기계까지 직접 돌릴라 카는건 아이제?”

“예? 맞는데요?”

“하이고. 내가 진짜 속이 터진다. 속이. 니 그러면 제품은 누가 만드노?”

“제가요.”

“택배 포장해서 보내는 건?”

“저요.”

“근데 박스 제작까지 네가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할 수야 있겠지. 이게 다 사람 하는 일인데. 근데 니 이렇게 하면 니가 그리 자랑하던 딸래미 얼굴은 이제 못 본다 생각하고 있제?”

“절대 아니죠.”

“자. 계산해보제이. 니가 파는 상품이 5만원이라 했으니까. 어림잡아서 이것저것 다 퉁 치고 넉넉잡아 2만원 남는다 쳐. 그럼 니가 아마도 월급 300 정도는 받았을 것이고, 그럼 달에 150개 정도는 팔아야 네 월급하고 또이또이네.”

“예. 근데 액상 한 번 만들면 420박스 정도 나오니까 일주일 정도 고생하면 한 달 150개 기준으로 2달 반 치가 나오는 거죠.”


생각하면 할수록 여유가 있는 일정이었다.


“품목이 몇 갠데?”

“주문 제작 상품 말고 3가지요.”


100만원짜리와 200만원짜리는 주문 제작이니까.

그 밑으로 5만원짜리와 10만원, 50만원짜리는 상설 판매로 계획하고 있었다.


“그래. 니는 뭐 할 수 있을 거 같기는 한데. 너무 무리는 하지 마라. 돈만 많이 벌어 놓고 쓰도 못하고 뒤져뿌모 그게 개죽음이다.”

“자-. 인자 막잔 묵자. 내도 좀 피곤하네.”

“맞다. 심대리야. 내 이 말 하려 했는데, 니가 뭐 다 할 수 있다 하니까 할 말은 없다만은 만약에 네가 해보다가 힘에 부쳐서 사람이 필요하면 일로 연락해봐라.”

“장애인 지원 센터요?”

“너도 알겠지만, 오히려 살짝 불편한 애들이 더 근성 있게 잘한다. 나라에서 지원금도 나오니까 고용주 입장에서 부담도 훨씬 덜하고.”

“예-. 감사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전혀 없다.

회사 생활할 때도 지원금 때문에 장애인을 고용한 적이 있는데.

정말이지 맡은 바 일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해당 분야에서 일한 모든 분보다 좋은 성과를 냈었다.

신체적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긴 하지만,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의 일을 시키면.

이런 말이 조금 조심스럽긴 하지만, 일반인보다 장애인이 일을 더 잘한다.


“그런데요 부장님, 저 다 할 수 있어요.”

“그걸 누가 모르나 문디야. 니 역할에 대해서 잘 고민해봐라는 말이다. 현장에서 뛰는 게 맞는지 아니면 축구팀 감독이 맞는지.”

“성곤아 그만 해라. 야 너희 딱 있어봐라.”


그렇게 김 사장님은 갑자기 휴대폰을 꺼내 들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 김변호사. 내다. 그래. 내. 유언장 좀 수정하려고. 어. 내 죽으면 여 인쇄소 맡아서 운영해 줄 심사장에 다 양도했으면 한다. 어. 어? 그래. 바로 온네이.”


통화 내용대로 하자면 인쇄소 부지를 나한테 물려주신다는 것 같은데.


“···. 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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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봄. +2 24.09.17 258 10 12쪽
30 기레기. +3 24.09.16 297 12 13쪽
29 새로운 시작. +1 24.09.15 324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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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전문가 위에 전문가. 24.09.13 398 15 13쪽
26 선수는 선수를 알아 본다. +1 24.09.12 432 15 13쪽
25 다다익선. +1 24.09.11 460 14 13쪽
24 부자 +1 24.09.10 505 17 13쪽
23 이게 맞나? +1 24.09.09 515 18 12쪽
22 전화위복. +2 24.09.08 538 20 13쪽
21 말이 씨가 된다. +1 24.09.07 527 22 13쪽
20 내 사랑. +1 24.09.06 522 20 13쪽
19 불시 점검 +3 24.09.05 518 20 13쪽
18 할 수 있다. +1 24.09.04 524 18 13쪽
17 이심전심. 24.09.03 567 19 13쪽
16 소매 넣기. +2 24.09.02 649 17 13쪽
» 좋은 인연. +1 24.09.01 675 20 13쪽
14 싸고 좋은 물건 24.08.31 740 23 12쪽
13 나 삐졌어. 24.08.30 762 22 13쪽
12 카운트 다운 24.08.29 787 24 13쪽
11 은호 미워. 24.08.28 829 23 12쪽
10 구지황 +1 24.08.27 851 20 13쪽
9 남남으로 만나서 +1 24.08.26 900 24 13쪽
8 성투 +1 24.08.25 928 28 13쪽
7 다이어트 약 +3 24.08.24 966 26 13쪽
6 그런 거 없다. +3 24.08.23 1,021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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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도 사장. +2 24.08.20 1,300 3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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