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산삼을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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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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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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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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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성투

DUMMY

“오-. 얼마나?”

“놀라지마! 1kg이나 빠졌어!”


내가 무슨 기적의 명약을 만든 것도 아니고 하루 아침에 1kg이 쑥쑥 빠질리가.


“축하해.”

“오빠 약 진짜 대박인 것 같아! 다른 집 엄마들도 살이 빠졌데!”


아닌가. 기적의 명약이 맞나?


“일단 입소문은 안 낼 테니까 자기들한테만 더 팔아달래.”

“···. 살 빠졌으면 그만 먹어도 되잖아.”

“에이. 오빠. 다이어트 한약은 그런 게 아니야. 자고로 다이어트 한약은 먹을 때만 살이 빠지고 약을 딱 끊는 순간에 다시 살이 차오른다고.”


와이프가 사 온 다이어트 한약과 같이 온 전단에는 분명히 체질을 바꿔서 더 이상 살이 찌지 않게 해준다고 적혀있었다.


“그러면 사기 아냐?”

“무슨 소리야 오빠. 한약 먹는다고 살 빠지는 게 더 사기지.”


뭐랄까. 여자 특유의 기적의 논리가 튀어나왔다.


“그래서? 그럼 네가 사 온 그 한약하고 가격 같게 받으면 돼?”

“더 받아야지. 깔끔하게 199만 9천원 받자.”


이 여자가 지금 농담을 하는 걸까.


“사실 249만 9천원 받고 싶긴 한데. 아닌가. 처음에 단가를 좀 높이 책정해서 할인해 준다고 할까싶어.”

“그게 맞긴 하지. 나중에 올린다 하면 싫어할 테니까. 근데 지금 한 달 치 말하는 거 맞지? 30포짜리.”

“좋다! 그럼 249만 9천원으로 하고 첫 구매 고객이니까 할인해서 199만 9천원. 만들어 놓은 거 어딨어? 7개 남아 있지?”

“6개. 네가 3개 가져가고 하나는···.”

“하나는?”

“보육원. 보육원에 가져다줬어. 거기 애 중에 다이어트가 필요한 애들이 있다고 해서.”

“어디 보육원?”

“신애. 신애보육원.”


그나저나 이렇게 한 박스 가지고도 열을 올리는 걸 보니 진짜로 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모양이다.


“그래. 뭐. 좋은 데 줬네. 그럼 언제부터 또 만들 거야? 오늘부터?”


오늘부터 못 할 건 없지만 밤새워 놀다 온 후유증 탓에 피곤했다.


“원재료 준비하고 하려면 이번 주는 힘들고 다음 주쯤 돼야 하지 않을까? 이왕 이렇게 된 거 소량 말고 대량으로 만들면 더 좋잖아.”

“오-. 우리 오빠 똑똑한데-. 그럼 생산 일정은 알아서 하고. 난 여섯 박스 팔고 올게.”

“어.”


뭔가 일이 술술 풀리는 기분이 들어서 슬쩍 불안해졌다.

와이프 명의로 사업자도 내놓은 상태니까 법적으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아니 무슨 여자들이 한 두 포 먹어 본 거로 돈 200만원을 그냥 태우냐고.

지금 남은 6개를 다 팔면 돈이 1,200만원이다.

회사에 있을 때 내 연봉이 3,600이었으니까 며칠 새에 내 연봉의 1/3을 벌었다.


‘일단 좀 자자.’


돈도 좋지만 잠부터 좀 자려고 누웠는데-.


[지황 단가가 익일부터 30% 상승할 예정입니다.]

[현재 시세 : 19,000원(근)]


지황이라면 숙지황을 만드는 원료다.

아니 근데 갑자기 30%나 오르면 어쩌라는 건가 싶지만, 생각보다 흔하게 있는 일이다.

저러다 언젠가는 또 떨어지기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어디 큰 회사에서 전국에 있는 지황을 죄다 긁어모으고 있음이 분명하다.


“사장님, 저 지황 좀 사려고요.”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으로 겨우겨우 신영약초 사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바로 받아주셨고.


“지황? 있지.”

“얼마나요?”

“니 필요한 만큼은 다 있다.”

“단가는요?”

“2만원인데 만 구천 오백원에 가져가라.”

“에이 왜 그러세요. 다 알고 전화 드렸는데.”

“사기 싫으면 말고.”

“일단 갈게요. 가게에 계시죠?”


아무래도 전화로는 단가를 맞춰주시지 않을 것 같아서 무거운 몸을 일으켜 포터에 몸을 실었다.

다른 원료들도 추가 매입을 해야 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지황이 제일 급하다.

사 온 후에 찌고 말려서 구증구포로 만드는 시간 또한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어-. 빨리 왔네.”

“에이. 사장님 기다리시는데 더 빨리 왔어야죠.”

“그래서? 건강원 차렸다고?”

“벌써 소문 다 난 거예요?”

“와? 소문나면 안 되나?”

“안 되는 건 아닌데, 정확히는 제 가게는 아니고 와이프 거예요. 저는 육아휴직 중이고요.”

“그게 그거지. 그래서? 지황 사다 뭐할라고?”

“숙지황 만들 거예요.”

“그거 일 많데이. 그래도 뭐 잘 만들어봐라. 상태 괜찮으면 내가 매입도 해주께.”

“구증구포로 만들거예요.”

“건조기 안 쓰고?”

“예.”

“와? 보민이가 만들어 먹는 거 보이 좋아 보이더나? 금마 그거는 돈이 많으니까 신선놀음하듯이 놀아가며 하는 거지 심대리는 니는 지금 한창 벌어야 될 나이다. 건조기 없어서 그런 거면 내 한 대 구해주께.”


건조기가 있으면 여러모로 좋을 것 같긴 한데.


“공짜로요?”

“그래. 내 심대리 개업 선물로다가 하나 실어다 주께.”

“감사합니다!”

“안 쓴지 좀 되서 그렇지 기름 좀 치고 하면 작동 잘 될기다. 기계도 좀 만질 줄 알잖아?”


건조기 자체가 복잡한 기계아 아니니까. 있기만 하면 어떻게든 쓸 수 있다.


“대신 지황은 19,500원이다.”

“에이 사장님. 19,000원에 해주세요.”

“250근 사면 19,000원 500근 사면 18,500원. 건조기는 별도.”


무조건 오늘 사기는 사야 한다.

근데 근당 18,500원으로 해서 500근이면 돈이 9백만원이 넘는다.

당장 이렇게 큰 현금을 어디서···.


“어- 여보. 혹시 6박스 다 팔았어?”

“다 팔았지요~! 오늘 저녁은 소고기 파티지요~.”

“어떻게 팔았어? 현금? 카드?”

“당연히 현금이지. 카드는 안 받습니다. 고객님.”

“그럼 나 천만원만 보내줘 봐.”

“아 왜! 어디다 쓰려고?”

“원자재 사야지. 지금 꼭 사야 해.”

“지금 꼭?”

“응. 지금 꼭.”

“후-. 있어 봐. 보냈어. 오늘 저녁은 냉장고 잔반 비빔밥이니까 그렇게 알고.”


총알도 넉넉하겠다.

준비하시고. 쏘세요.


“500근 살게요!”

“그래. 사업자번호랑 주고, 지게차 몰잖아? 괜히 까대기 치지 말고 빠레트 빌려줄 테니까 그대로 가져가라.”

“예. 감사합니다.”

“아참. 오늘 모임 있다. 니도 갈래? 보민이랑 다른 애들도 다 모이는데.”


약재 시세라는 게 보통은 하루아침에 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같은 경우에는 소문이 돌면서 전체적인 시세가 하루아침에 오르는 경우다.

그리고 그 소문이 오늘 저 모임 자리에서 돌 모양인 듯했다.


“요거부터 가져다 놓고 연락 드릴게요.”

“그래. 보자 보자. 요 두 빠레트 떠가면 되겠네.”


그렇게 지황을 가지고 창고에 들어가자 특유의 약재 냄새가 확 풍겨 나왔다.


“사장님, 좋은 놈으로 골라가도 돼요?”

“편하게 골라라. 창고 어지럽히진 말고.”

“감사합니다.”

“다 되면 전화하고.”


내가 진짜 회사 생활하면서 인생을 허투루 산 건 아닌 모양이었다.

물론 창고에 CCTV가 있긴 하지만 사장님이 나를 믿어주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자. 찾아볼까.”


그렇게 지황 마대 하나 하나 손을 짚어가며 상태창을 봤다.


[지황 / B급 ]

[지황 / C급 ]

[지황 / B급 ]

[지황 / B급 ]

[지황 / A급 ]


아니 근데 문에서 제일 가까이에 있는 것들은 대부분이 B급이고 간혹 C급도 섞여 있었다.

선입선출 때문에 입구 가까이에 두신 것 같은데, 그렇다고 내가 사 갈 수는 없기에 창고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지황부터 살폈다.


[지황 / A급 ]

[지황 / A급 ]

[지황 / A급 ]

[지황 / A급 ]

[지황 / A급 ]


역시 안쪽에 A급 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었기에 50근짜리 마대가 5포씩 적재된 빠레트 두 개를 떠서 입구 가까운 곳에 뒀다.

일단 10포대 전부 A급이라 만족하며 나가기 위해 저온 창고 문을 열려는데.


‘혹시?’


뭐랄까 이 창고 안에는 더 좋은 매지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와서 안쪽에 있는 다른 지황들의 상태 모두를 점검했다.


[지황 / 특급 ]

[지황 / 특급 ]

[지황 / 특급 ]

[지황 / 특급 ]

[지황 / 특급 ]


“오예!”


분명히 일부러 이렇게 한 빠레트로 모아놓으셨을 게 분명하지만 원래 좋은 원물은 먼저 알아보고 사 가는 사람이 임자다.

그렇게 특급 250근과 A급 250근을 차에 싣고 창고 정리도 깔끔하게 한 뒤 사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이렇게 가져갈게요.”

“좋네. 가져가라.”

“예. 잠시만요. 지금 바로 입금할게요. 18,500에 500근이니까 9,250,000원 맞죠?”

“맞다.”

“지금 보냈습니다.”

“그래. 니 근데 지금 무슨 약 만든다캤노?”

“다이어트요.”

“한 박스에 얼만데?”

“사실려고요? 사장님께는 공짜죠 공짜!”

“아니. 니 받고 싶은 만큼 돈 받아라. 니 원물 고르는 거 보니까 약도 제대로겠어서 하는 말이다.”

“감사합니다.”

“그래.”


지황 500근이면 300kg이니까 이걸 숙지황으로 만들면 60kg이 된다.

제일 큰 통에 약을 달여내면 액상 1,000L가 나오니까 레시피대로 하면 숙지황이 20kg 필요하고 대략 3번 정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30개입 박스로 치면 420박스 정도가 나오고. 3번이면 1,260박스.


‘많네.’


지은이가 한 박스에 200만원 정도 받고 판다 치면 돈이 25억이 된다.


나는 이제 부자다.


이런저런 계산을 하며 지황을 싣고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여니 다인이가 나를 반겼다.


“안녕히 오셨어요-.”

“딸! 아빠 안 보고 싶어써?”

“아빠. 엄마가 꼬기 사와써요. 꼬기 먹어요.”

“밥은 먹었고?”

“아니. 아빠랑 같이 먹으려고.”


정말이지 애들 크는 건 순식간이다.

‘아빠’ 발음도 제대로 못 하던 녀석이 벌써 이렇게 커서 의사소통이 다 된다.


“왔어?”

“오! 고기야?”

“소불고기. 이것도 소니까.”

“에이 자기 먹고 싶은 거로 사지.”

“돈 없어. 천만원 삥 뜯어간 사람이 누군데.”

“지은아. 내가 오늘 사 온 원물로 다이어트약 만들면 그게 얼마어치인 줄 알아? 25억이야. 우리 부자라고!”

“아빠 부자야? 그럼 나 고래밥 많이 사주세요. 나 고래밥 너무 좋아. 히히.”

“다인아. 또 갖고 싶은 거 없어? 아빠가 다 사주께!”

“우와! 아빠 최고예요! 사랑해요.”


우리 딸의 손 하트까지 받고 나니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

사람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른다더니.

내 인생에도 드디어 꽃이 피는가 보다.


“···. 오빠. 대체 얼마만큼을 사 온 거야?”

“지황 500근. 근데 이게 내일 되면 시세가 30% 정도 오를 거란 말이야? 주식이로 쳐도 성투인거지. 성투.”

“아니 몇 박스 정도 나오냐고요.”

“왜 그래? 한 천 이백박스 나올 것 같던데?”

“판 깨서 미안한데. 천 개를 어디서 어떻게 팔 건데? 유통기한도 있을 거 아냐.”

“아름아름 팔다 보면 입소문도 좀 나고 해서 순식간에 좌악하고 팔리지 않을까?”

“응. 안 팔려.”

“아니, 자기가 오늘 하루에 판 것만 해도 6박스잖아!”

“그래서? 나보고 여기저기 방문판매로 천 개를 팔라고?”

“입소문만 나면 순식간이라니까.”

“입소문 나쁘게 나면 순식간에 악성 재고고요.”

“약 괜찮잖아. 소문 나쁘게 날 게 뭐 있어.”

“소문은 그래. 나쁜 소문이 더 빠르게 퍼지기도 하고.”


이왕 이렇게 시작하는 거 같이 밝은 미래를 꿈꾸며 즐거워하면 얼마나 좋아.

굳이 저렇게 판을 깨야 할까.


“그래서? 어쩌라고?”

“일단 나도 생각 좀 해볼게. 동네 장사로 소소하게 할 거면 이대로도 괜찮은데 오빠가 생각하는 데로 판을 키우려면 준비할 것도 있으니까.”

“소소하게가 어느 정돈데?”

“순이익으로 월 천.”


우리 와이프는 소소함의 기준이 참 높구나.


“월 천은 너무 쉬운 거 아냐?”


하지만 지금 붙은 자신감으로 봤을 때, 월 천이 뭐야. 월 억도 가능할 것 같다.


“아빠. 엄마. 나 배고파요오.”


아이고. 그러고 보니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우리 딸 배곯게 하면서 돈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먹자.”


예의 바르게 부모님이 수저를 들기 전까지 먼저 밥을 먹지 않고 기다리던 딸과 함께 저녁을 먹고 잠깐 소파에 누웠다.

배도 부르겠다 소파도 편하겠다.

전날 못 잔 잠까지 합쳐져서 잠이 슬슬 왔다.


“아빠! 책 읽어주세요! 물고기 책!”

“아? 어. 응. 가져와. 아빠가 읽어줄게.”


그렇게 내 딸이 책을 가지러 간 그 짧은 사이에.

나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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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젊음. NEW +1 4시간 전 90 7 13쪽
32 나쁜 짓. +3 24.09.18 225 9 13쪽
31 봄. +2 24.09.17 279 10 12쪽
30 기레기. +3 24.09.16 311 12 13쪽
29 새로운 시작. +1 24.09.15 337 14 13쪽
28 사고 수습 +2 24.09.14 376 9 13쪽
27 전문가 위에 전문가. 24.09.13 408 15 13쪽
26 선수는 선수를 알아 본다. +1 24.09.12 441 15 13쪽
25 다다익선. +1 24.09.11 468 14 13쪽
24 부자 +1 24.09.10 513 17 13쪽
23 이게 맞나? +1 24.09.09 522 18 12쪽
22 전화위복. +2 24.09.08 545 20 13쪽
21 말이 씨가 된다. +1 24.09.07 535 22 13쪽
20 내 사랑. +1 24.09.06 530 20 13쪽
19 불시 점검 +3 24.09.05 525 20 13쪽
18 할 수 있다. +1 24.09.04 533 18 13쪽
17 이심전심. 24.09.03 577 19 13쪽
16 소매 넣기. +2 24.09.02 661 17 13쪽
15 좋은 인연. +1 24.09.01 687 20 13쪽
14 싸고 좋은 물건 24.08.31 752 23 12쪽
13 나 삐졌어. 24.08.30 774 22 13쪽
12 카운트 다운 24.08.29 800 24 13쪽
11 은호 미워. 24.08.28 844 23 12쪽
10 구지황 +1 24.08.27 871 20 13쪽
9 남남으로 만나서 +1 24.08.26 918 24 13쪽
» 성투 +1 24.08.25 948 28 13쪽
7 다이어트 약 +3 24.08.24 989 26 13쪽
6 그런 거 없다. +3 24.08.23 1,045 26 13쪽
5 난 괜찮아. +3 24.08.22 1,096 25 13쪽
4 땡 잡았다. +3 24.08.21 1,175 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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