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산삼을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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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몰아
작품등록일 :
2024.08.0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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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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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호 미워.

DUMMY

“보자 보자.”


보민 사장님께 전수 받은 방법대로 지황을 말려놓고, 지난번에 쓰고 남은 원물들 앞에 섰다.

레시피가 필요한데-.


[입문 : 건강 미 60%, 계피 파 10%, 감초 미 10%, 대추 초리 10%, 상지 5%, 의이인 4%, 숙지황 0.02%, 가르시니아 0.98%]

[초급 : 건강 미 60%, 계피 파 10%, 감초 미 10%, 대추 초리 10%, 상지 5%, 의이인 4%, 숙지황 0.05%, 가르시니아 0.95%]

[중급 : 건강(상) 60%, 계피(상) 10%, 감초(상) 13% 상지 8%, 의이인 8%, 숙지황 0.05%, 가르시니아 1.95%]

[고급 : 건강(상) 70%, 계피(상) 11%, 상지 8%, 의이인 8%, 숙지황 1%, 가르시니아 2%]

[특급 : 건강 미 70%, 계피 파 10%, 상지 8%, 의이인 8%, 숙지황 2%, 가르시니아 2%]


친절한 상태창씨가 내 마음을 또 어떻게 알고 레시피를 알려줬다.


‘저렴이 버전은 아무래도 맛을 더 챙겼구나.’


입문 등급은 원물 자체가 조금 낮은 등급이기도 했고, 감초와 대추를 넣어서 맛을 좀 더 살린 듯했다.


‘하긴, 효능이 모자라면 맛이라도 좋긴 해야지.’


맛은 모자라지만 효능은 좋은 특급은 주문 제작으로 해야 할 것 같고.

입문은 정제수 1톤으로 해서 420박스 정도 만들어 놔도 괜찮지 않을까.

이러나저러나 내 사업인데 저 정도도 못 팔면 안 된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제품 생산밖에 없으니 만들어 놓고 어떻게든 팔면서 기반을 다지는 게 맞다.


‘해보자.’


비율에 맞게 원료들을 칭량해서 부직포 망에 담아 준비를 했다.


‘어후-. 기름값도 만만찮네.’


소량으로 만들 때는 크게 신경이 안 쓰였는데 1톤짜리 액상 탱크를 끓이는 보일러에 기름을 채우는데 등유가 300L 들어가서 50만원 돈이었다.

부직포 망도 이제 넉넉하게 사야 하고, 파우치도 그렇고 박스도 그렇고. 자잘하게 들어가는 부재료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어차피 회사에 있을 때 거래하던 업체들이 있어서 구매처를 알아보는 번거로움은 좀 덜었지만, 이게 회삿돈으로 살 때랑 내 돈으로 살 때랑은 기분이 달랐다.


‘여섯 시부터 끓여서. 저녁 먹고 여덟 시쯤 와서 담그면 내일 아침에 뽑으면 되겠다.’


일단 사소한 부분은 차치하고 작업 계획을 생각하며 준비를 마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아무리 회사에서 거의 대부분의 일을 했다 해도, 이게 참 내 일이 되니까. 진짜 다르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어떻게 오셨어요?”

“저-. 음-. 은호 아빤데요.”

“은호.. 아! 은호 아버지시구나!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죄송해요.”

“아닙니다. 아직 좀 어수선하긴 합니다. 들어오세요.”


은호 아버지는 몇 번 마주친 어머니와 다르게 굉장히 후덕한 인상이었다.


“바쁘실 텐데. 감사합니다. 이건 빈손으로 오기 그래서. 하하.”


그렇게 편의점 음료수 세트를 받아들고, 갑자기 찾아온 은호 아버지를 접객용 테이블로 안내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 믹스커피 하나 제대로 가져다 놓지 못한 탓에 은호 아버지가 사 오신 음료수를 바로 내어드릴 수밖에 없었다.

냉장고에는 막걸리밖에 없기도 하고.


“은호가 아빠를 많이 닮았네요.”

“어후. 다인이가 더 아빠를 많이 닮았는데요 뭘.”


아무래도 딸과 같은 반 아이의 아빠를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고, 괜히 우리 딸 어린이집 생활에 누가 될까 싶어 어색한 분위기 속에 인사치레에 전념했다.


“저. 다인이 아버지. 혹시 실례가 안 되면 이거 여기서 만든 게 맞을까요? 은호 엄마가 다인이네 건강원에서 샀다고 해서요.”

“공용파우치라서 다른 제품일 수도 있긴 한데, 제가 만든 제품이랑 같은 파우치이긴 하네요.”


순간 오싹한 기분이 들어서 명확하게 내가 만든 것이라 말해주지 못했다.

만약에 우리 와이프가 어디 가서 출처도 불명확한 약을 400만원어치나 사 왔다고 하면, 나는 어떻게 할까.

분명 당장에라도 찾아가서 환불받아 올 것이다.

혼자 힘으로 안 되면 경찰도 부르고.


하지만 내가 판매를 한 입장이다 보니 굉장히 난처하구만.

그렇다고 환불을 해주자니 원물 구매한다고 써버린 지 오래다.


“재료 중에 구지황이 들어가나요?”

“죄송하지만 식품이다 보니 환불은 조금.. 네?”

“아. 환불. 아닙니다. 그냥 구지황을 사용하신 것 같아서 여쭤보고 싶어서요.”

“하하. 예. 구지황. 맞습니다. 요즘 시장에 구지황이 없는데. 어렵게 구해서 진짜 구지황을 넣어서 만들었어요. 지금도 밖에 보시면 지황을 말리고 있는 게 보이시죠? 저희는 정말로 구증구포를 하고 있습니다. 하하.”


괜히 착각해서 뒷말이 길어져 버렸다.


“그러시구나. 근데 구지황을 사용하시면 단가가 안 맞지 않나요? 효능에서도 별 차이가 없을 텐데요.”

“단가야 맞추면 되는 거고 효능에서는 큰 차이가 있죠. 구지황을 아시는 것 보니까 은호 아버지께서도 기본적인 건 아시지 않나요?”

“문헌을 봐도 왜 구증구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질 않잖아요. 성분 검사를 해도 구지황이 다른 숙지황보다 좋다는 결과도 없고요.”

“그럼 은호 아버지께서는 산삼과 인삼이 있으면 인삼을 드시겠네요?”

“···.”


아차. 처음 보는 후덕한 인상의 아저씨가 뭣도 모르면서 따지고 들기에 말이 좀 꼬아져서 나와버렸다.


“자고로 사람 입에 들어가는 모든 것에는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베이기 마련이잖아요. 구지황도 같아요. 정해진 방식을 지키면서 제대로 만든 게 생산 속도와 효율만 따진 것보다 좋은 게 당연하죠.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른 가치관이 있을 수 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패스트푸드보다는 한식이 우리 몸에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그럴 수는 있겠지만, 어차피 돈이 돼야 가치관도 지킬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저는 제 약을 믿으니까요.”


왜냐하면 상태창이 있거든요.


“건물을 매입하셨다 해도 달마다 들어가는 유지비만 해도 만만치 않으실 거예요. 거기에 집에 들어가는 돈도 그렇고 아이들 공부시키는 것도 그렇고요. 일상을 포기하고 꿈만 쫒을 수는 없잖아요.”

“예. 저는 꿈만 쫒는 사람이 아닙니다. 근데 말씀 듣고 보니 꿈을 일상으로 만들어가고 있긴 하네요.”

“···. 자신감이 넘치시네요.”

“남자는 자신감이니까요.”

“그러시군요. 좋은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그럼 바쁘실 텐데,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들어가세요.”


대체 저 아저씨는 우리 건강원에 왜 온 걸까.

사람은 좋아 보이는데-.


어쨌거나 간다는 사람을 붙잡을 이유도 없기에 떠나보내고 나도 퇴근 준비를 했다.

혹시 중간에 보일러가 꺼질 경우에 대비해서 다인이가 갓난쟁이일 때 썼던 베이비캠을 설치해서 중간중간 집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세팅도 마쳤다.

이제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물이 끓는 게 확인되면 다시 와서 칭량해둔 원물을 집어넣고 12시간을 달이기만 하면 된다.


“아빠! 빨리와야죠오!”


왠지 회사 다닐 때랑 비슷하게 집에 온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 슬퍼졌다.

자영업을 하면 우리 딸이랑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딸! 아빠 보고 싶었어?”

“응. 마니 마니 보고시퍼써.”

“아빠도 우리 딸 많이 많이 보고 싶었는데.”

“아! 우리 똑가따.”

“그러게. 우리 똑같네!”

“으이구. 그냥 둘이 나가서 살아. 내가 나갈까?”


한창 딸이랑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와이프가 시비를 걸었다.


“오구 우리 여보. 내가 많이 많이 보고 싶었어요.”

“됐거든?”


아무래도 딸한테 먼저 애정 표현을 했다고 삐친 모양이다.

이거 참. 여자들이란.


“여보. 내가 처음 만든 약 있잖아. 그거 은호 엄마한테 팔았어?”

“어. 은호 엄마랑 진서 엄마랑 하린이 엄마.”

“오늘 은호 아빠가 우리 건강원에 찾아왔더라고. 특별히 용건이 있는 것 같진 않은데. 뭔가 좀 찝찝하달까.”

“그래? 은호 아빠면 어디라더라. 하여튼 어디 중견기업 다닌다던데. 정력에 좋은 거 만드는 회사라던가?”

“무슨 이 단가로 어떻게 파냐는 둥 과학이 어떻고 저떻고 돈이 뭐 저떻고 하더라고.”

“뭐야. 은호 아빠 맞아?”

“맞다니까. 은호랑 닮았었어.”


와이프는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바로 휴대폰을 꺼내 은호 엄마에게 카톡을 보내는 듯했다.


“은호 엄마랑 카톡도 해?”

“어? 진짜네. 언니도 갑자기 아저씨가 집에 와서 놀랐데. 어? 전화다. 네- 언니-.”


나랑 연애 할 때도 저렇게 세상 친절한 목소리를 들려준 적이 없었는데-.


“아. 그러시구나. 네. 어. 네. 그럼 신랑한테 바로 물어보고 연락드릴게요. 네-.”

“네- 언니-. 으휴. 나한테도 그 반만 친절해 봐라.”

“네- 오빠-. 이렇게?”

“···. 미안. 나 닭살 돋았어.”

“흥. 됐고. 언니네 아저씨가 시간 괜찮으면 술 한잔 하자시는데?”

“다인이는? 나 배고픈데.”

“은호네 집에 데려가서 놀리면 되지. 둘이 놀게 두고 우리는 한잔하고.”

“나 약 넣으러 갔다 와야 해.”

“갔다 와.”


아. 이미 그 집에 가서 한 잔 마시는 것으로 결정이 났나 보다.


“가자.”


그 집 아저씨의 정체가 궁금하기도 하고 다인이도 친구랑 놀 게 해주면 좋아할 듯해서 옷만 대충 갈아입고 옆 동에 있는 은호네 집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다인아 안녕?”

“안녕하세요. 숙모.”

“다인아. 숙모 아니고. 이모.”

“이모?”

“다이나!”

“은호다! 나 은호 마니 마니 좋아.”

“나도 다이니 마니 마니 좋아요.”


은호는 다이니랑 동갑인 같은 반 남자아이다.


‘그냥. 집에 갈까.’


집에 가서 꼭 물어봐야지.

아빠랑 은호 중에 누가 더 좋은지.


“앉으세요. 아직 식사 전이라고 하셔서요. 족발 괜찮으시죠?”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우리 집이랑 구조가 똑같긴 한데, 사는 사람이 다르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일단 집에 남자가 없어서 그런지 거실과 부엌에 전선 정리가 전혀 안 되어 있었다.


“애기 아빠는 음식 찾으러 갔어요. 오늘 아버님 가게에 찾아갔다고. 죄송해요. 저희 남편이 조금 무대포 경향이 있어서요.”

“아닙니다. 인상이 정말로 좋으시더라고요.”

“살이 너무 쪄서 걱정이에요. 혈압도 안 좋은 양반이.”

“은호는 좋겠네. 아빠 오셔서-!”


꼬맹이 둘은 어른들이 부르든 말든 자기들끼리 장난감을 가지고 와서 놀기 시작했고, 내 딸이 낯선 사내 녀석을 향해 맑게 웃어 주고 있었다.

그 모습을 가슴 시리게 바라만 보고 있는데,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은호 아빠가 왔다.


“먼저 오셨네요.”

“안녕하세요. 하하. 이리 주세요. 제가 들겠습니다.”

“아닙니다. 앉아 계세요. 어? 다인이 안녕?”

“다인아. 안녕하세요 해야지.”

“안냐세요.”

“쓰읍. 말로만 하지 말고 일어서서 해야지. 자 배꼽 손 인사.”

“안녕하세요.”

“오구 잘했어. 우리 다인이 최고”

“차암. 아빠는 진짜 못 말린다니까아-.”

“하하. 어떻게 저렇게 예쁘게 키우셨어요? 역시 딸은 딸인가 봐요.”


다인이 녀석.

집에서는 내가 최고라 해주면 도도도 달려와서 엄지 손가락 도장을 찍어줬었는데-.

이제 다시는 내가 은호 집에 오나 봐라.


“아까 낮에는 죄송했어요. 제가 전후 사정도 없이 너무 제 말만 했죠?”

“아닙니다. 근데 어디 건강식품 회사 다니신다고.”

“예. 큰 곳은 아니고요. 하하. 일단, 한잔 하실까요?”

“제가 약 달일 준비를 해놓고 와서요. 이따가 잠시 다녀와서 시작하겠습니다.”

“바쁘신데 제가 또 이렇게···.”

“에이 괜찮아요. 언니. 앉아요. 저희 남편 빼고 우리끼리 먼저 한잔해요.”


그렇게 나는 일단 사이다를 마시고 다른 사람들은 소맥을 말아 마셨다.


‘쩝-. 맛있겠네.’


다른 사람 술잔 한 번 쳐다보고, 베이비캠 한번 쳐다보고, 족발 한 점 집어 먹고를 반복 하다 보니 물이 적정 온도에 다다랐다.


“저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같이 가시죠. 저도 바람 좀 쐴 겸.”


아. 싫은데-.

혼자 금방 다녀와서 소맥 마시고 싶은데, 후덕한 아저씨가 들러붙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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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젊음. NEW +1 4시간 전 90 7 13쪽
32 나쁜 짓. +3 24.09.18 225 9 13쪽
31 봄. +2 24.09.17 279 10 12쪽
30 기레기. +3 24.09.16 311 12 13쪽
29 새로운 시작. +1 24.09.15 337 14 13쪽
28 사고 수습 +2 24.09.14 376 9 13쪽
27 전문가 위에 전문가. 24.09.13 409 15 13쪽
26 선수는 선수를 알아 본다. +1 24.09.12 442 15 13쪽
25 다다익선. +1 24.09.11 468 14 13쪽
24 부자 +1 24.09.10 513 17 13쪽
23 이게 맞나? +1 24.09.09 523 18 12쪽
22 전화위복. +2 24.09.08 545 20 13쪽
21 말이 씨가 된다. +1 24.09.07 535 22 13쪽
20 내 사랑. +1 24.09.06 530 20 13쪽
19 불시 점검 +3 24.09.05 525 20 13쪽
18 할 수 있다. +1 24.09.04 533 18 13쪽
17 이심전심. 24.09.03 578 19 13쪽
16 소매 넣기. +2 24.09.02 661 17 13쪽
15 좋은 인연. +1 24.09.01 687 20 13쪽
14 싸고 좋은 물건 24.08.31 752 23 12쪽
13 나 삐졌어. 24.08.30 774 22 13쪽
12 카운트 다운 24.08.29 802 24 13쪽
» 은호 미워. 24.08.28 845 23 12쪽
10 구지황 +1 24.08.27 872 20 13쪽
9 남남으로 만나서 +1 24.08.26 918 24 13쪽
8 성투 +1 24.08.25 948 28 13쪽
7 다이어트 약 +3 24.08.24 991 26 13쪽
6 그런 거 없다. +3 24.08.23 1,045 26 13쪽
5 난 괜찮아. +3 24.08.22 1,096 25 13쪽
4 땡 잡았다. +3 24.08.21 1,175 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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