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산삼을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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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몰아
작품등록일 :
2024.08.0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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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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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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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나 삐졌어.

DUMMY

“제가 제대로 찾아왔나 보네요.”


카리나가 예쁜 미소로 내게 인사했다.


“누구야?‘


와이프는 세모눈을 뜬 채 나를 바라봤고.


“들어오세요. 어쩐 일이세요. 식사는 하셨어요?”

“명호씨한테 전화번호를 여쭤보니까 주소만 알려주셔서요.”


명호 녀석. 

그런다고 내가 카리나 원장님 번호를 못 딸 줄 알았냐.


“누구시냐니까.”

“내가 저번에 한 번 말했지? 신애 보육원. 거기 원장님이셔.”

“안녕하세요. 하양 건강원 사장 이지은이예요.”

“안녕하세요. 유지민입니다.”

“어쩐 일로 오셨어요?”

“지난번에 주신 다이어트 한약 효과가 너무 좋아서요. 추가로 구할 수 있을까 해서요.”

“지금은 없고요. 주문 제작 상품이라 시간이 조금 많이 걸려요. 어떻게? 그래도 하시겠어요?”


은호 엄마한테는 그렇게 살갑게 굴더니 우리 카리나 원장님께는 왜 저렇게 차가운 건지.

아니 그것도 그건데 날 보러 온 손님과의 대화를 가로채 버렸다.


“저번에는 명호씨가 주시는 바람에 가격을 못 들어서요. 혹시 얼마인가요?”

“350만원이요.”

“네? 아. 어쩐지 그렇게 비싸니까 효과가 좋았나 보네요.”


왜 다른 집에는 200만원에 팔아놓고 카리나 원장님께는 바가지를 씌우려고 하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지금 여기서는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는 게 내가 살 길이다.


“그럼 주문은 안 하시는 거죠? 저희가 지금 점심시간이라서요. 용건 끝나셨으면 가보셔도 될 것 같은데.”

“아! 혹시 조금 싼 제품은 없을까요? 사실 가능하면 애들 먹기 좋게 한약 맛이 덜 나도 좋을 것 같은데. 아! 죄송해요. 제가 이쪽으로는 잘 몰라서···.”


마치 한 마리의 맹수 앞에 서 있는 새하얗고 여린 아기 사슴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있습니다! 여기 이 제품인데요. 약성은 좀 부족해도 맛은 확실히 괜찮아요. 몇 개나 필요하세요?”


그래서 용기내어 나섰다.

나를 향한 와이프의 눈매가 더욱 매서워졌고, 느껴지는 살기도 한층 강해졌지만 이겨낼 수 있다.

내 앞에는 내가 지켜야 할 아기 사슴이 있으니까.


“아. 이건 가격이···.”

“정가 5만원인데 보육원 아이들을 위한 거니까 2+1 가격으로 드릴게요. 한 박스에 3만3천원꼴로 생각하시면 편하실 거예요.”

“너무 싼 거 아닌가요..? 괜히 저 때문에 손해 보고 파시는 건 아닌지.”

“손해라뇨. 장사꾼은 절대로 손해 보고는 안 판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럼 아홉 박스만 일단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아무래도 다른 약이면 먹여보고 더 구매할까 싶어서요”

“물론이죠. 차는 어디 대놓으셨어요? 제가 실어다 드릴게요.”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

“에이. 대량 구매 서비스입니다. 서비스.”

“감사합니다. 명호씨가 성격 까칠하실 거라고 조심하라 하시던데. 정말 친절하셔요.”


카리나 원장님이 나를 보며 다시 웃어줬다.

아직 세상은 많이 많이 아름답다.


“아? 식사 전이시면 드시고 가세요. 곧 있으면 올 거예요.”

“괜찮습니다. 아이들 점심 챙기러 가봐야 해서요.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아이고 고생이 많으십니다. 나중에 또 오세요. 아 여긴 제 명함이요. 심만휘입니다.”

“아. 여기. 유지민입니다. 가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이스.

자연스럽게 명함 교환 성공.

그렇게 카리나는 차를 타고 떠났고,


“좋냐?”

“응?”

“좋냐고.”

“좋지 그럼. 제품을 아홉개나 팔았는데.”

“아니. 그거 말고.”

“그거 말고?”

“아주 그냥 입이 귀에 걸리더만? 눈에서는 하트가 쏟아지고? 그냥 너도 저 보육원 들어가서 살아. 왜 나랑 살아?”

“에이 무슨 소리야 내 눈에는 우리 여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데.”

“저 원장보다?”

“당연하지!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우리 지은이가 최고지!”


유부남 생활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는 언제나 머릿속에 시뮬레이션 되어 있다.


“통장도 확인해봐. 자기 통장으로 입금됐을걸?”

“내 통장? 내 통장으로 돈 들어오는 거 였어?”

“그렇지. 지은이가 사장이니까 !”

“대박. 30만원 들어왔어! 오빠 휴대폰 줘 봐. 예. 사장님 방금 배민 주문했는데 저희꺼 출발했어요? 아니시면 사리 몇 가지 더 추가하려고요. 예. 그럼 취소해주시면 바로 다시 주문 넣을게요. 네. 감사합니다.”


와이프 기분도 조금 풀린 것 같고,

휴대폰 따위는 줘버리고 카리나 원장님의 명함을 가만히 매만졌다.

왠지 좋은 향기가 나는 듯했다.


“자.”


만족스러워 보이는 표정의 와이프에게 휴대폰을 돌려받은 후 폰 케이스 안에 소중히 카리나 원장님의 명함을 보관함과 동시에 진동이 울렸다.


‘벌써? 연락을?’


설레는 마음으로 휴대폰 문자를 확인했는데-.


―――

[Web 발신]

KB국민카드 승인 취소

51,800원 일시불

(주)우아한형제

―――

―――

[Web 발신]

KB국민카드 승인

83,600원 일시불

(주)우아한형제

―――


***


“우와! 아빠! 엄마!”


냉랭하고 바쁜 오후를 보낸 후 다인이 하원 시간에 맞춰서 어린이집에 픽업을 하러 가니, 아니나 다를까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행복한 표정으로 다인이가 달려 나왔다.


“딸!”

“아빠. 어떻게 왔어요오? 나 아빠 만나서 너무 기분이 좋아.”

“다인이 보고 싶어서 빨리 왔지.”

“아 맞다. 저기에 개구리 있어!”


다인이는 낮에 어린이집에서 봤던 개구리를 나에게 보여주려는 듯 내 손을 잡아끌었다.


“집에 가자.”


하지만 와이프는 탐탁지 않아 했다.


“개구리만 보고 올게.”

“아직 있겠니?”

“있을 수도 있지. 가자. 다인아.”

“네. 아빠!”


다만, 딸이 보여주고 싶어 하는데 안 가 볼 수가 있나.


“여기예요! 개구리예요!”


그렇게 다인이를 따라간 곳에는 자그마한 청개구리가 있었다.

어찌나 작은지 새끼손톱만 한 것이 이제 막 개구리가 된 걸까.


“우와. 개구리 진짜 작다. 그치?”

“네. 많이 많이 작은 개구리예요. 선생님이 만지면 아야 한다고 눈으로만 보라고 했어요. 그런데 도하가 막 잡으려 했어요. 개구리 도망쳐!”

“다인이는 어떻게 했어? 도하한테 하지 말라 했어?”

“네! 도하는 내 말 잘 들어. 히히.”


어? 도하 이 녀석이?

도하로 말할 것 같으면 아들만 넷인 집안의 셋째로 말보다는 주먹이 앞서는 녀석이다.

다인이 반에 다른 친구를 무는 아이가 있는데, 얘도 도하는 안 문다더라.


“자. 그럼 이제 집에 갈까?”

“네-. 아빠!”


은호도 그렇고 도하도 그렇고, 내 딸 주위에 사내 녀석들이 자꾸 꼬이는 건 기분 탓이겠지.


“여보. 도하가 다인이 말을 잘 듣는다는데?”

“맞아. 다른 남자애들이 다인이 괴롭히면 도하가 나서서 때려준다더라고.”

“···. 왜 말 안 해줬어.”

“안 물어봤잖아.”


그래.

좋게 생각하면 어린이집에 보디가드 한 명이 생긴 거다.

믿음직한 보디가드인지는 차차 검증해 볼 일이고.


“다인아. 이게 나아 이게 나아?”


집에 도착해서 와이프는 저녁 준비를 하고 나는 외 박스 도안 두 개를 다인이 앞에 세팅했다.


“잠깐만요오-.”


하지만 다인이는 자기 앞에 놓여있는 시안 두 장을 두고 놀이방으로 도도도 뛰어가더니 스케치북을 가지고 나왔다.


“이게 좋아요오-.”


스케치북에는 다인이의 다양한 작품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우리 가족을 그려놓은 그림을 펼쳐 보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형이상학적인 그림만 그리던 녀석이 이제는 제법 사람을 사람답게 그려내고 있었고, 웃고 있는 우리 가족 위로는 색깔별로 다양한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다인아. 아빠 이걸로 박스 만들어서 약 담아서 팔 거야. 그러려면 어느 게 더 어울릴까?”

“이거요. 이게 좋아요.”

“다인이가 그림을 아주 잘 그렸긴 한데, 약이랑은 안 어울리지 않아?”

“약 먹으면 건강해지고, 건강해지면 이렇게 아빠 엄마랑 재미있게 놀 수 있어.”

“그건 맞는데···.”


이거 참, 틀린 말이 아니라 더 할 말이 없던 차에 와이프가 나섰다.


“심다인. 이 두 개 중에 골라.”

“왜요오? 나는 이게 좋아요.”

“쓰읍-. 둘 중에 고르라니까?”

“싫어요. 엄만 고집쟁이야. 흥.”

“하지 마! 가!”


내가 점심때 돈 많이 쓴 거로 너무 많이 뭐라고 한 탓일까.

별것도 아닌 일로 와이프가 애를 쥐 잡듯이 잡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나도 슬쩍 짜증이 났지만, 애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여 줄 수는 없어서. 꾹 눌러 참았다.


“여보. 이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진심이야? 다인이 그림으로 하자고?”

“차별화는 확실히 되잖아? 황금이네도 보면 자식 키우는 부모의 마음으로 어쩌고 하면서 마케팅해놨고. 우리도 그 느낌으로 가는 거지.”

“그럴 거면 처음부터 다인이한테 맡기던가.”

“···. 계속 짜증만 낼 거야?”

“아 몰라. 알아서 해.”


아니 진짜 다섯살 먹은 딸이랑 싸워서 마음 상하면 대체 뭘 어쩌자는 걸까.

심지어 그 핑계로 저녁은 차리지도 않고 혼자 방에 들어가 버렸다.


“하-. 조금만 기다려.”


싸울 때 싸우더라도 애 밥은 먹이고 싸워야 하니까. 급한 대로 계란찜을 만들어서 거기에 밥을 비벼줬다.


“으음-. 맛있어요.”


이렇게 내가 급하게 만든 음식도 맛있게 먹어주는 딸에게 너무 고맙고 미안했다.


“잘 먹었습니다.”


혼자서도 밥을 잘 떠먹는 딸을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불렀다.

그렇게 다인이가 혼자 밥 먹는 걸 다 보고 난 후-.


“다인아. 티니핑 볼래?”

“네! 반짝반짝 볼래요!”


소리를 조금 키워서 다인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틀어주고 방으로 들어갔다.


“뭐해?”


와이프는 그새 울었는지 눈을 빨갛게 해서는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배 안 고파?”


뭘 잘했다고 짱박혀서 울고 있나 싶기도 했지만, 자기도 이런 스스로의 모습이 싫겠지.


“흑. 오빠. 다인이가 내 말은 들은 척도 안 하고 오빠 말만 들어서 속상해서 그랬어. 흑”


나는 대판 싸울 준비를 하고 방에 들어온 건데, 와이프는 자기를 달래주려고 온 줄 알고 내 품에 안겨 울기 시작했다.

이거 참.

화낼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그래. 고생했어.”

“나도 혼내기 싫은데, 계속 화가 나서···.”


혼내는 것과 짜증을 내는 것은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훈육을 위해 혼을 내는 것은 부모의 올바른 역할이고, 자기의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짜증 내는 걸로 푸는 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짓이다.


“너도 요즘 스트레스가 많잖아. 그래도 우리 조금만 더 노력하자. 나도 더 노력할게.”

“응···.”


그렇게 와이프를 달래서 거실로 데리고 나오니, 다인이는 아주 그냥 TV 속에 들어갈 것처럼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


“다인아. 엄마한테 미안해요. 해야지. 앞으로 엄마 말 잘 들을게요. 하고.”

“미아네요. 잘 들으께요.”


이 녀석이 시키는 데로 말을 따라 하기는 하는데, 눈은 여전히 TV에 꽂혀있었다.

그래서 일단 티니핑부터 일시정지하고.


“다시.”

“히잉. 하츄핑 보고픈데.”

“엄마 사랑해요 먼저 하고!”

“엄마! 사랑해요!”

“가서 안아 줘.”


―도도도.


다인이는 언제 엄마한테 혼난 적이 있었냐는 듯 예쁘게 웃으며 지은이 품에 안겼다.


“엄마가 미안해.”

“히히. 이제 하츄핑 봐도 돼요?”


물론 젯밥 때문이긴 했지만.


“너가 틀어줘.”

“다인아. 엄마가 틀어줄게.”

“엄마 최고!”


그렇게 티니핑을 다시 틀어주고 우리는 식탁에 앉았다.


“우린 뭐 먹어?”

“다인이 밥만 했어?”

“급한 대로 계란찜 전자레인지로 만들어서 밥 비벼 먹였지.”

“···. 시켜 먹을까?”

“···. 앉아 있어. 라면 끓여줄게.”

“아니야. 흠-. 냉면 먹자!”

“좋지.”


이제 해가 지고 나면 창밖으로 시원한 바람이 분다.

냉면은 더울 때 먹어야 제맛이지만, 차려주는 대로 먹어야 가정에 평화가 온다. 


“오빠. 우리 다인이 그림으로 외박스 만들자. 상호는 ‘다이니네’로 하고.”


어차피 신고된 상호는 한글표시사항에만 정확히 들어가면 된다.

이제 와서 신고된 상호부터 바꾸려면 일도 많고 번거롭다.


“좋아. 새끼브랜드처럼 해서 한번 만들어 보자.”

“잠깐만, 여기에 이렇게 ‘다이니네 구증구포 숙지황 D 입문’ 이라 적으면, 어때?”


와이프는 냉면을 삶다 말고 빠르게 다이니 그림을 휴대폰으로 찍은 후 그 위에다가 바로 텍스트를 입혔다.


“좋다. 와우프레스 김부장님께도 여쭤보자.”


우리 둘의 만장일치로 방금 만든 파일을 외박스 제작 업체 부장님께 카톡으로 보냈고, 영업용 카톡답게 칼같이 답이 왔다.


“인쇄 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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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젊음. NEW +1 4시간 전 90 7 13쪽
32 나쁜 짓. +3 24.09.18 225 9 13쪽
31 봄. +2 24.09.17 279 10 12쪽
30 기레기. +3 24.09.16 311 12 13쪽
29 새로운 시작. +1 24.09.15 337 14 13쪽
28 사고 수습 +2 24.09.14 376 9 13쪽
27 전문가 위에 전문가. 24.09.13 409 15 13쪽
26 선수는 선수를 알아 본다. +1 24.09.12 442 15 13쪽
25 다다익선. +1 24.09.11 468 14 13쪽
24 부자 +1 24.09.10 513 17 13쪽
23 이게 맞나? +1 24.09.09 523 18 12쪽
22 전화위복. +2 24.09.08 545 20 13쪽
21 말이 씨가 된다. +1 24.09.07 536 22 13쪽
20 내 사랑. +1 24.09.06 531 20 13쪽
19 불시 점검 +3 24.09.05 525 20 13쪽
18 할 수 있다. +1 24.09.04 533 18 13쪽
17 이심전심. 24.09.03 578 19 13쪽
16 소매 넣기. +2 24.09.02 661 17 13쪽
15 좋은 인연. +1 24.09.01 688 20 13쪽
14 싸고 좋은 물건 24.08.31 752 23 12쪽
» 나 삐졌어. 24.08.30 775 22 13쪽
12 카운트 다운 24.08.29 802 24 13쪽
11 은호 미워. 24.08.28 846 23 12쪽
10 구지황 +1 24.08.27 872 20 13쪽
9 남남으로 만나서 +1 24.08.26 918 24 13쪽
8 성투 +1 24.08.25 949 28 13쪽
7 다이어트 약 +3 24.08.24 991 26 13쪽
6 그런 거 없다. +3 24.08.23 1,045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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