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산삼을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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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몰아
작품등록일 :
2024.08.0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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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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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시 점검

DUMMY

“아빠. 나 쉬마려.”

“어? 어! 우리 딸. 쉬! 쉬해야지!”


다인이가 벌써 기저귀를 뗀 지가 6개월이 넘어간다.

아직도 아주 가끔은 팬티에 실수를 하긴 하지만, 거의 그런 일이 없다.

다만, 이렇게 자다가 일어나서 쉬야가 마렵다고 하면 비상사태다.

잔다고 참을 만큼 참다가 최후의 순간에 마지막 힘을 짜내서 나를 부른 것이기 때문이다.


“쫌만 참아!”


일단 방에서만 벗어나도 반은 성공이다.

방에서 쉬야를 해버리면 이불 하며 침대 매트하며 인형들까지.

그래서 떠지지 않는 눈으로 딸을 들쳐 업고 화장실로 향했다.


―쉬이이이이.


다행히 그동안 다인이도 한층 더 성장한 탓에 무사히 화장실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변기에 앉아서 졸고 있는 다인이 뒷정리를 해서 다시금 방에 들어갔다.

시계를 보니 두시가 다 되어 가는데.

왜 와이프가 없지?


‘···. 바람났나?’


TV나 인터넷에 나오는 사연들을 보면 보통 이 시간에 밖으로 나다니는 이유는 바람밖에 더 있을까.

순간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잠이 더 급했다.

긴급 상황인 탓에 갑자기 일어나긴 했지만, 장장 무박 3일의 일정을 소화한 직후다.

바람이고 자시고 다시 다인이 옆에 누워 잠이 들었다.


***


“오빠. 일어나서 아침 먹어.”


참 듣기 좋은 소리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매일 아침 엄마가 차려주는 아침밥을 먹었었는데, 그 이후로는 군 시절을 빼고 아침을 챙겨 먹은 적이 없다.

물론 와이프가 아침을 챙겨주면 못 이기는 척 먹을 생각이 있긴 하지만 지금껏 단 한 번도 아침을 차려준 적이 없는 사람이다.

한창 잘 먹여야 하는 다인이도 어린이집 보내기 전에 우유 하나 먹여서 보내는데, 내 아침까지 바라랴.


“쫌만 더 잘래.”

“샌드위치랑 커피야. 방에 가져다줘?”


요즘 너무 좋은 꿈같은 일이 현실에서 자주 벌어지던데.


“진짜?”


눈이 번쩍 뜨여서 사실 확인을 위해 거실로 나서니, 아직 따스한 김이 올라오는 커피와 샌드위치가 식탁 위에 예쁘게 놓여 있었다.


“웬일이야? 아침부터?”

“왜? 싫어?”

“아니 아니. 고마워서. 여보도 피곤할 텐데 언제 이런 거 준비했데?”

“급한 거 마무리되기도 했고. 그냥. 해주고 싶어서.”

“잘 먹겠습니다.”


이번 생에 처음으로 누려보는 호사이기에 마음껏 누렸다.

샌드위치는 맛있었고, 커피는 내 입맛에 딱이었다.


“다인이는? 갔어?”

“한참 됐지. 아빠 피곤하다고 하니까 깨우지도 않더라.”


역시 우리 효녀.


“아. 근데 어제 새벽에 어디 나갔다 왔어?”

“새벽에?”

“한 두시쯤 다인이 때문에 일어났었거든. 안 보이던데?”

“글쎄. 잠깐 바람 쐬러 갔을 땐가.”

“바람? 그 새벽에?”

“그냥. 잠이 좀 안 와서. 벌써 갱년기가 오려나.”


수상한 냄새가 물씬 풍겼지만, 더 이상 추궁한다고 진실을 말해 줄 것 같진 않았다.


“주문은 어때? 추가 주문 있고?”

“하루에 10건 정도. 재고 보니까 꾸준히 만들어야겠던데? 다음 방송은 또 언제야?” 

“내일모레.”


사실 이렇게 아침부터 늦장을 부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입문 버전을 넉넉히 쌓아야 그다음에 초급도 만들고 중급도 만들고 할 텐데.

지금 상황으로는 입문 하나만으로도 벅찼다.


“화이팅! 이번에 판매한 거 정산 들어오면 우리도 직원 하나 두자. 조금 이른 감이 있긴 해도 오빠 혼자서 하는 것보다 많이 만들면 이득인 거잖아.”

“어차피 탱크가 한 대인걸. 그리고 지금 잘 된다고 탱크 하나 더 늘리는 것도 좀 아닌 것도 같고.”

“아니면 임가공은 어때? 오빠 회사에 맡겨도 되잖아.”


물론 우리 회사에 임가공을 맡기면 좋다고 해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품질이 문제다.

우리 회사로 말할 것 같으면 추출 탱크와 충진 탱크 사이의 배관 청소를 해야 하는 것을 수년 동안 몰라서 모든 액상 제품들의 맛이 비슷했던 걸로 유명하다.

만약 다른 곳에서 오래 근무하다가 우리 회사 생산 팀장으로 잠깐 오셨던 그 분이 이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셨으면 지금도 그럴 것이고.

오죽하면 배관 청소를 하고 처음으로 뽑은 액상을 보고 직원들 모두가 놀랐단다.

우리 회사에서 검은색이 아닌 맑은 갈색 액상이 추출되어 나왔다고.


“우리 회사는 좀. 다른 업체 한 번 알아볼게. 사장님들 통하면 믿을만한 곳도 찾을 수 있을 것 같고.”

“내가 알아볼까? 오빠 바쁘잖아.”

“에이. 전화 몇 통만 돌리면 되는데 뭐. 너는 괜찮아? 안 바빠?”

“그냥 며칠 잠깐 낮에만 바빴는데 뭘.”


방송의 힘이라는 게 이렇다.

방송이 나오는 그 타임에만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적으로 몰리고, 한 두 시간만 지나도 관심 자체가 차게 식는다.

물론 이런 과정을 이겨내고 제대로 유행을 타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거고.


“잘 먹었습니다!”


그렇게 아침다운 아침을 먹고 출근 준비를 해서 건강원으로 향했다.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도 시간이 벌써 10시가 다 돼서 건강원에 도착했는데-.


“안녕하세요. 위생계에서 나왔는데요.”


아차.

올 것이 왔다.

그나저나 중견기업이 움직여서 그런지 저 게으른 공무원들이 이렇게나 빨리 움직일 수도 있구나.


“아. 안녕하세요.”

“낯이 좀 있으시네요. 아! 양손애허브 직원분이시죠?”

“네! 지금은 육아휴직 시간이라서 와이프 일 돕고 있어요.”

“자상하시네요.”

“아닙니다. 들어오세요.”


문 앞에서 대기 하고 있는 위생계 공무원더러 밖에서 잠시만 기다려달라 할 수 없기에 같이 사무실로 들어갔다.

내 기억이 맞다면 나는 어제 청소도 제대로 하지 않고 집에 가서 뻗어버렸다.

준영이 행님이 대충이라도 치워줬을 것 같긴 한데, 위생계의 눈에 티끌 하나라도 잡히면 벌금은 기본이다.


“신고가 들어와서요. 이번 품목 보고에 들어간 원자재들 거래명세서랑 원산지 증명서 좀 주세요.”


뭐랄까 공무원들은 부서별로 친절도가 천차만별인데, 위생계와 같이 자기들이 생각하기에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부서의 공무원들은 기본적으로 말투가 좀 싸가지가 없다.


“여기 있습니다.”

“모두 다 국내산이네요.”

“당연하죠. 남의 회사에서는 몰라도 저희 와이프 회산데, 주사님께서 지적해주셨던 사항을 안 지킬 리 있겠습니까.”

“현장 한 번 둘러봐도 될까요?”

“당연히 보셔야죠. 근데 아직 저희가 직원 한 명 없이 혼자서 운영하고 있어서요. 며칠 전 주문 폭주 때문에 3일 내도록 잠도 거의 못 자고 작업한 탓에 정리가 조금 덜 돼서. 이 부분 양해 부탁드립니다.”

“가보죠.”


아니 공무원이면 업체가 잘못하고 있는 부분을 잡아간다 해서 실적이 되거나 그런 게 없지 않나?

공무원의 세계는 잘 모르지만, 저 여자 공무원의 눈빛은 늘 뭐라도 한 건 잡아가려고 벼르고 있었다.


“여기가 작업실입니다.”


어차피 주사위는 던져졌기에 준영이 행님이 보이는 곳이라도 청소해줬기를 바라며 작업실 문을 열었는데-.

언뜻 봐도 꽤나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이게 액상 탱크인가요?”

“네.”


위생계 주무관은 액상 탱크 안까지 들여다보려는 듯 탱크 뚜껑으로 향하는 철제 계단으로 올라가 내부까지 살폈다.

탱크 청소는 생각보다 몸이 아주 힘든 작업인 탓에, 준영이 행님이 해주고 갔을 리가 절대 없다.


“여기가 전부 인가요?”

“아. 네! 여기서 파우치 포장까지 마친 다음에 저 옆에 방으로 옮겨서 박스에 담습니다.”

“청결 상태가 준수하시네요. 서류도 모두 구비되어 있고요. 후-.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괜히 저희 때문에 이렇게 먼 길 오시게 해서 죄송하죠.”


지금 내 앞에 있는 위생계 주무관과 안면을 튼 지도 벌써 2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런데 지금처럼 편안한 표정을 짓는 건 처음이었다.

하긴, 회사에 있을 때는 늘 뭐 하나가 걸려도 걸렸지,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었기도 하고.


“근데, 다이어트 음료 파신다고.”

“예-.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다행히 마음에 들어 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네요.”

“혹시. 현경 언니 아세요?”

“네?”

“아-. 진서 엄마는요?”

“알죠! 진서 엄마. 저희 딸 어린이집 친구 엄마예요!”

“아시는구나. 저희 언니거든요. 친언니.”


또다시 등골이 서늘해졌다.

아니지. 

효과가 확실한 약을 제값에 팔았는데 쫄 일이 뭐가 있으랴.


“언니가 어릴 때부터 날씬한 체질은 아니었거든요. 뭐라더라. 비만 유전자를 자기가 필터해서 제가 날씬할 거라면서 맨날 괴롭히고. 어쨌든 그 언니가 살이 빠졌어요. 지금 아마 53kg라던가? 몇 주 만에 10kg라니. 놀랍지 않으세요?”


놀랍다.

하지만 저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물론 우리 회사의 위생 상태를 점검하는 것 이상으로 위생계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은 없을 테지만, 그래도 공무원 앞에서는 늘 말조심을 해야 하는 법이다.


“아. 그러시구나.”

“진짜 한 포만 달라해도 절대로 안 주더라고. 건강원 이름도 겨우 알아냈어요. 아니 박스에 가게 이름 붙일 거면 멀리서도 잘 보이게 크게 좀 붙이시지 왜 그렇게 작게 붙이셨어요?”

“그게 라벨지로 인쇄해서 붙인 거라서요. 하하.”

“어쨌든 혹시 언니가 샀던 게 이건가요?”

“아뇨. 다른 제품입니다. 언니분께서 사 가셨던 제품은 주문 제작 상품인데, 제가 아직 여력이 안돼서 판매 시작을 못 하고 있어서요.”

“그러면 이거는요?”

“이것도 드시기는 괜찮으실 거예요. 가격도 괜찮고요.”

“흠-. 그럼 하나만 주세요.”


내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당시의 공무원들만 해도 저런 말을 하면 공짜로 제품 몇 개를 챙겨서 차에다가 실어드려야 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온라인 판매가 5만원인데 현장 방문해 주셨으니 4만원만 주시면 되세요.”

“어머. 20%나요? 진짜요?”

“예. 택배 보내는 데 드는 비용만 해도 얼만데요. 인터넷으로 팔면 매체 수수료도 내야 하고요. 아 물론 카드도 가능합니다.”

“그럼 이걸로 해주세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진짜로 카드 결제를 할 줄은 몰랐다.


“먹어보고 괜찮으면 또 올게요. 업장은 지금처럼만 유지하시고요.”


길지는 않은 시간이었지만 폭풍과 같은 위생계 점검이 끝나고 잠깐 숨 좀 돌리려는데-.


“안녕하세요. 한전에서 나왔습니다.”

“예. 안녕하세요.”

“혹시 저온 창고 좀 볼 수 있을까요?”

“왜 그러시죠?”

“농업용 저온 창고에 가공식품을 보관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와서요.”


우와 진짜. 

정원도 징글징글하다.


“저기 근데 아무리 한전이라 해도 남의 창고를 함부로 열어보실 순 없는 거 아닌가요?”

“농업용 저온 창고로 신고된 건물에 한해서 단속 권한이 있습니다. 불응하시면 부득이하게 공무집행방해로 경찰을 대동하고요.”


그냥 기분의 문제인 거지, 창고 문을 못 열어줄 이유는 없었다.

사실 만들어 놓은 액상을 하나뿐인 저온 창고에 보관할 계획이었긴 하지만, 만들기 바쁘게 출고가 된 탓에 미처 창고에 집어넣을 시간이 없었다. 

다만, 숙지황도 가공품이라 걸릴 수 있는데-. 쓰고 난 뒤에 아직 저온 창고에 집어넣지 않은 덕을 봤다.


“편하게 보세요.”

“자재가 많이 없네요.”

“예. 저희가 아직 오픈한지가 얼마 안 돼서요.”

“그럼 가공품은 어디 보관하세요?”

“그것까지 말씀드려야 하나요? 알아서 적당한 데 보관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한전은 뭔가 위생계와 같은 위치가 아니다.

슬쩍 선 넘으려는 걸 제지한 후 돌려보냈다.

그 이후로도 시청 납세과에서 전화가 왔고, 환경과에서 오폐수처리 시설 점검을 나왔으며 무슨 소방 안전과에서도 나와 전체적인 시설 점검을 하고 갔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기자들도 몇 명 찾아왔고, 온라인 주문 건 중에 한국표준시험분석원이라는 곳도 있더라.

뭔가 굉장히 똥 밟은 기분이었지만, 괜찮았다.

나한테는 상태창이 있으니까.


다만, 하루 종일 잡무를 보느라 정작 중요한 제품 제작을 하지 못했다.

그것도 그거고 일단 준영이 형님한테 감사 인사라도 전하려 전화했는데.


“형님, 무슨 청소를 이렇게 깨끗하게 해주셨어요?”

“청소? 안 했는데?”

“작업장이랑 엄청 깨끗하던데요?”

“몰라. 난 아니다.”


본인이 아니란다.

그래서 CCTV를 돌렸다.

사람이 쑥스러워서 저렇게 말하는 것일 수 있으니까.


“어? 지은아?”


그리고 CCTV 안에는 밤 늦은 시간부터 새벽까지 건강원을 청소하는 와이프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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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젊음. NEW +1 4시간 전 90 7 13쪽
32 나쁜 짓. +3 24.09.18 225 9 13쪽
31 봄. +2 24.09.17 279 10 12쪽
30 기레기. +3 24.09.16 312 12 13쪽
29 새로운 시작. +1 24.09.15 338 14 13쪽
28 사고 수습 +2 24.09.14 376 9 13쪽
27 전문가 위에 전문가. 24.09.13 409 15 13쪽
26 선수는 선수를 알아 본다. +1 24.09.12 442 15 13쪽
25 다다익선. +1 24.09.11 468 14 13쪽
24 부자 +1 24.09.10 513 17 13쪽
23 이게 맞나? +1 24.09.09 523 18 12쪽
22 전화위복. +2 24.09.08 545 20 13쪽
21 말이 씨가 된다. +1 24.09.07 536 22 13쪽
20 내 사랑. +1 24.09.06 531 20 13쪽
» 불시 점검 +3 24.09.05 526 20 13쪽
18 할 수 있다. +1 24.09.04 533 18 13쪽
17 이심전심. 24.09.03 578 19 13쪽
16 소매 넣기. +2 24.09.02 662 17 13쪽
15 좋은 인연. +1 24.09.01 688 20 13쪽
14 싸고 좋은 물건 24.08.31 752 23 12쪽
13 나 삐졌어. 24.08.30 776 22 13쪽
12 카운트 다운 24.08.29 802 24 13쪽
11 은호 미워. 24.08.28 846 23 12쪽
10 구지황 +1 24.08.27 872 20 13쪽
9 남남으로 만나서 +1 24.08.26 919 24 13쪽
8 성투 +1 24.08.25 949 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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