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산삼을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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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몰아
작품등록일 :
2024.08.0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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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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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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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DUMMY

생각이 복잡해졌다.


‘불치병에라도 걸린 걸까.’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 와이프가 저럴 리 없다.

아니면 귀신?

어쨌거나 일정이 더 빡빡해졌으므로 최선을 다해 약을 달일 준비를 한 후 집에 가니 열 시 즈음이었다.


“왔어? 저녁은?”

“이리 와봐.”

“왜?”


다인이를 재워놓고 쇼파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는 와이프를 내 쪽으로 불렀다.


―꼬옥.


가타부타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고마움을 담아서 오래간만에 따뜻하게 안아줬다.


“고마워. 고생했어.”

“아냐. 오빠가 더 고생이지.”

“위험하게 그 밤에 청소를 하냐.”

“그냥. 마음이 조금 복잡해서.”

“으이구. 오래간만에 곰장어에 소주 한 잔?”

“내일도 일찍 나가야 하잖아.”

“딱 한 병만 나눠 먹자.”

“오케이! 시킨다?”

“김치말이 국수도!”


이게 참 듣기에 따라서 이상할 수도 있긴 한데.

나는 와이프랑 술 한잔하는 시간이 그렇게 좋다.

물론 친구들이랑 마시는 술도 좋긴 하지만, 성인이 되고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가정을 꾸리다 보니 친구들이랑 매일매일 술을 마시는 일은 불가능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와이프랑은 매일매일 마실 수 있기도 하고.


“오늘은 어땠어? 좀 조용했어?”

“응. 교환이랑 환불 문의가 1건씩 있기는 했는데, 교환은 택배사 잘못이라서 보상 신청했고, 환불은 일단 물건 보내 달라했어. 오는 거 상태 봐서 응대하면 될 것 같아.”

“나 오늘 위생계에 소방과에 환경과에 기자에 또 뭐 하나 더 있었던 것 같은데, 무슨 우리 건강원 조지려고 합동수사본부라도 차려진 줄 알았잖아.”

“다 왔다 갔다고?”

“전부 정원 법무팀에서 손써서 보냈을 거 생각하니까 소름이 아주. 으으으.”

“괜찮았어?”

“위생계 주무관은 누구라던가. 진서 엄마? 동생이라던데?”

“맞아. 시청 공무원이라 했던 것 같아.”

“어쨌든 위생계는 걸릴 거 없어서 제품 한 상자 파는 걸로 끝났고, 소방 쪽이라 기타 등등도 마찬가지. 아! 세무과에서 전화 왔었는데, 자기네들도 어이없어하더라. 아직 개업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위에서 알아보라 했다면서. 일단 이런 상황이니까 납세의 의무를 충실히 하라던데?”


소담소담 와이프랑 하루 종일 있었던 일을 나누었다.

그러고 보니 이런 시간도 참 오래간만이다.

언제부터 이런 시간이 없어졌던 걸까.


“근데 오빠 진짜 혼자서 괜찮겠어? 최소한 생산 쪽이랑 CS 쪽으로는 사람 한 명씩 뽑아야 하지 않을까?”

“안 그래도 오늘 작업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는데 말이야. 어쨌든 이 회사 사장은 지은이 너잖아? 나는 생산에만 신경 쓸 테니까 나머지는 너가 하고 싶은 데로 해.”

“에이. 내가 어떻게 해.”

“전산회계 1급, 전산세무 1급, CS 리더스 관리사, 리더십 지도사. 또 머 있지? 이거 말고도 자격증 많았던 것 같은데?”

“GTQ랑 ITQ···. 아니 그래도 손 놓은 지가 벌써 5년이야.”

“다시 하면 금방 할 거야. 나보다 더 잘하니까.”


와이프는 육아 휴직 후 복직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6개월 만에 퇴직을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아직 돌도 안 지난 아이를 어린이집에만 맡겨둔다는 게 마음이 쓰여서였다.

이게 참 맞벌이하는 집이 생각보다 적은 탓인지 우리가 퇴근해서 다인이를 데리러 가면 친구 한 명 없이 혼자서 선생님과 놀고 있는 다인이의 모습이 나도 참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나는 나보다 월급을 많이 받던 와이프가 일을 계속하고 내가 육아휴직을 쓰면서 다인이를 케어하려 했었다.

하지만, 당시의 와이프는 완강했다.

아이는 자고로 엄마 품에서 커야 한다며.


“좋아! 그럼 오빠는 앞으로 심부장이야! 내가 부장시켜줄게!”

“어후. 사장님, 대리에서 바로 부장이라뇨.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잘해. 잘만하면 성과금도 빵빵하게 챙겨줄 테니까!”

“예예.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와이프한테 전권을 일임한 건 잘한 일이다.

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더 잘하면 된다.


***


“안녕하세요! 조은경이예요!”

“어. 예. 안녕하세요.”


대체 여태껏 집에서 어떻게 참아온 걸까.

와이프의 추진력이 폭발했고, 그다음 날 바로 사무직 직원이 출근했다.


“오빠는 처음 보나? 은경이 언니라고, 나랑 같이 근무했던 언니. 편하게 조 팀장님이라고 부르면 돼.”

“어머. 나 아직도 팀장이야?”

“부장시켜줄까요? 아니면 이사?”

“어머머머. 얘는. 그냥 팀장 하자. 무슨 팀원 없는 팀장은 또 처음이다야.”

“이게 바로 스타트업이죠. 언니. 스타트업 회사 성공하면 직원들도 떼돈 버는 거 알죠? 잘 해야되요.”

“떼돈은 무슨, 애들 용돈이나 좀 주고 사고 싶은 거 마음 편히 살 수 있을 정도만 되면 되지.”


조은경 팀장에 대한 이이기는 몇 번 들어본 기억이 났다.

CS팀 팀장이었는데, 타고난 센스가 좋고 일을 잘해서 이분 때문에 CS 인원을 줄었다던가.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이따 봐.”


어차피 생산 이외의 모든 일은 와이프에게 일임하기로 했으니까. 

나는 생산에만 집중하면 된다.

다만, 지금 우리를 주시하는 눈이 많은 관계로 청결 상태를 단단히 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보자 보자.’


정석적인 방식대로라면 약을 다 달이고 파우치에 담기 전에 고형분이라던가 브릭스를 체크해야 한다.

이게 품목 보고에 기입되는 내용이고, 한글표시사항에 필수로 들어가는 내용이기 때문인데.

솔직한 말로 제품 뒷면에 있는 원료명 및 함량에 따라 정확하게 원료들이 들어갔는지는 국과수가 와도 못 맞춘다.

그래서 나라에서 가장 먼저 따져 보는 기준은 고형분, 딱 하나다.

만약 충진을 하기 전에 고형분을 쟀는데, 기준에 맞지 않는다 하면 추가로 작업을 해서 고형분 수치를 맞춘 다음에 충진을 하는 게 정석이다.

물론 회사에 있을 때는 고형분 체크를 안 할 때가 더 많았다.

어쩌다 재수 없어서 걸리면 그때 가서 대응하자는 게 회사 사장 마인드였거든.


[적합]


하지만 나는 그런 거 다 필요 없다.

추출이 끝난 다음 이렇게 지그시 바라보면 상태창이 정답을 알려준다.

그래도 서류는 필요하기에 얻어놓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고형분 측정기와 브릭스 측정기를 앞에 두고 작업지시서에 수치를 기입했다.

모든 수치가 기준치 안에 들어가게끔.


‘조금 빠듯해도 괜찮겠지.’


첫 방송 때는 정원의 광고대행사가 큰 실수를 하는 바람에 엄청난 이득을 봤다.

하지만 이번에 또 그런 실수를 할 리가 없다.

아마도 대략적이나마 우리가 얼마만큼 팔았는지도 확인했을 테니, 이번에는 아예 광고 순위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할 수도 있다.


‘방송 전까지 빡시게 하면 재고가 천개 조금 안 되겠네.’


어쨌든 생산한 날로부터 2년이라는 소비기한이 있으니까, 많이 만들어 놓으면 좋다.

다만, 조금 걱정되는 부분은 저번 방송 때 팔린 개수가 많기는 했지만, 실질적으로 사 간 사람은 250명이 채 안 됐다.

어디 블로거든 인플루언서든 누군가 입소문을 퍼트려주기만 하면 방송보다 효과가 좋을 텐데.

그런 걸 기대하기에는 너무 적은 사람이 사 갔다.


“여보. 잠깐 나와봐.”


충진기가 잘 돌아가는지를 확인하며 주변 정리를 하고 있는데, 스피커로 와이프가 나를 불렀다.

시계를 보니 아직 점심시간이 되려면 조금 남았는데-.


“안녕하세요. 고용노동부에서 나왔습니다. 심만휘씨 되시죠?”

“예. 그런데요?”

“육아 휴직 중 근로를 해서 부정수급을 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서요.”


하-. 진짜 짜증 나네.


“아닌데요.”

“저희도 알아보니까 사모님 명의로 된 회사이더라고요. 개업한 지도 얼마 안 되어 부정 수급이고 자시고 뭘 더 따져 볼 거도 없고 말이죠.”

“그러니까요! 주무관님, 제가 진짜 바쁘신 분 붙잡고 이런 말 좀 그렇지만 누가 저희를 이렇게 괴롭히는 거예요? 아니 무슨 저희가 천억 백억 벌 곳도 아니고 그냥 와이프 일해보겠다는 거 도와주려고 이렇게 애쓰면서 사는 소시민인데. 저희가 뭘 그렇게 잘 못 했어요.”

“아휴. 압니다. 저희도 가보라 해서 이렇게 오긴 했지만 이게 뭔가 싶어요. 어쨌든 확인은 됐으니까. 가보겠습니다. 고생하세요.”

“후-. 주무관님, 잠시만요. 이거 하나 가져가세요.”

“에이. 무슨 말씀이세요. 요즘 같은 시절에 이런 거 잘 못 받으면 바로 모가지예요.”

“예-. 정가 5만원이고 방문 할인가로 해서 4만원입니다.”

“예?”

“여자한테 진짜 좋은 거니까. 사모님 가져다드리세요.”

“사 가라는 말씀이시죠?”

“지금 아니면 못 사요. 얼른!”

“아. 예-.”


어쩌다 보니 자연스럽게 강매를 하게 됐다.

하지만 뭐 내가 나쁜 걸 판 것도 아니고.

적어도 우리나라에 다이어트를 싫어하는 여자는 거의 없으니까.


***


“나왔어.”

“어-. 고생했어. 그건 뭐야?”

“선물. 자기 요즘 허약해 보여서.”

“으-. 한약은 싫은데. 하양 건강원? 이름은 예쁘네.”

“씻고 올게.”


한때 잘나가던 치어리더였던 이주은.

지금은 평범한 공무원과 결혼해서 아들딸 잘 낳고 육아 인플루언서로 열심히 살고 있다.

운동도 열심히 해서 어디 나가면 애 둘 딸린 엄마로는 안 보지만, 배에 새겨진 튼살이 늘 신경 쓰였다.

튼살 제거 수술도 있다던데.

남편한테 슬쩍 말해봤지만, 씨알도 안 먹혔다.


‘다이어트? 나 좀 쪘나?’


그래도 나름 몸매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남편이 다이어트 음료를 사 들고 왔다.

미묘한 기분이었다.

챙겨주는 게 고맙기는 한데, 그게 다이어트 음료라니.


‘후기가. 별로 없네.’


하양 건강원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이제 막 팔기 시작한 곳인 듯 후기도 별로 없고 사이트 자체도 뭐가 좀 어설펐다.

괜히 사람 좋은 양반이 어디서 사기당하고 온 건 아닐까 싶긴 했지만, 이왕에 사온 거니까 속는 셈 치고 한 포를 뜯어 먹었다.


‘맛있네.’


생각보다 맛있어서 남편에 대해 서운함이 슬쩍 사라졌다.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 임신으로 생긴 튼살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


“오늘 방송이지?”

“응. 근데 지금, 철벽이야. 3순위 CPC 광고 단가가 5,000원.”

“미친, 저번처럼 조금만 하다가 슬금슬금 내리지 않을까?”

“그럴 수도 있긴 한데, 같은 수에 두 번은 안 당하겠지.”


정원의 방어는 예상보다 더 철저했다.

자신들의 방송 시간에 우리 제품이 일절 노출되지 않도록 돈을 쳐 발라놨다.

이렇게 되면 낙수효과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


“지은아. 광고도 네가 가져갈래?”

“에이-. 오빠도 잘하잖아.”

“검색광고 마케터. 구글 애널리틱스. 또 다른 자격증 뭐 있었지?”

“아오-. 어떡하라고. 방법 없다며.”


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고 한들 방법이 없는 건 없는 거다.

거대 자본 앞에서 장사 있나 뭐.


“방송 끝나고 광고 단가 좀 떨어뜨리면 우리도 광고 좀 돌릴까?”

“있어 봐. 카톡 채널 친구 추가해주신 분들한테 카톡 보낼 거야.”

“이미 산 사람들이잖아. 구매한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지인들한테 선물하기에는 다이어트용이라서 조금 그렇지 않나?”

“그렇지. 근데 말이야 내가 먹어봤는데 효과가 있었다. 그러면 어쩌고 싶겠어?”

“글쎄. 나중에 또 먹어야지?”

“아니지, 주변 사람한테 팔고 싶어지지! 그래서 말이야. 도매단가 책정해서 도매가로 뿌릴 거야. 기본 수량은 10박스로 해서.”

“에이. 그게 팔려?”

“팔리지. 4만원에 줄 거거든. 조금 덜 남아도 박리다매 하는 거지.”

“그래 뭐. 전문가께서 잘하시겠죠. 그럼 난 오늘 좀 쉬어도 되지?”

“후후. 기대해 내가 진짜 다 팔아먹어서 오빠가 소파에 등 붙이는 일 없도록 만들어줄 테니까.”


이게 참 장사가 잘되면 좋은 건데 나를 못 쉬게 하기 위해서 열심히 하고자 한다는 느왕스가 느껴졌다.

아니 진짜, 왜 와이프들은 남편들이 편하게 쉬는 꼴을 못 보는 걸까.

괜히 울컥하네.


그렇게 방송 날이 지나고, 다음 날.

다인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소파에 누워 한가로이 유튜브 쇼츠를 보고 있는데-


‘어? 우리꺼네?’


내가 맨날 그런 것만 본 탓인지 알고리즘에 따라 누군가 우리 제품 리뷰를 하고 있는 쇼츠가 보였다.


‘오호-. 튼살이 없어진다고?’


잔잔한 배경음악에 따스한 영상이었는데,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뭐. 그래 봤자겠지만.

그때, 사무실에 출근한 와이프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 빨리 와! 제품 만들어야지!”

“재고 넉넉하잖아-. 오늘 하루만.”

“뭔 소리야. 카톡 봐.”


1,500 박스가 팔렸다.

추가로 도매도 300건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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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나쁜 짓. +3 24.09.18 225 9 13쪽
31 봄. +2 24.09.17 279 10 12쪽
30 기레기. +3 24.09.16 311 12 13쪽
29 새로운 시작. +1 24.09.15 337 14 13쪽
28 사고 수습 +2 24.09.14 376 9 13쪽
27 전문가 위에 전문가. 24.09.13 409 15 13쪽
26 선수는 선수를 알아 본다. +1 24.09.12 442 15 13쪽
25 다다익선. +1 24.09.11 468 14 13쪽
24 부자 +1 24.09.10 513 17 13쪽
23 이게 맞나? +1 24.09.09 523 18 12쪽
22 전화위복. +2 24.09.08 545 20 13쪽
21 말이 씨가 된다. +1 24.09.07 535 22 13쪽
» 내 사랑. +1 24.09.06 531 20 13쪽
19 불시 점검 +3 24.09.05 525 20 13쪽
18 할 수 있다. +1 24.09.04 533 18 13쪽
17 이심전심. 24.09.03 578 19 13쪽
16 소매 넣기. +2 24.09.02 661 17 13쪽
15 좋은 인연. +1 24.09.01 688 20 13쪽
14 싸고 좋은 물건 24.08.31 752 23 12쪽
13 나 삐졌어. 24.08.30 774 22 13쪽
12 카운트 다운 24.08.29 802 24 13쪽
11 은호 미워. 24.08.28 845 23 12쪽
10 구지황 +1 24.08.27 872 20 13쪽
9 남남으로 만나서 +1 24.08.26 918 24 13쪽
8 성투 +1 24.08.25 948 28 13쪽
7 다이어트 약 +3 24.08.24 991 26 13쪽
6 그런 거 없다. +3 24.08.23 1,045 26 13쪽
5 난 괜찮아. +3 24.08.22 1,096 25 13쪽
4 땡 잡았다. +3 24.08.21 1,175 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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