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산삼을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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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몰아
작품등록일 :
2024.08.0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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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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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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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게 맞나?

DUMMY

“찝찝해? 사기 친 거 같고 그래?”

“예? 아뇨. 그건 아닌데···.”

“심대리야. 니가 이 기계 안 샀으모 야는 조만간 고철 신세였다. 니 덕분에 기계도 수명 늘리고 좋은 거제.”

“그래도요. 새 기계가 1억인데···.”

“아따. 그래 신경쓰이모 다시 가져다주던가. 니 진짜 그래가지고 장사 워찌 할래?”


나도 안다.

내 마인드가 장사에 맞지 않는다는 걸.

그래서 회사에 다닐 때도 다른 모든 업무는 모두 다 잘 소화해냈지만, 구매와 영업 업무는 그렇지 못했다.


“죄송해요.. 저도 안 그러고 싶은데..”

“으휴. 문디야-. 문디야-. 니 이거 설치는 제대로 할 수 있겠나?”

“위치만 잡아주시면 수도관이랑 전기배선 따서 이래저래 해보면 될 것 같아요.”

“치아라! 일당 15만원인데, 고마 써라. 다른 놈들은 30만원 50만원도 받는다.”


뭘 써라는 말씀이신 줄은 모르겠지만, 어디론가 문자를 보내시는 것 같긴 했다.

그렇게 추출 탱크 2대와 여기에 딸린 충진기 4대씩을 가지고 우리 건강원에 도착하니, 지게차 한 대가 먼저 와 있었다.


“어-. 왔나.”

“행님! 이래오모 저 기름값도 안 나와요.”

“놀면 뭐 할 기고. 겸사겸사 바람이나 쐬고 하면 좋지.”

“술 사주시는 겁니까?”

“그래-. 내가 사께. 퍼뜩 일이나 해라.”


장비와 그 장비를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이 있으니, 순식간에 일이 끝났다.

심지어 공무 생활을 하셨는지, 배관부터 해서 배선까지 깔끔하게 정리를 해주시더라.

정말이지 채 30분은 지났을까.


“자. 됐제?”

“예. 사장님. 감사합니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충진기는 그 정밀도가 높아서 중간중간에 확인을 안 해도 되긴 한다. 

하지만 새로 온 기계들은 뭔가 멀쩡할 것 같기는 해도 관리가 안 된 느낌이 강한 탓에 돌려봐야 알 수 있을 듯했다.

어쨌거나 ㄷ자 형태로 약 달이는 탱크와 충진기를 설치했다.


“오-.”

“열심히 하거래이. 필요한 거 있으면 또 말하고,”


보민 사장님께서도 보시기 좋으셨는지, 값도 지불하지 않은 지게차 사장님을 모시고 후다닥 어디론가 사라지셨다.

그나저나 진짜 괜찮은 기계는 맞을까.

잘 되기만 한다면 내가 노력하기에 따라서 한 번에 제품 1,200개를 생산할 수 있다.

그러면 빠듯하게 2일이면 3,600개를 만들 수 있고.


‘해보자.’


모든 일은 해봐야만 그 결과를 알 수 있다.

내 한 몸이 부서진다 한들 이렇게 한 번에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흔하지 않다.

물론, 내가 꿈꾸는 자영업은 편하게 인생을 즐기면서 돈도 월급쟁이 시절보다 많이 버는 거지만.

빠르게 깨달았다.

꿈이 너무 컸다는 것을.


***


“이쪽입니다.”


삼일 밤을 새워가며 만든 제품들을 택배차가 들어오는 데로 순차적으로 내보냈다.

택배사 쪽에 미리 물량이 많다고 말하니, 택배 차가 하루에 다섯 번이나 들어왔다.

심지어 짐칸을 텅텅 비운 채로.

당장에는 근처 사장님께 빠레트 하나와 지게차를 빌려서 택배차에 상차시켰는데.

아무래도 지게차를 빌려주신 사장님도 나한테 지게차를 팔아먹을 요량인 듯했다.


‘다됬나.’


그나저나 정말이지 며칠 밤을 새운 보람 있게, 시간을 잘 맞췄다.

마지막 택배차가 우리 물건을 실어 가는 그 순간까지, 내가 좀 더 빨랐다.


―풀썩.


사람이 긴장하면 몸이 피로한 줄 잘 모른다.

하지만 긴장된 일이 끝나면 그 피로가 한 번에 몰려온다.

그런 탓에 나는 마지막 택배차가 떠나가는 것까지만 기억이 난다.


***


“오빠. 괜찮아?”

“어? 어. 어. 난 괜찮지. 어. 괜찮아.”


확실히 기계 한 세트를 돌리다가 세 세트를 돌리니, 미치도록 힘이 들었다.

한 세트를 볼 때는 충진을 하면서 청소도 하고 사업 구상도 하면서 따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세 세트를 돌리자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정말이지 새로 들어온 기계들은 번갈아 가며 파우치가 끼여서 작동을 멈추는 건 보통이고, 심지어 충진 되는 과정 중에 뭔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액상이 그대로 쏟아지기도 했다.


‘하- 씨.’


하나가 터지면 그 하나로 끝나는 게 또 아니었다.

소쿠리에 담긴 다른 파우치에 액상을 흩뿌렸기에 겉면에 액상이 묻은 파우치를 일일이 닦거나 씻어 가며 작업을 진행했다.


‘사람 꼭 뽑는다.’


연봉을 얼마나 줘야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와이프가 알아서 할 테니까. 나는 그저 사람만 뽑아 달라할 거다.

그렇게 무박 3일 동안 제품 3,000개를 만들어냈다.

이건 정말이지 내가 생각해도 인간 승리다.


“고생했어!”

“다인이. 다인이는?”

“놀이방에.”

“다인아!”

“아빠! 아빠 왜 이렇게 늦게 와쏘? 다인이가 기다렸어.”

“미안. 일 하다 보니까 조금 늦어져서.”

“아빠. 다인이가 아빠 많이 사랑해. 다치지 말고 조심해야 해!”


거의 3일 만에 집에 들어와서 딸을 보자니 슬쩍 눈물이 맺혔다.

내가 진짜 내 딸의 슬픈 표정을 보려고 육아휴직을 가장한 건강원 운영을 시작한 게 아닌데.

뭔가가 잘못됐다.

구인이 반드시 필요했고, 보민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사장님, 혹시 주변에 액상 잘하시는 분 없으세요?”

“내가 잘하지.”

“아-. 그럼 생각하시는 급여는 어떻게 되세요?”

“글쎄. 암만 못 해도 월 천은 받아야지 않겠나.”

“하하. 사장도 그렇게 못 가져가는데요?”

“그럼? 얼마 줄 건데?”

“시급 13,000원 쳐 드릴게요.”

“오-, 괜찮네. 알겠다. 내 할만한 놈 있는지 알아보께.”


일단 정규직 직원으로는 조팀장님이 있고, 박스를 만들어 주시는 성남이 행님은 제작되는 박스 수량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기로 했다.

택배 일을 도와주는 준영이 행님은 자기 농사가 있는 탓에 일당 8만원에 자기가 할 만큼 일한 후에 집에 가고.

하지만, 정작 생산 일을 함께할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냥. 내가 다 할까.’


사실 어찌어찌 내가 다 해나가면 또 되긴 한다.

건강식품의 유행은 빠르게 지나간다.

정원이 밀고 있는 숙지황 다이어트 이슈가 꺼지면 우리도 사실 어떻게 될지 모른다.

물론, 이미 팔려나간 게 있어서 효능 효과를 경험한 소비자들의 추가 구매가 있긴 할 테지만.


“아빠! 아빠! 여기가 아파? 이러캐하면 괜찮아! 다이니가 주사 꾹 했어!”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소파에서 잠이 든 모양이었다.

다인이가 장난감 주사기로 내 잠을 깨워줬다.


“오빠. 무슨 건강원 원장이 이렇게 툭하면 쓰러지면 어떡해? 숙지황이고 자시고 홍삼부터 달여 먹자.”

“홍삼. 홍삼 좋지.”


장담하건대 시중에 나와 있는 그 어떤 홍삼보다도 내가 만든 게 몸에 더 좋을 거다.

다만, 홍삼 제품이야 6년근은 정관장이 꽉 쥐고 있고, 4년근 라인은 양지 홍삼이 꽉 쥐고 있어서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 판매는 무리가 있다.

그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보민 사장님 소개로 연락드렸습니다. 정원길이라 합니다.”

“안녕하세요! 액상 생산으로 연락해주신 거 맞으신 거죠?”

“네-. 맞습니다.”

“그럼 내일 저희 건강원으로 방문해주시겠어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목소리만 들어보자면 분명 나보다 연배가 높을 것 같았다.

물론 그런 만큼 노하우도 깊으시겠지만, 아무래도 나보다 나이 많은 분을 내 밑에 두고 일한다는 게 딱히 편하지는 않다.


“누구야?”

“혼자서 생산하는 데 무리가 있어서. 사람 한 명 뽑으려고. 보민 사장님 소개로 연락주셨데.”

“이보세요 심부장님. 사장 결제도 없이 구인을 한다고요?”

“죄송합니다. 사장님, 그럼 뭘로 결제하면 될까요?”

“이미 주문해놨으니 도착하면 결제하고 오도록 하세요.”

“크크. 뭐 시켰어? 술은?”

“온 족발에 보쌈. 우리 오빠 고생했는데 고기라도 먹일까 싶어서.”


나는 온 족발보다 꼬들꼬들하게 식힌 족발이 좋다.

따뜻한 족발은 뭔가 그 껍질 부분이 흐물흐물해서 좀 별로.

하지만 시켜준 게 어디랴.

물론 결제는 내가 하지만.


“근데 오빠. 지금 부지 괜찮아?”

“부지?”

“기계 들어온 거 보니까 작업장이 너무 좁아 보여서. 창고도 그렇고. 손님들 길가에 주차하는 것도 마음에 걸리고.”

“좀 좁긴 한데, 그래도 아직은 괜찮아.”

“우리 건강원 앞쪽으로 해서 전부 다 빈집인 건 알지? 우리가 다 살까? 

“에이-. 어디서부터?”

“큰길로 합류하는 지점부터 해서 쭈욱.”

“에바야. 평수로만 해도 어마어마하잖아.

“한 7천평? 된다더라고? 근데 여기가 아무래도 교통이 안 좋기도 하고 용도 변경하기가 까다로운가 봐. 평당 100만원이면 된데!”


보자 보자. 

평단 100만원에 7천평이라.


“70억???”


지금 하양 읍내의 평균 땅값은 300만원 정도다.

이에 비해 1/3 가격 밖에 안되긴 하지만, 말도 안 되는 금액이다.


“우리 마진율이 괜찮아. 노무비를 빼긴 했지만,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65%는 나와.”

“어? 괜찮네?”


약재 소분 판매는 기본적으로 마진율 50%를 가지고 간다.

원물을 10,000원에 사 왔다 치면 이래저래 소분해서 최소 20,000원으로 파는 시장이다.

물론 요즘은 업체들도 많이 생기고 해서 이 50%가 무너진 제품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켜지고 있고 그로 인해 우리 회사 사장은 외제차를 몰고 골프나 치러 다닐 수 있다.

다른 업종에서 보면 말도 안 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이다.


“최근에 대량으로 팔린 거 하면 얼마나 남은 거야?”

“1억 조금 더 넘어.”

“···. 진짜?”

“진짜.”


건강원을 차린 지 고작 1달이 다 돼가기도 했고, 정규직원 1명에 외주인력이 2명이다.

거기에 나랑 와이프를 포함하면 다섯명인데.

다섯명이 월 순 매출 1억을 달성했다.


“아직 좀 먼 이야기일 수는 있지만, 이대로 자본이 쌓이면 이 일대를 싹 매입해서 규모를 늘리는 거지.”

“좋은데. 어후. 70억을 언제 다 모으냐?”

“당장은 아니고. 천천히.”


그나저나 현금 70억이라니.

만약 내 통장에 70억이 꼽혀 있으면 나는 아마 평생 놀고먹었을 것 같다.

말이 70억이지 이자 같은 거 다 무시해도 1년에 1억씩 써도 70년은 쓸 수 있는 돈이다.

1년에 1억이면 1달에 거의 1천만원이고 하루로 치면 거의 30만원씩 꼬박꼬박 써도 최소 70년은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생각해보자.”


어쨌든 꿈같은 이야기는 묻어두고.

큰 주문 건이 연달아 터진 탓에 노이로제가 걸려서 미리미리 제품을 만들기 위해 다음 날도 바쁘게 움직였다.


“심부장님, 손님 오셨습니다.”


아무래도 생산시설 안에는 위생 문제 때문에 휴대폰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보니, 외부에서 나에게 소식을 전할 방법은 스피커밖에 없다.

그 탓에 오늘도 스피커가 우렁차게 울려서 사무실로 갔는데-.


“안녕하세요. 어제 전화드린 정원길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앉으세요. 커피는 드셨어요? 잠시만요.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사장님께서는 굉장히 젊어 보이시네요. 20대 이신 거죠?”

“어휴. 무슨 말씀이세요. 애가 벌써 다섯살인데요. 정원길 부장님이야말로 정말 젊어 보이세요!”


순간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까 싶었지만, 정원길 부장님이 가지고 오신 이력서를 빠르게 훑어보고 최근의 직책으로 불러드렸다.


“하하. 일단 시설 좀 볼 수 있을까요?”

“예! 물론이죠. 안 그래도 지금 약 달이고 있어서 딱 좋은 시간에 오셨어요.”

“위생복 여분은 있나요?”

“따라오시죠.”


그렇게 사무실과 생산실 사이에 있는 작은 탈의 공간에서 나는 내 위생복을 입고 정원길 부장님은 여분으로 빨아놓은 위생복을 입고 생산실로 들어왔다.

나랑 체격이 비슷해서 다행이구만.


“탱크가 3대네요.”

“네. 최근에 생산량 때문에 2대 더 들여놨어요. 여기서부터 1,2,3번이라 봐주시면 되는데, 솔직히 1번은 문제가 없어요. 근데 아직 2번하고 3번은 파우치가 씹히기도 하고 담아지는 용량이 달라지기도 하고. 어후-. 쨌든 그렇습니다.”

“그럼, 이걸 저 혼자서 다 운영하면 되는 건가요?”

“···. 조금 많죠?”

“에이. 혼자서 열대도 돌릴 수 있습니다.”


능력자가 들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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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젊음. NEW +1 4시간 전 90 7 13쪽
32 나쁜 짓. +3 24.09.18 225 9 13쪽
31 봄. +2 24.09.17 279 10 12쪽
30 기레기. +3 24.09.16 311 12 13쪽
29 새로운 시작. +1 24.09.15 337 14 13쪽
28 사고 수습 +2 24.09.14 376 9 13쪽
27 전문가 위에 전문가. 24.09.13 409 15 13쪽
26 선수는 선수를 알아 본다. +1 24.09.12 442 15 13쪽
25 다다익선. +1 24.09.11 468 14 13쪽
24 부자 +1 24.09.10 513 17 13쪽
» 이게 맞나? +1 24.09.09 523 18 12쪽
22 전화위복. +2 24.09.08 545 20 13쪽
21 말이 씨가 된다. +1 24.09.07 535 22 13쪽
20 내 사랑. +1 24.09.06 530 20 13쪽
19 불시 점검 +3 24.09.05 525 20 13쪽
18 할 수 있다. +1 24.09.04 533 18 13쪽
17 이심전심. 24.09.03 578 19 13쪽
16 소매 넣기. +2 24.09.02 661 17 13쪽
15 좋은 인연. +1 24.09.01 687 20 13쪽
14 싸고 좋은 물건 24.08.31 752 23 12쪽
13 나 삐졌어. 24.08.30 774 22 13쪽
12 카운트 다운 24.08.29 802 24 13쪽
11 은호 미워. 24.08.28 844 23 12쪽
10 구지황 +1 24.08.27 872 20 13쪽
9 남남으로 만나서 +1 24.08.26 918 24 13쪽
8 성투 +1 24.08.25 948 28 13쪽
7 다이어트 약 +3 24.08.24 991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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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난 괜찮아. +3 24.08.22 1,096 25 13쪽
4 땡 잡았다. +3 24.08.21 1,175 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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