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산삼을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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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몰아
작품등록일 :
2024.08.0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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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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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전문가 위에 전문가.

DUMMY

“본부장님, 사람 한 명만 충원해줘요.”


소매보다 도매 쪽 물량이 미친 듯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가장 먼저 면담을 요청한 사람은 택배 맡아서 해주고 있던 준영이 행님이셨다.


“요즘 물량이 너무 많으시죠?”

“물량도 물량이고, 나야 뭐 늦게까지 해도 되는데 이게 미리미리 준비를 해놔도 시간 안에 다 쳐낼 수가 없어서.”

“남자분으로 뽑아드리면 되죠?”

“남자가 좋기는 한데, 여성분도 괜찮고.”


택배 포장일이라는 게 쿠팡 상하차처럼 힘쓰는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우리는 액상만 판매하고 있기에 기본적으로 무게가 있긴 하지만, 박스에 테이프를 붙인다거나 적재 박스를 정리한다거나 힘은 크게 안 들어도 손이 많이 가는 일이 있다.


‘이참에 기계도 하나 들일까.’


기계를 들인다 해도 사람 손이 안 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단순 반복 작업은 기계가 있으면 편하다.

물론 기계를 잘 사야겠지만.


“한 번 알아볼게요.”


일단 민원 1건을 접수하고 재고 확인하고 있는데-.


“본부장님, 이거 내가 대충 수리해서 쓰긴 했는데 보일러랑 탱크 때문에 사람 한 번 불러야겠는데?”

“보일러가 잘 안 돼요?”

“타이머도 잘 안 되고, 내가 잠깐잠깐 나와서 보고 있기는 한데 보일러가 한 번씩 꺼지더라고.”

"언제부터요? 품질은 괜찮았잖아요.“

“근래부터 그렇긴 한데, 자주 있는 일은 아니라서 내가 폰으로 확인해서 새벽에도 나오고 했지.”


나한테까지 말씀하실 정도면 자기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건데.

만약 보일러가 꺼진 채 시간이 오래 지나버리면 액상 품질에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브릭스도 그렇고 고형분도 그렇고 아무래도 불이 없으면 달여지는 게 아니라 우려지는 거니까.


“제가 좀 알아볼게요. 탱크는요?”

“탱크는 펜이 가끔 안 도는 것 같더라고. 충진기로 옮길 때 수동으로 교반하기는 하는데.”


기계는 솔직하다.

고장이 나면 딱 그만큼 불량을 생산해낸다.


“알아보겠습니다.”


그렇기에 저런 말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 바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기계 수리를 미루면 간단한 수리로 막을 거를 새제품 구매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무조건 온다.


‘너무 무리하게 돌렸나.’


근래에 생산을 많이 하긴 했다.

저 기계들도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부지런히 작동해본 적이 없을 게 분명하다.


“본부장님. 기계. 고쳐야 해요.”


아니 진짜 오늘 무슨 다들 짜고서 고장이 나는 날인 걸까.

박스 만드는 기계도 고장이 났다는 전화가 왔다.


“가볼게요.”


일이 너무 많이 쌓여서 머리가 멍해졌다.

다들 자신들이 맡고 있는 분야의 전문가들이라서 작은 고장 정도는 고쳐가며 쓰신다.

물론 정석으로 하자면 각각의 기계 업체에 전화해서 AS를 부르는 게 맞다.

하지만 언제 올 줄 알고.

이럴 때 공무 팀장님이 계셔주시면 좋은데-. 싶어서 회사 공무 팀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팀장님! 잘 지내시죠?”

“어-. 심대리야. 장사는 잘되나?”

“엄청 잘 되죠. 기계 멈출 시간이 없어요.”

“좋네. 그래. 뭐가 고장났노?”

“하하. 그. 보일러랑. 탱크랑. 인쇄기계요.”

“뭐가 그리 많은데.”

“그러게요. 하나가 고장 나니까 다른 것도 같이 말썽이에요.”

“보자. 내 이따가 함 가보께.”

“회사에 계시는 거 아니세요? 와 주실 수 있으세요?”

“에이. 니 나가고 연에 나도 그만 둬따. 심대리 니 없으니까 재미도 없고.”


내 일이 바쁜 탓에 회사 일에 신경을 거의 못쓰다 보니 이렇게 그만두신 줄도 몰랐다.


“잘하셨어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이다. 어쨌든 점심 먹고 함 가보께”


그나저나 아무리 내 사업을 한다 해도 서류상으로는 회사에 적을 두고 있는 탓에 마음이 쓰였다.


“본부장님, 잘 지내시죠?”

“심대리님! 왜 이제야 전화주셨어요! 전화도 안 받으시고!”

“에이-. 전화 안 했잖아요. 부재중 없던데.”

“차단하신 거 아니에요? 내가 전화를 몇 통이나 했는데.”

“에이-. 회사에는 별일 없어요?”

“별일 많죠. 공무 팀장님도 그만두시고 공장장님도 이달 말까지만 하실거라 하시고.. 으휴-.”

“안 그래도 공무 팀장님께 전화드리니까 그만두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니까요. 회사 한 번 오세요. 할 말이 많아요.”

“무슨 일 시키려고?”

“뭐부터 해주실 건데요?”


회사 조직이라는 게 직원 하나 그만둬도 돌아는 간다.

그게 안 되면 제대로 된 조직이라 부르기 힘들지.


“그래도 목소리는 좋네요.”

“좋기는요. 얼마 전에 급성 후두염 와가지고 응급실 가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고생이 많으십니다. 그럼 목소리 들었으니까 끊을게요. 잘 지내시고-.”

“아니. 진짜. 진짜로. 오셔요. 점심 같이 먹어요.”

“구내식당에서?”

“무슨 소리예요. 제가 시원한 동태탕 쏠게요!”


아. 동태탕은 좀 땡긴다.


“시간 맞춰 갈게요. 경이네 동태탕 맞죠”

“네! 이따가 봬요!”


어차피 공무 팀장님께서도 점심 드시고 오신다 했으니까-.

괜찮겠지.


***


“대리님, 우리 회사 망할 것 같아요.”

“에이-. 대표님 돈 많잖아요. 요즘도 잘 되는 거 같더만.”

“잘 되기는요. 대리님도 아시잖아요. 대표님 예전부터 반찬가게 하고 싶다고 하신 거.”

“그거야 회사 일 우리한테 다 맡겨놓고 자기는 편하게 유유자적하고 싶다는 거였잖아.”

“이번에는 진짜로 하시려는 것 같더라고요. 회사 팔고.”

“에헤이. 우리 회사 원물만 해도 돈이 얼만데 그걸로 반찬가게를 한다고.”

“진짜로. 진짜. 우리 회사 팔아서 저쪽에 잘사는 동네 상가건물 사가지고 1층에서 반찬가게하고 위에는 임대 줄 거래요.”

“그냥 하는 소리시겠죠.”

“나 촉 좋은 거 알죠? 조만간이라니까.”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러려고.


“대리님 퇴사하시고 현장 완전 엉망 됐잖아요. 대리님 탓이라는 건 아니지만 급한 대로 생산 계획은 잡았는데 원료 준비 안 돼서 생산 못하는 건 비일비재하고 그래도 급하면 대충 있는 거만 넣어서 만든 것도 많아요. 제환은 또 어후-. 입사하는 사람은 없는데 나가는 사람만 있어서 승철씨한테 이것저것 부탁드렸거든요? 그러니까 제환은 또 제환대로 안돼서 미배송. 아 참! 라벨 인쇄기는 대리님 나가시고 완전히 멈췄어요. 아무도 작동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퇴사 아니고. 육아휴직입니다.”

“또 뭐 있더라. 왜 한 번씩 서서 타는 지게차 시동 꺼졌잖아요? 이번에 내리막길에서 시동꺼지는 바람에 사람 크게 다칠 뻔했어요. 근데 이거 또 고쳐 달라고 연락할 사람이 없네?”

“재무팀장님도 있고, 정아씨도 있잖아요. 본부장님이야. 정신없다고 해도.”

“정아씨 퇴사. 남편이 그렇게 야근 많이 하고 할 거면 그만두라 했데요. 며칠 안 됐어요. 재무팀장님이야 늘 말만 번지르르하시지 손을 움직이시는 분은 아니니까.”

“사무실에 새로 들어온 사람은 없어요?”

“품질팀에 김대리님이라고 들어오셨는데, 아직 일주일도 안 됐어요. 그리고 애초에 품질로 들어왔는데 우리 일 넘겨드리기도 좀 그렇고요.”


어찌 됐든 속 시끄러운 상황은 맞는 듯했다.

그렇다고 정에 이끌려 회사 일을 봐주기에는 내 일이 바쁘다.


“그래서 말인데요. 대리님 건강원에 액상 탱크 있다면서요? 저희 액상만 좀 임가공 부탁드려도 될까요?”


어쩐지 서론이 길더라.


“저희 지금 매일매일 생산 풀 가동이에요. 임가공 해주고 싶어도 안 돼요.”

“탱크 빌려드릴게요. 임가공비는 한 박스당 1만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만약 탱크 구매까지 원하시면 이걸로 상계해서 제품 3,000개 만들어 주시면 액상 탱크 세트 다 드리는 걸로.”

“액상 장비값으로 3천만원을 받으시겠다?”

“에이. 이 정도면 거저예요.”

“우리한테 팔면 다음에는 어쩌려고요?”

“계속 임가공 부탁드려야죠. 어쩌겠어요. 사람은 안 구해지지, 제품은 만들어야지. 저도 죽겠어요 진짜.”


문 닫은 건강원에서 돈을 받고 탱크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면 솔깃한 제안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회사의 기계 상태는 나도 잘 안다.

이 돈 주고는 절대 아니다.


“생각해볼게요.”

“감사해요! 식사하시고 회사 한 번 들렀다 가세요. 대리님 보고 싶어 하는 분들 엄청 많아요. 나는 무슨 팬클럽 있는 줄 알았다니까?”


그래-.

그동안 너무 무심했던 게 괜히 미안스럽기도 해서 아이스크림을 인원수에 맞게 사서 오래간만에 회사에 들렀다.


“대리님!”

“조장님! 잘 지내셨어요? 여기. 아이스크림 좀 드세요.”

“나중에 쉬는 시간에 먹을게요. 사장님이 다 지켜보고 계시는 거 알면서.”


맞다.

우리 사장은 다른 건 몰라도 CCTV 하나는 기가 막히게 열심히 보는 사람이다.

물론 이걸 근거로 직원한테 뭐라고 하면 불법이기에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반드시 한 소리 한다.


“예! 일은 좀 어떠세요? 힘드시죠?”

“대리님 나가고 일이 안 돼요. 일이. 지금 사람들 나가려고 줄 섰다니까.”

“죄송해요.”

“에헤이. 죄송은 무슨요. 그냥 그렇다는 거지. 하시는 일은 잘 되시고?”

“제가 꼭 성공해서 조장님하고 다른 분들 다 모셔갈게요!”

“약속하신 거예요. 저 기다려요. 진짜.”


마음 같아서는 못 할 일이 어딨으랴.

근데 진짜 포장 쪽 여사님 두세 명만 계셔도 생산 부장님의 일이 확연히 줄어들 테고, 그만큼 생산량이 늘어날 텐데.

그렇게 회사 사람들과 오래간만에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 왔다.


“오빠. 김진우 공무팀장님 오셨어.”

“아. 금방 갈게.”


이제는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본부장님, 가볼게요.”

“오신 김에 엑셀 하나만 봐주세요.”

“나 진짜 거짓말 아니고 선약이 있어서요. 엑셀은 보내놓으면 내가 저녁에라도 보고 고쳐주든지 할게요.”

“택배실 엑셀인데?”

“아. 그건 여기서 봐야 하는데.. 일단 백업본 쓰고 안 되면···. 후. 화이팅! 가볼게요!”

“아! 대리님!”


한 번 붙잡히면 오늘 하루가 여기서 끝날 게 분명하다.

마음을 굳게 먹고 회사를 나서서 우리 건강원에 도착하니, 공무 팀장님께서 이미 장비 점검을 하고 계셨다.


“어- 왔나. 이거 뭐 전부 다 큰 고장은 아니고 부품 몇 개 교체하고 하면 될 것 긋다. 내 나중에 문자로 구매해야 될 거 보내주께. 그것만 사라.”

“감사합니다!”

“대따. 부품 오면 내 한 번 더 오든지.”

“벌써 가시게요? 인쇄 기계도 봐주세요-.”

“맞네. 가자.”


그렇게 공무 팀장님을 모시고 인쇄소로 향하는 길.


“팀장님, 저 근데 택배실에서 쓸 기계 들이는 데는 얼마나 들어요?”

“글쎄. 스펙에 따라서 천차만별이지. 와? 기계 넣을라고? 근데 아까 보니까 기계 들어갈 공간은 안 나오던데?”

“그것도 걱정이에요. 물량은 많아졌는데 공간도 협소하고 사람 손은 많이 가는데 그렇다고 무작정 사람만 많이 뽑을 일도 아닌 것 같고 그래서요.”

“일단 택배실은 건물을 따로 두는 게 맞다. 창고도 그렇고. 느그도 나름 신경은 쓴 것 같더만. 니 저온 창고에 결로 생겨서 물 새는 건 아나?”

“안 그래도 급한 대로 실리콘 쏘고 있는데 잘 안 잡히더라고요.”

“제습기 사고. 문에서 습 안들어가도록 고무바킹이랑 손봐야 한다. 그카고 충진기는 왜 그리 낮게 해서 쓰는데? 작업자 허리 아프게.”

“하나는 원래 있던데로고 두 개는 사 올 때부터 그 높이여서요.”

“하이튼가 뭐 내 생각은 그렇다. 심대리 니가 알아서 잘하겠지.”


무슨 일이든지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리고 생산에 기계를 사용하는 제대로 된 조직에는 반드시 공무 팀이 있다.


“팀장님, 혹시 여행이라던가 무슨 계획 있으세요?”

“글쎄. 태국에나 한 일주일 다녀올까 싶기도 하고. 내 젊을 때 태국에서 근무했었잖아. 오래간만에 다시 가보까 싶다.”


공무 팀장님의 주요 레퍼토리다.

우리 공무 팀장님 또한 중견기업에서 공무과장까지 달았고, 그 기업이 태국에 지사를 만들 때 차출되어서 몇 년 동안 태국에서 근무하셨던 분이시다.

그러다가 자기 사업하신다고 나와서 몇 년간 고생만 하시고 시골에서 부모님 농사일 좀 돕다가 우리 회사에 들어오셨다.


“그러면요. 여행 다녀오시고 나서, 저희 회사 좀 봐주세요. 제가 스카우트할게요!”

“대따. 나도 이제 좀 쉬자. 아들놈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모 이제 된 거 아이가.”

“태국 여행 비용! 제가 다 책임지겠습니다! 가신 김에 넉넉히 즐기다 오세요!”

“···. 진짜가? 내 손 큰 거 알제?”

“다녀오셔서 영수증만 주세요! 전부 다 경비 처리해드릴게요!”


일단 큰소리는 쳤다.

근데, 마음만 받는다고 해주시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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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젊음. NEW +1 4시간 전 90 7 13쪽
32 나쁜 짓. +3 24.09.18 225 9 13쪽
31 봄. +2 24.09.17 279 10 12쪽
30 기레기. +3 24.09.16 311 12 13쪽
29 새로운 시작. +1 24.09.15 337 14 13쪽
28 사고 수습 +2 24.09.14 376 9 13쪽
» 전문가 위에 전문가. 24.09.13 409 15 13쪽
26 선수는 선수를 알아 본다. +1 24.09.12 442 15 13쪽
25 다다익선. +1 24.09.11 468 14 13쪽
24 부자 +1 24.09.10 513 17 13쪽
23 이게 맞나? +1 24.09.09 522 18 12쪽
22 전화위복. +2 24.09.08 545 20 13쪽
21 말이 씨가 된다. +1 24.09.07 535 22 13쪽
20 내 사랑. +1 24.09.06 530 20 13쪽
19 불시 점검 +3 24.09.05 525 20 13쪽
18 할 수 있다. +1 24.09.04 533 18 13쪽
17 이심전심. 24.09.03 578 19 13쪽
16 소매 넣기. +2 24.09.02 661 17 13쪽
15 좋은 인연. +1 24.09.01 687 20 13쪽
14 싸고 좋은 물건 24.08.31 752 23 12쪽
13 나 삐졌어. 24.08.30 774 22 13쪽
12 카운트 다운 24.08.29 802 24 13쪽
11 은호 미워. 24.08.28 844 23 12쪽
10 구지황 +1 24.08.27 872 20 13쪽
9 남남으로 만나서 +1 24.08.26 918 24 13쪽
8 성투 +1 24.08.25 948 28 13쪽
7 다이어트 약 +3 24.08.24 991 26 13쪽
6 그런 거 없다. +3 24.08.23 1,045 26 13쪽
5 난 괜찮아. +3 24.08.22 1,096 25 13쪽
4 땡 잡았다. +3 24.08.21 1,175 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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