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산삼을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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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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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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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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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사고 수습

DUMMY

공무 팀장님께서 태국으로 여행을 떠나셨다.

그리고, 비행기 티켓 영수증부터해서 어디선가 무언가를 결제하실 때마다 외국어가 적힌 영수증을 찍어서 보내셨다.


“여보. 태국 여행 보름 쯤 다녀오면 얼마나 들어?”

“글쎄? 왜? 태국 가려고? 흠-. 나는 태국보다 일본. 우리 둘이 유후인이랑 쿠로카와랑 그런데 있잖아. 온천 마을. 온천 마을 투어도 좋아. 한 곳에서 한 3일 정도씩 머물면서 힐링하는거지.”


그냥 네이버 지식인에 물어볼 걸 괜히 와이프한테 말을 걸었다.


“다인아. 일본이 좋아 태국이 좋아?”

“이본? 타구?”

“일본은 맛있는 것도 엄청 많고 엄청 큰 놀이터도 있어! 근데 태국은 재미없어. 어디가 좋아?”

“놀이터! 놀이터 죠아요! 엄마 나 놀이터 가고 싶어요오-.”

“아빠한테 말해봐. 나 엄청 큰 놀이터가 있는 일본에 가고 싶다고. 아주 아주 길게.”

“음-, 아빠. 나아-. 가고 싶어요.”

“그래- 우리 다인이 어디 가고 싶어?”

“놀이터!”

“그럼 아빠랑 놀이터 갔다 올까?”

“야호! 신난다! 히히. 아빠 쵝오!”


아직 우리 딸은 고작 다섯살이다.

다섯살짜리가 그렇게 긴 문장을 따라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다니.


“같이 갈래?”

“안 가. 일본가는 비행기표랑 알아볼거야.”

“근데 엄청 큰 놀이터는 뭐야?”

“디즈니랜드. 유니버셜 스튜디오.”

“저기요. 온천 마을 관광이라 하지 않으셨어요?”

“아 몰라! 어차피 안 갈거잖아!”

“갔다 올게.”


눈치도 빠르면서 왜 괜히 혼자서 일본 여행 이야기를 꺼내고 혼자서 삐치는 걸까.


“은호다! 은호야!”


그렇게 다인이만 데리고 나와서 아파트 놀이터로 나갔는데, 은호가 먼저 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다인이는 좋겠어요. 아빠가 이렇게 놀이터도 데리고 와주고.”

“하하. 아니예요. 어후 저는 진짜 은호만 보면 우리 딸보다 더 예쁘게 생겨서 데려다 키우고 싶고 그렇다니까요.”

“에이. 아들이 예쁘장한 게 무슨 자랑인가요. 저 나이에는 다인이처럼 씩씩한게 최고죠!”


내가 너무 프로 불편러인걸까.

그 집 아들이 예쁘게 생겼다고 칭찬해줬으면 우리 딸이 더 예쁘다는 말이 돌아와야 하는거 아냐?


“그. 그렇죠! 저희 다인이가 씩씩하긴 하죠.”

“아참! 안 그래도 저희집 아저씨.. 아. 아니예요. 다인이 아버님은 술 좋아하세요?”

“좋아는 하는데, 요즘 피곤해서 잘 안마시게 되더라고요.”

“그러시구나. 조만간 저희집 아저씨 내려 올 것 같아서요. 저희 집, 괜찮으시죠?”

“아후. 형님 내려오시면 저희 집에서 모셔야죠. 형수님 힘드시잖아요.”

“아뇨. 저는 저희 집이 편해서요.”


나도 그렇다.

남의 집보다 자기 집이 안 편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하. 토요일에 내려오시는 거예요? 그럼 일요일에?”

“애기아빠한테 한 번 물어볼게요. 이번에는. 좀. 영 내려오는 거라서요.”


은호네는 다른 건 다 좋은데 말을 좀 시원하게 안하는 습관들이 있다.

꼭 스무고개 넘듯이 물어봐야 궁금한 내용을 알 수 있다.


“영- 내려 오신다고요?”

“아! 죄송해요. 자세한건 애기아빠가 말해주지 싶어요.”


아오.

궁금해한 내 잘 못이다.


“언니!”

“어머! 지은씨!”


우리 집에서는 아이들 놀이터가 잘 안 보인다.

부엌 쪽 창문으로 해서 옆으로 보면 보이는 자리인데, 은호네는 거실 베란다 창문 밖으로 놀이터가 바로 보이는 구조다.

육아하는 입장에서는 놀이터가 잘 안보이는 쪽이 최고다.


“오빠. 애 물이라도 좀 챙겨가지.”

“아니, 금방 들어갈 건데 무슨 물을···.”

“으휴. 내가 꼭 이렇게 나오게 한다 나오게 해. 언니, 은호 데리고 나오면 톡하지 그랬어요. 나도 나왔을 텐데.”

“나야 뭐, 맨날 나오니까. 괜히 지은씨 쉬는 데 부르기도 미안하고 해서요.”

“뭐가 미안해요. 나는 언니랑 이렇게 해지고나서도 데이트 하는 기분 들어서 좋은데.”

“고마워요. 안 그래도 다인이 오니까 둘이서 놀아서 좋아요. 오기 전까지만 해도 같이 시소타랴 그네 밀어주랴 바빴거든요. 이래서 공동육아가 엄마한테든 아이한테든 좋은 것 같아요.”

“오빠. 들었지? 육아교육과를 전공하시고 다년간 어린이집 선생님을 역임하신 전문가의 말씀이셔.”


아니 내가 뭐라 그랬나?

나는 애초부터 핵가족화 자체가 잘 못 됐다는 주의다.

어디 아프리카의 격언이라 했나?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어쨌거나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 핵가족이라는 가족 형태가 들어오면서 아빠도 힘들어지고 엄마도 힘들어졌다.

그러다보니 출산율 저하로 이어진거고.


“맞습니다. 저도 공동육아는 좋은 것 같아요. 안 그래도 형수님이랑 저희 와이프랑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아서 너무 좋더라고요. 와이프가 형수님께 배우는 것도 많은 것 같고.”

“진짜요? 지은씨가요?”

“아무래도 그러면 안되긴 하는데, 애 키우다보면 다른데서 받은 스트레스를 애한테 푸는 경우가 있잖아요. 지은이가 그 부분이 많이 없어졌어요. 그리고 애들이 요즘 지은이가 해준 밥을 잘 먹더라고요. 입맛에 잘 맞는지. 이것도 형수님께서 비법을 전수해 주신거 아니예요?”


우리 와이프가 요리를 잘 안해서 그렇지 막상 하면 내 입맛에는 괜찮게 잘 하긴 한다.

하지만 최근에 다인이가 엄마가 해준 밥을 먹고 ‘엄마 밥 맛 없어.’라고 했을 때는 정말이지 등골이 서늘하더라.

당연하게도 와이프는 삐져서 저녁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다인이한테 한 숟갈만 더 먹어보라고 사정 사정을 하다가 결국에는 나 또한 짜증이 나서 그냥 굶겼었다.

내가 먹어봤을 때는 괜찮았거든.

근데, 다인이가 은호네 놀러갔을 때, 은호 엄마가 해주는 밥은 정말 맛있게 잘 먹더라.


“지은씨가 원래 솜씨가 좋잖아요.”

“오빠. 잠깐 따라와 볼래? 뭐? 내 요리가 어떻다고?”


와이프도 장난 가득 섞인 말투로 내게 이런 말을 할 정도로 분위기는 좋았다.

하지만-.

놀이터에서의 시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다인이를 씻기고 재운 후. 

전쟁이 났다.


“오빠. 아까 무슨 말이야? 꼭 다른 엄마 앞에서 내 욕을 해야해?”

“어? 아냐 아냐. 내가 무슨 지은이 욕을 했다고.”

“어후. 아주 그냥 나 없었으면 은호네 언니랑 그렇고 그랬겠다?”


아니 근데 내가 뭘 어쨌다고.

평소에 여기 저기 와이프 욕을 하고 다닌 탓에 찔리긴 했지만.


“에이. 지은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내 스타일인데 무슨 그런. 혹시? 질투? 우와! 오늘 놀이터 나온 것도 질투 때문?”

“뭐래! 다인이 물병 가따 줄려고 간거거든!”

“오구 그랬어. 세상 제일 좋은 엄마가 요기 있었네!”

“놀리지마! 진짜거든?”

“알지. 내가 진짜 전생에 나라를 구했지. 어떻게 이런 와이프를 만났지?”

“됐거든?”

“보자보자. 오늘은.. 황금올리브에 핫크리스피, 어때?”

“···. 무슨 카드로?”

“에이. 당연히 내 용돈 카드지.”


이제서야 와이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이게 참.

무엇 때문에 마음이 상한지 모를 때는 일단 맛있는 걸로 마음부터 풀어주는 게 정답이다.

진심으로.


***


물 위에서 보면 우아하게 헤엄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 밑에서는 끊임없이 발길질을 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

와이프의 요청으로 경리 한 명을 고용한 시점으로 봤을 때.


- 경리 : 1명

- CS : 1명

- 박스 제작 : 1명

- 생산 부장 : 1명

- 택배 포장 : 1명


벌써 직원이 다섯 명이나 됐다.

아직 와이프한테 말도 못 꺼낸 공무 팀장님까지 하면 여섯 명이고.


“저기. 여보.”

“뭐야? 사고 쳤어?”

“야! 내가 무슨 사고만 치고 다니는 사람이냐?”

“아니, 사고치면 나오는 말투니까 그렇지.”

“아니거든?”

“그래서? 뭐? 뭔데?”

“아냐. 됐어.”

“분명히 됐다고 했다? 나한테 뭐 해달라고 말하기만 해 봐.”


공무 팀장님께서 내게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티켓 영수증을 오늘 낮에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주셨다.

형수님과 두 분이서 유명한 호텔만 찾아다니셨고, 골프도 치셨더라.

어쨌거나 내가 받은 영수증 금액을 원화로 환산해보니 대충 500만원이 넘었다.

내가 허세를 부린 그 날에도 서글서글하게 웃으시면서 ‘갔다와서 보자.’고 말씀 하셨을 때.

이건 뭔가 잘 못 되었다 느꼈지만, 무를 수가 있나..


‘금이라도 팔아야 되나.’


육아휴직의 가장 큰 맹점은 내 명의로 된 통장에 출처 불명의 돈이 들어오면 안 된다는 거다.

공식적으로 나는 육아휴직 중이기에 다른 일을 하며 수입을 발생시키면 안되기 때문인데, 그 탓에 우리 건강원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도 내 명의로 된 통장에는 육아 휴직 수당만 들어왔고, 공무팀장님의 스카우트하기 위해 필요한 500만원이 내 통장에는 없었다.

이 돈을 마련하려면 여윳돈이 될 때마다 1g씩 사둔 금을 팔거나 해야 된다.


‘할 수 있다.’


어쨋든 회사의 모든 수입이 사장인 우리 와이프 통장으로 들어가고 있긴 했지만, 괜찮다.

‘우리’집 통장으로 들어가고 있는 거니까.

하지만, 아무리 우리 건강원을 위해서라도 내 개인적인 비상금을 털 수는 없다.


“여보. 내가 우리 공무팀장님 이야기 여러 번 했지?”

“어. 했지. 왜? 우리 회사로 모셔올려고?”


아오. 여자들은 촉이란.


“괜찮지 않을까?”

“글쎄. 공무팀이 있어서 나쁠 건 없겠지만, 우리는 아직 그 정도 규모가 안되지 않나? 생산 부장님도 그렇고 CS팀장님고 그렇고. 밑으로 부리는 사람 없이 장 자리만 달고 있잖아. 있는 부서부터 제대로 꾸리고 난 다음에 다른 팀 만들어도 될 것 같아.”

“지출 결의 봐서 알겠지만, 우리도 기계를 쓰는 업종이잖아. 기계들 유지보수도 그렇고 갈수록 시설도 확장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담당 부서가 있어야지.”

“관련 부서가 필요하다는 점은 나도 동의. 하지만 그게 지금 당장이라는 데는 미동의.”


망했다.

와이프가 동의라도 해주면 공무 팀장님 건으로 서두라도 던져보겠는데.

아예. 분위기가 안됐다.

이제 어쩌지.

진짜 사비라도 털어야 하나.


‘일단 가보자.’


그렇게 공무 팀장님께서 귀국을 하시는 날이 다가왔다.

혼자 속앓이를 하며 공무 팀장님께서 태국으로 출국하시기 전에 손봐주시고 가신 기계들을 둘러봤는데-.

사람도 그렇지만 기계도 영원히 잘 움직이는 건 없다.

세월이 지나면 어딘가 한 군데씩 고장이 나고.

고장난 부분을 고치면서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해 나가가는 삶이다.

지금 내 눈 앞에서 이렇게 잘 돌아가고 있는 기계라 한들, 멀지 않은 시점에 반드시 고장이 난다.


“본부장님, 일찍 나오셨네요.”

“안녕하세요.”

“잘 되고 있나 보러 오셨어요? 그 때 그 누구야. 어쨌든 그 분이 봐주고 가신 이후로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습니다. 보는 눈도 그렇고 기술이 대단하시던데요?”

“부장님, 저희도 공무팀이 있어야겠죠?”

“있으면 좋죠. 기계 설비 관련 대처도 빨리할 수 있고요.”

“있으면 좋은 수준인건가요?”

“사실, 저는 공무팀이 필수라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설비 고장나면 업체 불러서 수리하는게 가장 확실하니까요. 공무팀이라 해도 제작한 곳보다 더 정확하게 진단해서 고칠 수는 없잖아요.”

“아니죠. 같은 시설이나 설비라 해도 쓰는 곳에 따라서 베리에이션 되기 마련이잖아요. 사용하는 현장에 맞춰진 설비를 제작사에서 어떻게 맞춰내요? 고장났다해도 자기들만의 표준으로 테스트 해서 아무 문제 없다하는 거 잘 아시잖아요.”


잠을 잘 못 잔 탓일까.

괜히 생산 부장님께 짜증을 내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저 잠깐만 나갔다 올게요.”


마음이 답답했다.

공무 팀장님을 모셔오려고 밑작업까지 다해놨는데, 나 말고는 왜 다들 그 필요성조차 못 느끼고 있는걸까.

이 사람들이 진짜 기계 다 고장 나서 작업을 못 해봐야 정신 차리지.


“팀장님!”


그렇게 향한 곳은 공무 팀장님이 귀국하는 공항이었다.


“여어- 심대리! 싸와디캅!”

“잘 다녀오셨어요?”

“역시 태국이 좋더만. 자. 이거 니 가지고. 내일 보자. 간다.”


공무 팀장님은 내가 이렇게 마중나올 줄 이미 아셨는지, 기념품이 들어 있을 것 같은 상자 하나는 내게 주시고 형수님과 빠르게 이동하셨다.

순간, 따라가며 짐이라도 들어들일까 싶었지만.


‘뭐지?’


그렇게 기념품 선물 상자를 열었는데, 제일 위에 뭔가가 빼곡하게 정리된 종이가 들어 있었다.


―――

총 청구 금액 : 50,000,000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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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젊음. NEW +1 4시간 전 90 7 13쪽
32 나쁜 짓. +3 24.09.18 225 9 13쪽
31 봄. +2 24.09.17 280 10 12쪽
30 기레기. +3 24.09.16 312 12 13쪽
29 새로운 시작. +1 24.09.15 338 14 13쪽
» 사고 수습 +2 24.09.14 377 9 13쪽
27 전문가 위에 전문가. 24.09.13 409 15 13쪽
26 선수는 선수를 알아 본다. +1 24.09.12 442 15 13쪽
25 다다익선. +1 24.09.11 468 14 13쪽
24 부자 +1 24.09.10 514 17 13쪽
23 이게 맞나? +1 24.09.09 523 18 12쪽
22 전화위복. +2 24.09.08 545 20 13쪽
21 말이 씨가 된다. +1 24.09.07 536 22 13쪽
20 내 사랑. +1 24.09.06 531 20 13쪽
19 불시 점검 +3 24.09.05 526 20 13쪽
18 할 수 있다. +1 24.09.04 533 18 13쪽
17 이심전심. 24.09.03 578 19 13쪽
16 소매 넣기. +2 24.09.02 662 17 13쪽
15 좋은 인연. +1 24.09.01 688 20 13쪽
14 싸고 좋은 물건 24.08.31 753 23 12쪽
13 나 삐졌어. 24.08.30 776 22 13쪽
12 카운트 다운 24.08.29 802 24 13쪽
11 은호 미워. 24.08.28 846 23 12쪽
10 구지황 +1 24.08.27 872 20 13쪽
9 남남으로 만나서 +1 24.08.26 919 24 13쪽
8 성투 +1 24.08.25 949 28 13쪽
7 다이어트 약 +3 24.08.24 992 26 13쪽
6 그런 거 없다. +3 24.08.23 1,046 26 13쪽
5 난 괜찮아. +3 24.08.22 1,097 25 13쪽
4 땡 잡았다. +3 24.08.21 1,176 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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