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산삼을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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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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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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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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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DUMMY

두 눈을 끔뻑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리고 0이 몇 개인지 다시 세봤다.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다시 봐도 5천만원이었다.

아니 무슨 동남아 여행을 고작 보름간 다녀오면서 5천만원을 쓴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코끼리라도 한 마리 샀나?’


어째서 이렇게 큰 금액이 나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명세서를 펼친 후 꼼꼼히 살폈다.

그런데 이 종이는 태국에서 공무 팀장님이 쓴 영수증 목록이 아닌, 우리 건강원에 들여놓을 기계 설비 견적서였다.


‘파우치 자동 포장기하고. 택배 박스 테이핑기까지 해서?’


지금은 생산된 파우치 30개를 일일이 챙겨서 박스에 넣고 있다.

이게 참 생산 부장님은 요령이 좋으셔서. 충진되서 나오는 족족이 바로바로 외박스에 넣어버리시던데,

어쨌거나 일 하나를 기계가 해주면 사람은 또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나저나 여행 중에 견적서까지 받아주시다니..


“여보. 어디야?”

“사무실-.”


그렇게 와이프의 소재지를 파악한 후 담판을 짓기 위해 사무실로 향했다.


“여보 사장님, 저 공무 팀장님 스카우트하고 싶습니다.”

“그래. 하자..”

“···. 끝이야?”

“어차피 하지 말라고 해도 할 거잖아. 그리고 나도 생각해보니까 때마다 사람 불러서 수리한다고 시간 손실 나는 것보다는 내부에 공무팀이 있는 게 더 맞을 것 같더라고. 정신 건강에도 이로울 것 같고.”


공무팀장님께서 주신 견적서를 무기로 가지고 왔는데, 쓸 일이 없어져 버렸다.

하지만-.


“그럼 이것 좀 볼래? 추가로 구매했으면 하는 기계.”

“오-. 좋네. 근데 오빠, 오빠네 회사 언니들한테 일자리 줄 거라 했다면서. 기계 살 거야? 요 기계들 있으면 언니들 할 일이 없지 않나?”

“여사님들 무릎도 안 좋으시고 손목도 아프신데 이렇게 힘든 일을 시킬 수야 있나. 나중에 보고 편하게 돈 많이 벌어가실 수 있는 일 부탁드리려고.”

“좋네. 세상에 그런 일 있으면 나도 좀 시켜 주라.”

“그럼 이 건들은 진행한다?”

“해. 어후-. 언제 이렇게 비교 견적까지 준비해주셨데?”

“총알은 괜찮아?”

“하이고. 걱정하지 마세요. 람보처럼 따발총을 갈겨도 오빠는 다 못 쏠 정도니까.”

“뭔 소리야. 그럼 나 막 몇 억짜리 기계도 사고 막 해외에 공장 만들어서 수출도 하고 막 다 한다?”

“예-. 하고 싶으시면 다 하셔야죠. 지출 증빙 서류만 준비해 주십쇼.”


의외로 나보다 와이프가 담이 더 크다.

내 쪽으로 좋게 말하면 나는 신중론자고, 와이프는 급진론자인데.

나는 와이프의 저런 화끈한 면이 좋더라.


“그럼. 공무팀장님도 준비되시는 데로 출근해달라 말씀드릴게.”

“예- 예. 아무렴요.”


모든 일이 다 내 뜻대로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며칠 지내지 않아서 알게 됐다.

내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우리 와이프의 손바닥 위였다는 것을.


***


“심대리야. 이게 맞나?”

“그러게요. 맞겠죠?”


여독을 푸신 공무팀장님께서 우리 회사로 출근을 시작하셨다.

아무래도 나는 귀하게 모셔 오신 분이시니 연봉은 넉넉하게 받으시는지 궁금해서 와이프에게 물어봤지만, 말해 주지 않더라.

어쨌거나 적지 않은 연봉으로 모셔 오긴 한 것 같았는데-.

기본적으로 현재 회사에 있는 설비들을 봐주시는 것과 더불어 시설 확장 공사가 시작됐다.

언제 만들었는지, 지은이는 이미 택배실과 창고, 그리고 생산동이 분리된 설계도면을 만들어 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 공사의 총 책임을 공무팀장님께 맡겼다.


‘여기가 사무동이고, 여기가 저온 창고. 택배실은 여기구나.’


나 또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근데 참, 공무팀장님이 계시니까 뭔가 크게 벌어진 일임에도 무리 없이 진행되는 듯.

어차피 내가 현재 맡고 있는 영역은 오프라인 매장이므로, 각자의 일에 충실하기 위해 공사 일은 공무팀장님께 맡겨두고 오프라인 매장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요즘도 오프라인 매장으로 사람들이 왕왕 찾아온다.

어디 무슨 줄 서서 먹는 가게만큼은 아니지만. 하루에 2~30개씩은 평균적으로 팔린다.

돈으로 치면 80~120만원치고, 순이익으로 치면 40~60만원.

이게 참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니까.

하루는 와촌경로당에서 대량 주문을 할 거라며 배달이 되는지를 물어보셨다.

그때, 경로당에 가져다드린 제품이 50박스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손녀에게 주신 건지, 아니면 본인들이 드시기 위해서인지는 모른다.

다만, 이렇게 현장에 있다 보니까 손님들 대부분이 아쉬워하는 점이 제품이 한 가지라는 점이었다.


“정력에 좋은 건 없나요?”

“사장님, 막 기억력 좋아지고 총명해지는 한약은 왜 없어요?”

“혹시 술·담배에 좋은 건 없고?”


대부분 다이어트약을 사러 온 김에 다른 것도 사 가고 싶어서 그러신 것 같기는 한데.

솔직히 조금 무서웠다.

총명탕이든 사물탕이든 만들자면 못 만들 건 없다.

어차피 상태창이 추천해주는 레시피 데로만 만들면 되니까.


하지만, 최근에 계지가출부탕을 만들어보고 나니 아무래도 대놓고 약인 제품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물론, 약으로만 쓸 수 있는 약재 대신에 다른 걸 써서 다이어트 한약처럼 비슷하거나 더 뛰어난 효능을 낼 수도 있겠지만, 계지가출부탕의 경우에는 포부자를 빼고 나니 아예 약이 안 됐다.

다양한 약을 만들고 싶어도 현실의 법적인 한계에 부딪혔다.


그것도 그렇고, 여러 가지 메뉴로 해서 성공하는 곳도 있지만 잘 하는 한 가지만 파서 성공하는 곳도 있다. 

우리도 안정적으로 한 가지만 계속 팔아도 괜찮지 않을까.

보아하니 이미 방송 이슈도 끝났고, 숙지황 다이어트 관련 검색량이 크게 줄었음에도 우리 제품의 판매량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오빠! 어디야? 사무실로. 빨리.”


하루에 저 정도 수입을 올린다 한들 개당 4만원짜리 2~30개를 파는 수준이라 매장이 바쁘지는 않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무슨 일이길래 당장 오라는 걸까.

내가 가면 매장 문 닫아야 하는데.


“왜?”

“오빠. 이거 봐 우리 박스에 1339 표시가 제대로 안 된 게 있데!”

“에이-.”


우리 같이 식품을 온라인에 팔고자 한다면 ‘부정 불량 식품 신고는 국번 없이 1339’라는 문구를 반드시 표기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도 당연히 아주 잘 보이도록 외박스에 인쇄했는데-.

와이프가 출력해서 건네는 서류를 보니 해당 문구에 두 개로 줄이 가 있는 탓에 숫자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

단순하게 우리 탓으로만 여기자면 인쇄 불량인데.

지금까지 이런 인쇄 불량은 없었다.


“···. 후기로 올라온 거야?”

“아니. 무슨 신문 기자라고 하면서 메일로 왔어. 나도 좀 느낌이 쎄하긴 한데. 어떡해? 기자라잖아.”


기레기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아무런 능력 없이 이슈를 퍼 나르기만 하는 기자들은 그저 능력 없는 기자일 뿐이지.

진짜 기레기는 우리 같은 업체를 상대로 가짜뉴스를 퍼트릴 거라 협박하며 돈을 뜯어내는 놈들이다.

생각보다 이 새끼들의 조직망은 커서, 잘 못 대응하면 진짜로 아무 잘 못도 안 했는데 소비자들한테 완벽하게 외면당할 수 있다.

특히나 우리같이 이제 막 커가고 있는 신생 업체들은 그들에게 아주 좋은 먹잇감이고.


“어떡할까? 그냥 돈 좀 먹이고 치울까?”

“알잖아. 처음부터 질 잘 못들이면 계속 저 짓 하는 거. 애초에 싹을 잘라야 하는데.”


회사에 있을 때도 저런 경우를 몇 번 당했지만, 그냥 별생각 없이 무시했다.

우리 회사는 취급하는 품목만 해도 500여가지가 넘었기에 그중에 하나를 기자가 물고 늘어진다 한들 큰 문제가 되진 않았거든.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고작 한 품목으로 먹고사는데 이게 이슈가 되어서 일시적으로나마 판매 중지라도 떨어지면 타격이 크다.


“그냥 돈 몇 푼 주고 치우자. 벌레 잡는데 에프킬라 필요하잖아. 그 값이라 치고.”


기레기들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하는 시간조차 아깝긴 하다.

하지만, 쉽게 당해주기가 싫었다.


“저거. 합성 맞지?”

“무조건 합성이지. 나름에는 토너 막히면 나타나는 현상으로 몰고 가려는 것 같긴 한데. 옵셋기계잖아. 저런 현상은 절대 안 나오지.”

“합성인거 증명해서 명예훼손으로 역관광?”

“그게 제일 땡기긴 한데, 요즘 너무 바빠. 저런 놈 상대할 시간이 없어.”

“경리분 계시는데도?”

“그니까. 끝나고 나면 하루 종일 뭐 했는지 모르겠는데, 진짜 왜 이렇게 하루가 바빠?”


일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 와이프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여기저기 신경을 쓰고 있기에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가득 차고 있었다.


“기자는 내가 알아서 할게.”

“오케이!”

“간다. 수고하고.”


그렇게 사무실을 나서면서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이미 저장된 번호네?


“어?”

“어? 대휘야! 어쩐 일이고. 잘 지내나?”

“선학아! 니야 말로 잘 지내제? 이게 몇 년 만이고.”

“니가 내 결혼식 안 오고부터니까 벌써 6년째네.”


그 기레기가 내 대학 동창이었다.

대학 때는 정말이지 친하게 지낸 녀석인데.

결혼할 거라고 소개시켜주려 데려온 그 여자분과 술 마시다가 대판 싸운 이후로 인연이 끊겼다.

그때만 생각하면 참 아까운 인연이다.


“그래. 아는 잘 크고 있고?”

“애는 잘 크지. 싱글파라 힘들어서 그렇지.”

“이혼했나?”

“벌써 한 삼 년 됐다. 이게 다 니 때문이잖아. 그때 더 쎄게 말렸어야지.‘

“나는 최선을 다했다.”

“큭큭. 그래. 요즘은 어디 있는데?”

“하양.”

“하양? 내 잘 알지. 가까운데 있네! 언제 함 놀러 오나 술 한잔해야지. 니 그때 내보고 결혼식 못 가서 미안하다고 따로 좋은 술 한 잔 산다고 했잖아.”


맞다. 

당시만 해도 어릴 때여서 그랬기도 한데, 이 친구가 데려온 예비 제수씨를 보고 있자니 도저히 결혼식에 가서 축복해줄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럴 바에야 차라리 안 가는 게 맞다 싶어서 결혼식에 불참하고, 대신에 좋은 데서 비싼 술 한 번 사주겠다 약속했었다.


“술 좋지. 근데 나도 와이프랑 딸 눈치 보여서. 일단 날은 함 잡아볼게.”

“니 결혼도 했나? 니가?”

“에헤이. 결혼 못 하는게 더 어려운 일 아이가?”

“나는 뭐 니는 평생 니 하고 싶은 일만 하다가 뒤질 줄 알았지. 늦었지만 축하한다. 이제는 뭐 쌤쌤돼뿟네. 근데 오래간만에 어쩐 일이고? 돈 필요하나?”

“와? 니 돈 많나? 초등학교 소사 한다고 안 했나?”

“소사 그만두고 기자 한다.”


이러나저러나 제대로 전화를 걸긴 한 모양인데.


“멋있네. 기자.”

“됐다. 용건 없으면 끊자. 바쁘다.”

“용건 있지. 하양 건강원. 그거 내 꺼다.”

“···. 그래서?”

“우짜고? 내가 가까. 니가 올래?”

“하양에 우굴 생고기. 그리로 온나.”

“은냐.”


***


조지훈은 얼마 되지 않는 짐을 챙겨서 차에 실었다.


“어- 은호야. 아빠 금방 갈게.”


숙지황 프로젝트는 회사에서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고, 이에 대한 책임으로 책상을 비웠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한의원을 차리느라 졌던 빚은 퇴직금으로 마무리하면 거의 갚아질 것 같았다.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면 편안한 노후까지 보장되는 거였는데.

역시 세상은 호락호락하지가 않았다.


“왔어?”

“형! 언제 왔어? 전화하지!”

“방금. 앉아. 배고프다.”


한의사 조지훈과 변호사 김민수.

둘은 신애 보육원이 낳은 최고의 아웃풋이었다.


“짤렸어?”

“어. 너네 사무실에 사람 필요 없냐? 나 일 잘하는데.”

“잘했으면 안 짤렸겠지.”

“맞는 말이네. 처맞는 말.”


지훈은 회사에서 챙겨온 짐을 가지고 집으로 바로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아 민수를 먼저 만났다.

은호가 커 갈수록 돈 들어갈 일은 많을 텐데.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솔직한 말로 택배 상하차부터 시작할까 싶은 마음도 들었고.


“어? 행님! 어? 변호사님!”


지훈은 그저 친한 동생과 가볍게 소주나 한잔 하며 시름을 덜어낸 후 밝은 모습으로 집에 들어갈까 했는데.

미처 기운을 차리기도 전에 은호 친구, 다인이 아빠와 마주쳐 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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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나쁜 짓. +3 24.09.18 225 9 13쪽
31 봄. +2 24.09.17 279 10 12쪽
30 기레기. +3 24.09.16 311 12 13쪽
» 새로운 시작. +1 24.09.15 338 14 13쪽
28 사고 수습 +2 24.09.14 376 9 13쪽
27 전문가 위에 전문가. 24.09.13 409 15 13쪽
26 선수는 선수를 알아 본다. +1 24.09.12 442 15 13쪽
25 다다익선. +1 24.09.11 468 14 13쪽
24 부자 +1 24.09.10 513 17 13쪽
23 이게 맞나? +1 24.09.09 523 18 12쪽
22 전화위복. +2 24.09.08 545 20 13쪽
21 말이 씨가 된다. +1 24.09.07 536 22 13쪽
20 내 사랑. +1 24.09.06 531 20 13쪽
19 불시 점검 +3 24.09.05 525 20 13쪽
18 할 수 있다. +1 24.09.04 533 18 13쪽
17 이심전심. 24.09.03 578 19 13쪽
16 소매 넣기. +2 24.09.02 661 17 13쪽
15 좋은 인연. +1 24.09.01 688 20 13쪽
14 싸고 좋은 물건 24.08.31 752 23 12쪽
13 나 삐졌어. 24.08.30 776 22 13쪽
12 카운트 다운 24.08.29 802 24 13쪽
11 은호 미워. 24.08.28 846 23 12쪽
10 구지황 +1 24.08.27 872 20 13쪽
9 남남으로 만나서 +1 24.08.26 918 24 13쪽
8 성투 +1 24.08.25 949 28 13쪽
7 다이어트 약 +3 24.08.24 991 26 13쪽
6 그런 거 없다. +3 24.08.23 1,045 26 13쪽
5 난 괜찮아. +3 24.08.22 1,096 25 13쪽
4 땡 잡았다. +3 24.08.21 1,175 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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