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이 산삼을 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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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몰아
작품등록일 :
2024.08.0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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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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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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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

DUMMY

“내려오신다더니? 벌써 오신 거예요? 변호사님하고는? 아시는 사이?”

“개인적인 친분이 조금..”

“이야. 똑똑한 분들끼리는 뭔가 통하는 게 있나 봐요.”


은호 아빠의 표정이 굉장히 피곤해 보이는 탓에 분위기라도 좀 틔워줄까 싶었는데, 영 내가 낄 분위기가 아닌 듯했다.


“그럼 맛있게 드세요.”


그래서 눈치껏 빠져줬다.


‘근데 왜 안 와.’


그나저나 선학이는 왜 이렇게 안 오는 걸까.

오다가 확 사고라도 났나.


“어! 만휘!”

“어 왔나. 앉아라.”

“니는 임마 왜 이렇게 늙었노. 아저씨 다 됐네.”

“사돈 남 말 하지 말고.”

“니랑 사돈 안 할 건데?”

“이런 씨. 맨날 헛소리하자면 목 안 아프나? 자 약이다. 적셔라.”


진짜 오래간만에 만났지만 어색하거나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저 녀석 성격이 시원시원한 탓도 있고.


“크- 좋네. 그래서? 하양 건강원이 니꺼라고?”

“정확히는 와이프꺼.”

“그라모 니꺼 아니네. 혹시 공동명의나 그런거 해놨나? 니 그런거 미리미리 안 챙겨두면 이혼하고 나서 깡통 찬다?”

“이혼 안 하면 되지.”

“세상사 그리 좋게 좋게만 흘러가면 얼마나 아름답겠노? 내가 이혼 선배로서 말해주는 건데. 이혼 그거. 순식간이다.”


요즘 시대가 이래서 그런지 사실 이혼한 친구들이 적지 않다.

다들 각자 만의 스펙터클한 이야기가 있긴 하던데-.


“그래서? 뭔데? 바람이가? 아니면 돈 문제? 도박은 아이제?”

“코인.”

“니가? 제수씨가?”

“X 와이프.”

“마이 잃었나?”

“잃었으면 이혼 안 했다. 거의 초창기에 시작해서 아마 수십억 벌었지?”


어? 수많은 이혼 사례를 접했지만, 이런 사례는 처음인데?


“설마, 니가 코인으로 번 돈 나눠달라 캤나? 아니면 일도 그만두고 빈둥대면서 빨대 꽂았나?”

“지나고 생각하면 그럴 껄 싶기도 하더라. 기둥서방처럼 빨대 꽂고 살면 미안해서라도 다른 짓 하는 거 눈감아줬지 않았겠나.”

“바람도 폈나? 내 그래서 관상이 안 좋다고 그래 말했잖아. 애 성격도 진짜 무슨 남편 될 사람 친구들한테 시비 걸어서 싸우는 여자가 세상에 어디 있냐고.”

“바람은 아니고. 유흥. 다낭에를 그렇게 부지런히 다니더라.”

“23호?”

“근데 이게 참, 내가 유흥업소 다닐 때는 몰랐는데, 와이프가 유흥에 빠지니까 이거 기분 묘하데? 이걸 그냥 넘어가 줘야 할지, 걸고넘어져야 할지. 어차피 유흥이긴 하잖아?”


오우야.

어려운 문제긴 하네.


“그래서?”

“일단 넘어갔지. 나라고 뭐라 할 입장은 아니니까. 근데 말이야. 내가 알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반응이 어땠는 줄 아나?”

“울었나? 아니지. 그 여자 같은 성격이면 어떻게 알았냐고 따지고 들었을랑가?”

“아니. 알면서도 왜 아무 말도 안 했냐 하면서 이혼하자더라. 애는 나보고 키우라데? 양육비 보내줄 거라면서.”

“···. 뭐지? 벌써부터 이혼하려고 각 잡다가 되지도 않는 꼬투리 잡은 거 아이가?”

“어쨌든 양육비는 뭐 아직까지 잘 들어오고 있으니까.”


참내, 덤덤하게도 말한다.


“아? 그럼 애는 어쩌고? 설마 혼자 두고 술 마시러 나온거가?”

“엄마한테 맡겼지. 이혼하고 그냥 엄마 집에 들어가서 살고 있다. 애 키우기도 그렇고 나도 뭐 별 생각 없이 집이랑 차랑 뭐 다 와이프 명의로 해놨었는데, 이혼하고 나니까 내께 아무것도 없더라고. 재산 분할 소송도 생각해봤는데 어렵고.”

“고생했네. 먹자.”

“어쨌든 니도 너무 와이프만 믿지 말고 니 밥그릇은 챙겨가면서 살아라는 말이다. 알겠나.”

“예-. 예.”


물론 챙기고자 한다면 못 챙길 것도 없긴 하다.

하지만 굳이 그래야 하나?

나는 우리 와이프랑 백년해로 할 건데.


“그리고. 기사 비용은, 2백만원이다. 이번 건 안 내주는 값 1백, 느그 건강원 제품 좋다고 홍보해주는 기사 내주는 비용 1백.”

“그거면 되나?”

“내가 니니까 홍보 기사까지 묶어서 해주는 거다. 다른 사람은 짤 없다.”

“고맙네. 근데 그거, 사진 합성이잖아.”

“합성 같드나?”

“니 결혼할 때만 해도 학교 소사였으니까, 기자 생활한 지 5년은 넘었나?”

“머? 느그가 불법 저질러 놓고 뭔 소리가 하고 싶은 건데.”

“그래. 그럼 그냥 기사 써라. 명예훼손으로 바로 고발 들어갈 거니까.”

“하-. 판결 날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줄 아나? 법보다 펜이 더 군중들에게 가까이 있데이.”

“에이. 어차피 니한테 줄 돈 200이면 적당한 인터넷 신문사 골라서 정정기사 계속 내달라하면 되지. 기사 한 건에 20만원이었던가? 맞제?”

“좋게 좋게 가자. 150에 다 해주께. 나도 우리 회사에 가져다주고 하면 애 과잣값 밖에 안 남는다.”

“이래 번 돈으로 애한테 과자 사 먹이지 마라. 배탈 날라.”


이미 서로의 성격을 잘 알기에 본심을 숨기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지금 선학이가 하는 짓은 협박으로 돈을 뜯어내는 범죄 행위다.

범죄 행위와의 타협은 없다.


“···. 니. 말 다했나?”

“아참. 내가 아까 말 안했제? 지금 우리 건강원 전속 변호사님께서 이 이야기 다 듣고 있으신 거.”

“하-. 니 진짜 내를 빙다리 핫바지로 보는갑네. 고소할 거면 해봐라. 내가 진짜 기사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께.”

“왜? 가짜 뉴스라도 만들라고?”

“군중들이 믿으면 가짜도 진짜가 되는 세상이다. 누가 더 설득력 있게 말하느냐의 문제지.”


맞다.

사실 요즘 세상에 누가 진짜 진실이 뭔지를 따질까.

그저 더 자극적인 내용을 진실이라 믿으며 욕을 쏟아부을 뿐.


“저희···.”


그때 은호 아빠랑 김변호사님이 자리를 파한 듯 인사를 하러 왔다.


“변호사님! 더 들으실 필요가 없으신가 봐요. 하긴, 필요한 내용은 모두 수집 되신 거죠?”


술이 살짝 오른 탓도 있지만, 분명 선학이는 내가 있지도 않은 변호사를 들먹이며 허세를 부리고 있을 거라 확신하고 있을 것이다.

그때 내 눈앞에 아는 변호사님이 나타났는데, 그냥 보낼 수야 없지.

다만, 눈치가 있는 타입으로 보이지 않았어서 걱정이었는데-.


“하-. 변호사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저기요 아저씨. 진짜 변호사예요? 신분증 줘봐요.”

“미쳤어? 네가 무슨 경찰이야? 네가 뭔데 남의 신분증을 막 줘봐라 마라야. 기레기 주제에.”

“오케이. 내가 기레기인건 인정. 그럼, 저기서 곤란해하고 계신 분도 변호사가 아닌 거 인정? 어 인정.”

“여기 있습니다.”


김 변호사님께서 자기 지갑에 있는 변호사 신분증을 꺼내 선학이에게 내밀었다.


“···. 진짜. 변호사세요?”

“예-. 사법연수원 41기입니다. 아니 근데 내가 왜 이런 말까지-.”


아무래도 눈치 빠른 은호 아빠가 옆에서 옆구리를 찔러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모양이다.


“동기는요?”

“하-. 김동아, 박영주, 서범석, 이경민, 장현주.”

“거짓말 한 거면 큰일 납니다?”

“큰일 만들어 주세요. 그래야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기니까.”


일전에 강사장님과 같이 만났을 때의 김변호사는 넓디넓은 호수와 같은 사람으로 보였다.

근데, 지금은 마치 끓어오르는 화산과 같은 분위기랄까.


“여기. 법률사무소 김앤정 대표변호사 김민수입니다.”

“아. 뉴로스 선임기자 이선학입니다.”


김변호사님은 그때 나한테 줬던 명함과 다른 명함을 선학이에게 내밀었고,

선학이 또한 사회인인 탓에 자연스럽게 우리 김변호사님께 명함을 건넸다.


“뉴. 로스? 형은 알아?”

“글쎄. 일단 우리는 가자.”

“가보겠습니다. 사장님, 내일 정리해서 다시 말씀드릴게요.”

“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 가게를 떠나고-.


“이 정도 규모에? 전속 변호사가 있다고? 연봉은? 얼마 주는데?”

“하-. 선 넘네? 다른 사람 연봉을 니가 왜 궁금해하는데? 그리고 나도 몰라. 내가 사장 아니라고 말 했잖아.”

“흠-. 백만원. 그 밑으로는 진짜 못 깎아.”

“자-. 한 잔 마시자. 이걸로 오늘 이야기는 끝.”

“···. ”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 위한 잔을 들었지만 선학이는 잔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혼자서 소주잔을 비운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다. 다음에는 좋은 일로 보자.”


그렇게 오늘 먹은 자리를 계산하러 카운터에 갔는데-.


“앞에 분이 계산하고 가셨어요.”


오늘 참 이래저래 은호 아버지완 김변호사님께 신세를 졌다.


***


-지역 건강원, 불법 식품 판매 적발.

-살 뺀다고 산 이 것···불법입니다.

-하양 조산천 인근 불법 업소.

.

.

.


날짜를 보아하니 선학이를 만난 그다음 날부터 뭐랄까 우리 건강원을 겨냥해서 작성한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명확하게 우리 건강원을 적시하지는 않은 기사가 연달아 올라왔다.

사실, 인터넷 신문 기사가 얼마나 영향력이 있겠냐마는, 그들도 이 사실을 알기에 기사를 올린 후 우리 온라인 판매 사이트의 Q&A나 후기란에 해당 기사를 공유했다.

다만, 우리는 소비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스토어팜이 아닌, 판매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cafe24만 사용하고 있기에 저런 댓글이나 게시물이 보이는 족족 모두 블러 처리했다.


“오빠. 안 바쁘면 청통노인정에 30박스만 배달.”


신문 기사의 권위가 살아있던 시절에는 정말이지 기사 한 줄로 기업의 명운이 달라지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마냥 위상이 낮지는 않지만, 인터넷 신문사 기레기들이 품앗이하듯이 쓴 기사들은 우리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다만.

딱 하나의 기사가 정확히 우리 건강원이 특정될 수 있도록 기사를 작성해 놨기에.

김변호사님께 전화를 걸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심사장님.”

“아후. 저는 진짜 상속 전문 변호만 하시는 줄 알았는데, 다른 것도 하시나 봐요.”

“앞전 건 때문이신가요?”

“네! 명예 훼손으로 걸려고요.”

“카톡으로 관련 내용 전달 주세요. 검토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

처음 봤을 때도 그렇고 지금 느낀 점도 그렇고 김변호사는 무미건조한 사람이다.

아마도 그날 내 장단에 맞춰준 이유는 은호 아버지가 옆에서 계속 옆구리를 찔렀기 때문일 듯.


‘이게 맞지.’


하긴, 생각해보면 선학이도 조금 안타까운 인생이다.

아버지 빽으로 학교 소사 자리에 들어갔지만, 아마도 내 생각에는 가정사가 소문나면서 학교에서 잘린 게 맞을 듯했다.

그렇게 이혼을 하고 먹고살기 위해 일자리를 알아보다가 누구나 받아주는 인터넷 신문사 기레기가 됐겠지.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우리 건강원을 건드렸는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올라 온 기사들을 보아하니 이미 기레기 커뮤니티를 통해 화력지원까지 요청해 둔 것 같은데-.

이때, 누구 하나 잡아서 족치지 않으면 하이에나 같은 기레기들이 우리 건강원을 더 즐겁게 씹고 뜯고 맛볼 테니까.


“심 사장님, 김변호사입니다. 검토 끝났습니다.”


자료가 적긴 했지만, 카톡을 보낸 지 채 30분도 되지 않아서 김변호사에게 전화가 왔다.


“어떤가요? 혼쭐을 내 줄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안 그래도 ‘일간 기사 베스트’ 소속 기자들이 대부분이더라고요. 이번 건과 관련된 그 기자도 마찬가지고요.”

“일간 기사 베스트요?”

“어쨌든, 저는 소송을 추천해 드립니다.”


김변호사의 성격상 돈 벌자고 나한테 영업을 하는 건 아닐 테고.

목소리에서 느껴지기를, 김 변호사도 저 조직에 원한이 있는 듯했다.


“네! 그럼 하시죠.”


그렇게 선학이를 상대로 소송이 시작됐다.

이게 참, 한 때는 친구였는데, 내가 너무한 건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나한테 칼을 겨누고 있는 상대에게 선의만을 베풀 수는 없다.


“아빠! 다녀오셨어요!”


어쩌다 이런 일을 경험하게 되었다 보니 딱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좋은 일로만 엮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딸! 안녕?”


선학이가 쓴 기사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고 며칠이나 지났을까.

언젠가는 이 또한 지나가겠지만,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였던 탓인지 그 여운이 꽤 오래갔다.

물론 우리 딸을 보고 있는 이 순간에는 우울한 마음 따위가 전혀 들지 않았지만.


“아빠! 칭구 놀러와써! 하윤이야!”


하윤이?

다인이 어린이집에 그런 이름을 가진 친구는 없다.

그도 그렇지만 저녁 시간에 누가 미리 말도 없이 놀러 온 거지?


“그래서 그때 만휘가요···.”


그렇게 문 앞에 있는 놀이방을 지나서 거실로 가니, 선학이가 와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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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젊음. NEW +1 4시간 전 90 7 13쪽
32 나쁜 짓. +3 24.09.18 225 9 13쪽
31 봄. +2 24.09.17 279 10 12쪽
» 기레기. +3 24.09.16 312 12 13쪽
29 새로운 시작. +1 24.09.15 338 14 13쪽
28 사고 수습 +2 24.09.14 376 9 13쪽
27 전문가 위에 전문가. 24.09.13 409 15 13쪽
26 선수는 선수를 알아 본다. +1 24.09.12 442 15 13쪽
25 다다익선. +1 24.09.11 468 14 13쪽
24 부자 +1 24.09.10 513 17 13쪽
23 이게 맞나? +1 24.09.09 523 18 12쪽
22 전화위복. +2 24.09.08 545 20 13쪽
21 말이 씨가 된다. +1 24.09.07 536 22 13쪽
20 내 사랑. +1 24.09.06 531 20 13쪽
19 불시 점검 +3 24.09.05 525 20 13쪽
18 할 수 있다. +1 24.09.04 533 18 13쪽
17 이심전심. 24.09.03 578 19 13쪽
16 소매 넣기. +2 24.09.02 661 17 13쪽
15 좋은 인연. +1 24.09.01 688 20 13쪽
14 싸고 좋은 물건 24.08.31 752 23 12쪽
13 나 삐졌어. 24.08.30 776 22 13쪽
12 카운트 다운 24.08.29 802 24 13쪽
11 은호 미워. 24.08.28 846 23 12쪽
10 구지황 +1 24.08.27 872 20 13쪽
9 남남으로 만나서 +1 24.08.26 919 24 13쪽
8 성투 +1 24.08.25 949 28 13쪽
7 다이어트 약 +3 24.08.24 991 26 13쪽
6 그런 거 없다. +3 24.08.23 1,046 26 13쪽
5 난 괜찮아. +3 24.08.22 1,096 2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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