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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걸음
작품등록일 :
2024.08.07 10:11
최근연재일 :
2024.08.14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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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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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이세계에 나타난 리자드맨(3)

DUMMY

"그리고 배반자 한 명을 찾았어요. 윤창명"


"..."


"아무래도 늦은 거 같네요."


이진수는 이서를 밀치고 주차 되어 있던 모닝과, 이지현이 앉아 있던 벤치를 확인했다. 윤창명과 이지현 둘 다 천응대교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지현이 앉아 있는 벤치는 물에 젖어있었다.


"씨발 감히 나를 속여"


윤창명이 묵었다는 호텔 숙소에는 그의 흔적이 될만한 것은 찾지 못했다. 침대는 사람이 잠을 잤다는 흔적조차 없었고, 손님을 받기 전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서는 이진수 뒤를 따라왔다.


"여기에는 없어요. 애초에 묵지도 않았는걸요."


"뭐? 분명 호텔 로비에서 윤창명 그놈을 봤어."


"CCTV 확인해보니 당신과 로비에 마주친 날, 그가 당신에게 호텔 카드 키를 건네더군요, 그때가 유일하게 윤창명이 호텔에 모습을 보인 날이에요."


"윤창명이 범인인 건 어떻게 알았지?"


에드린은 흥분했던 마음을 진정 시켰다. 놈이 노리고 자신에게 접근했다면, 오히려 실마리는 푸는 건 쉬워진다. 자신에게 왜 접근했는지, 그 이유부터 찾으면 됐다.


"저희 역시 배반자를 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어요. 즉 내부에서부터 철저하게 배반자를 색출하고 검거하는 과정을 거쳤죠. 놈들이 눈치 못 채도록요."


"...음"


"그 과정에는 당신도 있었죠. 당신을 중심으로 갑자기 등장한 인물이 있었죠. 윤창명, 앞서 말한 것처럼 그 후 호텔에 다시 나타나지 않았죠.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게 된 우리들이지만, 적어도 그가 리자드맨인 건 알죠. 리자드맨이지만 호텔에 묵지 않는 리자드맨"


"이유가 단지 그거 뿐이야?"


에드린이 이해되지 않아 물었다.


"리드맨은 철저히 집단 생활을 합니다. 저희는 이케니에 머무는 리자드맨이었죠. 그리고 그곳 강물에서 이곳으로 집단으로 넘어와, 이 땅의 킹의 부활을 위해 저희 모두가 일부분을 희생하고 있습니다."


'잘가다가 그놈의 킹의 부활이라니.'


에드린은 속으로 생각하면서 재차 물었다.


"그럼 그놈은 너네 부족이 아니다라는 거지?'


이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내게 접근한 이유는 뭐야."


"당신이 우리를 방해하기를 원하는 것일 수도 있죠. 이유는 모릅니다. 목표는 당신인 건 확실해요."


"그럼 이지현은?"


이서는 난처하다는 듯이 잠시 고민하다 말을꺼냈다.


"당신을 자극하기 위한 건..아닌 거 같아요. 당신은 그 여자를 짝짓기 상대로 여기지 않는 건, 우리들 역시 알고 있으니깐요."


에드린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상하게 인간화가 되었어."


에드린은 객실에도 설치된 CCTV를 보며 물었다.


"그럼 처음부터 도와 달라는 건 윤창명이 배반자 혹은 다른 부족인 것을 알고, 우리에게 도와 달라고 했던거군?"


이서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영악한 건 인간을 빠르게 닮아가는군"


에드린이 차갑게 이서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들이 당신을 노리는 건 맞습니다. 당분간 저희 호텔에서 쉬고계시죠. 필요한건 가져다 드리겠습니디."


"이지현은?"


"저희 대업과 당신의 보호에는 필요 없는 존재입니다. 당신을 자극하기 위한 수단으로 납치 했을 수도 있으니

안타깝지만 신경쓰지마세요."


이서는 안타깝다는 단어를 썼지만, 목소리와 표정에는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끈적끈적한 동굴에서 하룻밤조차 묵기도 싫어 난 돌아가지."


알부하 25%


다시 알 수 없는 시스템 창이 떴다. 하지만 여전이 에드린은 눈치채지 못했다.


호텔을 빠져나가는 에드린을 내려다보던 이서에게 검은 수트를 입은 자가 다가왔다.


"어떻게 할까요."


"내버려두세요. 일단은요."


에드린은 윤창명이 근무하고 있다는 파출소로 이동했다. 아직 한창 민원 업무를 봐야 할 파출소는 불이 나간 건지 밖에서 봐도 형광등이 깜빡깜빡하고 있었고 에드린은 파출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제 대놓고 정체를 드러낸다는 거지."


에드린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파출소에 있는 직원들은 초록 색깔 끈적한 액체들에 뒤덮여 죽어 있었다. 몇 몇은 천장에 몇몇 은 바닥에 어떤 대응도 하지 못한 채 살해 당한 듯 했다. 상황실에서 파출소만 애타게 찾는 무전만 들렸다. 에드린은 곧장 파출소를 빠져나왔다. 더 있어봐야 윤창명을 찾을 단서는 나오지 않을 터였다. 에드린은 다시 천응대교로 돌아갔다. 가만히 있으면, 에드린 본인이 정말 목적이라면 그놈들이 다시 나타날테지만, 시간이 없었다. 시간을 그냥 보냈다가는 이지현이 위험했다. 천응대교의 강부터 도시로 시선을 다시 돌렸다. 처음부터 확인하기 위해서 였다. 리자드맨 습성대로, 천응대교 가장 가까운 곳이면서 가장 높은 데서 그들은 자리를 잡았다.


"그곳 말고 또..."


에드린은 중얼거리다 말을 멈추었다. 호텔과 정 반대편, 아파트를 짓다가 건설사가 망함으로서, 건설이 중단된 아파트가 서 있었다.


"저기 있었군, 가까이 말이야"


*****************************************************************


"음음음~"


윤창명은 폐건물 사이로 천응대교를 내려다보며 콧노래를 불렀다. 반나절 동안 기절해 있다가 눈을 뜬 이지현은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팔다리는 묶여 있었고, 테이프로 입도 막아 놔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우우음우므음"


"어 깨어났구나."


윤창명이 의자에 포박 된 채, 앉아있는 이지현 곁으로 다가왔다.


"쉿, 듣기만 해, 그럼 입 정도는 풀어줄 수 있지."


윤창명이 이지현의 막아 놓은 테이프를 반 쯤 뜯어내며 말했다.


"창명아 너 왜 그러는거야."


"오, 잘한다 그래 그렇게 작게 말해.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시끄럽게 굴면 한대 패 줄려고 했는데, 하하하 아, 농담이야. 농담"


윤창명은 미친 사람처럼 허리를 젖히며 웃었다.


"너 지금 꼴 너무 웃겨."


"여전하구나, 무신경한 건."


윤창명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사실 계획에 없던 거야. 지금 상황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어. 혼나겠지? 그분에게 혼나겠지? 그러면 안되는데...그래도 그분이라면 봐주실 거야...내가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지 그분도 아시니깐."


윤창명은 주위가 산만한 아이처럼 이곳저곳 걸음을 옮기다가 다시 이지현 앞에 섰다.


"너 기억 안 나지? 내가 누구인지?"


"창명아.."


"푸하하하. 그렇게 쳐다보지 마, 그래 그때도 그렇게 무신경하게 아니 벌레 쳐다보는 것 마냥 나를 봤었지."


"그래서 네가 나를 다시 기억날 수 있도록 재현을 해보려고..정말 오래 기다렸어."


윤창명은 품에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이지현은 그의 손길을 피하려 던 끝에 뒤로 넘어졌다. 윤창명이 다가왔다.


"몰카범 윤창명.."


"키키키 드디어 기억났구나. 그래서 너 때문에 학교에서 쫓겨 난 윤창명, 바로 그게 나야. 징계 대신 학교 자퇴한 덕에 경찰은 될 수 있었지."


윤창명은 잠시 회상하며 말을 이어갔다.


"나를 기억 못할지는 몰랐어. 처음 네가 이곳에 취재한다고 나를 찾았을 때, 기분이 정말 이상했어. 난 복수를 꿈꾸었는데. 너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다니."


이지현은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윤창명을 설득했다.


"창명아, 너 지금 경찰이잖아. 나를 납치한 거? 내가 잘 말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야. 우리 여기서 나가자."


"역시 기자라서 그런가. 훌륭한데, 넘어갈 뻔했어. 내가 비밀하나 말해줄까. 천응대교에서 일어난 일 내가 한거야."


"..."


"왜 절망에 빠진 얼굴이야.하하하"


이지현은 설마 하는 생각이었다. 자신을 납치한 윤창명이 범인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 이곳에 벗어야 했지만, 그가 실토해버린 상황이었다. 빠져나갈 구멍 따윈 보이지 않았다. 선배들이 말하던 기자들의 기지 그딴 건 생각나지도 않았다. 주마등처럼 그간 있었던 일들이 생각났다.


'사이비들의 기묘한 일들을 취재하다 생을 마감한 용감한 기자, 나중에 올해의 기자상을 받을 수 있을까. 아니, 기사를 내야 올해의 기자 상을 받을 텐데.'


이지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만 눈 감고 일어나"


에드린이 숨을 몰아쉬며 그녀를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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