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흑마법사의 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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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농부
작품등록일 :
2024.08.1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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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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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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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고아원의 흑마법사(1)

DUMMY

#1화. 고아원의 흑마법사(1)


소설 속 어린아이로 빙의한 지 이틀째.

나는 행동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거기 너! 이리 와라.”


넝쿨 잎사귀 사이의 꽃봉오리를 채취하는데 고아원장이 부른다.

이름은 칼슨.

찢어진 눈매에 얇은 입술. 말보다 칼을 먼저 휘두를 것 같은 냉혈한 인상으로 아이들을 착취하기 위해 설립한 고아원의 패밀리 소속 관리자였다.

부름에 다가가니 그가 무미건조한 얼굴로 앞에 놓인 포대 자루를 가리켰다.


“저기에 있는 언덕 구덩이에 이걸 버리고 와라. 포대는 가져오고.”

“알겠습니다.”


즉각 대답하지 않으면 걷어차인다.

고아원에서 깨어나자마자 본 광경은 그가 우물쭈물한 아이를 두드려 팬 것이다.

본보기였고 그래서 모두 겁을 먹었다.

칼슨은 폭력으로 고아원을 통제하고 있었다.


“어서 가라.”


지시를 내린 그가 뒤돌아선다.

남겨진 포대는 심상치 않았다.

썩은 악취를 풍겼고 바닥이 피로 흥건했으니까.

보자니 포대는 내게 일어난 혼란스러운 국면을 단번에 정리해주었다.

나는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알콜 중독자인 아버지의 폭력.

의식을 잃을 때까지 나를 구타했는데, 애원하거나 주위에 도움을 청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농약을 이용했다.

아버지는 괴로워하며 죽었고 덕분에 폭력에서 해방되었다.

이번도 마찬가지.

나는 절뚝거리며 떠나는 칼슨을 보며 결심했다.


‘저놈을 죽여야겠다.’


살아남으려면 행동해야 했다.

그것도 비정하게.


*


카작 시.

콜트 왕국의 최북단에 위치한 도시 섬으로 테오스 강을 통해 수산 및 해운 산업이 발전한 곳이다. 판 대륙의 남북을 잇는 접경 지역의 이점으로 중개 무역이 번창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한 황금의 도시였고.

하나 과하면 탈이 나는 법.

카작 시의 귀족정과 시민들은 넘치는 재화를 사치와 향락에 쏟아부었고 그로 인해 벌여서는 안 되는 짓을 저지르기에 이르렀다.

바로 악마 소환.

그로 인해 섬 자체가 통째로 사라지는 비극이 일었고 작중에서는 카작을 일컬어 ‘타락의 카작’ 이라 부르게 된다.

그러나 현재는 건재했다.

마치 폭풍전야처럼.


“야! 천천히 좀 가!”


목책의 입구를 지나 언덕에 오르자 감시로 동행한 뚱뚱한 남자가 고함을 빽 질렀다.

멈춰서 기다리니 엉기적거리며 올라온 그가 숨을 토하며 투덜거렸다.


“허억! 젠장! 오를 때마다 죽겠네.”


불평도 잠시.

그는 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더니 이내 코끝에 가져가며 힘껏 들이켰다.


“흐읍! 후우. 이제야 살겠다.”


개운한 얼굴.

들고 있는 건 말린 잎사귀였다.

이름은 헬피.

카작에 유행하는 마약성 환각초였다.

또한 고아원을 설립한 패밀리들의 주수입원이기도 하고.

나는 남자를 유심히 살폈다.

헬피를 흡입하는 그의 사지가 미약하게 떨고 있었다.

중독되었다는 뜻.


‘초기 증상이네.’


환각초를 오랫동안 흡입하게 되면 여러 증상이 일어나게 되는데 가장 대표적인 초기 증세가 바로 지금과 같은 몸 떨림

파킨슨병과 흡사한 게 시간이 흐르면 신체 경직화 및 정신 착란 증세가 일어나고 이때쯤이면 손 쓸 도리가 없어 그대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글로만 보던 병명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

두 손을 펼치니 붉게 달아올랐다.

헬피의 잎사귀는 장기간 접촉시 피부가 괴사에 이르는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었다.

방치하면 나병 환자처럼 살이 떨어져 나가리라.

다행히도 작중 세계관을 알고 있었다.

정보가 있었고 그래서 현재의 위기를 이겨낼 계책이 있었다.


‘문제는 저 놈을 떨어트려야 한다는 건데.’


어떻게 물리칠까.

고민하며 쳐다보는데 시선을 오해한 남자가 비릿하게 웃으며 물었다.


“왜? 너도 하고 싶냐?”

“괜찮습니다.”

“멍청한 놈. 이게 얼마나 좋은 줄 모르고. 앞으로 이 헬피없이는 일하지 못할걸?”


내용이 심상치 않다.

설마하며 물었다.


“우리에게 헬피를 주나요?”

“그래. 피로 회복에 제격이거든.”

“........”


기가 막히는군.

헬피를 가장 멀리해야 할 아이들에게 노동력을 요구하는 것도 모자라 중독자로 만들다니.


‘악질이다 못해 지독하다. 어차피 고아는 널렸으니 소모품에 불과하다 이건가?’


이놈들 밑에 있다가는 죽음을 면치 못하리라.

다시 한번 내 계획을 상기하며 물었다.


“이제 출발할까요?”


못하겠지.

짐작대로 남자는 암담한 표정을 지었다.


“젠장. 쉬고 싶은데.”


기다린 반응.

자연스레 흐름을 이었다.


“혼자 다녀와도 되니 여기서 쉬세요.”

“왜? 도망가게?”

“그럴리가요. 일도 시켜주고 배도 불려주는데 제가 왜 떠나나요.”

“그래? 잘 생각했다. 혹시라도 딴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만약 딴 맘을 품었다가는 네가 옮기는 그 포대속에 들어가게 될 테니까.”

“.......”

“하하! 놀랐냐? 그래. 그 녀석은 도망치다가 잡혔지. 해서 흡씬 두들겼더니 비명을 지르다 숨이 넘어가더라고. 멍청한 새끼. 가만히 일이나 하고 있을 것이지 도망가긴 왜 도망가? 안 그래?”


비릿하게 웃는 남자.

나는 짐짓 두려운 척. 자라목을 하며 눈동자를 깔았다.


“네. 도망가지 않겠습니다.”

“흐흐. 그렇지? 조심하는 게 좋아. 우린 무서운 사람들이라고.”

“그럼 언제 출발할까요?”

“흐음.”


나를 물끄러미 보는 남자.

겁먹어 도망칠 염려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손을 저었다.


“난 힘들어서 여기서 쉴 테니까 너 혼자 가라.”

“알겠습니다.”


드디어 혼자가 됐다.

남자와 일별한 후. 포대를 끌어 완만한 능선을 올랐다.

길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곧 구덩이가 나타났는데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많이도 죽였네.’


우물처럼 뻥 뚫린 구멍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으로 반쯤 썩은 시체가 수북하더라.

눈대중만으로도 스무 구는 되어 보인다.

하나같이 어린 아이들이었다.

패밀리가 그들을 부리는 건 헬피의 꽃봉오리가 작고 섬세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노동에 동원된 아이들은 제대로 된 치료도 없이 중독되기까지 했으니 결국 구덩이에 버려진다.

냉정한 세계.

그나마 내게 다행인 점은 세계관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어서 서두르자.

포대를 열어젖힌 뒤. 죽은 아이를 꺼내 옷을 벗겼다.

그 후에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낸 뒤, 아이의 옷에 기하학적인 도형을 그렸다.

작중의 내용을 꼼꼼히 곱씹으면서.


‘분명히 칠각성이었어.’


소환진.

그것도 지옥의 중개마를 부르는 계약진인데, 한 가지 과정을 더 거쳐야 했다.

바로 악마의 룬어라 불리는 바룬어.

현 세계관에서 바룬어는 무공의 비급처럼 그 구결이 엄격하게 통제되었는데, 다행히 나는 소설을 통해 접했다.

모두 알고 있는 건 아니었다.

딱 하나만 알고 있었다.

그 하나가 바로 소환 계약진.


‘십자(十)에 역삼각형 네 개.’


부디 성공하길.

절로 기도하며 바룬어를 완성했다.

이제 남은 것은 기다리는 것뿐.

결과는 금세 일어났다.


스으으윽!


글자 위로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성공했구나.

지켜보니 피어오른 아지랑이가 뿔 달린 검은 형상으로 변했다.

마치 악마처럼.

실제로 그러했다.

나타난 존재는 중개마.

계약자의 요구를 지옥의 존재들과 이어주는 악마였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그랬던가.

실제로 보니 등줄기의 소름이 일었는데 곧이어 악마 형상의 붉은 안광을 마주하자 머릿속으로 맹수의 울림 같은 낮은 저음이 흘렀다.


[원하는 게 무엇이냐?]


계약 시작.

절로 호랑이 굴을 떠올리며 침착하게 요청했다.


“마물 브리드를 원합니다.”

[브리드?]

“그렇습니다.”

[......]


맞은편의 악마가 침묵한다.

그럴 수밖에.

마물 브리드는 이제껏 인세에 소환된 적이 없었다.

인세를 지배하는 칠각 군주의 권속이 아니었으니까.

악신 바룬의 권속이었다.

그것도 유일하게 권능이 닿은 피조물.

이렇다 보니 지옥의 권좌를 노리는 칠각 군주들이 바룬을 견제하고자 그의 권속을 인세에 공개하지 않았고 그래서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같은 악마들조차도.’


나는 중개마를 응시했다.

작중에 등장하는 악마들은 하나같이 칠각 군주의 권속.

눈앞의 중개마도 마찬가지였으니 그가 브리드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결코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리라.

그래서 칠각 군주를 믿었다.

그들은 측근 악마들조차 불신하니 브리드의 정보를 왜곡했으리라.

마침내 중개마가 말문을 열었다.


[흥미롭군.]


그런데 의미심장한 반응.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뜻입니까?”

[마물 브리드의 가치가 낮다는 뜻이다.]


휴우. 다행이다.


‘역시 모르고 있구나.’


칠각 군주의 욕심에 찬사를 보내고 싶을 지경.

기뻤으나 그렇다고 긴장을 놓기에는 이르다.

혹시라도 상대가 낌새를 알아차릴까 일부러 태연자약하게 대답했다.


“희생이 과하지 않군요.”

[그래. 희귀한 일이다. 어떻게 너 같은 어린아이가 브리드의 존재를 접했지?]

“알려드리는 대신 대가를 요구해도 됩니까?”

[똑똑한 아이로군. 그래. 브리드를 이용해 패밀리와 싸울 셈이냐?]

“역시 악마시군요. 모르는 게 없어요.”

[정확히는 욕망을 알고 있지. 그리고 지금 네 처지에 적합한 마물 까지도. 브리드와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강한 마물이 얼마든지 있다. 대가도 어렵지 않지. 요구를 바꿔보는 게 어떻겠나?]


악마의 유혹은 늘 그렇듯 그럴싸하다.

물론 내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지만.


“제안은 감사하지만 전 브리드면 충분합니다.”

[비전투 슬라임이다. 게다가 숙주를 먹는 기생형 마물이지. 다시 말하면, 예고된 파멸이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네게 닥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가?]

“정 궁금하시면 지켜보시죠. 제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는지를요.”

[말이 통하지 않는 어린 인간을 지켜볼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설득은 무효로군. 역시 인간들은 한심해. 나약한 주제에 그릇된 믿음을 맹신한단 말이지. 너의 선택이 가져올 대가는 가볍지 않을 것이다.]


거부가 불쾌한지 냉소적으로 답하는 중개마.

그래도 맡은 소임을 잊지 않은 듯 아이의 가슴 위로 검은 기포가 일며 손바닥 크기의 검은 점성 덩어리가 등장했다.

마물 브리드였다.

악신 바룬의 권속.

나는 떨리는 마음을 애써 감추며 브리드를 응시했다.

속으로 작중의 정보를 곱씹으면서.


‘포식한 능력을 바룬의 마법으로 변환하는 공생형 마물.’


중개마는 잘 못 알고 있었다.

브리드는 기생형 마물이 아니었다.

기생체는 숙주를 잡아먹지만, 브리드는 공생했다.

그것도 숙주에게 대가없이 힘을 제공하는 유일한 마물.

장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브리드라면 교단의 감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흑마법사는 공공의 적.

색출하고자 성물을 사용하는데, 이 성물은 칠각 군주의 마력에 반응했다.

그러나 마신의 마력은 감지하지 않는다.

애당초 할 필요가 없었다.

바룬의 권속은 인세에 나타난 적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제 등장한다.

그것도 내 손에 의해서.


‘자, 내게 오렴.’


나는 브리드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달팽이처럼 슬금슬금 다가오는 브리드.

이내 접촉하자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내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이렇다 할 감각은 없었다.

다만, 눈을 감고 집중하자 그저 깜깜하기만 하던 어둠 속에 하나의 존재가 있었다.

바로 브리드.

내 몸속을 터전으로 삼은 듯 이리저리 활보하고 있었다.


[브리드]


속으로 이름을 부르자 좌우로 이동하던 브리드가 이동을 멈추고 가만히 선다.

역시 교감하는구나.

이제 되었다.

브리드는 완벽히 내게 종속되었다.

정확히는 공생 관계가 된 셈이지만.

목적을 달성했으나 아직 끝이 아니었다.

악마와의 계약은 늘 그렇듯 마지막이 가장 중요했다.


[원하는 것을 주었으니 이제 제물을 바칠 시간이다.]

“무엇입니까?”

[살아있는 인간을 바쳐라. 매달 한 명씩.]


매달 한 명이라.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미리 당겨도 됩니까?”

[좋을 대로.]


중개마의 목소리에 웃음이 담겼다.

조롱 혹은 비웃음이리라.

돌연 왼쪽 손등 위로 칠각성의 각인이 새겨졌다.

흑마법사라면 누구나 있는 표식이었는데, 이는 제물을 바칠 때 발동하는 제단진이었다.

물끄러미 보는데 중개마가 돌연 경고했다.


[계약은 성립되었다.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시, 죽음이 드리우고 영혼은 저당 잡힐 것이며 너의 의식이 소멸할 때까지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그러니 명심하라 어리석은 아이여. 네 선택은 결코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물론입니다.”


당연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한 것은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브리드라면 더더욱.

엄중한 경고에도 거리낌없이 대답하니 영 불편한가 보다.

작중에서는 곧잘 작별하던 중개마가 말없이 사라졌다.

악마라고 무작정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다.

특히 중개마는 안타까운 케이스.

오늘날과 비교하면 일종의 상담원인데, 연중무휴였다.

거기에 동종 악마들로부터 멸시를 받는 하급 악마였으니 인간에게서라도 자존감을 채우는 게 유일한 낙이리라.

목적한 성과를 거뒀다.

나는 손바닥을 펼친 뒤, 소리내어 불렀다.


“브리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손바닥 위로 볼록 튀어나오는 검은 덩어리.

만약 눈이 달렸다면 지그시 쳐다봤으리라.

대낮의 땡볕 더위가 내리쬐었으나 기분이 무척 상쾌하다.

나는 브리드를 향해 예언하듯 선언했다.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이 많을 거야.”


반격의 서막이 피어올랐다.

장담컨대, 나는 칼슨 못지않게 잔혹할 예정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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