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흑마법사의 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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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농부
작품등록일 :
2024.08.1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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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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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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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거미산의 여왕(2)

DUMMY

#5화. 거미산의 여왕(2)


예상 밖 기습이 브리드의 진가를 깨웠다.

그야말로 전화위복.

짧은 순간에 긴장과 만족. 그리고 반성이 뒤따랐다.


‘무턱대고 안일했어. 앞으로 조심하자.’


역병곰의 무력이 조직원들을 압살하리라 확신했다.

그러나 변수를 예상 못 했다.

치명적인 실수.

신중함을 가슴에 새긴 후. 비명을 지르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아아아악!”


바퀴벌레가 어지간히 싫은지 수레에서 떨어질 정도로 발버둥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마법을 거뒀다.

물론 쥐꼬리만도 못하긴 하지만.


“흐으으으!”


바퀴벌레의 환영이 사라지자 남자가 침을 흘리며 헐떡거렸다.

제 손으로 긁은 얼굴에서 핏방울이 뚝뚝 떨어졌고 부릅뜬 눈에 핏줄이 가득하다.

어지간히 놀란 모양.

나는 안부를 물었다.


“괜찮아?”

“으아아아악!”


안부는 비명으로 돌아왔다.

가드처럼 내 앞에서 으르렁거리는 역병곰 때문이었다.

앞선 경험으로 남자의 기습에 대비코자 앞세웠다.

그래서 혼비백산했고 나는 그가 차분해지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남자가 두려운 얼굴로 이를 딱딱거렸다.


“누, 누구요. 대체 무슨 원한이 있길래 우릴 공격한 거요?”


어린아이를 보고도 존칭이다.

액면 그대로의 모습을 믿지 않는다는 뜻.

알아서 두려움에 사로잡혔으니 대화가 수월할 예정이다.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지금 중요한 건 네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고 묻는 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거지. 어떻게 생각해?”


신념 따윈 먼지만큼도 없는 길바닥이 의리를 지킬 리 없다.

예상대로 남자는 목이 끊어질까 싶을 정도로 끄덕였다.


“뭐, 뭐든지 말하겠소. 뭐든지 말할 테니 제발 살려주십시오.”

“좋은 태도야. 소속 패밀리의 이름과 위치, 인원, 대장에 대한 정보. 마지막으로 뒷배가 누구인지 설명해.”

“예, 예. 저희는 스카티 패밀리입니다.”


정보가 술술 풀린다.

그중에서도 뒷배에 주목했다.


‘역시 귀족정이 얽혔네.’


오드릭 가문.

카작을 지배하는 귀족정의 동부 수역 소속이란다.

이와 관련해 연루된 귀족들이 꽤 된다길래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이권 사업은 권력이 몰리기 마련이다.

아울러 패밀리도.

귀족이 얽혔으나 괜찮다.


‘그나마 만만해.’


이권 집단은 수월했다.

욕망하지 않던가.

다시 말하면, 나 같은 흑마법사의 좋은 먹잇감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까다로운 건 교단이었다.

그리고 귀족정을 지배하는 권력자들.

마지막으로.


“카작의 모든 수문장을 읊어봐.”

“어...음. 동부는 카시오네 수문장이고 서부는 알....카즈였던가. 으음. 그리고 남부는...”

“잘 모르면 됐어. 동부 수역의 수문장이 카시오네인 건 확실해?”

“예, 예. 그건 확실합니다.”


카시오네 가문이 건재하구나.

그렇다면 하나는 확실했다.


‘주인공은 아직 카작에 없겠네.’


가장 껄끄러운 상대였다.

할 수만 있다면 평생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시선이 절로 남쪽으로 향했다.

카작에 없다면 지금쯤 대륙 남부의 대수림에 있을 터.


‘고대신의 추종자들이 죽어 나가겠군.’


천상에 의해 지하에 봉인된 고대신이 부활을 꿈꾸고 있다.

그를 위해서는 살아있는 인간의 심장이 필요했고.

물론 주인공에 의해 가로막힐 예정이다.

괴물이 남쪽에 있다.

아직은 안심할 단계라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마녀가 이 산에 있다며?”

“예?”

“동료들이 하는 얘기 못 들었어? 수레에서 뭐 하고 있었던 거야?”

“....자느라...”

“이 산에 마녀에 대한 민담이 내려오는데 그 때문에 인적이 드물다고 해. 나는 그 민담이 궁금한데 아는 거 있어?”

“민담이라면 알고 있기는 한데....”


남자가 허무맹랑하다는 듯이 말꼬리를 흐린다.

나는 그를 재촉했다.


“아는 대로 다 말해봐.”

“제가 들은 건 마녀가 아니라 거미 여왕입니다. 옛날에 인간의 몸통에 거미의 다리를 지닌 사악한 여자가 거미 무리를 이끌며 사람들을 잡아먹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성한 성기사가 나타나 사악한 여왕을 무찔렀다고 하죠.”

“거미 여왕?”

“예, 예. 그래서 몇몇 사람들은 이 산을 거미산이라고 부릅니다.”

“거미산이라.”


역시나 관련이 있었어.

덕분에 한 가지 확신한 게 있었다.


‘먼저 본 흑마법사는 거미 여왕이 아니야.’


거미 여왕 소리를 들어가며 군집을 이끌 정도면 몸집이 상당히 클 것이다.

그리고 앞서 본 수르네아의 권속은 작았고.

듣자니 절로 목표가 생겼다.

이 산을 샅샅이 수색해야겠어.

다짐하는 사이, 남자의 눈이 돌아가는 게 보였다.

살길을 찾는 듯 눈치를 보던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그럼 이제 저는 살려주시는....?”

“여기 왜 왔어?”

“예?”

“고아원의 보급 인원은 셋이잖아. 그런데 오늘은 넷이야. 누군가 일부러 합류했다는 건데 그 이유를 알아야겠어. 일부러 외진 산골까지 온 이유가 뭐지?”

“어어. 그걸 어떻게....”


놀란 남자가 말꼬리를 흐리며 눈을 피한다.

네가 끼어들었구나?

확신하며 마법을 걸었다.


‘욕망의 환영.’


이번에는 두려움이 아닌, 그의 욕망을 비췄다.

그러자 나타난 환영.

아는 얼굴이 나타났다.

바로 에이린.


‘실어나를 때 눈여겨보고 있었구나.’


곱상한 건 장점이다.

그러나 지켜줄 힘이 없다면 비참했다.

에이린이 그랬다.

물론 이제는 아니지만.


“어어어!”


환영의 등장에 깜짝 놀라는 남자.

곧장 거둔 뒤, 그에게 제안했다.


“살고 싶으면 내 시험을 통과해.”

“예? 시험이요? 방금은 아는 대로 말하면 살려주신다고.....”

“곱게는 못 돌려보내지. 나한테 화살을 쐈잖아. 안 그래?”

“그, 그건....”


당황한 남자가 자포자기하며 물었다.


“어...렵습니까?”

“할만해.”

“그럼 하겠습니다.”


다짐하는 남자를 보며 속으로 웃었다.

애당초 너에게 선택권은 없었어.

심지어 생사조차도.


“내 속박에서 벗어나면 살려줄게. 의지에 달렸으니 최선을 다해 봐.”

“예.”


나는 각오한 남자를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고치 창자.


촤르르륵!


손바닥에서 쏘아져 나간 거미줄이 남자를 휘감기 시작했다.

그것도 눈 깜빡할 동안 전신을.


“어어어!”


하반신을 휘감을 때까지만 해도 고분고분하던 남자가 상반신을 지나 턱밑까지 감겨오자 헛바람을 삼키기 시작했다.

의아함을 눈치챘으나 이미 때늦었다.


“우우웁!”


애벌레의 고치처럼 칭칭 감긴 남자가 바둥거린다.

숙성 시작.

하루를 기다려야 한다.

인간에서 마정석이 되려면.

역병곰에게 지시했다.


“옮겨.”


못 했다.

그냥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할 뿐.

지시를 다시 내렸다.


“밀어.”


이건 할 줄 알았다.

두 발로 일어나 굴리는 걸 보자니 재주 부리는 곰이 생각났다.

여비가 부족하면 이런 식으로 서커스를 해볼까 한다.

볼거리가 부족한 세상이니 꽤 진귀하리라.

덤불 아래의 얕은 구덩이에 거미 고치가 떨어졌다.

갇힌 남자가 발버둥 치며 틈틈이 밀어내었으나 소용없다.

고치 창자는 강철보다 튼튼했다.

무슨 수를 써도 벗어나지 못하리라.

슬슬 마무리할 시간.

덩그러니 놓인 남은 두 시체에 부패의 손길을 걸었다.

이어지는 브리드의 포식.

두 번째 시체에서 마법의 변화가 일었다.


[부패의 화살]


원거리네.

물리력은 없으나 부패 독만으로도 충분했다.

이후 잔해까지 치우니 사람은 없고 묶여 있는 당나귀만 구슬프게 울고 있다.

이제 고아원으로 돌아가자.

가던 중에 나도 모르게 손을 들어 햇빛을 가렸다.

흑마법사는 성취가 상승할수록 빛에 거부감을 느낀다더니 계속 쬐자 불편했다.


‘음침한 나와 잘 어울리네.’


원래부터 태양이 싫었다.

다른 이유는 없고 자외선 때문이었다.

나귀 수레는 두고 갔다.

혼자서 두 대를 다 끌고 갈 수는 없으니까.

역병곰을 숨긴 뒤, 고아원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원장님!”


늘 그렇듯 병아리처럼 짹짹거리며.

나는 상황을 전달했다.


“식량 수레가 도착했어. 당나귀에 묶여있으니 가서 끌고 와.”

“사람들은요?”

“어떻게 됐어요?”


호기심 천국이네.

적당히 답했다.


“바쁘다며 돌아갔어.”

“바쁘다고요?”

“그래.”


믿지 않는 눈치.

슬그머니 다가온 에이린이 내 왼쪽 어깨를 가리켰다.


“여기 핏자국이 있어요.”


핏자국?

보자니 정말로 묻어 있었다.

그것도 축축하게 젖은 채로.

언제 묻었지?

아마도 역병곰에게 닿았나 보다.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다친 사람이 있어서 치료했어.”

“치료요?”

“또 치료했어요?”

“그래.”


잡설은 여기까지.

수레를 가져오라고 지시하며 쉬려는데 아이들이 수군거렸다.


“원장님한테 치료받기 싫어.”

“나도.”


못 들은 척했다.


*


숲속에 밤이 찾아오면 자연의 교향곡이 시작된다.

밤바람이 시작을 알리고 귀뚜라미와 같은 풀벌레들이 노래를 시작했으며 정체 모를 무언가의 낙엽 밟는 소리와 올빼미의 울림이 묘한 합주를 이뤘다.

밤이 무르익은 시각.

나는 깨어나 외출 준비에 나섰다.


“음냐.”


잠꼬대하며 곤히 자는 에이린을 뒤로한 채.

밖을 나서니 밭이 보였다.

푸릇한 새싹이 나 있었는데, 오늘 배급받은 식재료 가운데 당근을 비롯한 여러 채소를 심었다.

언젠간 자라겠지.

그리고 수확할 즈음, 이곳을 떠날 것이다.

어려서 자연에서 살아가는 건 그렇다 치지만 크면 사회로 나가야 한다.

글을 배워야 하고 경쟁해야 하며 고된 노동을 깨달아야 했다.

꽃밭은 어린 시절이면 족했다.

세상을 받아들여야 어른이 되는 법이다.

게다가 곧 패밀리의 전투원들이 찾아올 터.

오늘 온 이들은 식재료 보급과 함께 다 자란 환각초를 수거하는 역할을 겸했다.

그런데 소식이 없으니 낌새를 눈치챘으리라.

남은 시간은 길어야 일주일.


‘그 안에 거미 여왕의 둥지를 찾자.’


이 산의 이름은 거미산.

한때 거미 여왕의 터전이었다.

물론 꽤 오래되었을 것이다.

최소 몇백 년은 되지 않았을까?

아니, 어쩌면 몇천 년도 가능했다.

흑마력은 백마력과 달리 물과 기름처럼 어디에도 섞이지 않았다.

게다가 정화하지 않는 이상 꿀처럼 보존되었고.


‘검은 향.’


목책을 벗어남과 동시에 마법 발동.

숨어 있던 역병곰도 깨웠고 말처럼 올라탔다.

시야는 문제없었다.

흑마법사는 밤눈이 밝은 편.

거기에 역병곰이 전진하며 길을 만들어주니 산책하는 기분이다.

물론 보물찾기가 실패하면 다 헛수고지만.


‘어디에 있을까?’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거미 여왕의 위치.

지대가 낮은 곳은 아닐 것이다.

작중에 따르면 수르네아는 같은 악마들조차 질색한다더라.

특유의 오만함 때문이었는데 누구든 아래로 보며 호시탐탐 군주의 자리를 노리는 통에 쾌락의 군주조차 그녀를 경계할 정도였다.

대악마의 성향이 그럴진대 권속은 말할 것도 없다.

지배욕과 권력욕이 강한 성향을 고려해 정상으로 향했다.

산봉우리를 향해 가던 중이었다.


“정지.”


바람을 타고 달콤한 향이 코를 스친다.

방향을 보자니 반듯한 절벽이 있었다.

저길 어떻게 오르지?

다행히 향의 근원은 절벽 아래 부근이었다.

나는 역병곰에서 내렸다.


“저기로 가자.”


앞세울 시간이다.

게다가 엉덩이도 얼얼했고.

곰의 승차감은 엉망이었다.

나아가며 모든 상황을 고려했다.


‘최선은 앞선 흑마법사고 최악은 동면인데 아니길 바라자.’


죽었으면 행운이다.

잠든 경우라면 최악이고.

깨어나기라도 하면 내 생사를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동면 중이라도 멀쩡한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단서 중 하나가 현재의 환경이었다.

고위 흑마법사의 은신처는 황폐했다.

원래 그런 게 아니라 어두운 마력이 진하고 강할수록 생명을 시들고 병들게 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현재의 거미산은 생명이 넘쳐흘렀다.

모르긴 몰라도 여왕의 상태가 멀쩡하진 않으리라.

가다 보니 역시나 나타나는 동굴.

들어가려다 반사적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우욱!”


절로 나오는 헛구역질.

두통이 울렸고 메스꺼운 불쾌함이 전신을 휘감았다.

갑자기 왜 이러지 싶은 순간, 깜깜한 동굴 안으로 아주 희미한 빛이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분노.

보자마자 깨달았다.


‘신성력!’


빛의 힘이, 동굴 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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