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흑마법사의 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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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농부
작품등록일 :
2024.08.11 20:41
최근연재일 :
2024.08.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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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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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마룡 킬로츠(2)

DUMMY

#8화. 마룡 킬로츠(2)


요즘 고아원은 신이 나 있었다.


“이거 봐라! 내가 만들었지롱.”

“흥! 그거 가지고는 두더지나 겨우 잡을걸?”

“아니거든? 사슴 잡을 거야!”


한쪽 구석에 쭈그린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꼼지락거린다.

다들 올가미나 덫을 만드는 중.

질긴 잎줄기나 나뭇가지 등을 이용해 만드는데, 모이면 뭐라도 된다고 구색은 그럴듯했다.

이번엔 사냥이 성공하려나.

빈센트의 토끼 사냥 이후 죄다 허탕이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한쪽에선 사냥을 준비하는데, 다른 쪽은 애완동물을 보살피고 있었다.


“이거 먹어봐.”

“먹어! 먹는다!”

“아까 소리 내는 거 봤어? 응헤! 응헤! 이렇게 울어.”

“코 먹는 소리랑 똑같아.”


당나귀 두 마리.

올 때는 짐꾼이었는데, 여기서는 아이들의 온갖 보살핌을 다 받았다.

털을 빗고 풀도 가져다주었으며 더울 거라며 큰 잎사귀로 부채질까지.

호사가 따로 없었으나 정작 당사자들은 시큰둥한 눈으로 질겅거렸다.

저러다 내가 나타나기라도 하면 울며 뒷걸음질을 치더라.

역시 동물의 본능은 무시할 수 없었다.

한가로운 고아원을 물끄러미 보는데 에이린이 다가왔다.


“원장님. 뭐해요?”

“휴식.”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햇볕이 가장 뜨거운 정오였고 그래서 꼼짝도 안 했다.

흑마력이 늘어날수록 햇볕이 따가운 걸 넘어 아프기까지 하더라.

작중의 흑마법사들이 늘 어두컴컴한 장소나 밤거리만 쏘다니는 이유기도 했다.

해서 대낮에는 쉬기로 했다.

그늘이 드리우는 데크 위 흔들의자에 앉아서.

앞뒤로 움직이는 의자의 리듬에 몸을 맡기는데 날 보는 에이린의 시선이 못내 부담스럽다.

한심해 보이나?


“왜?”

“제가 그렇게 잠꼬대가 심해요?”

“어.”


선의의 거짓말이었다.

별안간 트라우마를 이겨내라며 밀어낼 순 없으니까.

단호한 대답에 에이린이 미간을 모으며 부정했다.


“저는 잠꼬대가 심하지 않아요.”

“본인은 잘 몰라.”

“어제 헛간에서 자고 오늘 애들한테 물어봤어요.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고 하던걸요.”

“고작 하루잖아.”

“앞으로는 애들이랑 같이 못 자요.”

“왜?”

“남자애들이 제가 불편하대요.”


불편하다고?

쳐다보니 한숨을 내쉰다.


“저도 몰라요. 저랑 있으면 잠을 못 자겠대요.”

“잠꼬대가 심해서?”

“심하지 않다니까요. 오히려 다른 애들이 코를 골던걸요.”

“대놓고 말하기 무안했나 보네.”

“아니라니까요? 정말이에요.”


그렇겠지.

어차피 구실에 불과한지라 나는 단호히 말했다.


“그럼 가옥에서 자. 대신 각방이고 내가 자는 방에 들어오지마.”

“알았어요. 그럼 쉴라랑 같이 자도 되나요? 유독 저한테 많이 의지해요.”

“그래.”


쉴라는 여자아이 가운데 가장 어렸다.

그래서 맏언니 격인 에이린을 잘 따르나 보다.

헛간을 보는데 오렌지 곱슬의 조그마한 아이가 눈을 비비며 나왔다.

쉴라였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던 아이는 에이린을 발견하자 조르르 달려왔다.


“언니이이이!”

“쉴라야. 일어났어? 배고프지?”

“아니?”

“여기 원장님이랑 같이 있어. 언니가 밥 가져올게.”

“응!”


에이린이 떠난다.

쉴라를 봐달라는 말과 함께.

아이를 보니 마찬가지로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미심쩍게 보던 에이린과 달리 추궁하는 듯한 시선.


“왜?”

“원장님두 언니를 좋아해요?”


뭔 소리야.

그나저나 가까이서 본 쉴라는 거지꼴이 따로 없었다.

산발에 거적. 게다가 맨발이었다.

그나마 물이 있어 몸은 깨끗하다.


‘생각해 보니 다들 누추하네.’


다른 애들도 비슷하긴 마찬가지.

살림을 장만해야겠어.

계획을 짜는데 쉴라가 떠들기 시작했다.


“모두 에이린 언니를 좋아해요. 빈센트 오빠두. 한슨 오빠두. 힘세고 큰 막스 오빠두 에이린 언니를 좋아해요.”


그런 의미였나.

어째서 에이린과 헛간에서 자는 게 불편한지 알겠다.

벌써 여자아이를 의식하네.

다들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거미산을 떠날 때가 다가온다는 뜻.


“저두 에이린 언니가 좋아요. 희고 예쁘고 친절해요. 빨리 커서 언니처럼 되고 싶어요.”


동경의 대상이구나.

인기가 많네.

문득 내 평판이 궁금했다.


“나는? 원장님에 대해서는 뭐라든?”


순수한 아이의 시선으로 보는 내 모습이 궁금하다.

물음에 쉴라가 바로 답했다.


“원장님은 무섭대요.”


짐작한 대로네.

예상했으나 다음으로 이어지는 말은 의외였다.


“그리고 천사래요.”

“뭐?”

“나쁜 사람들로부터 구해줬다고 천사래요.”

“........”


절로 침묵하는데, 머릿속으로 음성이 들렸다.


[너를 두고 천사라니. 저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무의식에서 대화는 나눈 이후 줄곧 침묵하던 킬로츠의 첫 마디였다.

이제야 정신이 드나 보네.

브리드의 정체를 듣자 경악하는 그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이후 거짓말하지 말라며 일갈했고.

지금은 차분한 걸 보니 이성을 되찾았나 보다.


‘이제 충격에서 벗어났나요?’

[여전히 혼란스럽다. 태초의 존재인 마신은 이제껏 단 한 번도 의지를 드러낸 적이 없어. 그저 존재하고 침묵할 뿐이지. 천신과 달리 억겁의 흐름 속에서도 단 한 번조차 의지를 드러낸 적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 마신에게 권속이 있다니.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천상은 혼비백산할 것이다. 단순히 있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야.]


열변에 나는 그의 발언을 떠올렸다.

지쳤고 그 무엇도 관심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임종을 앞둔 사람처럼 굴던 게 엊그제였는데 오늘은 신기원을 찾은 모험가 같았다.

역시 세상은 요지경.

킬로츠처럼 오래 산 존재조차도 흥미진진한 일이 일어났다.


[너는 권속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지옥이든 천상이든 마찬가지야. 권속은 주체의 의지이자 결의다. 네가 소유한 브리드가 진정으로 마신의 권속이라면, 그 의미와 의도를 헤아려야 한다. 권속을 통해 마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만 해.]

‘딱히 그분에게 뭘 하라고 내려온 건 없네요.’

[그러니 믿을 수 없다. 어쩌면 네가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 그 확률이 더 높아. 물론 내가 구축한 무의식의 세계를 뚫은 걸 보면 보통내기는 아니겠으나 그에 준하는 마물이야 얼마든지 있지. 말해보게. 브리드를 취하면서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뭐지?]

‘없어요. 브리드는 공생 마물입니다.’

[......마물이 공생한다고?]


아연실색한 목소리.

이윽고 격한 반응이 터졌다.


[나를 기만할 생각이라면 당장 그만둬라! 계약자와 공생하는 마물이 어디에 있다고!]


또 일갈하는 킬로츠.

나는 그의 반응을 보며 생각했다.


‘아무래도 신난 것 같아.’


고아원의 아이들처럼.

본의 아니게 킬로츠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한동안 지쳤다느니 관심 없다느니 소리는 쏙 들어갈 예정이었다.


*


최근 들어 흑마법의 진척이 가팔라졌다.

내게 종속된 거미들의 희생 덕분이었다.


“먹어.”


산골짜기.

이제는 활동 시간대로 굳어진 어둠 속에서 나는 거미줄을 뽑은 뒤, 명령했다.

그러자 얌전히 있던 거미가 움직였다.

성체였다.

여덟 개의 다리는 닻처럼 길고 굵었으며 몸통은 멧돼지만하다.

크는데 겨우 하루밖에 걸리지 않더라.

이래서 대악마의 권속은 사기였다.

물론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콰드득! 콰드득!


단단한 강도를 자랑하는 거미줄인데 잘도 씹어먹는다.

전투 능력은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었으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꾸역꾸역 먹던 거미가 어느덧 행동을 멈췄다.

배가 부른 모양.

거미줄의 강도를 올린 뒤, 거미의 머리를 꿰뚫었다.


콰직!


즉사.

나머지는 브리드의 몫이었다.


사각! 사각!


순식간에 먹어치우는 브리드.

이윽고 떠오른 바룬어는 내가 원한 개체였다.


[그물 거미]


종일 거미줄만 먹인 보람이 있네.

옆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그곳에는 곰 사체가 있었다.

방금 죽은 성체 거미의 사냥감.

곰의 머리를 툭 건드리니 곧 내부가 부글거리며 거미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그물 거미였다.

녀석에게 곰을 가리켰다.


“먹어.”


움직이는 그물 거미.

그런데 기존의 강력한 턱이 아닌, 항문에서 거미줄을 뽑아 곰 사체를 칭칭 감았다.

이제 곧 먹이를 진액처럼 빨아먹으리라.

나는 그물 거미가 뽑아낸 거미줄을 만졌다.

비단처럼 부드럽고 튼튼하다.

이만하면 충분해.

다시 사냥을 재개하자.

나는 보초병처럼 앞에서 동태를 살피는 추적 거미의 몸에 올라탔다.


“곰을 찾아.”


타다닥!


명령에 추적 거미가 전진한다.

탑승감은 역병곰보다 훨씬 나았는데, 여덟 개의 다리가 몸통으로 오는 반동을 최소화해 어지럼이 덜했다.

나는 밤바람을 맞으며 생각했다.


‘이로써 다섯 개.’


속성 거미의 종류였다.

맹독, 추적, 환영, 전투.

그리고 오늘 습득한 그물 거미까지.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다.

세상은 기이한 능력자가 많았고 브리드는 추출할 수 있으니까.

나아가는데, 킬로츠의 목소리가 울렸다.


[거미의 악마들이 보면 소스라치게 놀라겠군. 거미줄은 여왕의 권력을 상징해. 한낱 종 거미가 거미줄을 구사하는 게 불가능하단 걸 알고 있나?]

‘그 전에 제가 남자란 사실을 알면 더 놀랄걸요.’

[그렇겠지. 정체를 숨겨야겠군. 군주들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말이야.]


어느덧 킬로츠는 브리드를 인정하고 있었다.

그럴만도 한 게 대상의 능력을 추출해 숙주에게 제공하는 마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도 아무런 대가 없이.

이렇다 보니 그는 받아들였고 그래서 경고했다.

군주와 마신의 불편한 관계를 알고 있나 보다.

이래저래 처량한 신세였다.

당장은 거미산을 호령하고 있으나 세계관 전체를 놓고 보면 여전히 햇병아리.


‘결국 시간이 답이야.’


동서고금의 진리였다.

잘 가던 추적 거미가 돌연 정지했다.

왜 그런가 싶은데 돌연 더듬이 발을 까닥거렸다.

신호였다.

바로 침입자를 알리는 신호.


‘벌써 도착했나?’


오늘은 거미 여왕을 사냥한 지, 일주일 째.

패밀리 보급원들이 실종된 기간이기도 했다.

올 때가 되었다 싶은데 밤 중에 은밀히 잠입할 줄은 몰랐다.

이미 변고가 생겼다고 확신한 모양.

추적 거미에게 명령했다.


“모두 집합해.”


추적 거미가 더듬이를 비볐다.

동료들을 부르는 것이다.

수르네아의 권속이 아니다 보니 몇 가지 빠진 전속 마법이 있었는데, 거미를 통솔하는 텔레파시도 그중 하나.

아쉬웠으나 급하진 않았다.


‘언젠가는 수르네아의 권속을 만나겠지.’


당장은 거미 간에 소통이 가능하니 크게 문제는 없었으나 군단을 운용하려면 필수였다.

물론 그렇게까지 규모를 키울 일이 있을까 싶다마는.


타다닥!


추적 거미의 신호에 얼마 가지 않아 권속들이 모였다.

총 열 마리였는데, 다수가 전투 거미였다.

이 녀석들로 인해 산골짜기에서 곰의 씨가 말랐다.

본의 아니게 생태계에 간섭했으나 어쩌겠는가.

약하면 잡아 먹히는 법이다.


“가자.”


침입자를 사냥하러.

추적 거미를 선두로 나머지 거미들이 뒤쫓는다.

느닷없는 태세에 킬로츠가 궁금한 모양이다.


[누구를 찾지?]

‘침입자가 나타났어요.’

[적이 있었군. 강한가?]

‘아니요. 하지만 점점 강해질 겁니다. 저들은 아직 제 정체를 모르니까요.’

[검은?]


왜 말 안 하나 했네.

요즘 무의식에서 킬로츠에게 훈련을 받고 있었다.

다름 아닌, 검술.

이름은 초강격. 마룡 시절의 그가 창안한 검술이었다.

그런데 너무 무식했다.

시범을 보여주겠다며 검을 휘두르자 땅바닥이 지평선 너머까지 반으로 쪼개지더라.

과장했냐고 물었더니 원래는 하늘도 갈라진다고 주장하길래 반쯤 배움을 포기했다.

내가 익힐 수준이 아니었다.


‘저 이제 휘두르기 하나 배웠어요.’


그마저도 나비처럼 살랑거렸고.

그가 똥 씹은 표정으로 평하길, 내가 검을 잡으면 동료를 죽이는 재능이라더라.

최악의 평을 내렸는데 가르치는 건 또 열정적인 걸 보면 가능성이 아주 없진 않은 가 보다.

내 말에 킬로츠가 반박했다.


[실전이야말로 진정한 스승이야. 마침 상대가 변변찮다니 검으로 상대하면 되겠군.]

‘그러다 죽을걸요.’

[살아있는 갑옷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 네가 죽을 일은 절대 없다.]


그러고 보니 브리드가 있었지.

한번 해 봐?

아무리 냉병기에 관심 없어도 남자였다.

검을 쥐니 호승심이 이는 건 어쩔 수 없었고 그간 배운 훈련의 성과도 보고 싶었다.


‘알았어요. 한 번 싸워볼게요.’


검 손잡이를 꺼내 밑바닥 각인을 만지자 날카로운 검신이 나타났다.

좋아. 오늘만큼은 검사가 되는 거야.

추적 거미가 적의 상황을 알렸다.

침입자의 인원은 열 명. 부채꼴로 간격을 벌리면서 고아원으로 접근 중이었다.

제압하라고 명령한 뒤, 나는 왼쪽 끝자락에 있는 남자에게 진격했다.

나아가니 곧 복면을 한 남자와 마주쳤다.

그는 우리를 보자마자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뭐야!”


별안간 커다란 거미를 타는 아이가 나타났으니 기겁한 모양.

거미야. 너는 빠져라.

지면에 착지한 뒤, 남자에게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그런데 너무 힘을 준 모양이다.


휘리릭!


손에서 미끄러진 검이 어둠 저편으로 사라진다.


“.........”


망연자실하게 보고 있는데, 메아리처럼 머리가 울렸다.


[뭐 하는 거야아아아!]


머리끝까지 화난 분노의 음성.

나는 안색이 창백하다 못해 하얗게 질린 남자를 향해 말했다.


“여기서 기다려.”


검을 주우러 종종 이동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검과 맞지 않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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