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흑마법사의 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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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농부
작품등록일 :
2024.08.1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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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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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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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성찬(2)

DUMMY

#10화. 성찬(2)


스카티 패밀리의 본거지는 카시오네 시.

거미산이 있는 동부 산맥과의 거리는 걸어서 일주일. 기마를 이용 시에는 삼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말을 타고 왔다.

거미 산 초입.


푸르르르!


열 필의 말이 묶여 있다.

그것도 군마.

이번 노획물은 값지네.


‘말은 꽤 비싸지.’


튼튼한 군마 한 필이면 성인 노예 스무 명의 가치를 지녔다.

전시 중이라면 더 비싸고.

보자니 스카티 패밀리가 허술하게 찾아오지 않았다.

군마를 동원하여 시간을 단축했고 비싼 악의 권속까지 고용했다.

패밀리 단위의 조직에게는 꽤 큰 지출이었다.


‘돌아가면 불호령이 떨어지겠네.’


중년인을 쳐다봤다.

패잔병처럼 고개를 바닥에 떨구고 있었다.

대화 이후. 그는 절망의 수렁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했다.

깨달은 것이다.

자신들은 이미 끝났다는 것을.

그러나 희망이 없지는 않았다.

말에 올라탄 중년인에게 그 가능성을 전했다.


“벌써 죽상일 필요는 없어. 너희가 줄을 대는 귀족들이 있잖아. 그들의 지원으로 전력을 강화하면 승산이 있을걸?”

“.....전부 알고 있습니까?”

“너희 조직원이 다 불었거든.”

“정말 당신의 뜻대로 하면 됩니까? 감당 못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약하면, 넌 죽어.”


송사리는 필요 없다.

메기를 원했다.

그래야 내가 성장하니까.


“대체 당신은.....”


혼란스러운 얼굴로 말꼬리를 흐리는 중년인.

이해가 안 가는 모양이다.

굳이 설명해 줄 필요가 없어 재촉했다.


“어서 가. 네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일주일이거든.”

“최대한 빨리 돌아오겠습니다.”


입술을 깨문 그가 고삐를 힘껏 내리쳤다.


끼히히힝!


말 울음과 함께 떠나는 중년인.

벼르며 떠나는 걸 보니 단단히 준비할 듯 하다.


‘그래야지. 강해져서 돌아와.’


배웅하며 몸을 돌렸다.

배후에 집결한 거미들.

어느새 숫자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스카티 패밀리가 얼마나 준비했든지 간에 전투는 치열할 예정이었다.

밤 중의 활극이 끝났다.

고아원으로 돌아갈 시간.

이동하는 동안 노획물을 한 아름 물고 있는 거미가 눈에 밟혔다.


‘약탈하며 살아도 되겠는데?’


여러 냉병기와 군마 아홉 필을 얻었다.

짭짤하니 산적이 끊이지 않나 보다.

이참에 본격적으로 진출할까?

목 좋은 곳에 터 잡고 통행세를 받는 것이다.

가끔 청부 의뢰도 받고.

카작의 치안은 항구와 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내륙 산지에서 활동하면 녹림왕이 되는 건 시간문제일 터.

물론 말뿐이다.

대해와 같은 넓은 강을 놔두고 산에서 활동하는 건 우물 안 개구리나 마찬가지였다.


“정지.”


거의 다 왔다.

거미들을 숨겼고 끌고 온 군마를 한 데 묶었다.

정리를 마친 뒤, 고아원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입구에 아이들이 모여 있더라.


“원장님!”

“원장님이 돌아왔어!”


그것도 전부다.

벌써 아침인가 싶은데 여전히 깜깜했다.

화색을 짓거나 기뻐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벌벌 떠는 아이도 있다.

의문 속에 에이린이 다가와 말했다.


“비명을 들었어요.”

“들렸어?”

“네.”


얼마나 처절했으면 고아원이 있는 정상 부근까지 들렸을까.

살고자 하는 생명의 의지는 언제나 대단한 것 같다.

생각은 에이린에 의해 막혔다.


“원장님. 이제 아무것도 모른 채 무서워하고 싶지 않아요. 저희도 다 알고 있으니까 어떻게 된 건지 알려주세요.”


요청이 사뭇 진지하다.

보자니 더는 숨길 때도 아닌 듯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패밀리의 조직원들이 찾아오고 있어. 오는 족족 다 잡는 중이고.”


한 놈은 살려 보냈다.

마무리를 위한 미끼.


“이제 곧 끝날 거야. 많이 잡았거든.”

“.....다 죽였어요?”

“너희가 이제껏 들은 비명은 내가 지른 게 아니야.”


이건 잘 알겠지.

물음표 가득한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


소통의 시간.

데릭이 손을 들었다.


“원장님은 강해요?”

“어. 다음 질문.”

“저요! 얼마나 강해요?”


백문이 불여일견.

나는 목책을 보수하기 위해 놓인 굵은 나무를 들어 올렸다.

악어 턱.


콰직!


“우와아아아!”

“통나무가 부서졌어!”

“막스 형보다 훨씬 세!”


탄성이 빗발친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해서 검 손잡이를 들었다.

각인을 만지자 솟구치는 검신.


“와아아아!”


탄성 속에 보란 듯이 바닥의 나무를 내려쳤다.

순식간에 반으로 깔끔하게 잘린다.

신위와 함께 검을 힘껏 치켜들었다.

놀란 아이들이 열심히 손뼉을 쳤다.


“와아아아!”

“멋지다!”


짝짝짝짝!


밤중에 때아닌 갈채가 쏟아졌다.

다들 눈이 초롱초롱하다.

선망의 시선이었다.


[....뭐 하는 거냐.]


킬로츠의 뚱한 반응은 무시하자.


“와! 원장님 엄청 세구나.”

“그래서 나쁜 놈들이 비명을 질렀어.”

“나도 원장님처럼 되고 싶다.”


순식간에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나는 근엄하게 선언했다.


“이 세상에 나보다 강한 자는 드물어. 그러니 안심하도록 해.”

“네! 원장님.”


불안한 장내가 밝아졌다.

노획물을 수거한 뒤,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헛간으로 돌아간다.

그중에 에이린을 불러세운 뒤, 따로 지시했다.


“앞으로 아이들을 이끌어.”

“네? 이끌어요?”

“대장이 되라는 거야. 너는 인기가 많고 다들 잘 따르니까. 지금처럼 아이들이 동요하면 믿음을 주고 진정시켜.”


서커스는 한 번이면 족하다.

나 대신 진정시킬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 역할로 에이린이 적임자.


“곧 마지막 전투가 있을 거야. 그때가 오면 아이들을 데리고 피신해. 끝나면 우린 도시로 갈 거야.”

“.......언제에요?”

“길어야 일주일.”


독에 중독된 아저씨의 생존 기간이기도 했다.

어떻게든 제시간에 맞추겠지.

에이린의 눈이 흔들리다 이내 결연히 입술을 깨물었다.

본인의 역할을 깨달은 것이다.


“알겠어요. 제가 책임지고 돌볼게요.”

“그래.”

“저기. 원장님.”


돌아서려는데, 에이린이 내 소매를 꼭 쥔다.

쥔 소매가 떨리고 있었다.


“......많이 위험해요?”

“전투?”

“네.”


위험하겠지.

곧 다가올 전투는 변수가 많았다.

일단 어떤 상대가 오는지 예측할 수 없으니 까다롭고 위험하리라.

물론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전혀.”

“정말요?”

“내가 거짓말하는 거 봤어?”

“네. 말로는 치료한다면서 다 죽였잖아요.”

“.......”

“잠꼬대 심하다는 것도 거짓말이죠?”


에이린은 영특하다.

도시로 가면 글공부를 시켜야겠다.

쉴라가 기다리겠다고 재촉하여 보낸 뒤, 나 또한 걸음을 옮겼다.

가는 동안 킬로츠가 물었다.


[마신의 뜻인가?]

‘뭐가요?’

[아이들을 보살피는 것 말이다.]

‘아뇨. 제 의지입니다.’

[어째서? 악의 권속이 가장 경멸하는 존재가 약자 아니었나?]

‘빛의 권속이 아니라요?’

[그들은 증오하지. 하지만 약자는 경멸해. 지금의 너는 마치 성자 같군.]

‘......악담이 지나치시네요.’

[본심이 뭐지? 너는 지옥에서도 가장 깊은 심연의 존재와 닿아 있어. 그런데 어째서 자비를 베푸는 거냐?]


킬로츠는 날 이해할 수 없나 보다.

본심이라.

검신을 회수하기 위해 들어 올렸는데 내 얼굴이 반사되었다.

생김새는 전생과 전혀 달랐다.

갈색 더벅머리에 푸른 눈.

눈을 씻고 찾아봐도 닮은 구석이 없는데 이상하게도 비슷했다.

아마도 죽은 생선처럼 시들어버린 눈빛 때문이리라.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악마는 한 명이면 충분해요.”

[무슨 소리냐?]

“그런 게 있습니다.”


이제 자러 갈 시간.

물론 킬로츠와의 수련이 예고되었으나 바라던 바였다.

실전에서 검술의 성취를 보았다.

냉병기에 관심 없는 것도 옛말.

천재 검사의 재림을 위해 열심히 수련할 예정이다.


*


시간이 흘렀다.

고아원의 일상이 또 변화했다.


“뽁뽁뽁!”


이제는 지정석이 된 흔들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데 쉴라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지나다녔다.

보자니 맨발에서 신발이 생겼다.

그러니까 거미줄 신발.

하얗고 튼튼하며 엮어 만든지라 짚신과 흡사하다.

신어보니 구름을 밟는 것처럼 푹신하더라.

쉴라는 그 점이 신기한 모양이다.


“뽁뽁뽁!”


제 신발을 보며 이상한 소리를 내는데, 종일 저러고 있다.

지겹지도 않나.

게다가 넓은 데를 다 놔두고 내 주위로만 다니는지 모르겠다.

무척 거슬린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원장님! 여기 잘라주세요.”


에이린과 아이들이 우르르 다가와 내게 거미줄을 내밀었다.

그물 거미의 거미줄이었다.

부드럽고 가벼우나 튼튼해서 킬로츠를 꺼내야만 했다.

이 또한 귀찮았다.

킬로츠의 검날은 오직 계약자에만 응했다.

다시 말하면, 내가 일일이 꺼내 잘라야 한다는 것.

한가로운 일상에 번거로운 일이 생겼다.


‘거미줄을 한 단계 발전시켜야겠어.’


이 귀찮음에서 벗어나려면 그뿐이었다.


“자.”


검을 꺼내 거미줄을 잘랐다.

이제는 숙련되어 흔들의자에 몸을 싣고도 척척이다.

그런데 에이린은 그 점이 못마땅한 모양이다.


“원장님. 그러지 말고 마당에 나와서 도와주시면 안 돼요? 잘라야 할 때마다 원장님한테 와야 해요.”


가리킨 방향에는 거미줄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원래는 고치 상태로 돌돌 말렸는데 아이들이 평평하게 풀어 밧줄처럼 길었다.

다들 고생이 많네.

그렇다고 도와줄 생각은 없지만.

하늘을 보니 쨍쨍하다.

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싫어.”

“왜요?”

“나는 태양이 싫어.”

“.......”


에이린이 팔짱을 낀 채 째려본다.

대장으로 임명했더니 권력에 취한 듯 하다.

무언의 압박에 몸을 틀자 쉴라가 있었다.


“뽁뽁뽁!”


귀에 피 나겠다.

얘가 날 세뇌하는 건가 싶은 사이 장내로 누군가 뛰어들어왔다.

데릭이었다.

아이들 가운데 가장 눈이 좋아 언덕 봉우리에서 산 아래를 관찰하는 감시 역할을 맡고 있다.

안으로 들어선 데릭이 내게 다가와 속삭였다.


“산 초입에 사람들이 나타났어요.”

“인원은?”

“서른 명은 넘는 것 같아요. 무기를 들고 있어요.”

“그래.”


벌써 도착했네.

날짜를 계산해 보니 사흘 만이다.

그 아저씨. 호언장담하더니 정말 서둘렀구나.

나는 에이린을 쳐다봤다.

이미 분위기를 읽었는지 긴장하고 있었다.


“에이린, 이제 떠날 시간이야.”

“네. 데릭. 아이들을 모아줘.”

“응.”


이윽고 공터에 모인 아이들.

전면에 나선 에이린이 알렸다.


“우리 저번에 꽃 구경 가기로 약속했지? 마침 꽃이 예쁘게 피었다니까 보러 가자.”

“와!”

“꽃 보러 갈래!”


신이 난 아이들이 준비를 시작한다.

식량을 챙기고 당나귀와 군마도 준비했다.

위치는 거미 여왕의 동굴이 있는 협곡이었고 말대로 꽃밭이 펼쳐져 있었다.

거미산에서 정반대 방향이기도 했고.

에이린을 따로 불러 지시했다.


“내가 오지 않으면 협곡을 따라 계속 전진해. 민가는 최대한 피하고 누가 물어보면 시누아 교단에 몸담으러 간다고 말해. 신전을 찾으면 그곳 신관에게 군마와 당나귀를 바쳐서 의탁을 요청해.”

“무슨 소리예요? 돌아오지 않아요?”

“만일을 대비하는 거야.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거든.”


나는 전투의 향방을 가늠했다.

혈전이어도 반나절 안에 승패가 드러나리라.


‘내가 죽든가. 아니면 저들이 죽던가. 둘 중 하나겠지.’


물론 내가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제아무리 귀족과 얽혔어도 고작 사냥개들을 위해 최정예를 파견하진 않을 테니까.

게다가 이 시대의 강자들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어지간히 오만하지 않은 한 상대에 대한 분석이 철저했다.

변수가 넘쳐 흐르는 세계관.

삐끗하면 낭떠러지다 보니 신중함은 기본 소양이었다.

설명에 에이린의 코가 빨개지더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래도 돌아올 거죠? 평소처럼 별일 아니라는 듯이 돌아올 거죠?”


감수성이 풍부하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서 가.”

“기다릴게요.”


그렇게 소풍을 떠나는 아이들.

일별한 뒤, 내려가며 권속들을 불렀다.


타다다닥!


전과 달리 개체가 늘어난 거미들.

숫자는 열아홉이며 각자 특기를 지녔다.

비중은 전투 거미가 여섯 마리로 가장 많았고 추적 거미가 두 마리로 제일 적다.

나는 추적 거미의 몸통에 올라탔다.


“가자.”


혈전을 치르러.

상대는 패밀리가 작정하고 끌어모은 전력이었다.

데릭의 말에 따르면 숫자는 서른이 넘는다더라.

정보가 없어 전력을 추정할 수 없지만 사실, 그래서 기대가 되었다.


‘과연 메기가 몇 마리나 있으려나.’


월척이면 좋겠는데.

어느새 나는 포식자가 되어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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