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흑마법사의 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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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농부
작품등록일 :
2024.08.11 20:41
최근연재일 :
2024.08.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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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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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성찬(3)

DUMMY

#11화. 성찬(3)


이번 전투는 꽤 규모가 크다.

당연히 전술이 필요했다.

나는 거미들의 특기에 따라 역할을 부여했다.

선봉의 전투 거미가 돌격하고 맹독 거미는 진영을 흩트린다.

환영 거미는 적진 교란. 그물 거미의 거미줄은 동선을 방해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최종 보스.’


관망해야지.

일단은 지켜볼 생각이다.

알짜는 혼전 속에 드러나는 법.

실력자가 등장하면 그를 상대하리라.

진격 속에 킬로츠가 말했다.


[흑마법사답지 않은 정면승부로군.]

‘왜요? 매복하고 기습하지 않아서요?’

[그게 효율적이지.]


그렇긴 하다.

특히나 지금처럼 규모가 있는 전투라면 더더욱.

그러나 이점을 포기한 이유가 있었다.


‘제 역량이 궁금해서요. 게다가 대규모 전투는 흔치 않아서 경험을 쌓고 싶어요.’


지금껏 소규모 전투만 치렀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수를 상대로 싸울 일이 흔하리라.

흑마법사는 몰매의 대명사.

다수를 상대로 싸우는 법을 익혀야 했다.

나아가니 곧 인기척이 나타났다.


“산세가 험하니 긴장을 놓치지 마라!”

“언제든 기습할 수 있으니 조심해!”

“정찰과 간격을 유지해!”


태세를 잘 갖추네.

거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가장 먼저 맞닥트린 자는 정찰조였다.

눈이 마주치자 헛바람을 삼키는 남자.


“허억! 뭐, 뭐야!”


나는 그를 가리켰다.


“죽여.”


거미들의 속도가 빨라졌다.

사태를 파악한 남자가 돌아서려 했으나 이미 늦은바,


콰직!


“이아아악! 적이다아아!”


등 허리가 찍힌 남자는 죽어가면서도 본분을 다했다.

쓰러진 그를 유심히 바라봤다.

군복 차림이었다.

푸른 경장갑에 두 개의 반달 그림을 새겼고.

귀족가의 사병이네.

전방을 보자니 푸른 갑옷 차림의 적들이 모여 있었다.

후방에는 그 아저씨도 있었다.

한쪽 팔을 붕대로 꽁꽁 싸맨 지난 전투의 생존자.


‘기어이 귀족의 사병을 동원했네.’


꽤 작심했다는 뜻.

인심 각박한 귀족을 어떻게 구슬렸을까?

감탄하는 사이 거미들이 밀물처럼 적진으로 돌진했다.

그러자 판금 갑옷의 기사가 소리쳤다.


“마물이다! 전열을 갖춰라!”

“당황하지 마라! 싸워서 이겨낼 것이다!”

“방패를 세우고 화살을 쏴라!”


지시에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보병은 방패를 앞세웠고 석궁병이 화살을 쏘았다.

제법이네.

과연 어떻게 될까.

주목 속에 전투 거미가 방패병과 충돌했다.


쾅!


“아아악!”

“컥!”

“물러나지 마라! 맞서 싸워라!”


혼전 시작.

전투 거미들이 방패병을 뚫자 후위의 기사들이 검을 뽑고 달려들었다.

얽히고설키는 중에 변수가 등장했다.

별안간 나타난 화염구.


쾅!


끼이이익!


포물선을 그린 커다란 불덩이가 전투 거미를 요격한다.

순식간에 타오른 거미가 비틀거리다 퍼졌다.

나는 마법이 날아온 방향을 쳐다봤다.

보자니 초로의 노인이 있더라.

그 역시 나를 보고 있었다.


“악마의 종자로구나!”


단호히 일갈한 그가 지팡이를 겨누며 외쳤다.


“화염 작렬!”


펑!


불덩이가 날아온다.

다행히 내가 탑승한 추적 거미는 날렵했다.


쾅!


피한 자리로 흙무더기가 폭발하듯 튀어 오른다.

절로 놀라웠다.


‘마법사까지 동원했다고?’


엉덩이가 한없이 무겁기로 유명한 마법사를?

대체 무슨 수로 꼬셨을까.

생각을 바꿔야겠다.

원래는 중독된 아저씨를 죽게 내버려 둘 생각이었는데, 영문을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세등등한 마법사가 나를 가리키며 외쳤다.


“저 꼬마가 이 괴물들의 주인이니 우선적으로 해치워라!”

“잡아라!”

“이야아아!”


상대의 사기가 올랐다.

힘껏 전진하는 기사들.

그 가운데 민첩한 기사가 전면의 거미들을 뚫고 내게 득달같이 달려왔다.


“뒤져라!”


빠르네.

고생하며 찾아온 그를 가리켰다.

거미줄.


츄아아악!


쏘듯이 나아간 거미줄이 기사의 얼굴을 꿰뚫는다.

비명도 지르지 못한 그가 털썩 쓰러지자 전황이 잠시 얼어붙었다.

내가 거미만 조종하는 단순한 소환사가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아직 깨닫지 못했다.

내 거미들의 진가를.


“죽어라! 이 괴물아!”


환영 거미에 맞서던 병사가 돌연 창 촉을 돌려 아군을 찌른다.


“뭐 하는 거냐!”

“미친 새끼!”


느닷없는 배신자.

동시에 푸르스름한 연기가 안개처럼 퍼졌다.

맹독 거미였다.

독을 마신 한 기사가 제 얼굴을 감쌌다.


“아아아악!”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얼굴이 푸르스름하다.

독의 출현에 사방에서 경호가 일었다.


“독이다!”

“산개! 산개하라!”


흩어지려는 적들.

이번에는 그물 거미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으악!”

“뭐야!”


그물 거미의 거미줄이 튀어나와 포승줄처럼 적들을 묶는다.

끊어내려 했지만 킬로츠로 끊어내야 할 정도로 튼튼하니 애를 먹는다.

묶이는 동안 전투 거미의 칼날 같은 다리가 쏟아졌다.


“커헉!”

“으아아악!”

“살려줘!”


내 거미들은 단순 육탄에만 특화된 게 아니다.

특기가 있었고 실전에 유용했다.

적의 기세를 더 죽이자.

나는 마법사를 가리켰다.

부패의 화살.


피슛!


거무튀튀한 화살이 손끝에서 쏘아졌다.

자기애만큼은 최고인 마법사들.

위험을 감지한 노인이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화염벽!”


화르르륵!


타오르는 벽이 세워지자 부딪힌 부패의 화살이 소멸한다.

상성이 안 좋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위력적인 마법사가 신변 보호에 힘쓰는 동안 아군은 죽어나갈 테니까.

그런데 메기가 또 있더라.


“합!”


콰직!


전투 거미 하나가 쓰러졌다.

다리가 잘렸는데 앞서 지휘하던 중년의 기사였다.


“이얍!”


거미를 주저앉힌 그가 역수로 머리를 꿰뚫는다.

강하네.

놔두면 구심점이 될 터.


“저놈을 노려.”


나는 마법사를 견제하면서도 거미들에게 명령했다.

시작은 그물 거미.


피슉! 피슉!


거미줄이 움직임을 봉쇄하고 맹독 거미가 집중적으로 독을 분출했다.

전투 거미들이 끊임없이 찔렀고 환영 거미가 병사들을 이용해 기사를 공격했다.

집중된 공략에 단단한 기사의 얼굴에 균열이 일었다.

검을 휘둘러 풍압으로 독 안개를 밀어낸 그가 다급히 외쳤다.


“베데스 님!”


구원의 신호.

방향에는 늙은 마법사가 있었다.

보자니 주름진 피부 위로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갈등하는 것이리라.

나는 부패의 화살을 날리며 마법사를 노려봤다.


‘선택해. 아군을 도울지 아니면 포기할지.’


이지선다가 주어졌다.

만약 마법사가 마법을 거두고 기사를 돕는다면 전황에 반전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목숨을 걸어야 할 터.

선택의 기로 속에 마법사의 선택은.


“가속화!”


후퇴.

후방으로 쏜살같이 빠져나가는 마법사.

그 모습을 본 기사의 얼굴에 절망이 엄습했다.


“베데스 니이이임!”


메아리처럼 울리는 절망의 외침.

그러다 환영 거미에 홀린 기사의 검이 그의 가슴을 찔렀다.


“커헉!”


관통당한 그가 천천히 허물어진다.

바라보는데, 눈이 마주친 그가 원통한 얼굴로 저주했다.


“신벌이 내리리라! 너 또한 반드시 죽으리라!”


초면에 입이 험하네.

그사이 쓰러진 기사.

어쩌면 그는 불리한 전황을 뒤집은 영웅이 될 수 있었다.

패착이라면 사람을 너무 믿은 게 아닌가 싶다.

나는 달아나는 노인을 응시했다.

꽤 빠르게 현장을 벗어나고 있었으나 저런 부류야 충분히 예상했다.

달아나는 마법사의 옆으로 매복해 있던 추적 거미가 급습했다.


콰직!


“으악!”


칼날 같은 다리가 마법사의 복부를 꿰뚫었다.

단말마와 함께 바닥을 뒹군 마법사가 지팡이를 겨눴다.


“화염 작렬!”


펑!


추적 거미의 몸이 타오르더니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었다.

기습을 물리쳤으나 거기까지였다.


“끄으으윽!”


복부를 부여잡으며 뒹구는 마법사.

그의 절망적인 모습처럼 전세 또한 급격히 기울었다.

비명과 함께 유혈이 낭자하며 모래성처럼 허물어지는 기사와 병사들.

잠시 후. 치열했던 현장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전투 종료.

나는 시체 밭 너머에 외따로이 선 중년인을 쳐다봤다.


“으으으으!”


후방에서 벌벌 떨고 있다.

길잡이 역할이었는지 전투 현장에서 벗어난 덕분에 파국을 면했고.

아무래도 저 사람은 오래 살 팔잔가 보다.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용케 귀족의 사병을 데려왔네. 어떻게 꼬셨어?”

“......경쟁 가문이 의도적으로 공격했다고 했습니다.”

“마법사는?”

“원한 관계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둘러댄 가문하고 여자 문제로.”

“저 늙은이가?”

“그렇습니다.”


흥미롭네.

더 듣고 싶다.


“아저씨는 꽤 쓸모가 있네. 이름이 뭐지?”

“.....엘버트입니다.”


이 자는 유용했다.

게다가 나는 도시에 눌러앉을 예정이고.


‘맨땅에 헤딩하는 것보다야 조력자가 있는 게 낫지.’


역시 인간은 유능해야 살아남는다.

나는 그의 붕대를 가리켰다.


“풀어 봐.”

“살려주시는 겁니까?”

“그래. 하지만 벗어날 수 없어. 그러니 선택해. 흑마법사의 노예가 될지. 아니면 명예롭게 여기서 죽음을 맞이할지.”


어차피 선택은 정해졌다.

패밀리 출신에게 명예가 있을 리가.


“죽겠습니다. 당신을 평생 섬기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습니다.”


어라?

쳐다보니 빈말이 아닌 듯 결연하다.

존중해 줄까 하다 모르는 눈치여서 되물었다.


“괜찮겠어? 지금 가면 곤란할 텐데.”

“예? 그게 무슨 소립니까?”

“같이 가잖아.”


나는 누운 시체들을 가리켰다.

족히 서른 구는 되었다.


“알지 모르겠지만, 모든 영혼은 천상의 심판대에 올라. 그러니 지금 죽으면 함께 순서를 기다리게 될 거야. 저기 죽은 사람들은 당신이 흑마법사와 결탁했다고 확신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


각오한 엘버트의 얼굴이 흔들렸다.

어색한 침묵이 감돌기를 한참.

나는 전투 거미에게 후방을 가리켰다.


“팔을 잘라.”


가리킨 방향에는 마법사가 소매에서 유리병을 꺼내고 있었다.

담긴 용액은 투명한데 보석처럼 반짝였다.

성수였다.


콰직!


“끄아아악!”


전투 거미의 무정한 내려치기에 장작처럼 팔이 잘리는 마법사.

뜻밖의 전리품이다.

거미가 물고 온 것을 받아든 뒤, 엘버트에게 내밀었다.


“성수야. 이거라면 치료하기에 충분해.”

“이, 이걸 주시는 겁니까?”

“받고 말고는 스스로 결정해야지. 죽을 거라며. 어쩔 거야?”

“앞으로 평생 모시겠습니다.”


조아리는 엘버트.

성수의 위력인 가 보다.

나는 그에게 턱짓했다.


“치료는 빠를수록 좋아.”

“예, 예.”


냅다 붕대를 푸는 엘버트.

드러난 팔은 이미 썩은 피부와 고름으로 범벅이었다.

성수를 받은 그가 팔에 충분히 뿌린 뒤, 입에 넣었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허어!”


탄성을 지르는 엘버트.

아닌 게 아니라 뱀 비늘처럼 썩은 살이 벗겨지고 새 살이 돋아나고 있었다.

치유 효과가 대단하다.

나는 단번에 가치를 파악했다.


‘최상급 성수네. 엄청 비싼데.’


최소 중형급 성채 한 개 값이리라.

괜히 줬다 싶으면서도 공교로웠다.

원래는 팔을 자르려고 했는데 마법사가 이거 쓰라며 성수를 꺼냈으니까.

그것도 죽은 사람도 일으킨다는 최상급 성수.


‘행운의 여신이 뒤를 봐주나?’


물론 작중에 그런 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확실한 건 엘버트가 악운에 강하다는 것이다.

곁에 두다 보면 언젠가 쓸모가 있을 터.


“칼슨 고아원에 온 걸 환영해.”


얼떨떨해하는 그의 이마에 손바닥을 붙였다.

주인의 각인.

마법이 새겨짐과 동시에 일순간 눈빛이 흐려진 엘버트가 물었다.


“뭐, 뭡니까?”

“노예 표식.”


역병곰 보다는 쓸만하겠지.

그에게 현장을 가리켰다.


“전리품을 챙겨.”

“예.”


엘버트를 뒤로하고 시신이 된 마법사에게 다가갔다.

삶의 미련 때문인지 악귀 같은 표정으로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비겁한 걸 보니 노선을 잘 못 탄 위인이다.

흑마법사를 선택했으면 이름을 떨쳤으리라.

어느새 브리드가 나타나 마법사를 덮었다.

뭐가 나올까?

기대 속에 바룬어가 떠올랐다.


[마력 가속]

[지옥 불]


괜찮네.

덤으로 마력까지 얻었고.

이제 하나만 더 하자.

방금의 전투에서 메기는 두 마리였다.

마법사와 배신당한 기사.

그 외의 송사리는 필요 없었다.

죽은 기사의 앞에 다가가니 알아서 나타나는 브리드.

그런데 외관이 변해 있었다.


콰직! 콰직!


없던 이빨이 나타나 시체를 분쇄한다.

그새 진화했구나.

보자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브리드.”


포식을 마친 브리드에게 손바닥을 내밀자 폴짝 올라탄다.

이빨만 돋아난 게 아니다.

눈도 생겼다.

흰자가 없는 붉은 동공.

이빨까지 있으니 눈 달린 동전 지갑 같다.

배회하던 엘버트가 옆을 지나며 힐끔거리길래 반사적으로 브리드를 자랑했다.


“귀엽지?”

“.......예.”


어색한 얼굴로 끄덕인 그가 뒷걸음질을 친다.

기대한 반응이 아니어서 실망스러웠으나 이해했다.

미학을 모르는 무지한 자가 뭘 알까.

브리드가 이쁜 건 나만 알고 있어도 충분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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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성찬(3) 24.08.19 17 0 13쪽
10 #10화. 성찬(2) 24.08.18 16 0 12쪽
9 #9화. 성찬(1) 24.08.17 16 0 14쪽
8 #8화. 마룡 킬로츠(2) 24.08.16 15 1 13쪽
7 #7화. 마룡 킬로츠(1) 24.08.15 18 1 13쪽
6 #6화. 거미산의 여왕(3) 24.08.14 16 0 14쪽
5 #5화. 거미산의 여왕(2) 24.08.13 21 2 12쪽
4 #4화. 거미산의 여왕(1) 24.08.12 24 2 13쪽
3 #3화. 고아원의 흑마법사(3) 24.08.11 29 1 14쪽
2 #2화. 고아원의 흑마법사(2) 24.08.11 30 1 13쪽
1 #1화. 고아원의 흑마법사(1) +1 24.08.11 50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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