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감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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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단초
작품등록일 :
2024.08.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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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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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무엇을 찾으십니까]

DUMMY

[11화. 무엇을 찾으십니까]






던전에 대하여 간략하게 설명을 하자면.


튜토리얼(훈련) 탑에 참가한 사람은 빌어먹게도 나 혼자 만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소속인 나를 제외한 99명도 참가를 했는데.


이들 모두가 전 세계에서 이름을 떨치는 유명 감독들이다.


세계적인 다양한 장르의 감독들이 종말에 대처하는 방법을 시험하자는 심산이 아닐까 싶다.


참가한 감독들의 실명을 거론하자면.


프랑스 영화의 거장 장뤼크소.

멕시코 영화의 신성이라 불리는 안드레 마초.

호주 코미디 영화의 대부 쿠보형제정도.


‘종말의 감독’은 그야말로 영향력 있는 감독 100인이 참여한 초유의 프로젝트다.


종말의 감독을 뽑는 순서는 이렇다.


→ 튜토리얼을 클리어한다.

→ 종말의 ‘시나리오’ 의뢰.

→ 종말을 막는 방법을 각색한다.

→ 종말의 시나리오 시뮬레이션.

→ 갑들의 평가와 평론 진행.


문제는.


이 중에서 튜토리얼을 완료한, 최종 한 사람만이 종말의 시뮬레이션을 치를 자격이 주어진다는 건데.


단 한 사람도 이 단계를 통과한 적이 없다.


485회차 감독 에프(이종석)도 ‘갑’들의 시뮬레이션을 통과하지 못하고, 벼락을 맞고 뒈졌다는 게 진실이다.






*






[레벨 19 빨간 모자 고블린이 나타났습니다. 50마리를 퇴치하세요.(1/50)]


이장우의 일격에 고블린들이 주춤했다.


“평가만으로 죽을 수 있다는 건 대체 누가 결정 한 거야?”

“머저리냐? 계약서에 쓰여 있잖아!!”


에프(이종석)의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어떻게 해야 살 수 있냐?”

“잘해야지!! 잘!!!”

“그걸 말이라고······. 대답 고맙다. 나쁜 새끼야!!”


그 순간, 상태창의 메시지가 울렸다.


띠링-


[랭킹 100위 캐나다소속 빌레이가 사망하였습니다.]


튜토리얼에 참가한 감독이 죽었다는 비보였다.


오늘만 벌써 세 명이 죽어 나가는구나?


이장우는 붉은 줄이 가로로 그어진 빌레이의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잔잔한 음악이 들려왔다.


참가자들이 정한 묵념의 시간이다.


마물들이 코앞에 있기는 했지만······.


상관없다.


에프(이종석)가 지켜주겠지?


이장우는 에프가 있는 곳을 응시했다. 잠시 묵념하는 동안 자신을 지켜달라는 부탁이다.


어차피 내가 소멸하면 가이드로 소환된 그의 임무도 끝이다.


그러니 날 도와줘야 할 거다.


우리는 함께 뒈지거나 같이 사는 공동운명체니까.


나는 에프에게서 시선을 거두고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자 앞에 있던 다섯 마리 고블린의 살기가 느껴졌다.


괜스레 무섭다.

그냥 묵념하지 말까?

목숨이 몇 개도 아닌 달랑 하나인데.


이러다 진짜 죽으면 어떡하냐?


나는 나를 과신하지 않는다.


과거의 난 이종석에게 뒤통수를 맞고 십여 년을 반백수로 살지 않았던가?


그 패잔병의 기분은 언제나 나를 초심을 돌아가게 한다.


이장우는 은근슬쩍 눈을 떠 다시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도 뒷걸음질 치는 고블린들이 보였다.


에프의 살기를 저들이 느낀 것 같다.


이장우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참고로 에프는 만렙이다.


고작 19레벨의 고블린이 감당할 그릇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 덕에 나에게도 묵념할 시간이 주어졌다.


하지만 에프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건 아니다.

우리는 생과 사를 함께하는 공동운명체니까.

살짝은 믿어보기로 한 거다.

그렇다고 에프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난 저놈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

저주한다.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모르는 놈이니까?


이장우는 복잡한 마음으로 눈을 감고 두 손을 공손하게 모았다.


그러고는 빌레이와 생전에 나누었던 대화를 어렵게나마 추억 했다.


[헬로!]

[반가워요!]


던전에 들어와 처음 인사를 나눴던 사람이 빌레이였는데······.


[고고]

[네!!! 탑의 꼭대기에서 만나요!]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뜻은 통했을 거다.


반드시 튜토리얼을 통과하자고 손을 마주 잡고 약속까지 했던 브라더가 죽어버리다니!?


참고로 빌레이의 나이는 쉰이 넘었다.

내가 좋아하는 공포영화 <이블베드>를 연출했던 감독이기도 했다.


‘영원토록 브라더의 작품을 기억할게······.’


한숨이 나왔다.


마물을 죽이고.

능력을 올리고.

보상을 받는다.


적자생존.

약육강식.


또 뭐가 있었더라? 아무튼.


누군가를 짓밟지 않으면 내일이 없다니······.


이런 더러운 세상이 어딨는가?


에라, 말을 말아야지.


‘정말 주최 측의 농간에 이골이 날 지경이다.’


얼른 이곳을 빠져나가 푹신한 침대에 누워 웹툰을 몰아보고 싶다.


1+등급의 왕란에 파를 송송 썰어 넣은 라면도 먹고 싶고.


그때였다.


“이장우!!! 그만 쉬고 싸워야 하지 않겠어?”


묵념인지 잡념인지에 정신이 팔린 사이 에프의 핀잔이 들려왔다.


그 순간.


고블린의 살기가 다시 느껴졌다.


“에프 이 자식이······. 누가 또 숨으래?”

“이건 내 시험이 아니라고!!! 내가 왜 네 뒤를 봐줘야 하는데?”

“몰라서 묻냐? 내가 죽으면?”

“시끄러워!!! 그러면 죽기 직전에 구해주면 그만이잖아.”


뒈지게 처맞은 뒤에나 구해주는 게 돕는 건가?


저걸 소환하는 게 아니다.


랜덤 박스를 취소하는 방법은 없나?


“개······. 이런······.”


욕지기가 혀끝까지 맴돌았으나 튀어나오지는 못했다.


방심하는 사이 수십 명의 붉은 모자 고블린이 나를 에워쌌다.


“빌어먹을.”


유식하게 이 상황을 표현하고 싶은데.


그래 진퇴양난이구나?


나를 사이에 두고 이들은 원형의 진법을 구축하고 있었다.


무리로 움직이는 놈들이라서 그런지 제법 싸울 줄은 안다.


‘젠장······. 등에서 식은땀이 웬 말이냐?’


긴장감이 돌았다.


괜스레 칼을 잡은 어깨와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내가 말하지 않은 것이 있는데.


무기를 살 수 있는 상점이 31층에 있는 관계로 30층에 있는 내가 쓰고 있는 무기는 아내가 아끼는 국산 주방용 칼이다.


240mm길이의 칼날에 2.1mm의 두께를 가진 이 칼은.


다른 건 모르겠고.


과일이나 고기를 써는 데에는 두말할 것 없는 성능을 자랑한다.


고로 고블린 한 놈쯤이야······. 죽이는 데 문제는 없었지만.


고블린에게 둘러싸인 작금의 상황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재수 없으면 죽는다.’


이러다간 곧 빌레이의 다음 사망자가 내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장우는 다수의 고블린을 상대할 생각에 머리가 쭈뼛 섰다.


“무섭냐? 못 하겠으면 죽어야지!!!”


에프의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개소리야? 무서운 게 아니라 좀 전에 발현했던 스킬의 쿨타임을 확인하는 거야!!”


지금껏 더럽게 약한 무기로도 무려 30층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스킬의 능력 덕분이 아니었겠는가?


[쿨타임 완료까지 3분 남았습니다.]


스킬은 발현시간과 그에 상응하는 쿨타임이 존재했다. 발현시간이 길면 길수록 쿨타임도 길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내가 사용하는 스킬의 발현시간은 쿨타임과 정비례하다.


예를 들어 스킬 발현이 3분이면. 쿨타임도 3분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스킬을 발현하면 피로도가 상승해 한동안은 몸을 가누지 못한다.


붉은 모자 고블린의 족장을 만나기 전까지는 스킬을 아끼고 싶었는데.


띠링-


망설이던 이장우의 앞에 메시기가 떠올랐다.


[성웅(聖雄)은 침착하게 싸우라며 이장우님을 격려합니다.]


매일 같이 던전에 있는 나를 후원하는 고마운 분이다.


그래 침착하게 상황을 돌아보자.


[성웅(聖雄)이 쿨타임을 완료시켰습니다.]


뭐?


갑자기?


이게 무슨 횡재냐?


라이브 방송도 아닌데.


이장우는 자신을 도와준 성웅을 위해 춤이라도 보여주고 싶었다.


[성웅(聖雄)은 마음으로만 받겠다며 썩은 미소를 짓습니다.]


그 순간, 고블린 다섯 놈이 이장우의 앞으로 뛰어들었다.


이장우는 무릎을 굽히고 칼날을 반대로 쥐었다.


슬슬.


스킬을 사용해 볼까?


[킬러의 특성스킬이 개방됩니다.]


[사용제한 시간 5분이 주어집니다.]


저들의 목을 단숨에 베는 것이 관건.


[피를 갈망하는 킬러 ‘나이트’가 눈을 뜹니다.]


[특성스킬 ‘숨겨진 발톱’이 활성화됩니다.]


위, 아래, 좌, 우.


[이장우님의 동체 시력이 활성화됩니다.]


고블린의 모습이 느리게 보였다.


속도가 느려진다는 건 생각할 시간이 주어진다는 이야기.


[목표물의 포인트가 ‘적색’으로 표시됩니다.]


이장우가 시속 80의 속력으로 고블린의 눈앞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신체 능력만으로는 나보다 레벨이 높은 고블린을 처리할 수 없다.


[종말의 감독 하위 스킬을 사용합니다.]


[하위스킬 ‘가호’가 발현됩니다.]


거기에다가 무기의 물성을 강화하는 스킬을 조합한다


가호는 소환된 에프의 능력을 빌려 쓸 수 있는 능력이다.


[에프의 가호가 지속해서 이어집니다.]


주방 칼에 성스러운 빛이 부여된다.


[물성이 20% 상승합니다.]


[순간 공격력이 7% 상승합니다.]


쇄애애애애액-


“받아라!!! 이 것들아!!!”


이장우의 칼이 고블린의 사이를 섬광처럼 지나갔다.


그 순간, 적색 포인트가 찍힌 고블린의 머리가 일제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합이 스물넷!


이장우는 칼에 묻은 고블린의 피를 털어내며, 나머지 고블린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사용제한 시간까지 4분 18초 남았습니다.]


[레벨 19 빨간 모자 고블린이 나타났습니다. 50마리를 퇴치하세요.(25/50)]


“저쪽 동굴에 마력이 감지되고 있어!!! 따라와”


모습을 감추고 있던 에프가 어느새 이장우의 앞에 나타났다.


누가 개자식이 아니랄까 봐?


마력을 감지하는 것만큼은 일품이다.


“뭐해? 안 따라와?”

“간다고!!!”


아주 트레이너 납셨다.


이장우는 에프가 부르는 곳으로 ‘나침반’을 들었다.


고블린을 죽였던 장소를 지나가기 전에 식별할 수 있는 마킹을 하는 것이 관건.


나는 상처 낸 손가락의 피로 벽면에 이니셜을 남겼다.


'L'


이걸 하는 이유를 간략하게 설명을 하자면.


임무를 완료하더라도 길을 잃으면 층에서 완료한 임무는 다시 리셋 된다.


다시 말해 왔던 길에서 다시 출발한다는 뜻.


그걸 몰랐던 사람들은 대개 던전의 1층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아사했었다.


“이곳이야 긴장하라고.”


다시 에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장우가 허리만 한 바위틈을 바라보자 그 안에서 살기가 흘러나왔다.


[복수심을 품은 붉은 왕관을 쓴 고블린 족장이 있습니다.]


서슬 퍼런 살기를 띤 고블린들이 바위틈으로 튀어나왔다.


붉은 왕관을 쓴 고블린의 족장도 함께였다.


피를 부르는 복수라······.


내가 죽인 자들 중에 족장의 핏줄이 섞여 있었나 보다.


“어쩌라고? 마음에 안 들면 어디 한번 덤벼 보던가?”


이장우는 이를 꽉 물고. 고블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인간과 마물이라고는 하나.


이렇게 죽고 죽여야 하는 상황이 유쾌할 수는 없다.


서걱-

서걱-

서걱-


사사사사삭-


[레벨 19 빨간 모자 고블린이 나타났습니다. 50마리를 퇴치하세요.(48/50)]


다만.


저들을 죽이지 않으면.


나의 행복한 삶이 존재하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


이장우의 손이 무릎 꿇은 족장의 목을 움켜잡았다.


“살인자!!!”


고블린 족장의 피맺힌 절규가 들려왔다.


“미안합니다. 나도 살려고 그래요.”


서걱-


족장의 머리가 땅바닥에 떨어짐과 동시에 남은 고블린들이 우왕좌왕 도망치기 시작했다.


[레벨 19 빨간 모자 고블린이 나타났습니다. 50마리를 퇴치하세요.(49/50)]


이제 한 마리 남았다.


[특성스킬 사용제한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특성스킬 개방까지 쿨타임 5분이 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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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나한테는 숨기는 게 없어야겠죠] 24.09.07 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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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무엇을 찾으십니까] 24.09.02 8 1 14쪽
12 [12화. 무엇을 찾으십니까] 24.09.01 6 1 12쪽
» [11화. 무엇을 찾으십니까] 24.08.31 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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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플레이어는 게임을 이탈할 수 없습니다] 24.08.23 33 2 14쪽
2 [2화. 감독이 되고 싶나요? 꿈을 실현할 기회입니다] 24.08.22 47 2 12쪽
1 [프롤로그 + 1화. 감독이 되고 싶나요? 꿈을 실현할 기회입니다] 24.08.21 10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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