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감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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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단초
작품등록일 :
2024.08.13 11:30
최근연재일 :
2024.09.1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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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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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무엇을 찾으십니까]

DUMMY

[12화. 무엇을 찾으십니까]






스킬을 사용한 피로 때문이다.


이장우는 주저앉아 도망치는 고블린들을 바라보았다.


잠시 숨을 돌릴 시간은 필요한 법.


“멍청아!! 얼른 쫓아가!!!”


빌어먹을 에프가 보채기 시작한다.


스킬을 사용하고 나면 꼼짝없이 쓰러져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보채지 마! 저놈들이 어디로 도망갔는지 확인했어, 그러니까 조금만 쉬자!”


[이장우님의 피로도가 90%이상 진행되었습니다. 휴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상태창의 경고에도 에프는 날 가만두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해서 어느 세월에 50레벨로 올라갈 거야?”


튜토리얼을 클리어하는 최소 조건이란다.


“31층에서 구매한 장비 능력으로 올리지 뭐!”

“장비만 믿다가 죽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던가?”


에프가 으르렁댔다.


“시끄럽긴? 쉬는 동안 가져온 치킨이나 먹자고!!!”

“그, 그러던지.”


잘 삐지는 에프를 달래는 방법은 제법 쉽다.


K사의 치킨이면 만사형통이다.


[따끈따끈한 치킨을 꺼내시겠습니까?]


치킨 한 상자를 꺼내자 에프가 달려들었다.


“닭 다리 하나는 남겨놓지!! 맛있냐?”

“특별히 이번만 봐주는 거다. 얼른 먹어. 상점에 가서는 선택해야 할 것들이 많을 거야!”

“개방된 인벤토리는 6개가 전부야!! 어차피 많이 담지도 못하는데.”


이장우는 상태창에 있는 인벤토리를 찾았다.


인벤토리는 여행 가방과 같은 개념이다.


담거나 필요하면 꺼낼 수 있다.


사용 순서는 이렇다.

상태창의 하단에 있는 ‘마이메뉴’에 들어간다.

우측 상단에 있는 장비, 물품이라는 카테고리 중 물품을 선택한다.

‘물품’을 열면 25개의 네모난 칸이 나타난다.

가로 다섯 칸 세로 다섯 칸이다.

여섯 칸은 오픈.

나머지 열아홉 개 칸은 붉은 표시로 잠금이 되어있다.


처음에 미션을 받았을 땐 두 개의 창이 열리더니, 레벨이 3씩 오를 때마다 하나씩 개방된다.


처음 담은 물건은 ‘종말의 가이드북’ 1권.

두 번째는 성웅님께서 후원해 주신 랜덤 박스X2.


같은 물건이라면 한 칸에 모두 담을 수 있다.

공간활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세 번째 칸은 던전용 도시락을 담아오는 용도로 사용한다.


결론은, 치킨을 소진하고 장비를 담을 수 있는 칸은 총 4개라는 말인데······.


하.


물품은 그렇다 치고······.


착용하는 장비는 어디에다가 보관해야 하지?


에프는 고민에 빠진 이장우를 향해 혀를 차며 물었다.


“뭘 혼자 고민하는 거야?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모자, 보호복, 방패, 검, 신발······. 31층에 올라가도 이런 걸 다 살 수가 없잖아!!”

“이유는?”

“인벤토리에 넣을 공간이 부족하거든!!”

“멍청한 놈이 가이드 앞에서 쓸데없는 고민이나 하고?”

“뭐?”

“보라고!”


에프는 마이메뉴 카테고리에 있는 ‘장비’를 가리켰다.


“입을 수 있는 무기나 장비는 물품의 보관 개수와 상관없이 이곳에 넣을 수 있다고.”


그것을 개방하자 무기와 방어구를 담는 네모난 서랍이 나타났다.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훈련 이후에 넣어 놓기만 해도 살균, 건조, 부식방지가 모두 된다는 말씀. 그리고 여기 네모난 수리함에 넣으면 새것처럼 고쳐서 나온다고!”


참 빨리도 알려준다.


“그게 사실이야?”


며칠 전 상태창의 업데이트가 진행되던 모양이더니 이런 기능이 추가되었나 보다.


나는 거적때기 같은 무기를 버리고 새로운 옷과 장비를 구매할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괜한 걱정을 했구나······.


“그럼 어디 한번 출발해 볼까?”

“치킨은 다 다 먹고 출발하라고!!!”


[랭킹 92위 중국 소속 제임스 린이 6층을 등반했습니다.]

[랭킹 2위 인도 소속 만다라 수잔이 29층을 등반했습니다.]

[랭킹 1위 대한민국 소속 이장우가 30층을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31층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가 가동을 시작합니다. 서둘러 주세요.]


위잉-








***








1층에서 30층까지는 절벽을 기어야만 올라갈 수 있었는데, 31층은 에스컬레이터가 준비되어 있었다.


체감상 30층과 31층의 거리는 1km정도 되는 것 같다.


나는 에스컬레이터의 아래를 바라보았다.


몰랐던 사실이 하나 있었는데······.


둥근 원형의 콜로세움처럼 탑의 가운데가 훤히 뚫려있었다.


그곳으로 마물들과 사투를 벌이는 감독들이 보였다.


“거, 오크는 앞에서 상대하면 안 된다니까?”


오크의 큰 주먹에 맞아서 날아가는 프랑스 감독이 보였다.


어쩌면 오늘 중에 사망 선고가 들릴지도 모를 일이다.


“저런데 한눈팔 때가 아니야!! 앞을 보라고!!”


에프가 내 허벅지를 찔렀다.

31층에 도착한 것이다.


동굴의 습한 냄새와 음침한 공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30층의 던전과는 다른 공간이잖아?


현대의 문명이 잘 녹아 있다고 해야 하나?


‘#’


이라는 큼지막한 간판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설렌 나머지 ‘#’이 있는 입구로 무작정 걸음을 옮기던 그때였다.


에프가 내 손을 꽉 잡고는 고함을 지르는 게 아닌가?


“정신 차리라고!!!”

“갑자기 왜?”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에프를 바라봤다.


“저거 안 보이냐?”


에프가 눈짓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천장에 있는 빔과 입구를 지키고 있는 커다란 동상이 보였다.


그 순간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걸 왜 보지 못 한 거지?


“멋대로 허가도 없이 들어갔다간 머리에 바람구멍이 난다고!! !! 네 이마를 봐!!!”


그제야 붉은 점이 내 이마를 향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본능적으로 이마를 가렸다.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는 사실에 오금이 저렸다.


“너무 긴장하지는 말고!! 자 저기 동상 보이지? 저 앞에서 잠시 기다려!!”

“알았어!!”


에프는 발 모양이 그려진 곳에서 대기하라고 일러줬다.


방심은 금물이라는 말을 머리로 되뇌며, 에프의 지시를 따랐다.


동상의 생김새는 관복을 입은 조선 시대의 사람으로 보였다.


[31층의 관리자가 이장우님의 신원을 조회합니다.]


그 순간, 동상의 눈이 붉게 번뜩였다.


나를 스캔하는 기분이다.


[로딩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이장우님의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입장이 가능합니다.]


굳게 닫혀있던 ‘#’의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의 입장 시간은 5분으로 제한됩니다.]


“뭘 멍하니 보고 있어? 제한시간 못 들었어!?”


주저하는 나를 발로 차는 에프였다.


얼떨결에.


나의 두 발이 자동문을 넘었다.


어라?


[이장우님이 ‘#’에 입장하셨습니다.]


“이것 봐라? 없는 게 없네?”


눈 앞에 펼쳐진 건 신세계였다.


온갖 물욕을 일으키는 신세계!!


대형할인점에 와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우리 곁에 언제나 있을 것만 같은 ‘다있었소’와 같은 공간이 아닐까 싶었다.


나는 주변에 있는 장바구니를 들었다.


바퀴가 달린 데다가 높은 손잡이로 끌고 다닐 수도 있었다.


물건을 고르면, 나가는 길에 계산하는 시스템이다. 들어 올 때 보았던 동상의 눈에 가격을 스캔하는 형태로 보인다.


첫 행선지는 언제나 클리어런스가 놓인 곳이다.


‘#’을 방문하는 감독들이 많이 없어서인지 엄청난 양의 재고들이 매대에 올려져 있다.


종류도 다양했지만,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런데······. 가격이 왜 이렇게 사악하지?’


가죽 장갑의 금액을 확인한 순간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거 공이 몇 개야?”


몇백?


이거 하나가?


믿을 수 없어서 장갑을 놓아버렸다.


그럼 할인하지 않는 물품은 도대체 얼마인 거야?


여러 분류의 진열장이 있지만.


나는 국내의 물품들이 있는 진열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1920년~2024년 현대 무기.]


스파이 영화에서 볼법한 최첨단 무기들이 액자처럼 진열되어 있다.


대부분 총과 폭탄이 주류였다.


신기한 건.


진열장마다, 국가, 시대별 년도, 사용자의 이름이 적혀있다.


사용했던 무기들을 다시 복각한 건가?


‘장인’의 손으로 무기를 재탄생시킨 모양이다.


[918년 ~ 1391년 고려 무기.]


보안을 위한 건지,


유리 케이스 안으로 가지런히 정렬된 무기들을 보니 박물관에 온 기분이다.


“세트?”


위인(偉人)별로 사용하던 구성품이 세트로 진열되어 있는데.


그중 내 시선을 사로잡는 위인이 보였다.


“이건?”


고려의 무신 척마스터의 갑옷과 검이 아닌가?


그래! 바로 이거다.


이장우는 근접 무기보다 장거리 무기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척마스터의 창만큼 긴 검은 거리를 확보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저 얇기라면 무협에 나오는 무당파의 면검처럼 무게가 가벼울 거라는 예상.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걸로 맞추자!


3억?


가격은 상관없다.


나는······.


[이장우님은 해당 장비를 구매할 자금이 부족합니다.]


뭐?


곽필름의 대표 미수라 곽에게 10억을 계약금으로 받았었는데······.


돈이다 어디로 증발한 거지?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이 필요했다.


나는 운영비를 맡긴 가이드 에프를 노려보았다.


“근데 그 많던 돈이 언제 이렇게 바닥났냐?”

“그래서 말인데. 지금 이대로는 다음 층으로 올라갈 수 없게 될 거야!!”


에프가 담담하게 말했다.


“다음 층을 못 올라간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입장료도 있었어?”


이장우는 잔액을 확인했다.


[이장우님은 1억 3000코인이 남아있습니다.]


“흠······. 던전은 뭐 공짜로 들어오는 줄 아나? 당연히 있지.”


적반하장 에프가 간악한 입매를 비틀었다.


“알아듣게 설명해 볼래?”

“지성인답게 말로 할까? 말 못 할 사정이 있었다고!”


그 이유인즉슨.


탑을 오가는 입장료와 층을 올라가는 통행료는 난이도에 따라 천만 원에 육박했단다.


개자식이!


그래 이해한다.


30층이면 3억 정도······. 썼겠지?


그런데 나머지 돈은?


이장우는 자금의 흐름을 추적했다.


그러자 다른 곳으로 자금이 흘러간 정황이 여실히 드러났다.


내 계좌에서 빠져나간 4억이······. 에프에게 흘러간 이력이 있네?


매일 수천만 원씩······.


야금야금.


그런데 이게 가이드 비용이라고!?


이건 곽필름에서 주는 거 아니었어?


“삼천만 원이 누구 집 개 이름이야? 싸움구경에 뒷짐이나 쥐고 있던 놈이 뭘 이렇게 많이 받아가? 뱉어!!! 아까 먹었던 치킨도 뱉어내!!!”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던 나는 에프의 멱살을 잡았다.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검은 머리 짐승이나······. 녹색 대가리는 거두는 게 아니다.


전자는 이종석이고 후자는 에프가 된 이종석이다.


이유는 둘 다 사람 새끼가 아니니까!!


개······. 이 새끼가 나 몰래 부를 쌓고 있었다니?


나를 상대로 재테크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뒤통수가 얼얼해졌다.


“진정하라고!!!”

“내가 진정하게 생겼냐? 이 돈으로 뭘 사라고?”

“이런 무기 말고 다른 걸 사면 된다고.”

“무슨 개소리야? 무기를 안 사면? 32층부터 또 주방 칼을 들고 싸우라고? 어?”


이장우의 눈이 회까닥 돌아갔다.


역시 믿을 놈이 아니었는데······.


이걸 어째야 하나?


새로운 랜덤 박스라도 열어야 하나? 오늘 저 가이드 놈을 죽이고 페널티를 받아 말아?


[지켜보던 성웅(聖雄)이 눈물을 흘립니다.]


이장우도 눈물을 글썽였다.


저 새끼는 모른다.


세상에서 제일 서글픈 게 돈이 없어서 하고 싶을 걸 못하고 먹고 싶은 걸 못 먹는 거다.


“들어봐! 나한테 다 생각이 있다고!!!!”

“뭘 어쩌자는 거야?”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이 던전 안에서 마물들을 죽이는 것 말고는 다른 일은 떠올려본 역사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거.”


에프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


이장우는 불안했다.


무슨 수작으로 날 또 학대하려고 하는가?


네가 인간 새끼는 아니지만.


내 집과 차를 담보라도 잡아서 코인 화 하자는 개소리는 아니길 빈다.


[성웅(聖雄)은 이장우님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성웅(聖雄)은 이장우님을 위해 통장 잔액을 확인합니다.]


“라이브 스트리밍 해볼래!!?”

“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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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나한테는 숨기는 게 없어야겠죠] 24.09.09 6 1 12쪽
17 [17화. 나한테는 숨기는 게 없어야겠죠] 24.09.07 6 1 12쪽
16 [16화. 파티원들의 장비를 수거하시겠습니까] 24.09.06 7 1 13쪽
15 [15화. 파티원들의 장비를 수거하시겠습니까] 24.09.05 6 1 13쪽
14 [14화. 파티원들의 장비를 수거하시겠습니까] 24.09.04 8 1 13쪽
13 [13화. 무엇을 찾으십니까] 24.09.02 8 1 14쪽
» [12화. 무엇을 찾으십니까] 24.09.01 7 1 12쪽
11 [11화. 무엇을 찾으십니까] 24.08.31 7 1 12쪽
10 [10화. 가이드는 개인적인 비밀을 발설하지 않습니다] 24.08.30 9 1 13쪽
9 [9화. 가이드는 개인적인 비밀을 발설하지 않습니다] 24.08.29 11 1 13쪽
8 [8화. 가이드는 개인적인 비밀을 발설하지 않습니다] 24.08.28 1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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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 플레이어는 게임을 이탈할 수 없습니다] 24.08.26 14 1 12쪽
5 [5화. 플레이어는 게임을 이탈할 수 없습니다] 24.08.25 15 2 13쪽
4 [4화. 플레이어는 게임을 이탈할 수 없습니다] 24.08.24 22 2 11쪽
3 [3화. 플레이어는 게임을 이탈할 수 없습니다] 24.08.23 33 2 14쪽
2 [2화. 감독이 되고 싶나요? 꿈을 실현할 기회입니다] 24.08.22 4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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