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감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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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단초
작품등록일 :
2024.08.13 11:30
최근연재일 :
2024.09.1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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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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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나한테는 숨기는 게 없어야겠죠]

DUMMY

[19화. 나한테는 숨기는 게 없어야겠죠]






긴 복도는 어둠만이 이어졌다.


[경고 : 29초 이내로 빠져나오지 않을 시 시스템이 종료됩니다.]


“그런데 에프, 시스템이 종료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아마도 인벤토리에 담겨있는 무기를 소환하지 못할 거야.”

“미리 장비라도 챙겨 놔야 하나?”

“이장우, 걱정하지 마······. 방송을 내보내고 있으니까 상태창이 종료되더라도 아까처럼 신들이 개입할 수 있어.”

“개입을 안 하면?”

“죽어야지!!!”

“이 자식이 말이면 다인 줄 아나?”


에프와 실랑이를 벌이던 사이 갑자기 불빛이 환해졌다.


휠체어를 탄 만드라 마하가 단상에 올라가 있다.


그리고 그가 신호를 보내자.


벽면을 가득 채운 수십 개의 투명관이 보였다.


‘사람이 저 안에?’


나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다가섰다. 그리고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럴 수가?


모두가 만드라 수잔이 아닌가?


“이, 이게 다 뭡니까?”


입술이 떨려왔다.


“보는 대로입니다. 이장우 감독이 생각한 대로 만드라 수잔의 클론이죠.”

“수잔을 복제한 겁니까?”


나는 만드라 마하를 바라보며 침음을 삼켰다.


“내게 복수를 원한 게 아니었습니까?”


내 물음에 만드라 마하는 고개를 저었다.


“수잔은 피를 나눈 가족이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해 딸은 아닙니다. 앞에도 말했지만, 이 감독을 이곳으로 부른 연유는 따로 있습니다.”

“이해가 잘 안 됩니다. 그럼 이제는 말씀 해 주시죠?”

“잠시만 앉으세요. 자세한 내막은 시스템이 종료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뒤에 계신 분은 방송을 종료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만드라 마하의 눈에는 나의 상태창이 보이는 모양이었다.


모습을 투명하게 감춘 에프의 존재까지도.


“왜 그래야 하죠?”


모습을 드러낸 에프가 투덜거렸다.


“이후부터는 성좌들이 알아서는 안 되는 이야기라 그렇습니다.”


당황스러웠다.


성좌들 몰래 나와 나눌 말이 무엇일까?


[경고 : 시스템이 종료됩니다.]


순간, 시스템이 종료되었다.


그러자 휠체어에 앉아 있던 만드라 마하가 몸을 일으켰다.


이제야 말을 해 줄 참인가보다.


“우리 만드라는 감독들을 시험대에 올려 종말을 반복시키는 행위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무슨 소립니까?”

“수 세기, 인류는 수 없는 멸망을 경험하고, 리셋되기를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만드라 가문은 몇몇의 성좌들과 힘을 합쳐······. 수 세기 벌어진 종말의 종지부를 찍으려고 합니다.”

“그게 나를 부른 이유라도 된다는 말입니까?”

“만드라를 지켜주시는 성좌께서 신탁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종말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존재가 이장우 감독이 맞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수잔이라는 클론 아이를 보낸 것이죠······.”


그때였다.


[시스템이 비상가동됩니다.]


[‘갑’의 강제 권한으로 이장우님을 던전으로 소환합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곳의 시스템을 뚫고 들어 올 정도면 이장우님의 배후는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만 헤어질 시간이군요.”


만드라 마하가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저······. 아직 물어볼 말이······.”


물을 것이 아직 남았는데······.


나의 배후는 만드라 마하와의 그 어떤 대화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이장우님은 만드라 마하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습니다.]


내가 거부할 시간도 없이.


몸이 사라지고 있었다.








***








허물어지듯 사라진 내 몸뚱이는 63층 던전에서 깨어났다.


[레벨 61 눈물의 드래곤이 나타났습니다. 처치하세요.(0/1)]


빌어먹을.


쪼잔한 갑은 대단한 착각을 하는 모양이다.


내가 만드라와 붙어먹었다는 그런 거?


‘왜 나한테 분풀이냐고요!!!?’


크엉-


젠장······.


드래곤이 바로 내 뒤에 있었잖아?


으악-


나는 드래곤의 화염을 피해 전력 질주를 시작했다.


던전에 들어와 드래곤을 상대하는 건 처음이다.


화륵-


드래곤의 불길이 뒤통수를 뜨겁게 달궜다.


‘어쩌지?’


이대로 달리기만 할 수는 없다.


일단 거리를 벌려야만 한다는 판단에 드래곤이 쫓아 들어오지 못할만한 좁은 굴을 찾았다.


자 나타나라.


‘저 미친 드래곤의 눈을 피해 검을 휘두를 장소야!!’


그 순간, 맞바람이 치는 어두운 틈이 나왔다.


폭이 사람 하나 들어갈 정도구나?


타닷-


크앙-


내가 틈을 비집고 들어가자 화가난 드래곤이 포효했다.


어떠냐?


덩치만 커다란 놈아!!!!


‘이제 네가 뒈질 타임이다.’


양손으로 ‘A급 빛의 약탈자’ 검과 A+급 암살자의 단검을 소환했다.


[나일강의 기적님이 건넨 신의 축복이 건재합니다.]


버프도 가득 이겠다.


좋았어.


곧장 포효하는 드래곤의 머리로 검을 그었다.


그러자 가로로 파동이 지나갔다.


나조차도 감당할 수 없는 기운에 손끝이 저릿했다.


어마어마한 힘이다.


쿵-


신의 버프라곤 해도.


드래곤이 한 방에 죽다니?


[레벨 61 눈물의 드래곤이 나타났습니다. 처치하세요.(1/1)]


[미션이 완료되었습니다.]


나는 슬며시 걸어 나와 죽은 드래곤의 머리를 살폈다.


더럽게 생긴 머리 위로 무언가 반짝거렸다.


역시 ‘?’ 표식이 여기도 있구나?


이 표식은.


드래곤이 품고 있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C급 드래곤의 구슬을 발견했습니다.]


[C급 드래곤의 심장을 발견했습니다.]


[C급 드래곤의 뿔은 약이나 무기의 진화에 사용됩니다.]


[작은 마나 30개를 발견하셨습니다.]


[작은 포션 50개를 발견하셨습니다.]


대박이다.


나는 인벤토리에 저장 된 마나와 포션에 대해 알아봤다.


마나는 마력이 없는 도심에서도 능력을 유지시켜주는 거고.

포션은 체력이나 상처를 자가수복 할 수 있게 도와준다니.


‘#’에도 없던 사기 아이템이 드래곤의 몸 안에 있었구나?


앞으로 드래곤만 사냥해야겠다.


흐흐흐-


[저장하시겠습니까?]


저장하고말고.


나는 잠시 앉아 인벤토리의 여러 기능을 살폈다.


이번에는 무기를 강화 할 수 있는 뿔을 사용해 볼까?


[A급 빛의 약탈자 검의 강화가 실패했습니다.]

[C급 드래곤의 뿔은 사라집니다.]


드래곤의 등급이 맞지 않아 내가 가진 장비랑은 결합할 수가 없었다.


이런 미······. 치겠네······.


피 같은 아이템이 증발하다니?


아우!!!


아까워!!!


나는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에이.’


그 순간······.


번뜩-


내가 지금 이런 거로 근심할 상황인가?


집이 떠올랐다.


그리고 아내가 아른거렸다.


‘내가 지금 뭘 하는 거냐?’


아내가 무사히 집에 돌아왔는지 확인부터 해야 했는데······.


그제야 정리되지 않았던 현실적인 문제를 떠 올릴 수 있었다.


‘멍청이가.’


나는 요즘 던전에만 들어오면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엉덩이를 털고 상태창을 열려던 그때였다.


띠링-


[목포는 항구다님께서 1:1 비밀 대화를 신청했습니다.]


갑자기 왜지?


[이장우님께서 1:1 비밀 대화방에 입장하셨습니다.]


ㄴ 무슨 일이시죠?

ㄴ 짱우!!! 너와 계약한 배후를 알고 싶지 않아?

ㄴ 네? 제가 알 수 있나요?

ㄴ 유가 알고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거야!! 그가 너무 화가 나 있거든.

ㄴ 그가 화낼 이유라면······.

ㄴ 유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자신의 전승이 되어야 할 네가 다른 주머니를 차려고 했잖아?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계약한 당사자가 아닌 다른 ‘갑’들과 계약을 추진하려는 ‘을’을 지켜볼 리는 없을 터.


우리가 하는 방송이 순전히 돈을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그가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ㄴ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ㄴ 불쌍한 친구······?

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ㄴ 잠시만, 내가 널 찾아갈 때까지 기다려!


[목포는 항구다님이 1:1 비밀 대화방에서 나가셨습니다.]


갑자기 어디로 간 거야?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가······.


아!


다 때려치우고 싶다.








***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랏일 하시는 요원분들이 찾아왔다.


‘날 만드라의 경호원에게 버리고 간 민혜경 과장이 아닌가?’


‘아! 욕이 하고 싶어 미치겠다.’


짐짝처럼 버리고 갈 땐 언제고 눈앞에서 어슬렁거리냐?


그것도 우리 집에서?


하지만 눈앞에 거슬리는 건 이 인간뿐 만이 아니었다.


소파에 드러누워 있는 에프.

스포츠를 보고 있는 최성국씨까지.


“이장우씨와 사업적인 이야기를 나누려고 불쑥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민혜경 과장은 식탁 위로 계약 서류를 꺼내었다.


“사업적으로 우리가 나눌 말이 더 있나요? 아내의 일은 감사했습니다. 더는 나눌 말이 없을 것 같은데······. 좋은 말로 할 때 돌아가 주시죠!!”


나는 해치우듯 할 말만 말했다.


오늘은 주말이다.


드래곤과의 힘겨운 사투로 내 몸은 무척 고단하시다는 이야기다.


그들 때문에.


보장된 나의 휴무를 버리고 싶지 않다.


“잠시면 됩니다.”

“제발요. 저는 좀 쉬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들 때문에 며칠 만에 만난 아내와의 대화도.

식사도 거른 채 격무에 시달리는 중이란 말이다.


“여기 피자 좀 시켜도 됩니까?”


그때였다. 눈치 없는 최성국 부장이 물었다.


“집에 가서 시켜드시죠!?”


아, 표정 관리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야구만 보고 가겠습니다. 하하”


내 표정을 보고도 저런 말이 나온다.


피자를 이미 시킨 모양이다.


[800m 거리에의 OO피자에서 주문을 접수했습니다.]


이게 왜 내 상태창에 뜨는 거냐?


시스템은 만드라 사건 이후로 내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살피는 모양이다.


이래저래 감시당하는 기분이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나는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말을 안 들으면 개처럼 두들겨 패서라도 이해를 시켜야만 하는 법.


경멸스러운 민혜경 과장과 보기 싫은 최성국 부장의 목덜미를 움켜 진 채 현관까지 끌고 갔다.


“그럼······. 살펴 가십쇼!!”


인사는 정중하게.


“아!! 이것도 잊지 말고 챙겨가세요.”


민혜경 과장의 얼굴로 계약서를 집어 던졌다.


“이건 피자값입니다.”


콤비네이션 피자는 좋아하는 메뉴이니 내가 먹어주도록 하지.


나는 빌어먹을 인간들을 배웅하고는 2층 계단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아내는 그들을 쫓아내기는커녕 다시 불러들이는 게 아닌가?


“여보!!! 앉아요.”


아내는 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아······. 그럼요.”


쪼르르-


아내의 말 한마디에 도로 식탁으로 돌아왔다.


“계약서 읽어보세요.”

“어······.”


아내는 민혜경 과장에게 건네받은 계약서의 첫 장을 내 손에 쥐여주었다.


이들의 요구에 응하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순진한······. 내 아내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화가 났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니꼬운 표정으로 민혜경 과장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뭘 도와드리면 되죠?”

“우리는 수없이 많은 의문을 떠올렸고, 모든 의문스러운 일들이 이장우님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슨 의문을 말씀하시는지?”


이 사람들이 나와 던전의 일을 알고 있는 건가?


설마?


“그러니까······. 나에 대해 다른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말입니까?”

“단도직입적으로 이장우님은 인간이 다룰 수 없는 초월적인 능력을 다루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걸 말씀드리는 겁니다.”

“네?”

“우리는 만드라 가문의 협력으로 이장우님을 지원하기로 결정을 내리게 되었으니······. 거절은 사양하겠습니다.”


민혜경 과장이 황금빛 명함을 내밀었다.


‘국가재난관리부 소속 종말과?’


주관하는 곳이 바뀌었나 보네?


“이장우님이 거절하신다면, 조직된 TF팀은 해체될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인류는 아무것도 모른 체 리셋된 세상에서 살아가겠죠?”


민혜경 과장은 입술을 떨고 있었다.


그녀는 만드라 마하를 통해 돌아가는 세상의 이야기를 알게 된 듯했다.


“그런 사실을 알고 계시더라도 요원들이 나를 도울 수 있는 건 없습니다.”


나는 거절했다.


“무슨 일이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미지의 일도 연구가 한창입니다.”

“그러니까······. 미지의 일에 왜 관여하려고 합니까? 도움이 필요 없다는 데도요.”


그때였다.


최성국 부장이 다가와 품 안에 있던 무언가를 꺼내 보였다.


“이건 최근에 국내에서 발견한 물건이에요.”

“이장우씨라면 이 물건이 뭔지 알 거 같은데요······. 이거라면 서로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마정석이 어디서?’


나는 재빨리 표정을 감췄다.


알아도 굳이 말해 줄 필요가 없다.


그렇게 눈치를 살피던 사이 아내가 나의 손을 잡았다.


“당신······. 나한테는 숨기는 게 없어야겠죠? 저 물건에 대해 말해봐요. 우리가 도와줄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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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종말의 시나리오가 도착할 예정입니다] 24.09.13 1 0 12쪽
20 [20화. 종말의 시나리오가 도착할 예정입니다] 24.09.12 5 1 12쪽
» [19화. 나한테는 숨기는 게 없어야겠죠] 24.09.11 7 1 13쪽
18 [18화. 나한테는 숨기는 게 없어야겠죠] 24.09.09 6 1 12쪽
17 [17화. 나한테는 숨기는 게 없어야겠죠] 24.09.07 7 1 12쪽
16 [16화. 파티원들의 장비를 수거하시겠습니까] 24.09.06 7 1 13쪽
15 [15화. 파티원들의 장비를 수거하시겠습니까] 24.09.05 6 1 13쪽
14 [14화. 파티원들의 장비를 수거하시겠습니까] 24.09.04 8 1 13쪽
13 [13화. 무엇을 찾으십니까] 24.09.02 8 1 14쪽
12 [12화. 무엇을 찾으십니까] 24.09.01 7 1 12쪽
11 [11화. 무엇을 찾으십니까] 24.08.31 7 1 12쪽
10 [10화. 가이드는 개인적인 비밀을 발설하지 않습니다] 24.08.30 9 1 13쪽
9 [9화. 가이드는 개인적인 비밀을 발설하지 않습니다] 24.08.29 11 1 13쪽
8 [8화. 가이드는 개인적인 비밀을 발설하지 않습니다] 24.08.28 11 1 13쪽
7 [7화. 플레이어는 게임을 이탈할 수 없습니다] 24.08.27 12 1 14쪽
6 [6화. 플레이어는 게임을 이탈할 수 없습니다] 24.08.26 14 1 12쪽
5 [5화. 플레이어는 게임을 이탈할 수 없습니다] 24.08.25 16 2 13쪽
4 [4화. 플레이어는 게임을 이탈할 수 없습니다] 24.08.24 22 2 11쪽
3 [3화. 플레이어는 게임을 이탈할 수 없습니다] 24.08.23 33 2 14쪽
2 [2화. 감독이 되고 싶나요? 꿈을 실현할 기회입니다] 24.08.22 47 2 12쪽
1 [프롤로그 + 1화. 감독이 되고 싶나요? 꿈을 실현할 기회입니다] 24.08.21 10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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