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충 싸움꾼이 퓨전펑크를 제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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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혁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14 11:25
최근연재일 :
2024.08.2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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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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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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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은밀한 거래

DUMMY

이른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앨런 역시 그런 사람이었다. 날 수 없다면 달리기라도 해야 하는 법이었으니까.


모두가 잠든 시간, 달빛이 구름에 가려 완연한 밤이었다.


분명히 어두워서 마땅히 보이는 것이 없을텐데도, 앨런은 검은 안대를 쓰고 있었다. 양손에는 글러브도 끼워져 있었다.


앨런의 앞에는 펀칭백이 하나 놓여있었는데, 얼마나 오래 사용한건지 다 낡아 솜이 터져나오고 곳곳을 꿰멘 모습이었다.


앨런이 자세를 잡고,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후우우....”


그러자 거짓말처럼 심장의 리히텐베르크 자국이 맥동하며 앨런의 눈에 푸른 빛이 맺혔다. 검정 도화지에 점 두개를 찍어놓은 듯했다.


정제된 언어로 설명하기는 어려웠지만, 앨런이 느끼기에는 심호흡을 하고 눈에 신경을 집중하면 시력이 좋아지는 듯했다.


아니, 무언가를 ‘본다’ 라는 개념보다는, 존재하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느낌이었다.


누가 따로 가르치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깨우친 것이었다.


완벽하게 가린 시야 너머로 피사체가 맺혔다. 얇은 쇠막대, 그 위에 놓인 축구공 모양의 타겟, 그리고 익숙한 43구역의 풍경까지.


“흐읍!”


오랫동안 유지할 수 없다. 곧바로 오른팔을 당겼다가 빠르게 잽을 먹였다.


퉁!


충격을 받아 뒤로 밀려난 펀칭백이 다시금 앞으로 확 쏠렸다. 뒤로 빠진 왼손이 포물선을 그리며 옆에 적중했다.


만약 사람이었다면, 턱이 있을 위치였다.


쾅!


왼손, 오른손, 왼손.


퉁! 퉁! 퉁!


그렇게, 보이지 않는 사물을 보며 쉬지 않고 주먹을 날렸다. 등이 축축해지고, 머리에 땀이 송골송골하게 맺히기 시작했다.


점차 눈에 저릿한 감각이 올라왔다. 곧 뚜렷하게 보이던 사물들이 팍 꺼지며, 안대가 앨런의 시야를 가렸다.


앨런이 뒤로 밀려났다가 앞으로 쏠리는 펀치백에 이마를 콩 박았다.


퉁.


“아윽.”


천천히 글러브를 빼고 안대를 벗었다. 여전히 몇 분 정도가 한계구나.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무리를 하기에는 겁이 났다.


안대와 글러브 없이 맨손으로 펀치백을 때렸다. 가죽 두드리는 소리가 마을에 울려퍼졌다.


퉁퉁퉁...


“휴우.”


할당량을 채우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늘이 약간 밝아져 있었다. 곧 동이 틀 것이다.


오늘은 길리엄이 말했던 철도구역에 다녀와야 했다. 앨런이 글러브와 안대를 챙기고 러스티드로 돌아갔다.


펀칭백만이 홀로 덩그러니 남아있었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실밥이 다 터져버린 모습이었다.




**




초거대기업. 다른 말로는 메가코프.


마법과 같은 초자연적인 기적이 아닌, 지식을 토대로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산물들을 소유하고 있는 곳들이었다. 페노버는 그러한 메가코프들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도시였다.


그에 반해서 연방의 다른 메갈로폴리스 중 하나인 랭글리셔는 페노버와는 정확히 대척점에 있었다.


연방의 다른 대도시 중 하나이자, 시민들이 기적의 땅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 곳. 다른 사람들은 마법사들의 도시라고 부르는 것을 고집하는 곳.




그 가운데에는 두 도시를 직통으로 잇는 길다란 철도가 하나 있었다.


사실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43구역은 두 도시를 잇는 중간거점 중 하나였으나, 연방에서 두 도시를 잇는 직통 열차를 새로 개통했다.


그 속에서 어떠한 이권이나 돈이 오간 것인지 이제는 알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지만, 어쨌든 중간거점들을 모조리 폐쇄하고 오롯이 두 개의 거대도시만을 왕복하게 된 것이다.


물류 운송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고, 기업도시와 마법도시를 직접 이은 덕에 하루가 멀다하고 기술의 발전을 거듭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모든 정책에는 피해를 보는 자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라. 그 안에서 떨어지는 콩고물을 받아먹던 사람들에게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43구역을 비롯한 중간거점의 사람들은 명백히 이 부류에 속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본 이들은 역 근처에서 장사를 하거나 터전을 잡고 살아가던 사람들이었다.


협박이나 위협 따위가 아닌, 일단 총을 쏜 다음 가진 것을 강탈하는 곳. 죽어도 끝나는게 아닌, 사람 자체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그런 곳.


폐쇄된 철도구역.


앨런이 허구헌날 페노버를 구경하며 자기 처지를 못마땅하게 생각했지만서도, 역 근처에서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길리엄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만큼이나 위험하고, 은밀하며, 사람들이 더 이상 찾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무언가 켕기는 짓거리를 하기에는 딱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대부분은 마약이었고, 간혹 사람도 사고팔았다. 목격자 없이 거래해야만 하는 물건들은 다 이곳을 통해 43구역 안으로 유통되고 있었다.


나름 43구역에서 말석을 차지하는 러스티드 역시 밀수 루트를 하나 가지고 있었고, 앨런과 정체 모를 남자의 거래는 그곳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졌다.


폐쇄된 철도구역에 처음 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올때마다 불쾌함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일단 무슨 이상한 냄새가 났다.


그게 산 사람이 내는 냄새인지, 죽은 사람이 내는 냄새인지, 아니면 약인지는 몰라도 계속 맡고 있자니 머리가 어지러웠다.


빠진 앞니로 바람이 숭숭 통할 듯한 남자는 얼굴이 누렇게 뜬 모습에, 상의가 불룩한 것이 품 속에 무언가를 숨기고 다니는 듯했다. 누군가는 쓰레기더미를 뒤지다 지나가는 앨런을 알아채고는 빤히 쳐다보기도 했다.


괜히 불안했던 앨런이 약속장소로 허겁지겁 걸음을 옮겼다.


“그... 길리엄과 아는 분이신가요?”


“그래. 네가 앨런이라는 놈이군.”


앨런은 남자가 건네주는 백팩을 챙기고, 길리엄이 준 서류가방을 남자에게 넘겨주면 되었다.


거의 모든 시간을 43구역 안에서 보낸 앨런에게는, 위축된다거나 겁난다기보다는 오히려 신기해 보였다. 호기심을 참지 못한 앨런이 물었다.


“그런데 어디서 오셨어요?”


“길리엄이 쓰잘데기 없는 소리하지 말라고 안 하던?”


“...했는데요.”


“그럼 물건이나 받아 가라.”


“질문도 못하게 하네... 여기요.”


앨런이 궁시렁거리며 서류가방을 내밀었다. 피식 웃은 남자가 이내 가방을 낚아챘다. 거의 강탈해가는 수준이었다. 가방을 슬쩍 열어보고 몇 번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맞군. 조심해서 돌아가라.”


“안녕히 가세요.”


남자는 딱히 대답도 하지 않고, 1층으로 내려가 자신의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덜덜거리는 소리를 내며 매연을 토하던 오토바이가 이내 저만치 사라졌다.


되게 까다롭게 구네, 하고 생각한 앨런도 이내 길리엄의 후드를 뒤집어쓰고 43구역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


이제는 기차가 다니지 않아 잡초가 무성한 철길을 따라 조용히 걷기만 했다.


꼬박 세 시간을 걸어야 43구역이 나오는 탓에 약간 지루하기도 했다. 이 안에 든게 뭘까. 길리엄이 열어보지 말라고 했는데.


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


“음?”


반사적으로 자세를 낮추고 뒷주머니에서 잭나이프를 꺼내들었다. 침착하게 날을 세운 뒤 몸 옆에 딱 붙였다.


‘제기랄.’


안일했다. 이 기찻길은 러스티드만 이용하는 곳이 아니었다. 어쩌면 렉타스 브라더후드와 갱단의 외부 구역이라도 봐도 되었다. 자신은 그런 곳에서 홀로 돌아다니고 있던 것이다.




앨런은 우선 멘 가방을 풀어 잘 숨긴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은 43구역처럼 폐쇄된 중간거점 중 하나였다. 역 근처에는 건물을 공사하다 중간에 건설사가 도산하는 바람에 방치된 폐건물이 많았다.


앙상한 철골이 드러나있고, 그 주변에는 곳곳에 건설 장비며 재료 따위가 놓여있었다. 반쯤 찢어진 비닐들이 여기저기 걸려서 나풀거렸다.


귀에 신경을 집중하자, 방금 들려왔던 그 소리가 한 건물 안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머리를 빼꼼 내놓고 보니, 한 무리의 남자들이 드럼통 안에 장작 따위를 넣고 불을 쬐고 있었다.


앨런이 조용히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시발.”


하필 43구역으로 돌아가는 샛길이 난 곳이었다. 생각 없이 러스티드로 돌아갔다가 놈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낭패를 볼 것이었다. 그렇다고 저 길을 이용하지 않으면 시간이 오래 걸렸다.


별수 없이 숨을 죽인 채 놈들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나이프를 든 앨런의 손아귀에 조금씩 땀이 찼다.


미어캣처럼 눈만 내놓고 구경하던 앨런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다른 무리의 남자들이 건물에 가까이 접근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들 아는 얼굴이었다.


‘...어라.’


렉타스 브라더후드의 조직원들이었다.


그 가운데에는 앨런만큼이나 앳된 친구도 한 명 있었다. 며칠 전 페노버를 구경하던 앨런에게 길리엄이 찾는다고 알려준 친구 글렌이었다. 글렌은 렉타스 브라더후드의 막내였다.


소속에 상관없이 애송이들끼리는 다들 잘 지냈다. 시간이 지나면 변할지도 모르겠지만, 당장은 그랬다.


“어, 다들 왔군. 이쪽이다.”


렉타스 조직원들이 접근해오자 먼저 기다리고 있던 남자들이 반색을 했다.


‘...뭐지?’


렉타스 브라더후드 조직원 중 한 명이 주변을 기웃거리며 누가 있나 둘러보았고, 앨런이 재빨리 머리를 집어넣었다. 이내 남자들이 한꺼번에 폐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한 쪽은 아는 사람들.


한 쪽은 모르는 사람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일말의 의아함을 느낀 앨런이 천천히 폐건물로 접근했다.


‘가까이 가보자.’


글렌은 자신이 말단 조직원이라, 의심병 많은 데칸이 돈 되는 일에 안 껴준다면서 툴툴댔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물건을 밀수하는 일에 저런 애송이를 쓴다라. 뭔가 이상한 것 같았다. 본능적으로 눈동냥을 해 정보를 캐내야겠다는 확신이 섰다.




앨런이 건물에 가까이 다가가자, 사람들이 1층 한구석 저 멀리에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멍청하게 1층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소리가 나지 않게끔 파쿠르를 하거나 손으로 난간 따위를 붙잡고 2층으로 올라갔다.


곧 은밀하게 사람들을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서, 칼으로 비닐에 구멍을 내 슬쩍 들춰보았다.


숫자는 다섯 대 다섯. 딱히 일촉즉발의 상황은 아니었지만, 이유 모를 긴장감이 열 사람 사이에 감도는 듯했다.


“맞나 세어보시오.”


렉타스 브라더후드가 아닌 남자가 웬 가방에 턱짓을 했다. 수많은 가방들이 두 무리 사이에 놓여있었다.


“야.”


조직원 중 한명이 글렌에게 턱짓을 했고, 글렌이 가방을 열어 안에 든 것을 확인했다.


“하나, 둘, 셋...”


가방 하나 열고, 닫고. 그 다음도 똑같이.


기껏해야 마약이나 밀주 정도로 생각했던 앨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방 안을 가득 채운 물건들은 다름아닌 총기였다.


권총뿐만 아니라 러스티드에서도 몇 개 안 되는 기관단총도 있었고, 대전차용 로켓까지 하나 있었다. 그 숫자가 렉타스 브라더후드 전부에게 나눠줄 정도였다.


총기가 아닌 것도 하나 있었다. 따지자면 총이 아닌 저 물건이 가장 위험했다. 그것은 사람의 척추뼈를 본 따 만든 얼터드 바디였다.


총기와 얼터드 바디.


양쪽 다 43구역 사람들은 가난해서 쉽사리 구하기 어려운 물건일진대, 웃돈을 얹어주고 사올 정도라면 목적이 너무 뚜렷했다.


“다 맞습니다.”


“실어라.”


조직원 중 가장 직급이 높은 사람이 턱짓하자 다른 네 사람이 가방을 차에 실었고, 동시에 차에서 돈다발이 든 가방을 가져와 외지인들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들도 글렌처럼 안에 든 돈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거렸고, 두 사람이 뭐라뭐라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기는?”


“우리 쪽에서 조율해서 통보하겠다.”


“알겠네.”


낑낑거리며 총을 나르던 글렌이 허리가 아픈 듯 크게 기지개를 켰다. 졸지에 글렌은 반사적으로 얼굴을 위로 향하게 했는데, 2층에서 눈을 내놓고 있던 앨런과 딱 마주쳤다.


“어.”


앨런이 곧바로 숨을 들이쉬며 머리를 집어넣었고, 글렌도 입을 헤 벌리고 2층을 쳐다보는데, 머리가 벗겨진 렉타스 브라더후드의 조직원 한 명이 글렌에게 물었다.


“뭐하냐?”


“...예?”


잠깐 얼이 빠져있던 글렌이 이내 고개를 돌려 멍청한 소리를 했다. 대머리가 답답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뭐 하느냐고. 얼빠져가지고. 마저 안 실어?”


“아, 아, 네.”


순간 대머리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말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글렌과 대머리에게 모였다. 대머리가 2층에 턱짓을 하며 물었다.


“뭐 있어? 왜 깜짝 놀라는거지?”


앨런은 여전히 숨죽이고 있고, 글렌이 이내 침을 꿀꺽 삼키더니 말했다.


“...아뇨.”


대머리가 그렇게 말하자 억누르고 있던 긴장감이 조금씩 터져나오는 듯했다.


“뭐야. 다섯 뿐이라고 하지 않았어?”


“뭐야, 씨발!”


“야, 너 뭐 봤냐?”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라니까요?”


총기 거래를 하던 남자가 대머리에게 말했다.


“올라가서 확인해 봐.”


철컥-


허리춤에 달린 홀스터에서 총을 꺼낸 대머리가, 총으로 글렌의 뺨을 툭툭치며 말했다.


“보스가 했던 말 못 들었냐? 위에 뭐 있으면 너부터 뒤지는거야.”


“...”


곧 대머리가 2층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랐다.


끼이이익-


끼이익-


기분 나쁜 쇳소리가 폐건물 안에 울려퍼졌다. 어느새 모두의 손이 허리춤에 가있고, 주변에는 바람 빠지는 소리와 쇳조각 끼익거리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마침내 2층에 다 올라왔고, 흡 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을 조준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대머리가 이내 총구를 아래로 내렸다.


“...정말 아무것도 없네.”


“진, 진짜라니까요.”


“구석구석 뒤져봐.”


“어.”


곧 2층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비닐도 들춰보고, 마구잡이로 놓인 자재들도 들춰보고 하더니,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없어.”


행동대장으로 보이는 놈이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


“...이만 먼저 가겠소. 일정은 보스가 전달할거요.”


“음.”


그 말을 끝으로, 글렌을 비롯한 다섯 사람이 덜컹거리는 SUV에 올라타더니 43구역으로 향했고, 누군지 모를 다섯 사람 역시 반댓방향을 향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뒤, 모두가 떠나간 폐건물의 2층.


지이이잉-


“후우... 후우...”


길리엄의 후드를 벗은 앨런이 식은 땀을 닦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43구역 밖으로 나가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이라, 총은 못 만지게 해도 옷 한 벌 정도는 입혀서 보냈다. 후드를 뒤집어 쓴 잠깐 동안 모습을 숨겨주는 신기한 물건이었다.


앨런이 양손으로 관자놀이를 짚고 눈을 감았다. 어쨌거나 글렌의 거짓말과 길리엄의 옷 덕분에 살긴 했는데, 상황이 조금 이상하게 돌아가는 듯했다.


‘뭐지?’


왜 러스티드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총을 사는걸까. 길리엄이 가격을 올렸다지만, 그래도 외부에서 구하는 것이 훨씬 비싼데. 얼터드 바디는 또 왜 산거고?


방금 그 사람들은 누구지? 보스가 확인하고 통보한다고? 무엇을?


뭔가, 평소에는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아니면 늘상 벌어지던 일이지만, 길리엄이 말했던 것처럼 굳이 앨런이 알 필요가 없는 것들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짐작가긴 하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거나.


어쨌든 소매치기의 감각이 말하기를, 더 뻗댈 상황이 아니었다. 당장 길리엄에게 돌아가야 했다. 폐건물에서 빠져나온 앨런이 곧바로 자신의 가방을 챙겨 러스티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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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페노버로 향하는 길(1) +1 24.08.23 20 2 16쪽
10 밀린 월급 +2 24.08.22 24 2 15쪽
9 그 전쟁의 끝 24.08.21 13 2 14쪽
8 양동작전 24.08.20 14 1 14쪽
7 까불고 있어 +1 24.08.19 23 3 14쪽
6 수상한 의뢰인 24.08.18 24 3 14쪽
5 강렬한 기억 24.08.17 28 4 13쪽
4 감도는 전운 24.08.16 25 4 15쪽
» 은밀한 거래 24.08.15 38 4 16쪽
2 뒷골목의 법칙 24.08.14 55 6 15쪽
1 43구역 24.08.14 92 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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