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충 싸움꾼이 퓨전펑크를 제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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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혁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14 11:25
최근연재일 :
2024.08.23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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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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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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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작전

DUMMY

30분 전.


형형색색의 조명이 러스티드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모든 조직원이 총으로 무장한 채 대기 중이었고, 그들 가운데에는 가끔 피우는 비싼 시가를 오랜만에 물고 있던 길리엄이 앉아있었다.


오늘만큼은 바텐더 벤도 술병 대신 총기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벤이 길리엄에게 물었다.


“계속 기다릴건가?”


“어련히 알아서 오겠지.”


버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길리엄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수십 명의 목숨이 걸린 일인데, 바카라 판돈 걸듯이 막 지를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카드 게임이든 데스 게임이든 결국 정보전이다.


앨런 말고도 한 명 더 보내놨으니 둘 중 누구라도 뭘 물어온 이후에 결정할 생각이었다.


끼이익-


누군가 러스티드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길리엄을 포함한 사람들의 시선이 가게 입구에 쏠렸다.


“앨런, 왜 이렇게 늦었... 누구요?”


앨런인가 싶어 고개를 돌린 길리엄의 눈에 언뜻 긴장감과 실망감이 감돌았다.


“아, 나 웨슬리라고 하는데. 물건 찾으러 왔다.”


그의 행색은 남루했으나 붉은 조명을 받은 왼손이 번쩍거리고 있었다.


고작해야 구조적인 형태만 갖추고 있는 길리엄의 구형 얼터드 암과 다르게, 쉬이 구경하기도 힘든 수준의 물건이었다.


평소 같으면 딱히 경계하지 않았겠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괜시리 불안한 것 같았다. 혹시 데칸에게 협조하는 자일까.


“무슨 물건을?”


“내 친구가 여기에 맡기고 갔다고 해서.”


언어에도 감정이 있으니, 그걸 훈련받은 길리엄이 듣기에 택배를 찾으러 온 사람이 맞는 듯했다.


하기사 데칸이 보낸 사람이라면 젠틀하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게 아니라 냅다 총부터 그어버렸을 것이다.


이런 시기에 러스티드를 찾아온 손님이라. 아무것도 모르는건지, 아니면 일신의 무력에 자신이 있는건지.


뭐가 어찌 됐든 길리엄 본인과는 하등 상관없는 자이긴 했다. 시가를 문채로 자리에서 일어난 길리엄이 소포 더미를 뒤적거렸다.


“이게 맞는거요?”


길리엄이 보관하고 있던 웨슬리의 물건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한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카보네이트 캐리어였는데, 비밀번호가 아닌 지문이나 홍채 따위로 여는 듯했다.


자세를 고쳐앉은 웨슬리가 흐음 하며 말했다.


“내 물건은 아니네. 나도 배달부거든. 어디보자... 수취인... 웨슬리. 음. 그놈 서명이 맞군. 고맙네.”


웨슬리가 물건을 확인할때까지 기다렸던 길리엄이 말했다.


“곧 여기로 사람이 몰려올거요. 당신은 괜히 피보지 말고 빨리 구역 밖으로 나가시오. 뒷문으로 나가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최단거리요.”


나름대로 호의를 베풀었으나 눈 앞의 남자는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오, 무서운데.”


“...그보다 밖에서 사람 못 봤소?”


“누구?”


“흑발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놈이요. 생긴건 사납게 생겼소. 키는 한, 이 정도 되고.”


길리엄이 손바닥을 자신의 가슴께에 대면서 말했다. 조금 골려줄까 하다가, 이내 마음을 접은 웨슬리가 말했다.


“그놈이 여길 안내해줬지.”


“...? 지금은 어디 있지?”


“뭔 시간 끈다면서 나더러 혼자 들어가라던데?”


“하아....”


웨슬리의 말에 길리엄이 한숨을 쉬며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다른 몇몇 어른들은 실소를 터트렸다.


뭐? 시간을 끌어? 참으로 앨런스러운 짓거리였다. 곧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일 것이다.


그렇게 말한 웨슬리가 품에서 지폐 다발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물끄러미 돈뭉치를 내려다보던 길리엄이 고개를 저었다.


“금액이 너무 많소.”


“몇 장 뺄까?”


“그래주면 좋겠소. 한 번에 큰 돈을 주는 사람이랑 엮이면 꼭 무슨 일이 생겨서.”


어깨를 으쓱거린 웨슬리가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지. 남는 금액으로 사람을 고용하고 싶다. 두 명 정도 필요한데.”


“...우리가 직접 하는게 아니라, 외주를 맡기고 수수료를 받는 형태요. 근데 지금... 동네 상황 보셨소?”


“대충은.”


“솔직히 말하면 몇 명 빠지는게 영 부담스러운 상황이오. 무리한 요구라면 어려울 것 같소만. 무슨 일인데 그러요?”


빙긋 웃은 웨슬리가 길리엄에게 얼굴을 가까이 하더니 길리엄만 들을 수 있도록 낮게 읖조렸다.


“마력 가진 경호원이 하나 필요하거든.”


그 말을 들은 길리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곧바로 길리엄의 오른손이 허리춤에 머물렀다.


그것을 신호로 받아들인 러스티드의 조직원들이 가진 총으로 웨슬리를 겨눴고, 길리엄이 홀스터를 열어 권총을 집은 순간 웨슬리가 입을 뗐다.


“꺼내면 죽는다.”


“...”


웨슬리의 왼손 검지손가락이 어느새 길리엄 자신을 조준하고 있었다.


그 끝에는 푸른 빛무리가 마치 탄환처럼 뭉쳐있었다.


멋모르는 어린이들이 권총 흉내를 낼 때 만드는 손모양이었으나, 차이점이라면 웨슬리는 진정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자신 있으면 꺼내고.”


웨슬리가 그렇게 말했으나 섣불리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 실내에는 적막만이 감돌았다.


길리엄의 등에 식은땀 한줄기가 흘러내렸다.


이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힘이다. 총으로는 대적할 수 없다. 영혼에 새겨진 공포가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전부 총 내려라.”


길리엄이 어렵사리 입을 뗐다. 조직원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일단 시키는대로 했고, 웨슬리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옳지.”


“...페노버에서 왔나?”


길리엄의 물음에 웨슬리가 고개를 젓더니, 이내 카보네이트 캐리어를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 대신 조금 다른 이야기를 했다.


“흑인 대머리가 이긴 것 같기는 했다.”


무슨 말인지 모를리가 없었다.


그레이엄은 라틴계였으니 데칸이 이겼다는 뜻이었다. 이건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던 일이지만, 뒤에 이어진 말에는 본인이 가정했던 최악의 상황이 펼쳐졌다.


“마법사도 하나 있었고.”


“...!”


“한 시간 뒤에 다시 오지.”


끼이익-


쿵!


그 말을 끝으로 웨슬리는 러스티드 밖으로 나섰고, 러스티드의 조직원들은 둘이 무슨 대화를 나눈 것인지 어리둥절했다. 그야 웨슬리가 전음으로 길리엄만 들을 수 있도록 말했으니까.


길리엄의 머릿 속이 복잡해졌다.


방금 저 남자는 누구지? 페노버에서 찾아온 연방집행관인가? 그렇지만 마력을 다루는 것 같은데, 그럼 랭글리셔에서 온 건가?


데칸이 이겼다라. 그런데 마법사를 데려왔다고?


앨런은... 대체 어떻게 안거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누군가 러스티드의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섰다. 웨슬리와는 다르게 어딘가 조급해보였다.


“길리엄! 길리엄!”


길리엄이 앨런처럼 동향을 알아내라고 보낸 사람이었다.


“데칸이 사람들을 끌고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길리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뭐가 어찌됐든, 웨슬리라는 남자가 러스티드를 도와주려한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그게 순수한 호의인 것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어 도와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연결고리는 앨런이 분명한 것 같았다.


‘길리엄, 이 아이를 좀 부탁하네.’


16년 전 들었던 목소리가 떠오르는 듯했다.


포대기에 싸여 엉엉 울기만 하는 갓난아기, 그런 아기를 자신에게 맡기는 한 쌍의 남녀. 그리고 도망치는게 고작이었던 젊은 날의 자신까지.


“전부 총 챙겨라.”


웨슬리가 양보한 타임 리미트는 한 시간이다.


“다들 족보 안 까먹었지. 보이는 족족 쏴죽여버려. 지하에 놔둔 대전차 로켓 싹 다 가져와.”


“길리엄은...”


“데칸한테 간다.”


그 안에 끝낸다.




**




앨런은 뜬금없이 너희 아빠를 구하러 가자는 이야기가 무슨 소린가 했다. 애비가 없었으니 눈치껏 길리엄으로 알아먹었다.


“...우릴 도와주겠다고요?”


“그렇지.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라고. 운 좋은 줄 알아.”


무슨 꿍꿍이가 있는건가 싶었던 앨런의 눈이 가늘어졌다.


대가 없는 호의는 본 적이 없다. 이걸 핑계로 돈을 왕창 뜯어내려는 심산인가? 안 그래도 장사 안 되서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왜요? 밑지는 장사 안 한다면서.”


그런데 앨런의 예상과는 다른 답변을 내놓는 웨슬리였다.


“너한테 좀 받을게 있거든.”


“...저한테요?”


내가 줄게 있었나 싶었던 앨런의 눈에 의뭉스러움이 깃들었다. 나는 가진 것 없는 빈털터리가 분명한데. 웨슬리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그게 뭔데요?”


“있어 그런게. 그런데 이렇게 여유부려도 되는거냐?”


흐음, 하며 입꼬리를 늘어뜨린 앨런이 말했다.


“...그럼 러스티드 말고 다른 곳으로 가죠.”


지금은 고사리 손이라도 빌려야 하는 상황이다. 하물며 사람을 반으로 베어 죽인 웨슬리의 무력까지 보고온 참 아니던가. 이런 남자가 러스티드를 도와준다면 충분히 해볼만 할 것이다.


“어디로?”


“데칸이 밖에서 사람을 불렀대요. 근데 43구역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으음.”


밖에서 끌고온 외지인과 함께 파이를 나눠먹는다라. 고전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수법이었다.


“러스티드는 적당히 견적 나오는데, 밖에서 오는 놈들은 우리가 아는게 없잖아요. 숫자도 모르고, 누군지도 모르고.”


냉철한 앨런의 판단에 웨슬리의 입가가 호선을 그렸다.


“그러니까, 더 귀찮아지기 전에 허리를 끊자?”


“그렇죠.”


“좋아. 어디로 가야하냐?”


“마을 외곽이요. 그 전에 부탁하나 더 있어요.”


“뭔데.”


“총 한번만 더 빌려주세요. 굳이 없어도 된다면서요. 저는 굳이 필요해서.”


“그럴까.”


웨슬리가 자신의 총을 앨런에게 넘겨주었다. 이번에는 예비용 탄창 두 개도 함께였다.


“아... 고마, 워요...”


총과 탄창을 넘겨받은 앨런이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운 듯한 느낌이 들었다.


“끄으으윽...!”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심장께를 부여잡았다. 시야가 흐릿해지고, 몸을 칼로 난도질하는 것 같은 끔찍한 격통이 뒤따랐다.


발작이었다. 두 번 연속으로 힘을 끌어쓴데다, 불안정한 상태에서 마법을 목도한 것이 원인임에 틀림없었다.


“으아아악!”


“앨런!! 야 임마!!”


43구역에 어울리는 비명소리가 울려퍼지고, 깜짝 놀란 웨슬리가 쓰러진 앨런의 상의를 들추었다.


몸에 난 리히텐베르크 자국이 푸르게 맥동하고 있었다. 흉한 상처가 조금씩 조금씩 더 벌어졌다.


손으로 눈을 까뒤집어보니 핏발 선 눈에 푸른 실줄이 가득했다. 무슨 상황인지 알아챈 웨슬리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 미친 새끼! 순서가 완전히 반대로 됐잖아!’


토납법을 통해 기운을 쌓고 그렇게 정제한 마력을 끌어다 힘으로 변환하는게 상식이다.


근데 이 멍청한 놈은 일단 불순물 가득한 마력을 끌어다 쓴 다음, 그 반작용은 몸으로 견디고 있다. 셀프 생체실험이 아니고서야 이런 방법을 쓰는 놈은 없단 말이다.


앨런이야 마력을 순환시키는 방법 따위는 원래 몰랐고, 마력 회로 역시 만들 수 있을리가 없었다.


“천천히 심호흡 해라. 일단 심호흡 해.”


웨슬리가 자신의 얼터드 암을 앨런의 심장에 대며 말했다. 얼터드 암의 기어가 맞물리며 손 끝에 무형의 기운이 뭉쳤다.


“끄윽, 후우... 후...!”


스으으으...


자신의 깨끗한 마력을 억지로 밀어넣으며 독성을 중화시킨다. 근본적인 치료는 어렵겠지만, 일단 역류하는 기운부터 진정시켜야 했다.


“후우..! 흐아...!”


“침착하게 호흡부터 골라내라. 할 수 있을거다. 여기서 못하면 뒤지는거야.”


제어가 안 되는 소년의 심장이, 난생 처음 맛보는 깨끗한 기운을 끝없이 탐했다. 먹여도 먹여도 끝이 없었다.


‘양이 얼마나 많길래...’


심장을 중화하고, 이끼 낀 것처럼 꽉 막힌 회로를 두드린다. 앨런으로서는 누가 망치로 전신을 때리는 것 같았다.


“끄으으으...”


점차 넘실거리는 탁기가 신체 이곳저곳으로 밀려났다. 날뛰던 심장이 점차 가라앉고 심박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창백했던 혈색도 가라앉고, 눈도 덜 따끔했다. 흉터는 약간 더 커졌지만 이제는 견딜만한 것 같았다.


굳이 따지면 방금은 칼에 찔린 것 같았고, 지금은 주먹으로 흠씬 두들겨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안 아픈 곳이 없었지만 버틸만 했다.


“후우... 흐으...”


“안 되겠다. 넌 여기 있어라. 앉아서 쉬고 있어.”


웨슬리가 말했다. 최대한 빠르게 다 썰어버리고 와야겠다 싶었는데, 앨런이 웨슬리의 총을 집어들었다. 부들부들 떨면서도 벽을 짚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 후우... 데려가요... 가야 돼...”


“진짜 미친놈이군.”


“방해, 안 되게 할게요.”


웨슬리는 앨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렇게 멍청하고 막무가내인 놈을 만난게 얼마만이더라? 몇십 년은 된 것 같은데?


제자랍시고 키운 놈들 중에서는 없는 듯했고, 이제 보니 젊은 시절의 자신과 비슷한 것 같았다. 웨슬리는 그 모습이 썩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는데...’


웨슬리의 머릿 속에 러프한 계획이 떠올랐다.


가능성을 개화시킬 수만 있다면, 자신에게는 작은 친절일 뿐이지만 이 소년에게는 인생을 바꿔줄 순간이 될지도 몰랐다.


한번 해볼까.


그런 생각을 한 웨슬리가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입꼬리를 올렸고, 앨런도 지지 않겠다는 듯 맞받아쳤다.


“방해하면 죽여버린다, 멍청아.”


“...그럴리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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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페노버로 향하는 길(1) +1 24.08.23 21 2 16쪽
10 밀린 월급 +2 24.08.22 24 2 15쪽
9 그 전쟁의 끝 24.08.21 13 2 14쪽
» 양동작전 24.08.20 15 1 14쪽
7 까불고 있어 +1 24.08.19 23 3 14쪽
6 수상한 의뢰인 24.08.18 24 3 14쪽
5 강렬한 기억 24.08.17 28 4 13쪽
4 감도는 전운 24.08.16 25 4 15쪽
3 은밀한 거래 24.08.15 38 4 16쪽
2 뒷골목의 법칙 24.08.14 55 6 15쪽
1 43구역 24.08.14 92 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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