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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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정란
그림/삽화
박유정란
작품등록일 :
2024.08.16 12:46
최근연재일 :
2024.09.19 15:39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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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355

작성
24.08.1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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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쪽

서막

DUMMY

서막



해식 절벽에서 뛰어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삶의 질감이 급격히 흐려질 때면 어디서 어떻게 죽어야 하나 그것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바다를 낀 높은 절벽에서 뛰어내리자는 것이었다.


목숨을 끊겠다는 독한 결심을 한 인간이라 할지라도 막상 죽음의 순간이 닥쳐오면 삶에 대한 욕구가 솟아난다고 한다.


바다에 뛰어든 것을 후회하며 어떻게든 살기 위해 발버둥 치다 힘이 다해 죽는 것. 그것이 내 인생에 관한 완벽한 비유이자 가장 어울리는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보면 어렸을 적부터 앓았던 병은 또 인생의 복선처럼 느껴진다. 비염을 앓던 나는 숨 쉬는 게 늘 힘들었다.


‘살아 숨 쉰다.’라는 말을 생각하면 그 병은 내 인생을 예언한 것이나 다름없게 느껴지는 것이다.


겨울사막은 사게제리 북쪽 지방인 아스타나에서도 최북단에 속한다. 새하얀 모래알과 뒤섞여 휘날리는 싸라기눈은, 구름을 뚫고 지상으로 쏟아져 내리는 청명한 햇빛을 난반사하며 어지러운 신기루를 그린다.


이곳엔 ‘마기’라는 특별한 날씨가 존재한다. 일종의 여름인데, 이 사막의 끝인 북해와 그 너머 영원히 얼어붙은 대륙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이 막히며 덥고 낮이 긴 날씨가 지속된다.


그런데 얼음이 얼 수 없는 기후임에도 종종 작고 단단한 싸라기눈이 휘날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절기를 ‘마법의 계절’이라고 불렀다.


나는 겨울사막의 가장 거대한 도시 ‘넨야’ 한복판에 서 있다.


총알 같은 모래알과 눈발을 막기 위해 입은 ‘버누스’가 날아갈 것처럼 휘날린다. 등에 매어둔 두 자루 검이 그런 불상사를 막아주고 있었지만······,


한 걸음 나아가보아도 오로지 외로움뿐이었다. 호객이 과한 다른 지역 장사꾼과 달리 이곳 상인은 가판대 옆에 가만히 앉아 적대심 가득 담긴 눈빛만을 쏘아댄다.


터번이 펄럭일 때마다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쳐 오른다. 나는 조용히 하늘을 올려 보았다.


짙푸른 파랑이 꺼져갈 무렵, 어디선가 밀려온 붉은 색조가 사방의 빛을 점등한다. 화려하게 쉬어가는 하늘.


구름 한 점 없는데 이 눈발은 대체 어디서 날아드는 걸까.


그러나 지금의 외로움이 낯선 것은 아니었다. 사실 그건 숨 쉬듯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항상 있었던 일이었고, 늘 불편했으며, 간혹 힘들었다.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얻은 지난 짧은 날들이 단지 내게 분에 넘치는 행운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서로를 보지 못한 척 지나가는 여행객과 삶에 지쳐버린 주민들 사이를 걸으며 나는 인생을 뒤흔들었던 사건을, 모든 것이 시작되었던 날을 떠올렸다.


지금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숨을 쉬기 위해 발버둥 친 시간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초 업로드, 2024년 08월 16일 오후 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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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0화 - 베로니카, 도망친 낙원 13 24.09.17 6 0 13쪽
21 19화 - 베로니카, 도망친 낙원 12 24.09.13 7 0 12쪽
20 18화 - 베로니카, 도망친 낙원 11 24.09.12 9 0 16쪽
19 17화 - 베로니카, 도망친 낙원 10 24.09.11 6 0 9쪽
18 16화 - 베로니카, 도망친 낙원 9 24.09.09 9 0 11쪽
17 15화 - 베로니카, 도망친 낙원 8 24.09.06 9 0 10쪽
16 14화 - 베로니카, 도망친 낙원 7 24.09.05 9 0 12쪽
15 13화 - 베로니카, 도망친 낙원 6 24.09.04 8 0 10쪽
14 12화 - 베로니카, 도망친 낙원 5 24.09.03 10 0 10쪽
13 11화 - 베로니카, 도망친 낙원 4 24.08.30 8 0 15쪽
12 10화 - 베로니카, 도망친 낙원 3 24.08.29 8 0 10쪽
11 9화 - 베로니카, 도망친 낙원 2 24.08.28 7 0 18쪽
10 8화 - 베로니카, 도망친 낙원 1 24.08.27 6 0 11쪽
9 사게제리를 여행하는 지구인을 위한 안내서 24.08.23 8 0 5쪽
8 7화 - 오디세이아, 운명을 받아들이는 두 가지 방법 7 24.08.23 6 0 15쪽
7 6화 - 오디세이아, 운명을 받아들이는 두 가지 방법 6 24.08.22 7 0 15쪽
6 5화 - 오디세이아, 운명을 받아들이는 두 가지 방법 5 24.08.21 7 0 12쪽
5 4화 - 오디세이아, 운명을 받아들이는 두 가지 방법 4 24.08.20 8 0 15쪽
4 3화 - 오디세이아, 운명을 받아들이는 두 가지 방법 3 24.08.18 9 0 14쪽
3 2화 - 오디세이아, 운명을 받아들이는 두 가지 방법 2 24.08.17 12 0 14쪽
2 1화 - 오디세이아, 운명을 받아들이는 두 가지 방법 1 24.08.16 19 0 11쪽
» 서막 24.08.16 26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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