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헌터 커뮤니티의 흑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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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DUMMY

경보가 울려퍼진 이후에도 현장에 남아있던 나는, 운이 좋게도 S급 헌터의 전투영상을 스마트폰에 담아낼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S급 헌터들 중 하나, 파천궁 오지후의 영상을 촬영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몬스터 경보에 S급 헌터가 출동할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비록 C등급의 몬스터를 일방적으로 상대하는 광경에 불과했지만, 나는 해당 전투에서 오지후에 대한 자료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나는 이번 전투에서 오지후에게 생긴 몇가지 변화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전투 스타일이 조금 변했네. 마력 출력도 올라간 것 같고. 이만하면 랭킹을 조금 더 올려줘도 되겠어.”


오지호의 전투를 분석한 나는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평가를 업로드했다.


오랫동안 국내 S급 헌터들의 전투영상을 분석해왔던 나였다.


그러니 내 관점에서 올린 게시글이 다른 S급 헌터들에게 많은 공감을 받을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허나, 정작 내 게시글에 달린 댓글은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커뮤니티 이용자명, ‘tex11’.


오지후 본인이 직접 댓글을 달아왔으니까 말이다.


그것도 오지후가 직접 나에게 찾아오겠다는 댓글을 말이다.


“······뭐야? 전투가 끝나자마자 커뮤니티에 바로 들어온건가?”


나는 고개를 들어 주변 길목을 둘러보았다.


현재 내가 있는 골목은 전투가 벌어진 길목으로부터 한참 떨어진 곳이다.


아무리 S급 헌터라고 해도 이곳까지 찾아올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찾아오더라도 커다란 문제가 생길 것 같지도 않았다.


“어차피 긍정적인 평가만 남겼으니까 문제없겠지.”


내가 커뮤니티에 남긴 글은 명백하게 오지후를 칭찬하는 글.


그런만큼 오지후 본인도 큰 반감은 없으리라는 계산이었다.


그렇게 내가 커뮤니티를 닫고 골목을 벗어나려던 순간.


띠링-.


알림음과 함께 화면속의 댓글이 갱신되었다.



[ 댓글 5개 ]


- frz0777 : 이명만 봐서는 한 5위쯤 해야될거같은데.


- tex11 : 너 어디있냐?


- tex11 : 지금 찾으러간다


ㄴ 거품판독기 : ?


- tex11 : 찾았다 ㅎㅎ



내가 작성한 게시글의 댓글창에, 나를 발견했다는 오지후의 댓글이 달려있었다.


평범한 인터넷 게시판이었다면 그냥 웃고 넘겼을만한 글이었다.


허나, 나는 해당 게시글을 발견하는 것과 동시에, 등뒤가 싸늘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댓글의 내용을 확인한 직후, 나는 곧바로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다.


내가 등지고 있던 건물의 난간 위.


그곳에 미디어를 통해 숱하게 목격해왔던 남자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여기있었구나. 거품판독기.”


“······오지후.”


귓가에 들려오는 웃음기 어린 목소리.


그 직후 오지후가 건물의 난간에서 뛰어내렸다.


쿠웅-.


거대한 활을 든 채 지면에 낙하한 그는, 한쪽 팔로 바닥을 짚어 균형을 잡아내었다.


낙하한 오지후가 다시 자세를 되찾기까지는 1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야, [커뮤니티]에서만 보다가 이렇게 얼굴을 보니까 또 느낌이 다르네. 그렇지 않아?”


“······.”


“그런데 얼굴이 내가 아는 S급 헌터들의 얼굴이 아닌데? 설마, 그쪽은 미등록 헌터인건가?”


오지후의 날카로운 시선이 나를 훑고 지나갔다.


마치 내 모든 것을 낱낱히 파헤치는 듯한 시선이었다.


나에게 시선을 향하는 오지후의 이야기는, 내가 천시예에게 처음 들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등록 S급 헌터.


내 정체가 자신의 실력을 숨기는 S급 헌터라고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촬영에 미친놈인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S급 헌터였을줄이야. 그런데 S급 헌터가 왜 미등록으로 다니지? 이유를 잘 모르겠는데.”


나는 오지후의 시선을 받으며 그에게 어떤 대응을 해야할지 고민했다.


이미 천시예나 최두식같은 S급 헌터들에게는 내 정체가 미등록 S급 헌터라고 알려져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오지후에게도 같은 스탠스를 취하고서, 최대한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야만 할 것인가.


내가 최선의 대응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면, 오지후가 나를 보며 혼자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쪽이 진작에 협회에 등록했으면 오늘 내가 이런곳까지 긴급출동 나올 일은 없었을거 아니야.”


“······.”


“그런 의미에서 신고하고··· 푼돈이지만 포상금이나··· 어··· 어어······?”


다만, 나를 바라보던 오지후의 이야기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나에게서 전혀 예상치 못한 무언가를 발견한 것이었을까.


내가 의아해하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으면, 말끝을 흐리던 오지후의 손가락이 내 가슴팍을 가리켰다.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위치.


그곳에는 내가 경매장에서 구입한 <오르타의 은총(S)>이 들어있었다.


“그거, 분명 내가 [경매장]에 올렸던 물건일텐데, 설마 그쪽이······.”


아무래도 오지후가 내 주머니에 들어있던 부적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눈썰미가 좋은 모양인지 내가 가지고 있던 <오르타의 은총(S)>을 찾아낸 것이다.


더군다나 오지후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 아이템을 판매한건 다름아닌 오지후 본인이었다.


그렇다면 그 역시도 내가 1만 포인트에 이 물건을 구매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터.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야될지 대략적으로 감이 잡히는 순간이었다.


‘오지후급의 헌터라면 다른 S급 헌터들에 비해 포인트 수급량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겠지.’


나에 대한 오지후의 감정을 호의로 돌리고, 그와 나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방법.


그 방법은 역시 하나밖에 없었다.


나는 눈앞의 오지후를 향해 덤덤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했다.


“100포인트.”


“뭐······?”


내가 오지후를 향해 적당한 숫자를 부르면, 당황한 오지후의 시선이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시선이었다.


나는 그런 오지후에게 숫자를 올려 재차 이야기를 전했다.


“200포인트.”


“그게 무슨······.”


“300포인트.”


“······.”


“400포인트.”


“······.”


“500포인트.”


“오, 오백 포인트······?”


그제서야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감이 잡힌 것일까.


내 이야기를 듣던 오지후의 눈동자가 휘둥그래 변했다.


500포인트.


출석체크 보상의 다섯배에 해당하는 금액.


그것이 무엇을 위한 금액인지 이해한 것이다.


“500포인트. 거기에 인터뷰까지. 내 비밀을 지켜주는 조건으로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지 않나?”


“······형님.”


운영자가 눈앞에서 캐시를 복사해서 뿌리는 상황.


S급 헌터 오지후는 감히 그 제안을 거부하지 못했다.




* * * * * *




수많은 감사패들이 전시되어있는 오지후의 집.


한강뷰가 보이는 넓은 집에서 나는 비싼 와인이 담겨있는 글라스를 들고 있었다.


나에게서 500포인트를 선물받은 오지후가 나를 저녁식사에 초대한 것이다.


자취를 하면서 상당한 요리실력을 갖추게된 것이었을까.


오지후가 차려놓은 반찬들은 하나같이 정갈하고 깔끔한 편이었다.


물론 맛 역시 상당히 괜찮은 편이었다.


오지후는 눈앞에서 와인잔을 기울이면서, 제 맞은편에 있던 나를 향해 이야기했다.


“이야, 설마하니 그 유튜버 ‘헌잘알’이 S급 헌터였을줄이야. 나는 진짜 꿈에도 몰랐어.”


그렇게 말하는 오지후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걸려있는 모습이었다.


5일치 출석체크 포인트가 한번에 입금된 까닭이었다.


S급 헌터중에서도 하위권에 해당하는 오지후에게는, 500포인트조차 작지 않은 금액이었던 것이다.


“뭐, 헌터라고 할것까지도 없지. 주력으로 하는건 유튜브인데.”


“아니, 나는 옛날부터 그 채널 구독하고 있었다니까? 분석이 일반인치고 되게 정확하다고 생각했는데, S급 헌터라면 그런 영상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오지후의 이야기를 들은 나는 눈앞의 헌터에 대한 인식이 순식간에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예리한 눈을 가진 궁수 포지션의 원거리 딜러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오지후는 영상을 보는 눈이 확실히 뛰어난 편이었다.


진작부터 내 채널을 구독하고 있는 구독자였을줄이야.


오지후가 헌터로서의 자기계발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비록 그의 퍼포먼스 자체는 헌터 랭킹 71위에 불과하지만, 그의 헌터 지능은 그보다도 훨씬 더 높게 쳐줘야만 할 것 같았다.


“S급 헌터 오지후가 내 구독자라니, 이거 참 감계무량한 이야기인데.”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서로 인연인데, 같이 건배나 하자고.”


짠-.


오지후의 잔과 내 와인잔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나는 오지후에게서 받은 와인을 쭉 들이켰다.


고급 와인 맛은 솔직히 말해서 하나도 모르긴 하는데, 비싸서 그런지는 몰라도 싸구려 와인보다는 목넘김이 좋은 것 같긴 했다.


그렇게 짧은 건배를 나눈 직후.


고기를 집어먹고 있는 나에게 오지후가 이야기했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도 헌터 등록을 안하고 있는거야? 유튜버보다는 헌터 일이 수익이 더 만족스럽지 않나?”


그가 나에게 건넨 질문.


그것은 왜 내가 헌터 일을 마다하고서, 유튜버 일을 계속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거야 당연히 내가 헌터라고 하기 민망할정도로 약해서였지만, 그걸 오지후에게 그대로 이야기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나는 오지후에게 적당히 그럴싸한 이야기를 지어서 이야기했다.


“나한테는 돈보다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어서 말이야.”


“······.”


“그걸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어.”


남자에게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는 까닭이었을까.


오지후는 그런 내 마음을 안다는 듯이, 우수에 젖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하나도 모르는 녀석이 저러고 있으니 웃음을 참는 것이 고역이기는 했다.


다만, 나는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해 애달픈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지후와 나 사이에 일방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돈으로 모든걸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는거겠지.”


“뭐, 결국은 그런 이야기야.”


“사나이들의 일에는 낭만이란게 있는법이니까. 충분히 이해했어.”


하나도 이해못한 오지후가 비어있던 내 와인잔에 와인을 따라주었다.


나 역시도 와인병을 들어 오지후의 잔에 그것을 마주 따라주었다.


짠-.


오고가는 잔속에서 나는 오지후의 성격을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내 생각보다도 감성적인 성격이면서, 포인트에 대한 집착이 무척이나 강한 편이었다.


내가 <오르타의 은총(S)>을 구매했다는 사실에 반응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아마도 포인트만 쥐어주면 어지간한 부탁은 전부 들어주겠지.’


적당한 포인트만 주면 어떤 부탁이든 다 들어줄만한 사람인 것이다.


현금 경제의 위에 군림하기 시작한 포인트 경제.


이것은 헌터 사회에서 내 영향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커뮤니티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어떤 기능이 추가될지 기대되는데.’


아직 고작 D등급에 불과한 특성인데도, 이만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특성 등급이 더 올라갔을 때는 어떠한 변화를 불러올 것인가.


내가 가진 특성, [커스텀 네트워크]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대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S급 커뮤니티 관리자의 미래를 향한 물음이 내 안에서 끊임없이 메아리쳤다.


앞으로도 수없이 반복해나갈 고민을 가슴속에 안은 채로, 나는 계속해서 오지후와 술잔을 주고받았다.


“헌잘알 채널이 100만 구독자가 되는 그날을 위하여!”


“100만 구독자를 위하여!”


물론, 지금 당장의 내 목표는 유튜브 100만 구독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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