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급 헌터 커뮤니티의 흑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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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DUMMY

콜록, 콜록-.


방 안에 거친 기침소리가 터져나왔다.


냉수를 마시던 최두식이 천시예의 이야기를 듣고서 물을 뿜어낸 까닭이었다.


천시예가 꺼낸 이야기가 최두식의 상상 이상으로 충격적이었던 것일까.


최두식은 놀란 눈으로 천시예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거, 정말이냐?”


“아저씨는 내가 농담하는거 한번이라도 본적 있어?”


“······아예 없었지. 막내 네가 그런 성격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런데도 내가 지금 농담하는거라고 생각하는거야?”


그런 천시예의 이야기에 무언가를 느꼈는지, 최두식이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나를 바라보는 최두식의 시선은 사람을 분석하는 눈빛이었다.


내가 S급 헌터라고 사기를 치며, 불온한 목적으로 천시예에게 접근했는지 고민중인 모양이었다.


물론 사기를 치고 있는 것도 맞고, 불온한 목적으로 접근한 것도 사실이기는 했다.


“흐음······.”


최두식의 중후한 시선이 나를 가만히 응시하기를 잠시.


쿵-.


머지않아 최두식은 물컵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나를 향해 물어보았다.


“S급 헌터라면 [커뮤니티]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겠지?”


“예. 알고 있습니다.”


“S급 헌터가 아니라면 [커뮤니티]에 접속하는건 불가능하지. 혹시 지금 올라온 글들중에 아무거나 읽어줄 수 있나?”


최두식이 나를 테스트하기 위해 꺼낸 질문.


그것은 나로 하여금 커뮤니티에 있는 게시글 하나를 읽어달라는 부탁이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내가 비록 S급 헌터는 아니지만, 그들과 같은 커뮤니티를 이용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나는 곧장 커뮤니티를 실행해, 메인 페이지에 떠올라있는 게시글들을 살펴보았다.



- ◆◇ 포인트 무한매입 ◇◆ (yamazaki)


- ‘마산사나이 최두식’ 이 사람 맨날 이상한 글만 쓰던데 [10] (frz0777)


- 경매장에 몬스터 생식기로 도배해놓은 사람 누구인가요? [5] (thundershock)


- 중국이 장차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3] (xkingx)


- 오늘.저희 막내가.비싼밥 사준다네요.^^ [1] (마산사나이 최두식)



미닫이 문을 열기 전에 게시글을 작성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글 목록의 하단에 최두식의 게시글이 보이는 모습이었다.


허나, 이러한 게시글 목록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단연코 하나였다.


이용자명 ‘frz0777’.


무려 10개나 되는 댓글이 달려있는 게시글이었다.


나는 최두식이 가장 궁금해할만한 게시글의 제목을 알려주었다.


“마산사나이 최두식 이 사람 맨날 이상한 글만 쓰던데.”


“뭐? 어떤 개자식이야! [네트워크 접속]!”


내 이야기를 들은 최두식은 곧장 커뮤니티에 접속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는 허공에 손가락을 움직여 분주하게 상태창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비난하는 글에 격노의 감정이라도 들끓어오른 것이었을까.


최두식의 손가락은 무척이나 빠르게 타자를 이어나가는 모습이었다.


툭. 투둑-.


그런 최두식의 모습을 지켜보던 천시예는, 난감한 얼굴로 눈썹을 꿈틀거리며 나에게 물었다.


“정말 그런 글이 올라온거야?”


“댓글도 많이 달려있더라고.”


“그래? 나도 잠깐 보고 와야겠네.”


아직 코스가 시작되지 않은 고급 일식집의 안.


그곳에는 커뮤니티에 몰두하는 세 사람의 모습만이 남아있었다.


이러한 풍경은 음식을 가져온 점원이 들어오기 전까지 계속해서 이어졌다.




* * * * * *




코스요리가 들어온 이후부터는 세 사람의 대화가 본격적으로 이어졌다.


커뮤니티 중독이 아닌가 의심되는 두 사람의 태도는 코스가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듯이 사라진 것이다.


그렇게 나는 비싼 코스요리를 먹으면서 비즈니스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다행히 최두식은 나와 천시예의 요구를 흔쾌히 수락하는 모습이었다.


별 고민조차 하지 않은 채로 내 촬영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우리 막내가 부탁하는데 안될 것도 없지. 다음주 수요일에 토벌 일정이 있으니 따라오면 될거다.”


“감사합니다. 그 유명한 불사기사의 전투를 직접 제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서 영광이군요.”


“크흠··· 뭐, 영광이랄 것 까지야 있나. 대신 조건이 하나 있는데 말이지······.”


그 대신에 최두식은 한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무척이나 간단한 조건이었다.


“내가 이렇게 큰맘먹고 촬영을 허락해줬는데, 막상 그렇게 찍은 자료를 가지고 안좋은 말을 꺼내던 녀석들이 있어서 말이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저는 불사기사 정도면 대한민국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를 통틀어서 최고의 탱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빈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였다.


탱커 직군은 헌터들 중에서도 숫자가 많은 편이었다.


화력이 안나오는 인간들이 죄다 방어구로 떡칠해놓고 자신이 탱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불사기사 최두식은 그런 탱커 직군의 소금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런 내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최두식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이거, 가만보니까 젊은 친구가 아주 보는 눈이 있구만.”


“제가 밥먹고 해온 일이 헌터들 전투 지켜보는거라서, 나름대로 보는 눈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합니다.”


“S급이면서 겸손하기까지 하다니. 좋아, 아주 마음에 들어!”


최두식은 호통한 웃음소리를 터뜨리며 소주를 한 잔 들이켰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천시예에게 이야기했다.


“막내야. 이런 각박한 세상에서도 우리같은 S급들은 좀 알고 지내야하지 않겠냐.”


“······아저씨?”


“다음부터는 이 유튜버분도 불러서 자주 식사하자고. 내 말 무슨 소리인지 알지?”


더군다나 천시예에게 S급 헌터들의 모임을 만들자 주장하는 모습이었다.


급격하게 줄어든 거리감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수많은 코스요리속에서 우리는 여러가지 대화를 나누었다.


한참동안 이어지던 코스가 중반이 넘어서고, 슬슬 식사시간이 길어지던 즈음.


최두식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나를 향해 이야기했다.


“혹시 담배 피우나?”


“예. 같이 나가겠습니다.”


“그래. 잠깐 불 좀 빌리자고.”


아무래도 밖에 나가서 담배를 피우려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최두식과 동행해 밖으로 나갔다.


그와 함께 인적이 드문 곳으로 나가면, 그는 담배를 피우며 이전과는 다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후우-.


여러 가지 감정이 뒤엉킨 복잡한 시선이 내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뭐, 사람마다 이유가 있지 않겠나? 그러니 S급이라도 하나정도는 제 실력을 숨겨도 이상할게 없겠지.”


“······.”


“내가 우리 막내를 참 예전부터 봐왔어. 예전에는 같은 길드에 있었는데, 그때부터 두각을 드러내던 천재였지. 그때는 참 귀여웠는데 말이야.”


바깥에서 나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최두식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진지했다.


안에서 들려오던 호탕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다소 무게가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가 나에게 무언가 의미심장한 메세지를 전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내 예상을 증명하듯이, 최두식은 잿빛 연기를 내뿜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어린 시절부터 게이트를 돌아다녔는데, 그런 아이가 인간관계라고 멀쩡하겠나? 그래도 아는 사람이라고 숨어있는 S급 헌터를 데려왔으니, 이제는 그 노력을 조금은 인정해줘야겠지.”


“······그렇습니까.”


“자네도 헌터들 일을 아는 사람일테니, 주선호 그놈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겠지?”


S급 헌터, 신창(神槍) 주선호.


내 머릿속 객관적인 헌터 랭킹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 최두식의 질문에 긍정했다.


“한국에 신창을 모르는 사람이 어딨겠습니까. 헌터로 밥벌어먹고 사는 사람이면 당연히 알아야겠죠.”


“그놈을 조심해. 주선호 그놈 위험한 놈이야.”


허나, 그런 내 대답에 돌아온 말은 뜻밖의 이야기였다.


세계 최강의 헌터, 신창 주선호에 대한 경고의 말.


최두식은 진심으로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전해온 것이다.


내가 거기에 대한 물음을 던지기도 전에, 최두식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자네도 S급이니 제 한몸 건사는 하겠지만, 그래도 그놈은 만만하게 볼 녀석이 아니지.”


“최두식 헌터님.”


“적어도 막내랑 다니는 동안에는 조심하는게 좋을거야. 그놈이 그렇게 보여도 막내와 불구대천의 원수니까 말이야.”


검귀가 사실은 신창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


나로서는 유튜버 생활을 해오며 단 한번도 접하지 못했던 내용이었다.


그러한 사실을 알려준 최두식은 어느새 짧게 줄어든 담배를 바닥에 집어던져 발로 밟았다.


무겁고 진지한 대화를 나눈 까닭이었을까.


어느새 내 손에 들려있던 담배도 끝을 드러낸 모습이었다.


“막내가 기다릴테니 슬슬 돌아가야겠구만.”


일식집을 향해 몸을 돌린 최두식이 이야기했다.


천시예가 혼자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안으로 들어가자는 말이었다.


나는 그런 최두식을 바라보다가, 손에 들려있는 꽁초를 정리했다.


내 모습을 힐끔 보던 최두식이 몇마디를 더 얹었다.


“앞으로는 형님이라고 편하게 불러. 돌아가기전에 자네 전화번호도 좀 주고.”


“······예.”


불사기사 최두식.


새로운 S급 헌터 인맥이 생긴 순간이었다.




* * * * * *




헌터들의 이명은 무척이나 다양한 편이지만, 그 이름에 신(神)이라는 말이 붙은 헌터는 하나밖에 없었다.


—신창(神槍).


그것은 모든 헌터들의 우상과도 같은 한 남자에게 붙은 이명이었다.


S급 헌터, 주선호.


대한민국 헌터의 정점이자 최강이라고 불리는 인물은 언제나 수많은 기자들을 달고 다녔다.


그 현장이 피가 튀고 생사가 오가는 게이트 앞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헌터의 상징과도 같은 남자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게이트 앞에 수많은 기자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기자들을 상대로 매번 인터뷰를 벌이는 것은 주선호에게 있어서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이상입니다. 마치겠습니다.”


오늘도 게이트 공략을 마친 주선호는 앞에 놓여있던 수많은 마이크를 향해 이야기했다.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나오는 모습이었다.


날카로운 기자들의 목소리가 주선호의 귓가에 파고들었다.


“제 질문까지만 받아주세요!”


“주선호씨! 대한민국 헌터계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국의 뇌제가 신창을 넘었다고 주장하는데, 그에 대해서는······!”


“한마디만 질문드리겠습니다! 10년 전의 그 사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주선호는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눈살을 찌푸리며 현장을 빠져나갔다.


그런 주선호에게 들려온 질문중에는 그의 심기를 거스르는 질문 역시 존재하고 있었다.


치솟는 짜증을 억누르며 게이트 근처에서 벗어난 그는, 자신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차량 안에 탑승했다.


콰앙-!


신경질적인 손길로 차문을 닫고 나면, 그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지긋지긋한 놈들.”


차량에 탑승한 주선호는 한손으로 제 머리를 쓸어넘겼다.


격렬한 전투를 벌이느라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엉망이 되어있었다.


망가진 머리카락을 만지던 그는, 이내 그러한 행동을 그만두고서는 시트에 등을 기대었다.


그리고는 허공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네트워크 접속].”


띠링-.


경쾌한 소리와 함께 주선호의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나타나는 모습이었다.


S급 헌터들에게만 개방되는 특수 기능, [커뮤니티]였다.


최근 들어서 주선호는 틈만나면 [커뮤니티]에 접속해, 그곳에 올라온 게시글들을 보며 휴식을 취하고는 했다.


오늘도 그는 집에 돌아가기 전까지 [커뮤니티]를 보며 힐링을 즐기려는 생각이었다.


“음······?”


그런 주선호의 눈에 보이는 단 하나의 게시물만 아니었다면 분명 그러했을 터였다.



- 주선호 ← 이 사람 인터뷰. 매번 볼때마다. 너무 가식적이네용 ^ O ^ [1] (swordmaster)



주선호의 눈에 들어온 글.


그것은 바로 주선호가 방금 전에 진행한 인터뷰에 대한 내용이었다.


깜빡. 깜빡.


당황한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던 그는, 이내 제 앞에 보이는 게시글을 향해 중얼거렸다.


“대체 누구야? 설마 오지후 그놈인가?”


짜증에 젖은 주선호의 목소리가 차안에 울려퍼졌다.


어느 여름날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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